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교육청이 서류상으로 도내에서 영업하는 것처럼 속이고 학교설계 입찰에 응모해 최종 입찰자로 선정된 건축사사무소와 체결한 용역계약을 해제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창원지법 민사21부(재판장 박민수 부장판사)는 A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고모씨가 경상남도교육청을 상대로 "김해 B고등학교 교사신축설계용역 계약 체결자 지위에 있음을 인정해달라"며 낸 계약체결자지위보전등가처분소송(2015카합10130)에서 7일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A건축사사무소는 업무를 위한 집기, 비품 등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고, A사무소의 설계공모 당선작들이 부산에 있는 C건축사사무소의 홈페이지에 실적 자료로 등재돼 있다"며 "A 사무소는 고씨가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고 실질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주된 영업소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사무소가 실질적인 주된 영업소가 아닌 이상 경상남도교육청이 공모한 설계공모 입찰 제한규정상 단독으로 응모할 수 없음에도 마치 본사의 소재지가 경상남도 내에 있는 양 속이고 단독응모함했다"며 "응모제한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이 사건 용역계약은 무효"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제한규정의 취지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9조 2항의 규정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제한규정의 응모자격이 없는 '본사의 소재지가 경상남도 이외의 응모자'에서의 '본사의 소재지'는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고 실질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주된 영업소를 말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9조 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공동계약의 경우 입찰 참가자격으로 지역을 제한하지 아니하는 입찰로서 건설업 등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사현장을 관할하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등에 주된 영업소가 있는 자 중 1인 이상을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으로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은 지난 3월 B고등학교 교사신축 설계공모를 공고했다. 교육청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본사 소재지가 경상남도 이외의 응모자의 경우 반드시 경상남도 소재 건축사사무소 개설자와 공동응모 해야 한다'는 응모자격 제한규정을 뒀다. 2012년 창원시 성산구를 소재지로 A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고씨를 비롯한 여러 건축사가 이 공모에 응모했고, 지난 5월 심사 결과 최고 점수를 얻은 고씨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공모에서 2등을 한 박모씨가 낙찰자 선정 다음날 "고씨의 사무소는 사업장 소재지만 옮겨 놓았을 뿐 실제로는 부산에 사무소를 둔 건축사사무소의 자회사에 불과하다"며 경남건축사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A사무소가 실제로는 부산에 영업소를 둔 '페이퍼컴퍼니'이므로 공동입찰을 했어야 했는데, 단독입찰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7월 1일 고씨에게 계약금 7억9000여만원의 용역계약을 체결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경남건축사회가 6일 박씨의 민원을 받아들여 고씨에게 회원 권리정지 9개월의 징계를 내리자, 고씨에게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고씨는 "경남도에 사업자등록을 했으므로 설계공모 제한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