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5월 27일(월)
지면보기
구독
My Lawtimes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 사법상 효력 있다"
유사수신행위(인·허가 없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금지한 '유사수신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는 효력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에 불과하므로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에 사법상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A 사의 회생절차 관리인 B 씨가 C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2023다310471)에서 B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실채권 매입 및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A 사는 2018년 6월 C 씨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에 따라 C 씨로부터 투자금 3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A 사는 계약에 따라 투자원금 및 배당금으로 총 3580만2000원을 C 씨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A 사는 3000억 원 규모의 불법 유사수신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고 몰수보전 조치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며 2021년 8월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회생관리인으로 선임된 B 씨는 "A 사와 C 씨가 맺은 투자 계약은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해 법적으로 무효"라며 C 씨에게 투자원금 및 법정이자율인 연 5% 이율을 초과하는 금액을 더한 3150만 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소송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를 위반해 체결된 약정이 법적 효력을 지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해당 법 조항이 효력규정(위반할 경우 법률적으로 무효가 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도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투자약정을 무효라고 해석하면 유사수신행위를 했던 사람이 수익금 지급의무를 면하거나 반환을 청구해 도리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는 효력규정 또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에 불과하므로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상 효력을 가진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부정할 경우 계약의 상대방은 유사수신행위자에게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위법성 인지와 상관없이 유사수신행위자에게 돈을 받은 경우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며 "이는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한 유사수신행위법의 입법 취지에 실질적으로 반할 수 있고 계약의 유효성을 신뢰한 상대방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자금 조달과 원금 보장 등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내용 자체보다는 그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관계 법령에 따른 인·허가 등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는 계약 외부적 사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계약 자체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와 그 계약을 매개로 한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는 다소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유사수신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이유로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효력이 당연히 부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행위는 사기 범행과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기 범행 역시 형사처벌 대상으로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행위보다 법정형(징역형 부분)이 더 높은데도 사기 범행으로 체결된 계약은 무효가 아닌 취소 대상일 뿐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해 대법원이 낸 첫 판결이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해당 법 조항에 대해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으므로 법령 해석의 통일을 위해 이 쟁점에 관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계약
유사수신행위법
유사수신행위
홍윤지 기자
2024-05-27
민사일반
[판결] 특수고용 근로자 골프장 캐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져… 사업주도 "주의 의무 소홀 책임 있다"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캐디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서 관련 사업주의 민사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17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골프장 캐디 A 씨의 유족 측이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2024다207558)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2019년 7월부터 건국대가 운영하는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하던 A 씨는 캐디 100여 명 전체를 지휘하는 총책임자인 상사 B 씨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씨 등 캐디들은 손님들에게 수고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골프장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특수고용직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의 유족은 건국대 법인과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피고 측이 유족에게 1억7000만 원 상당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다면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B 씨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아울러 건국대 법인에 대해서도 "B 씨가 경기 진행 중 무전으로 A 씨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나 공개적 질책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후 A 씨가 B 씨에게 항의하는 취지의 인터넷 게시판 글까지 남겼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게시판 글을 삭제한 뒤 A 씨를 카페에서 탈퇴시켰다"며 B 씨의 사용자로서 주의 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발생한 괴롭힘에 대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항소심도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사업주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이었던 A 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 제공을 받는 사업주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건국대 법인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상고된 사건 가운데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 사건을 대리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받지 못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판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형식상으로는 자영업자,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업주에게 종속 내지 의존하고 있어 근로자로서의 실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규정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대부분의 개별적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주에게 종속되어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배달노동자는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으므로 이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부연했다.
