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11라인 정지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고 있으나, 여기서 민사상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국한된다고 풀이하여야 하고,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또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며, 시기와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할 뿐 아니라, 방법과 태양이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는 등 반사회성을 띤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9다29366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들을 포함한 1공장 근로자들은 각 공정에 설치된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 11라인을 정지시켰고, 라인을 재가동하려는 원고 회사 관리자들을 막거나 밀어내는 등 몸싸움을 하여 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게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 사실에다가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차량의 투입 비율이 어긋난 것은 원고 회사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 전산시스템의 일회성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고, 반복되는 현상이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점, ② 일시적으로 투입 비율이 어긋나는 현상은 수동 조작으로 시정·수습되었고 야간작업 근로자들의 양해를 얻어 이미 정상화된 상태였던 점, ③ 공피치 현상은 작업자의 안전이나 작업 환경과 크게 관련이 없고, 심지어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라도 얼마든지 원인을 규명하고 사후적으로 투입 비율을 조절함으로써 운영합의대로 투입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점, ④ 차량 투입 과정에서 공피치가 발생하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차량 한 대를 조립하는 시간 만큼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므로 공피치의 추가 발생이 근로자의 작업에 특별히 부담되지는 않는 점, ⑤ 피고들은 이러한 공피치 현상에 대해 정당한 이의 제기를 넘어 근거 없는 의혹과 무리한 짐작을 토대로 11라인을 물리적으로 정지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의 11라인 정지행위는 설령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방법과 태양에 관한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반사회적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나. 피고들의 권리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1) 권리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려면, 주관적으로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며,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 한 비록 권리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잃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다22083, 22090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다67651, 67668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58173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쟁의행위를 비롯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임이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목적과 절차 등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피고들의 11라인 정지행위가 위와 같은 범위를 벗어났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원고 회사가 구하는 손해배상금이 다액이라는 사정만으로 원고 회사가 오로지 피고들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에서 소를 제기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