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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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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근로
자동차판매대리점 소속 ‘카마스터’의 개별적 근로자성
1. 대상판결의 요지 피고인 A자동차 회사는 원래 직영점에 자신이 직접 고용한 판매사원을 두고 자동차판매업무를 맡겼으나, 자동차판매대리점제도를 도입한 뒤 대리점주에게 판매대리권을 주고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개별 체결한 카마스터가 판매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왔다. 카마스터인 원고들은 주위적으로는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를 직접 사용·지휘하는 등 원·피고 간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다면서 자신들이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였고, 예비적으로는 원·피고 간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있다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라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 및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 회사는 독자적인 사업기반을 갖춘 대리점주와 판매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② 대리점주는 카마스터를 개별 모집해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 회사에게 해당 카마스터의 등록을 요청한다. ③ 등록된 카마스터는 당해 대리점에 출근하여 자동차판매업무를 담당하고, 대리점주와 개별 체결한 판매용역계약에 따라 판매수당을 받는다. ④ 피고 회사는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제시하고, 판촉활동 이행 및 업무지침 준수를 지시하며, 그 달성 및 이행준수여부를 대리점 및 카마스터 평가에 반영한다. ⑤ 피고 회사는 대리점에 전산망 및 전산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해 자동차판매업무를 수행하게 한다. ⑥ 피고 회사는 카마스터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대리점평가에 반영한다.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대상판결은 당해 대리점에 피고 회사와 구별되는 사업자로서의 실질이 있다는 점,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의 업무수행에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카마스터가 피고 사업장 또는 직영점에서 피고 회사의 판매사원과 함께 근무하지 않은 점, 대리점이 카마스터의 채용·근태관리 등을 독자적으로 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카마스터가 자동차판매업무에 있어 전문성을 갖고 직영점 판매직원들과 경쟁한 점 등의 사실인정을 토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2. 판례해설 우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명시적 및 묵시적으로 체결이 가능하다. 다만, 위 사건에서 묵시적 근로계약으로 인정받기 위하여는 대리점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피고 회사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카마스터가 피고 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피고 회사가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피고 회사이어서 카마스터와 피고 회사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실무상 대리점주가 카마스터들과 개별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근로계약서가 처분문서로 존재하는 이상 그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이미 근로계약의 주체가 특정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편, 파견법은 ①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법 제7조), ② 파견법이 정한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업무 또는 파견이 금지되는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한 경우(법 제5조), ③ 파견기간이 최대 2년을 초과한 경우(법 제6조) 등을 불법파업으로 보고, 이에 해당하는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부여한다(법 제6조의2). 판례는 위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유무, 명칭, 형식 등과 관계없이 근로관계에 실질에 따라 판단해왔고, 특히 2015년 대법원 판례는 그 판단기준을 ①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 ② 사용사업주등의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③ 인사·노무 관련 결정 권한 행사, ④ 계약 목적의 확정 및 업무의 구별, 전문성·기술성, ⑤ 계약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업 조직·설비 등 보유 5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9. 12. 30.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위 5가지 판단기준을 참조하여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2015년 대법원 판례가 밝힌 5가지 판단기준에 따라 카마스터인 원고들이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의 자동차판매업무를 해온 것이 파견법에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했고,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는 근로자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만약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고들이 항소할 경우, 항소심에서는 대상판결의 판단과 일견 모순된 것으로 보이는 기존 사실관계들 예컨대, 피고 회사가 직영점 및 대리점이 통일적으로 운영·관리될 수 있도록 대리점에 사실적인 지휘·명령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회사가 대리점에 제공한 각종 전산시스템은 지휘·명령의 중요한 징표일 수 있다는 점,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에 대한 교육 및 평가를 시행해온 점 등을 재검토하고,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을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만, 최근 노동법 분야의 판례는 집단적 근로관계법에서 이른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사용자로 보았고(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 8881 판결),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카마스터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한 사건에서 카마스터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으며(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하급심에서 교섭상대방으로 사용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았고(대전지방법원 2011.6.10. 결정 2011카합782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 12. 17. B전자서비스의 부당노동행위 등 형사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B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9. 12. 17. 선고 2018고합557등 판결). 따라서, 2020년 현재 개별적 근로관계법, 파견법에서 자동차판매대리점 소속의 카마스터들에게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또는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피고 회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노동법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판결이 나올지 기대해본다. 끝.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徐熙))
현대자동차
파견근로자
딜러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徐熙))
2020-01-28
노동·근로
민사일반
근로자 개인연금 중 회사부담금의 통상임금성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9. 8. 23. 선고 2016가합102095 판결)은 근로자 개인연금 중 회사부담금의 통상임금성과 관련하여, 만 18세 이상의 근로자 전원이 개인연금 가입대상에 해당하여 개인연금에 일괄 가입한 것으로 보이고, 회사는 가입대상이 아닌 만 18세 미만 근로자에게도 마을금고에 연금료 상당액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을 지급하는 등,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근무일,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이를 지급하여 왔으므로, 이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2.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가.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이 아니다. 여기서 소정근로의 대가라 함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관하여 사용자와 근로자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을 말한다. 나. 그리고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 ‘정기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성질을 갖추어야 한다.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에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도 포함된다.