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을 위해 작성된 문서라도 외부에 공개될 예정의 문서라면 문서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민사소송법 제344조는 사건 당사자 등 문서 소지자의 문서 제출의무를 규정하면서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자기이용문서)' 등에 대해서는 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외부에 공개될 예정인 문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A사가 씨제이이엔엠(CJ E&M)을 상대로 낸 문서제출명령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2014마2239)에서 CJ E&M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씨제이미디어의 지분 16.59%를 보유한 A사는 씨제이미디어가 2011년 CJ E&M에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씨제이미디어의 이사들이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적용해 회사의 주식가치가 저평가 됐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회사 판매비·관리비, 각종 경비 및 고정비, 임직원에 대한 성과금 지급 규모, 급여 및 인건비, 광고 단가, 각종 매출액, 플랫폼별 시장매출규모, 매년 판권 구매 내역 등 각종 문서에 대해 CJ E&M을 상대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다. 하지만 CJ E&M은 해당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開示)하는 것이 예정돼 있지 않으며 이를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해당 문서들은 각종 회계자료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정보 또는 그 직접적 기초가 되는 정보이고, 합병비율 판단을 위해 회계법인에 제공한 서류 등도 합병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자료로 주주들에게도 공개가 예정된 정보라는 점에서 오로지 내부자의 이용에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된 내부문서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하고, 문서제출의 필요성, 정당한 이유 등에 대해 추가 심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해당 문서는 회사 내부의 의사 결정을 목적으로 결재권자의 결재를 거쳐 작성됐고 외부인에게 공개하는 것이 예정돼 있지 않은 문서"라며 '자기이용문서'로 판단해 A사의 문서제출명령신청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