직장내괴롭힘
골프장
캐디
극단적선택
민사
박수연 기자
2024-05-26
민사일반
[대법원이 주목하는 판결] 위탁자 사망 뒤 수탁자를 단독 수익자로… ‘무효’
대법원 판결 유언대용신탁에서 위탁자(신탁을 통해 재산 관리 등을 부탁한 사람)가 살아있을 때는 그 재산에 대한 수익을 갖는 사람을 위탁자로, 위탁자가 사망한 이후 유일하게 수익을 갖는 사람을 수탁자(부탁을 받은 사람)로 정한 경우, 신탁법에 따라 위탁자 사망 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로 정한 부분이 무효가 되더라도 나머지 부분(위탁자가 사망하기 전 수익자를 위탁자로 하여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운용하도록 하는 부분)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 2024. 4. 16 선고 2022다307294 판결 유언대용신탁 생전에 유언자의 뜻에 따라 신탁계약을 체결해 나중에 고객이 사망하면 유언 집행까지 대행해 주는 제도 신탁 일정한 목적에 따라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남에게 맡기는 일 판결 결과 A 씨 등이 B 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김정환, 석근배, 허현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 쟁점 수익자를 ‘위탁자 사망 전에는 위탁자, 위탁자 사망 후에는 수탁자’로 하는 유언대용신탁이 신탁법 제36조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 신탁계약의 목적 중 일부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신탁계약 전부가 무효가 되는지 여부 및 그 증명책임. 사실관계와 1,2심 망 C 씨는 그의 직계비속으로서 공동상속인 중 1명인 B 씨와 한 부동산에 관해 ‘위탁자 겸 생전수익자를 망인(C 씨)으로, 수탁자 겸 사후수익자를 B 씨로 하는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 씨에게 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C 씨의 직계비속으로서 나머지 공동상속인들인 A 씨 등은 망인(C 씨)의 사망 후 B 씨를 상대로 “신탁계약이 신탁법 제36조에 위반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했다. 1심과 항소심은 원고승소 판결했다.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수탁자가 단독 사후수익자인 신탁은 신탁법 제36조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신탁계약 중 망인의 사망 이후의 부분에 관하여 무효사유가 존재하므로, 신탁계약은 전부 무효라는 취지였다. 대법원 판단(요지) “신탁법상 신탁이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처분한 신탁재산에 관해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관리·운용 등을 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관계로서(신탁법 제2조) 수탁자는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신탁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신탁법 제32조). 만약 수탁자가 동시에 수익자가 되면 수탁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운용하는 결과가 되어 사실상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과 다름없는 법률관계가 되고 신탁의 효력을 인정할 실익이 없게 된다. 즉 신탁계약에서 위탁자 사망 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인 B 씨로 정한 사후 타익신탁 부분(유언대용신탁에서 위탁자가 사망한 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로 정한 부분)은 무효이다. 한편 신탁법 제5조 제3항은 ‘신탁 목적의 일부가 제1항(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 또는 제2항(목적이 위법하거나 불능인 신탁)에 해당하는 경우 그 신탁은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 나머지 목적을 위해 유효하게 성립한다. 다만,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는 목적과 그렇지 아니한 목적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분리할 수 있더라도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 나머지 목적만을 위해 신탁을 유지하는 것이 위탁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탁자 사망 전 수익자를 위탁자인 C 씨로 정한 생전 자익신탁 부분(위탁자가 사망하기 전 수익자를 위탁자로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운용하도록 하는 부분)은 사후 타익신탁 부분과 분리하기 불가능하거나 분리하더라도 생전 자익신탁 부분만으로 신탁을 유지하는 것이 위탁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다는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위탁자 사망 후 유일한 수익자가 수탁자가 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유언대용신탁 계약 전체를 무효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이 사건 신탁계약 중 사후 타익신탁 부분만 무효가 되고 생전 자익신탁 부분이 여전히 유효라면 이 사건 신탁계약은 C 씨의 사망으로 목적을 달성해 종료하게 되고,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에 관한 귀속절차가 진행되게 된다. 유언대용신탁 계약에서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이 귀속될 자를 정하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귀속될 것이고, 수탁자를 귀속권리자로 정하는 것도 허용된다. 만약 유언대용신탁 계약에서 귀속권리자를 정하지 않았다면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은 신탁법 제101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수익자에게 귀속될 것인데, 이때 유효한 생전 자익신탁 부분의 수익자는 위탁자이므로 신탁재산의 잔여재산은 위탁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상속재산에 편입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은 생전 자익신탁이 유효할 경우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잔여재산의 귀속권리자를 정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로 심리를 해야 한다.”