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고정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고정성’이라 함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성질’을 말하고, ‘고정적인 임금’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또한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근로계약 등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거나 그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 임금의 성격이나 지급 실태, 관행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다29281 판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29274 판결 등 각 참조). 3. 이 사건 개인연금 중 회사부담분의 통상임금성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판결은, ① 회사는 만 18세 이상 근로자들이 개인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근로자들의 보수월액 기준 월 3%를 급여에서 공제하는 한편, 해당 금액을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으로 지원하여 온 사실, ② 회사 생활가이드에 의하면 회사의 개인연금 가입대상자는 만 18세 이상인 근로자로서 별다른 가입 조건이 설정되어 있지 않고, 다만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중도해지가 가능할 뿐인 사실, ③ 회사는 만 18세 미만의 근로자로 개인연금 가입이 불가한 경우에도 해당 금액을 마을금고에 적립하여 연금료를 지원하고, 만 18세가 되면 곧바로 개인연금에 가입하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 ④ 2018. 12. 현재 회사의 개인연금보험 미가입자는 가입대상 3,244명 중 37명에 불과한 사실 등을 근거로 개인연금 중 회사부담분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에서 회사는,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아니하거나 가입했던 개인연금을 해지한 근로자에게는 개인연금 회사지원분을 지급하지 않고, 신규 가입대상자는 개인연금 가입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하며, 근로자가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월 보수월액의 3%를 납입하는 소정 근로의 제공과 무관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피고가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을 지급하였으므로, 일률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재판부는, 이는 해당 근로자의 개인적인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지급을 제한하는 것이거나 개인연금가입을 위한 절차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이 일률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근로자가 부담하는 개인연금료는 보수월액의 3%로 고정되어 급여에서 공제되는 방식으로 납입하게 되므로, 개인적이고 특수한 사정으로 개인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가 개인연금에 가입되어 있기만 하면 회사가 근로자에 대하여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을 지급할 의무가 확정되어 있는바, 근로자가 월 보수월액의 3%를 연금료로 납입하는 것이 회사가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을 지급하는 추가적인 조건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회사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4. 검토 이 사건 판결은 근로자 개인연금 중 회사부담금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다른 회사의 유사한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회사마다 근로자 개인연금과 관련된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등에서 규정 내용 및 실제 지급 실태 및 지급 관행 등이 다르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판결을 통하여 개인연금 중 회사부담금은 언제나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하여서도, 회사 급여 기준(2013. 3.)에 의하면 ‘개인연금’은 복리후생과 관련된 것으로 되어 있는 등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어 아니어서 임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지(대법원 2019. 8. 22. 선고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회사의 근로계약 등의 구체적인 내용, 지급 실태 및 관행 등에 의할 때에 지급일에 재직 중일 것이 요건이었는지 등과 관련해서(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상급심에서 통상임금성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개인연금
복리후생
통상임금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9-11-22
노동·근로
민사일반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위반과의 관계(협약자치의 한계)
1. 들어가며 노조 조합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대기업의 단체협약 등 단체협약 내용이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이런 불만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상판결에서의 단체협약 역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 등을 감액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침해하였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실적 판단보다는 법률적 측면, 즉 협약자치와 사법통제권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경위 및 요지 자동차용 여과제(필터)를 제조·판매하는 A사는 과반수 노동조합과 2014. 1. 24. 성과급 지급기준에 관한 단체협약 부속합의(이하 ‘제1합의’)를 하면서 당해 연도에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진정서·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성과급의 10%만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4. 7. 21. 성실근무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제2합의’)를 노동조합과 하면서 ‘지급일 이전 1년간 회사나 대표 등을 상대로 진정·고소·고발,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소송 등의 민원 제기한 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판결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원칙(대법원 2000. 9. 20. 선고 99다67536 판결 등)을 설시하면서, 성과급 등의 지급기준에 대해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있으므로 회사가 노조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대상판결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미지급하는 규정은 회사가 경제적 불이익과 임금을 통한 차별적 처우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반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했다. 3. 검토 가.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관련 기존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 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즉, 판례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및 의의 협약자치는 단체협약 당사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할 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고, 헌법상 권리인 근로3권은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결정).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반조항(민법 제103조, 제104조 등)에 의해 무효가 될 경우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이 어렵고, 노동조합 총회 의결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추후 소송에 의해 무효화될 경우 총회 의결에 반대한 소수 노조원들의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교섭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일반조항인 신의칙이나 반사회질서라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하는 데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노조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즉,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반한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2헌바90 결정). 이와 같이 입법권에 의해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위헌으로 보았는데, 사법권이 일반 강행규정인 민법 제103조를 이유로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로 판단하는 것에는 더욱 소극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에게 상여금·격려금을 차등지급하거나 미지급하므로, 일견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은 노사가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막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만약 소수노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노조법 제29조의4)이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처벌이라는 현행 법률의 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 자체를 제한한 것이라기 보다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과 격려금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위 조항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나 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금전적 배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법률 체계 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문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는 일반적 강행규정을 통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협약자율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지나친 사법권의 개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근로계약
