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회식자리에서 술을 강요하거나 이유 없이 일찍 귀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6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3일 온라인 게임업체 마케팅부에서 일하던 진모씨가 "상사의 성희롱과 음주·늦은 귀가강요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회사 팀장인 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6나109669)에서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직장내 음주와 늦은 귀가 강요를 세분화해서 불법행위로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술을 못마신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뿐 아니라 상대방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 이라며 "피고는 회사 부서책임자로서 음주를 강요해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절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음주를 강요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1주일에 2회 이상 회식자리를 마련했고 술자리에서 함부로 빠지지 못하게 강요해 원고는 늦은 귀가 때문에 4년간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기도 했다"며 "이는 피고에 의해 강요된 결과로 볼 수 있고 원고는 근무시간 외 여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를 침해 당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강영호 부장판사는 "우리나라에서 잘못된 음주문화와 개인의 사생활침해가 하나의 문화인것처럼 범죄의식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잘못된 음주문화, 직장문화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진씨는 회사상사인 최씨가 성희롱을 일삼고 술을 못마신다고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술을 강권하거나 일찍 집에 갈 수 없게 해 결국 위염, 편두통, 불면증 등이 생겨 치료를 받게 되고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등의 피해를 입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