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강원도 원주 제8공군전투기비행장 소음 피해와 관련해 주민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최근 정모씨 등 제8공군전투기비행장 인근 주민 2800여명(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승)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7가합524618)에서 "국가는 정씨 등에게 2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제8공군전투기비행장 인근인 원주시 태장동과 소초면, 횡성군 횡성읍 등에 살고 있는 원고들은 비행장 소음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이 비행장에는 공군이 운용중인 전투기 가운데 T50-B, F-5, KT-1이 주로 훈련하고 있으며 비행훈련 중 저공, 선회 비행 등에 의한 소음과 블랙이글스 비행단의 에어쇼 훈련도 이뤄지고 있다.
재판부는 "항공기 소음은 소음도가 매우 높고 피해가 광범위하며 소음원의 특성상 음원대책, 전파경로대책, 소음저감대책 수립이 용이하지 않다"며 "특히 전투기의 경우 엔진의 형태와 비행 고도, 비행 형태 등이 민간 항공기와 차이가 있어 소음도가 매우 높아 주민들이 실제 느끼는 소음 피해가 민간 항공기에 비해 더 큰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 청각 장애 등의 신체적 영향은 물론 혈압 상승, 맥박 증가, 말초혈관 수축 등 생리적 영향, 정서불안과 스트레스 증가 등 심리적 영향을 받고 학습·작업능률의 저하, 수면 방해 등의 피해를 받는데, 원고들도 원주비행장의 항공소음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일상생활에서 여러 지장을 겪었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통상의 참을 한도 초과
주민에 21억 지급하라”
또 "분단된 현실에서 전쟁 억지를 위해 전투기 비행훈련의 불가피성과 항공기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의 정도와 유형, 항공법상 소음방지 대책의 실시 및 적정성 등과 항공기소음규제기준 등을 고려할 때 비행장 주변의 항공기소음피해가 적어도 소음도 80웨클(WECPNL,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항공기 소음의 평가단위로 권장하는 단위) 이상이면 사회생활상 통상의 참을 한도를 초과한다"고 했다.
다만 "일반인이 공해 등 위험지역으로 이주해 거주하는 경우라고 해도 위험에 접근할 당시 그런 위험이 존재하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 밖에 위험에 접근하게 된 경위와 동기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위험의 존재를 인식하면서도 위험으로인한 피해를 용인하며 접근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형평의 원칙상 과실상계에 준해 감액사유로 고려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소음피해 지역에 1989년 이후 전입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30%를, 2011년 이후 전입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50%를 감액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