재판청구권
감액
소송
성과급
격려금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9-16
노동·근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손해배상 사건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의 요지 4세인 유아(幼兒) A는 2015. 8. 9. 물놀이를 위해 수영장에 방문했다 사고를 당해 2015. 8. 15.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A의 가족인 원고들은 위 수영장의 설치운영자인 회사 B, 사고 당시 위 수영장 시설의 안전관리책임자 C, 수영장 사용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 D를 상대로 ① A의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기왕치료비, 장례비) 및 위자료, ② 원고들 본인의 위자료 합계액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지방자치단체 D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수영장 운영회사 B 및 안전관리책임자 C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60%의 책임제한을 두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제1심 법원은 종래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인 60세를 기준으로 A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원고들은 B 및 C에 대해서만 항소하며, 한편으로는 이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60%의 책임제한 비율은 과다하다 주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가동연한이 적어도 만 65세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소심인 원심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60%의 책임제한은 타당하다고 밝히고, 가동연한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 없이 재차 가동연한을 60세로 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대신 원심 법원은 A와 원고들의 위자료 액수를 제1심보다 다소 높여주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서 원심 판결에는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및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은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또는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으나,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가동연한 법리오해 부분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대법관 다수의견은 ① 평균여명이 1989년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 남자 79.0세 여자 85.2세 2017년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난 점, ② 1인당 GDP가 1989년 6,516달러에서 2015년 27,000달러 2017년 30,000달러로 늘어난 점, ③ 육제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직 공무원의 정년이 1989년 만 58세에서 2013년 만 60세로 늘어났고, 민간부문에서도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된 점, ④ 우리나라의 실질적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이고 60세 내지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989년 52.0%에서 2015년 61.7% 2017년 61.5%로 상향된 점, ⑤ 현행 고용보험법이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된 자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 점, ⑥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점차 연장되어 2033년 이후에는 65세 이르게 되는 점, ⑦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 점, ⑧ 고령자 인구분포 등 각종 고령자 관련 통계가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경험칙은 그 기초가 된 경험적 사실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제하고, 원심 판단에는 막연히 종래의 경험칙에 따라 A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하여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에 관한 원고들의 패소 부분은 파기 환송되었다. 둘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이 60세 이상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65세가 아닌 63세여야 타당하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① 60세에서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약 60% 정도이고 그 연령대 이후 사망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 ② 피해자가 어릴수록 위 연령대에 이르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이 성인보다 높다는 점, ③ 일반적인 법정정년 및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3세를 넘지 못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63세가 육체노동의 적정 가동연한이라는 것이다. 셋째, 일부 대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0세를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 또는 63세 등 특정 연령으로 선언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일률적인 가동연한의 선언 대신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법정정년 이상”이라는 등 포괄적인 법리만 제시하고, 개별 사안에서 그 이상의 가동연한을 인정할지 여부는 사실심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넷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다수의견을 옹호하는 보충의견을 밝혔다. 가동연한을 63세로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통계청 기준 건강수명 및 각종 연금수급개시연령·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65세라는 점 등을 이유로 반박하고,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선언하면 안 된다고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특정 연령으로 정한 경험칙상 가동연령을 선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선언된 것보다 많거나 적은 가동연령을 인정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의 저해를 막을 수 있다며 반박하였다. 3. 대상판결의 해설 일실수입(일실이익)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이다.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고 당시 수입을 산정하고, 상해를 입은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을 밝히며, 가동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가동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기대여명과 가동연령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 중 가동연령은 노동을 하여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므로,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시점에 개시되어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마지막 시점에 종료된다. 가동기간의 종료시점을 ‘가동연한’이라고 한다. 판례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 조건 등의 사회적·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 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 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또는 피해 당사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① 정년이 보장된 자(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경우 보장된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고, ② 특수직업종사자(운동선수, 의사, 변호사 등)의 경우 그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인 가동연한을 산정하며, ③ 일용노동자의 경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해왔다. 대법원이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 발전됨에 따른 제반사정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이제 일반육체노동 또는 육체노동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계활동의 가동연한이 만 55세라는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히려 일반적으로 만 55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한 이래로(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 일용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만 60세로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의 경험칙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30년 만에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시킨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만 65세는 적정한 가동연한으로 볼 수 없다거나 대법원이 특정 연령을 가동연한으로 선언하는 판결을 지양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들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종래의 가동연한이 국민들의 고령화, 경제상황의 변화,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인하여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학계 및 사회 일반의 공통된 인식이 대상판결을 통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에 의한 가동연한의 상향조정으로, 당장 A의 가족들 및 그와 동일·유사한 손해배상 분쟁에서 인정될 일실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동연한의 상향은 손해배상 소송 외의 다른 사회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대상판결을 근거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에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거시적으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초래될 새로운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대법원의 2018. 11. 29.자 공개변론에서 가동연한의 상향으로 보험료가 인상되어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출된 바 있는데, 실제로 가동연한이 상향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등 관련 손해보험 상품의 약관내용 및 보험료, 보험금 액수에 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다수의견이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경험칙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하다고 확인을 가질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고도의 개연성을 말한다. 사법부의 최고 기관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인은 실제로 65세까지 육체노동 일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상 입법·행정도 그에 발맞춰 전체 법질서 제도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전원합의체
육체노동
가동연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9-03-08
노동·근로
[판례해설] 포괄임금약정의 성립 및 유효성 판단 기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5.11. 선고 2016가단17109 판결 -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 원고들은 형식적으로는 피고의 하도급업체들과 근로계약서를 적성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피고와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피고가 경영하는 채광소에서 광산노동자로 일하였는데, 1일 8시간 2교대제로 주 6일을 근무하면서 고정급으로 정해진 일급 외에는 다른 수당들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였다. 원고들은 퇴직 후 광산채굴업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고 실제 근무현황이 기록되고 있으므로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은 무효라고 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법정수당(주휴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근로기준법상의 제 수당들을 포괄임금에 포함하여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추가로 지급해야 할 임금은 없다고 맞섰다. 2. 이 사건 판결의 요지 1심 법원은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상의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임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원칙의 예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약정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가급적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포괄임금약정의 성립 및 유효성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일급 전체를 통상임금으로 산정하여 법정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들이 그와 같은 포괄임금약정에 관하여 묵시적으로 합의하였거나 동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② 설령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원고들의 업무가 감시?감독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며, 그와 같은 포괄임금약정이 원고들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포괄임금약정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3. 포괄임금제의 규제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흐름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의 임금 계산상의 편의를 용인하는 입장에 서서 일정한 요건 아래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2010년경부터 대법원은 임금과 근로시간에 관한 법률적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포괄임금제를 계속 방치하게 되면 저임금?장시간 근로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그 동안 무분별하게 확산되어 온 포괄임금제에 관하여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규제를 가함으로써 포괄임금약정의 성립 및 유효성에 관한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세우는 새로운 판례 법리를 정립하였다. 첫째는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만 포괄임금제의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하였다. 대법원 2010.5.13. 선고 2008다6052 판결에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이러한 경우까지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밝혔는데, 이후 대법원ㅤ2014.6.26.ㅤ선고ㅤ2011도12114ㅤ판결, 대법원 2016.9.8. 선고 2014도8873 판결 등에서 같은 법리의 설시가 계속 이어졌다. 이로써 이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포괄임금약정을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 법리가 정착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포괄임금제에 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의 성립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법원 2009.12.10. 선고 2008다57852 판결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비록 개별 사안에서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명백히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어 바로 위와 같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법리의 설시는 대법원ㅤ2012.3.29.ㅤ선고ㅤ2010다91046ㅤ판결, 대법원 2016.8.24. 선고 2014다5098,5104판결 등에서도 반복되었다. 그리고 대법원 2016.10.13. 선고 2016도1060 판결에서는 더 나아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이라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하여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정액의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는 법리를 펴기에 이르렀다. 결국 대법원 판례의 최근 흐름은 포괄임금약정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당사자 간의 합의가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약정의 묵시적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 이 사건 판결의 의의 이 사건 판결은 고정급으로 정해진 일급 외에 다른 법정수당들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채 광산채굴업에 종사해 온 근로자의 사례에서, 위와 같이 대법원이 새롭게 정립한 판례 법리를 충실하게 따름으로써 사용자의 포괄임금약정 성립 및 유효성 주장을 배척하고, 사용자에게 법정수당 등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계산하여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에 어긋나는 포괄임금제를 엄중하게 규제하겠다는 현재의 판례 흐름을 대표적으로 읽을 수 있는 하급심 판결이라고 하겠다.
근로기준법
포괄임금제
임금
근로시간
2017-06-28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공기업에서 성과연봉제를 담은 개정된 연봉제규정 등의 효력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8. 선고 2016가합566509 판결)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과연봉제를 담은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안에서, 위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게 되는 임금의 총액이 기존의 급여 체계에 비하여 증가하였다 하더라도 위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근로자 개인에 따라 그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위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야 하고,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필요성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통념상 합리성 또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이 사건 공기업 소속 근로자들이 제기한 성과연봉제를 담은 연봉제규정 등의 무효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2.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에 따라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란, 근로자의 기득권을 박탈하여 근로조건을 낮추거나,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기존의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 불리한 규정을 신설하는 경우 등을 모두 포함한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취업규칙의 변경이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1726 판결). 또한,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은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는 급여규정의 변경이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 그러한 변경에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요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러한 경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우며, 같은 개정에 의하여 근로자 상호간의 이, 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들을 고려할 때에, 이 사건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경우, 근로자들은 위 규정의 개정으로 인하여 기준연봉 및 성과연봉의 등급 분류 결과에 따라 지급받게 되는 총 임금의 액수가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되는 등 개인에 따라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게 되었으나, 특히 하위평가를 받게 되는 근로자들은 기존 임금이 저하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에, 이와 같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연봉제 규정 등의 변경은 불이익하다고 한 이 사건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성과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판단에 관한 사항으로써 그 자체로는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임금체계의 개편이 전체적으로는 불이익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일부 근로자의 임금 감소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은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이 사건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연봉제 규정 등의 변경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3.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이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은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가능함을 판시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것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나,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경영상의 필요 등으로 인하여 취업규칙의 변경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사용자가 변경하고자 하는 취업규칙의 내용에 불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근로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아 사용자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 사용자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고, 근로자 역시 이에 따라 고용 불안정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그 효력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판결에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에,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사안에서, ① 이 사건 공기업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는 2016. 5. 9.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는데 조합원 90%가 이를 반대하여 명백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위 공기업은 이 사건 성과연봉제 규정 등의 개정을 강행한 점, ②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비율, 연공서열 하에서의 소극적 업무수행 태도, 과다한 비용지출 등 방만 경영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필요성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근로자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인센티브를 지급받았고, 성과연봉제 미도입으로 인한 평가등급 하락이나 임금동결의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하고 이는 근로자들이 받게 되는 지속적인 불이익에 비하여 일시적인 대상조치에 불과한 점, ④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 사건 공기업과 같이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반발이 상당하였고 이 사건과 같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 사건 판결은 판시하고 있는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고려할 때에 이러한 판시는 일응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대법원은 2005. 6. 23. 선고 2004다68953 판결에서 ‘위 개정은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할 것이지만, 통신사업이 무선통신과 인터넷 위주로 변화하면서 종래 유선통신사업을 주도하던 피고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경쟁 업체에 비하여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 비율은 높은 반면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뒤떨어짐에 따라 피고 회사의 조직을 축소개편 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점...인사규정 제13조 제2항의 개정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도 있는 등, 이 사건 판결이 최근 공기업에서의 일명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최초의 본안에 관한 사법 판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에,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용자 측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과 관련해서도 더욱더 면밀한 검토를 한 후에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근로기준법
노조
성과연봉제
2017-06-16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 인정 여부
대법원 2014두45765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1. 대상판결 대법원은 2016. 11. 10.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고,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전환을 거절한 것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4두45765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이하 '대상판결'). 2. 사건의 쟁점 및 진행경과 대상판결의 주된 쟁점은 기간제 근로자에게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상판결은 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와 재판단계를 거치면서 여러 차례 결론이 엇갈렸다. 지노위에서는 해고가 아니라 계약기간 만료로 정당하게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신청이 기각되었는데, 중노위에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며 전환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신청이 받아들여졌다(초심판정 취소). 이러한 중노위 재심판정에 대하여 사용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 법원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 총 근로시간이 2년을 초과하게 되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원고(사용자) 승소판결을 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기간제법 시행에 따라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기간제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다 하더라도 재계약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근로자에 대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갱신을 거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갱신거절 부당하다고 판결하였다(1심 판결 취소).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기간제 근로자에게 정규직(대상판결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고, 합리적 이유 없이 정규직 적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할 경우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위 판결에서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인사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되었고, 합리적으로 공정한 평가를 거친 후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거절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없어 근로계약 종료 통보가 부당하다는 결론이 유지되었다. 3. 대상판결의 의미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나 일정한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한 바 있는데, 위 법리는 대상판결에서도 그대로 원용되고 있다. 그런데 2007. 7. 1.부터 기간제법이 시행됨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되게 되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어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게 될 경우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이 2년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2년을 초과하여 결과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대권까지 인정되는 것인지 실무상 많은 논란이 되었다. 한번 계약이 갱신되는 경우와 계약기간이 2년을 초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근로자로 전환되는 것은 그 법률효과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대상판결 이전의 판결 경향을 보면, 기간제법 시행 전이 이미 형성된 갱신기대권이 기간제법 시행으로 인해 배제 또는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은 있었지만(대법원 2014. 2. 13.선고 2011두12528 판결),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시는 없었다. 오히려 정규직 전환의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수긍된 사례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항소심에서 기간제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데(서울고등법원 2011. 8.18.선고 2011누 9821판결), 이 판결의 결론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판결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른 사건 항소심에서는 일정한 경우 무기계약 전환의 기대권이 인정되나 무기계약 전환은 기간제 계약 갱신과 달리 근로관계에서 큰 질적인 차이를 주므로 사용자가 무기계약 전환기준을 정하는데 상당한 재량권을 갖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는데(서울고등법원 2012. 9. 5. 선고 2012누1282 판결), 이 판결의 결론도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판결로 유지되었다. 이처럼 대상판결 이전까지는 하급심에서 무기계약 전환의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엇갈렸고, 무기계약 전환의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취하더라도 일반적인 갱신기대권보다는 엄격한 기준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기간제법 시행 전은 물론 시행 후에 신규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대상판결의 판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대법원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 등 그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정규직 전환의 기대권이 인정되며 이 경우 합리적인 이유 없는 근로계약 종료 통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그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장에서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도록 정규직 전환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로 남는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향후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거절된 개별 사건에서 '정규직 전환의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정규직 전환의 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합리적 이유 있는 전환 거절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부당해고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2016-11-28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기간제 근로계약과 갱신기대권
1. 사실관계 지방공기업인 피고는 2013. 3. 4. 토지판매촉진 관련 업무를 담당할 마케팅 전문가 채용공고를 내면서, 계약기간 1년이고 실적이 우수한 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근로조건을 기재하였다. 원고들은 다른 회사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위 채용공고를 보고 마케팅 전문가로 입사지원을 했고, 2013. 3. 25. 피고와 계약기간이 2013. 3. 25.부터 2014. 3. 24.까지인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들은 기존 직장을 퇴사한 후 피고 마케팅실에서 일하며 피고의 부채를 크게 감소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피고의 여러 임직원들은 이들의 실적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마케팅실에서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달라는 내부문건을 작성한 적도 수차례 있었다. 원·피고는 2014. 3. 24. 위 계약을 2015. 3. 24.까지 1회 연장 갱신하였다. 그런데, 위 갱신기간의 만료를 앞둔 2015. 3. 19. 피고는 원고들을 포함한 계약직 마케팅 전문가 7명에게 채용공고와 달리'사무지원원 직종전환신청'을 안내하였다. 안내를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직종전환신청을 하여 무기계약직인 사무지원원이 되었다. 그러나, 원고들은 "피고가 채용공고를 따르지 않고 자신들을 다른 직종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려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하였다. 피고가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2015. 3. 24. 원고들에게 근로계약 만료를 통지하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의 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계속 있음을 주장하는 논거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원·피고는 실적이 우수한 마케팅 전문가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둘째, 원고들에게는 '실적이 우수할 경우 피고가 원고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 첫 번째 논거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채용공고에 기재된 문언은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고, 근로계약서에도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규정이 없으며, 피고 마케팅실에서 인사팀으로 보낸 무기계약직 전환요청 공문은 내부적 업무처리과정에서 작성된 것에 불과하고, 실제 합의가 있었다면 왜 무기계약직 전환 대신 계약기간만 1년 연장했겠느냐며, 원·피고 사이에 무기계약직 전환의 합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논거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이 사건의 원고들에게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① 근로계약서에는 피고에게 무기계약전환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없고, ②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채용공고 문언만으로 원·피고 간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도 없으며, ③ 일정 요건이 갖추어지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관행도 없었고, ④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다른 직종으로의 무기계약직 전환신청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그런데,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위 두 번째 논거에 있어 원심이 밝힌 법리를 인용하면서도 전혀 반대의 견론을 내렸다. 원고들에게는 '실적이 우수하다면, 피고가 나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 피고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절함으로써 위 기대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상판결은 ① 채용공고 당시 피고에게는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가 존재했고, 피고 스스로 근로계약 체결 이후 채용공고의 문구에 법적 구속력이 있음을 인식하였다는 여러 정황이 보이는 점 ② 애초 성과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의사가 있어 채용공고를 냈던 것이니, 피고는 당연히 성과우수자 평가기준을 만들 의무가 있고 피고의 의무불이행을 원고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 ③ 피고 측 임직원들은 지속적으로 '실적우수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신뢰를 보였고, 피고가 단기계약직 직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전례가 있었던 점 ④ 다른 회사의 정규직 사원이었던 원고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열심히 일해 성과를 얻은 이유는 피고가 성과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리라 신뢰했기 때문인바, 이러한 신뢰는 피고가 적극적·지속적으로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특별히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이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다만 피고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4. 판례해설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은 기본적으로 같은 법리를 따른다. 원심판결은 2011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가 밝힌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의 법리 즉,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만료로 당연퇴직 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계약 등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근거규정이 있거나 근로관계 갱신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기대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침해되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법리를 무기계약직 전환의 경우에도 유추적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위 법리의 유추적용에 동의하되, 신뢰관계의 형성에 대하여는"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근로자의 기대 또는 신뢰가 사용자의 지속적이면서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유도되었고, 근로자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용자에 의하여 유도된 방향으로 상당 기간 일정한 행위를 하였다면, 위와 같은 근로자의 기대 또는 신뢰는 특별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부수적인 법리를 새롭게 밝혔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권리(權利)라는 것은 일정한 이익을 향유하기 위하여 법에서 인정한 힘인데, 노동관계법규 어디에도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부여한다는 명문규정은 없다. 다만, 판례는 일정한 요건 하에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조가 현실에서 관철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것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노동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2016-11-03
노동·근로
판례해설 -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7.21. 선고 2014가합60526 판결 - 1. 사건의 개요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인 원고의 산하에 있는 각 지회의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조'라고 함)으로 결정된 기업별 노동조합들이 사용자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 제29조의4 제1항의 공정대표의무(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하지 아니할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원고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권을 사실상 박탈당하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8곳의 노동조합(교섭대표노조)을 상대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를 하였다. 나아가 원고는 3곳의 회사에서 체결된 단체협약들은 그 체결 과정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확인을 구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 이 사건 판결은 공정대표의무의 도입 취지, 소수노조의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이를 집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소수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등의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는 물론,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도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노조를 차별하지 아니할 실체적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면서, 절차적 및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아래와 같이 설시하였다. ⑴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판단 기준 교섭대표노조는 교섭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등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협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교섭요구안 결정 이유 등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교섭대표노조에게는 교섭요구안 의제를 선택하고 구체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구체적인 의제나 개별적인 협상 절차에까지 무조건적으로 소수노조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거나 참여를 보장해야 할 의무까지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그 절차적 보장이 형식적인 것에 그치거나 특별히 소수노조에게 핵심적이고 중요한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교섭대표노조의 재량권 범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⑵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판단 기준 소수노조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뿐만 아니라 노조활동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도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단지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협상을 통하여 얻어내는 결과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단 차별적으로 보일 경우 그 차별의 합리성에 관하여는 보다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그 내용이 노조의 기본적 활동에 관한 것일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나. 구체적 사안에 대한 판단 ⑴ 이 사건 판결은 단체협약에서 노사협의, 노사합의 등의 주체가 되는 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조로 한정한 것, 노동조합 창립기념일을 교섭대표노조의 창립기념일로 제한한 것은 실체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노조를 차별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단체협약에서 근로시간면제 시간의 70%를 교섭대표노조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30%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조합원 수에 비례하도록 정한 것도 각 노조의 조합원 수를 비교하여 볼 때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제세한 단체교섭요구안에 대하여 교섭대표노조가 어떠한 응답도 해주지 않은 행위, 교섭대표노조가 최종적으로 마련한 단체교섭요구안을 원고에게 알려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은 행위,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진행 과정도 전혀 알려주지 않은 행위 등에 대하여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3곳의 교섭대표노조에 대하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각 5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⑵ 원고보다 고작 1명의 조합원이 더 많다는 이유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취득한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절차적으로 더욱 강화된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임에도 교섭요구안에 대한 공지나 설명, 잠정합의안에 대한 설명 등을 불이행함으로써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되나, 사용자와 사이에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위와 같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가 아직 현실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배척하였다. ⑶ 하지만 법원은 ①교섭대표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공동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까지는 없고, 이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상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점, ②교섭대표노조는 노조법에 의해 독자적으로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자신의 사무로서 사용자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로부터 위 권한을 위임받아 타인의 사무로서 사용자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③교섭대표노조의 규약에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조합원들의 찬반의사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점, ④교섭대표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의견을 수렴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더 나아가 그 동의까지 받아야 할 의무는 인정되지 않고, 이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상 법이 부여한 교섭대표노조의 교섭체결권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워, 나머지 4곳의 교섭대표노조에 대하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였다. ⑷ 단체협약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하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단체협약이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그와 같이 체결된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3. 판결에 대한 평가 이 사건 판결은 노조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절차적 기준과 실체적 기준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시하면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교섭대표노조의 소수노조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판결에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협약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한 점에 관하여는 납득하기 어려운바, 노조법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여한 것은 헌법상 노동3권의 보장에 어긋나지 않도록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위헌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협약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사법상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 및 단체교섭 체결권한이 노조법에 의해 독자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와 사이에서 법정 위임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인바, 앞으로 대법원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대표의무
노동조합
교섭대표노조
2016-09-27
노동·근로
판례해설 -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 여부
- 대법원 2015다 253986 퇴직금 지급 청구의 소 -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이 계약상대방인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탁판매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는 판결을 하였다. 위 사건은 피고 회사와 야쿠르트와 같은 유제품을 고객에게 배달하거나 판매하고 그 대금을 피고에게 전달하는 내용의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약 12년간 일한 위탁판매원이 위탁판매계약이 종료되자 자신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연차수당과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위 사건에서, 원심, 항소심, 대법원 모두 위탁판매원인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약형태가 근로계약인지, 위탁계약인지 등 계약 형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1. 7. 14.선고 2009다 37923 판결)라고 판시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해석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기준은 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위 사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원고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은 오전 8시 이전에 관리점에 출근하여 유제품을 전동카트에 싣고 고정고객에게 배달을 하고, 그 이후에는 오후 4시경까지 남은 제품을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일하였다. 위탁판매원들은 고정 고객 및 일반 고객으로부터 받은 제품대금을 모두 피고 회사에게 전달하였고, 피고 회사로부터 위탁판매계약에 따른 각종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위탁판매원들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매월 제품판매금액의 일정비율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산정되었다. 위탁판매원들은 피고 회사로부터 근무복과 제품 운반을 위한 전동카트를 제공받았는데, 위탁판매원이 받아야 할 수수료에서 전동카트 유지·관리비 명목으로 일정 금원이 공제되었다. 또한 위탁판매원들에 대해서는 일반 직원들과 달리 취업규칙 등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복무규정에 따른 제제를 부과할 수도 없었다. 위탁판매원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때 사업소득 형태로 수수료가 지급되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토대로 법원은 위탁판매원이 피고 회사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로 볼 만한 사정, 즉 피고회사가 위탁판매원에게 근무복을 제공한 점, 적립형 보험의 보험료 및 상조회비를 일부 지원한 점, 매월 2회 정도의 교육을 한 점, 관리점 내에 일정표를 게시하고 서약서를 징구한 점이 인정되었지만, 이러한 사정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결국, 위 사건에서 위탁판매원이 출퇴근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배달 및 판매 일을 함으로써 구체적인 업무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은 점, 위탁판매원에게 지급된 수수료의 성격이 근로제공의 대가로 보기 어려움 점에 결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같은 분쟁은 주로 계약이 종료된 후에 퇴직금 및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사건, 또는 계약종료를 통고받자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다투는 사건들에서 발생되고 있다. 주로 전형적인 근로제공의 근무형태가 아니라 영업실적에 따라 대가가 지급되는 업종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형식적으로는 위탁계약 또는 위임계약의 형태로 체결된 경우가 많으며,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의 형태로 대가를 지급하며, 기본급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적에 따라 대가가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골프장캐디, 보험설계사, 채권추심인, 퀵서비스 배달원, 지입차주, 학원강사, 미용사, 헬스트레이너 등 여러 종류의 직종에서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된 사례가 많다. 유의하여야 할 점은 특정 업종에 대한 근로자성 판단이 동일 업종의 타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된 사건이 있는가 하면(대법원 2015.7.9.선고 2012다20550판결),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은 사건도 존재한다(대법원 2015.9.10.선고 2013다 40612·40629판결).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경우에도 이 사건과 달리 지급된 수수료의 성격이 근로제공의 대가로 볼 만한 간접사실이 많이 존재하는 사건에서는 결론을 달리하여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근로자성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임금소득 목적), 사용자의 지배·관리 아래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사용종속관계)를 주요 기준으로 하여, 이 기준에 부합되는지 여러 간접사실을 토대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쿠르트
위탁판매원
근로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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