수탁자
위탁자
유언대용신탁
신탁
박수연 기자
2024-05-25
민사일반
[판결] "비서 성폭행 안희정, 피해자 김지은 씨에게 8347만 원 배상하라"
<사진=연합뉴스> 도지사 지위를 이용해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피해자에게 8347만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 부장판사)는 24일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8347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2020가합558819). 재판부는 이 중 5347만 원을 충청남도와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유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의 증명력을 배척할만한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증거들에 의해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 등 범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의 보직이 정무비서로 변경된 이후에도 여전히 안 전 지사는 김 씨에게 업무상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였으므로 안 전 지사의 범행은 업무 시간 내에 또는 업무수행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공무원의 직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충청남도는 안 전 지사의 범행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에 대해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씨가 안 전 지사의 불법행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것은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거나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으므로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는 김 씨의 정신적 고통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지난 2018년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과 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으며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4차례에 걸쳐 김 씨를 성폭행한 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후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김 씨는 2020년 7월 "안 전 지사의 범행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생하는 등 피해를 봤다"며 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또 직무수행 도중 발생한 범행인 점을 고려해 소속 지방자치단체인 충청남도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해배상
성폭행
안희정
한수현 기자
2024-05-24
민사일반
이혼·남녀문제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혼했더라도 '혼인 무효' 가능하다"
이미 이혼했더라도 혼인 무효 처분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단이 나왔다. 부부가 이미 이혼했다면 혼인 무효 처분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던 대법원 판례가 40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조희대 코트에서 선고한 첫 전합 판결이다. 이번 전합 판단으로 이미 해소된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현재의 법률관계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따질 필요 없이 일반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게 됐다. 이는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 온 당사자의 실질적 권리구제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3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혼인의 무효 소송(2020므15896)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 판단을 파기자판하고 서울가정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2001년 12월 혼인 신고를 했던 A·B 씨는 2004년 10월 이혼 조정이 성립돼 이혼했다. 그런데 A 씨는 이후 "혼인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강박 상태에서 혼인에 관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하며 혼인무효 확인을 청구했다. A 씨는 주위적으로는 혼인 무효 확인을, 예비적으로는 혼인 취소를 청구했다. 1심은 A 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항소심도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혼인관계가 이미 이혼신고로 해소됐다면 해당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를 확인하는 것일뿐이라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82므67)에 따른 것이다.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이미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해소돼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에 대해 상고했다. 이 사건에서는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이혼으로 해소된 이후에도 과거 일정기간 존재하였던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이혼으로 이미 해소된 혼인관계의 확인의 이익을 부정한 종래 대법원 판결(82므67)의 변경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에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단순히 여자인 청구인이 혼인하였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되어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는 청구인의 현재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이혼신고로써 해소된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이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번 전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이미 해소됐다면 기왕의 혼인관계는 과거의 법률관계가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신분관계인 혼인관계는 이를 전제로 해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되고 그에 관해 일일이 효력의 확인을 구하는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인 혼인관계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고 판결했다. 혼인 무효와 이혼, 법적 차이는 무효인 혼인은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혼은 이혼 후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혼 전 혼인을 전제로 발생한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혼인 무효와 이혼의 법적 효과가 달라 이혼 후에도 혼인관계가 무효임을 확인할 실익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혼인이 무효라면 민법상 인척간의 혼인금지 규정 및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민법상 일상가사채무에 대한 연대책임도 물을 수 없다. 대법원은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해 혼인관계가 해소된 경우 혼인관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가사소송법의 취지에 비춰 볼 때 이혼 후 제기된 혼인무효 확인의 소가 과거의 법률관계라는 이유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요구를 위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가족관계등록부의 잘못된 기재가 단순한 불명예이거나 간접적·사실상의 불이익에 불과하다고 봐서, 기재의 정정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기재 내용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에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하는 것은 혼인무효 사유의 존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방법을 미리 막아버리는 것으로 국민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이혼 후 혼인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 포괄적 법률분쟁을 한 번에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확인의 이익을 긍정해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등 국민의 법률생활과 관련된 분쟁을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권리구제방법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혼
혼인무효
혼인
박수연 기자
2024-05-23
민사일반
언론사건
[판결] 이인규 前 중수부장 '논두렁 시계' 손해배상 소송… 대법, "일부 파기환송"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사진=연합뉴스> 이인규(66·사법연수원 14기)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관련 정보가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 일부가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당시 보도에 대한 언론사의 '정정보도' 필요성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보도 내용 일부에 대해선 언론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해 이 부분에 대한 손해 배상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이 전 중수부장이 CBS미디어캐스트와 당시 소속 기자 등을 상대로 "사건정보를 언론에 유출한 사실이 없는데도 피고들이 이러한 내용을 암시 또는 적시하는 내용의 허위 기사를 보도했다"며 낸 정정보도 등 청구의 소(2021다270654)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컷뉴스는 2018년 6월 21일 '이인규 미국 주거지 확인됐다, 소환 불가피'라는 제목의 기사를 '이 전 중수부장이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수수 의혹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담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국정원의 기획이었다며 사실을 시인했다'는 내용이 담긴 논평도 올렸다. 이에 이 전 중수부장은 정정보도와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두 기사 모두 허위라는 점이 인정되지 않고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은 보도와 논평 내용을 모두 허위로 인정해 48시간 동안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또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회사와 기자는 공동하여 3000만 원, 회사와 논설실장은 공동하여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 가운데 일부를 파기했다. 먼저 대법원은 원심 판단 가운데 정정보도를 명령한 부분은 타당하다며 피고 측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손해배상은 기사 부분과 논평 부분을 나누어 판단했다. △논평과 관련한 손해배상 명령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기사에 대한 부분은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기사의 목적은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감시·비판·견제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당시 피고들은 진실이라고 믿었을 수 있고 그러한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기사의 전체적 내용도 이 전 중수부장 또는 검찰의 개입 의혹과 이 전 중수부장의 소재 파악에 대한 보도에 더 주안점이 있었을 뿐 아니라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이 전 중수부장의 주장도 함께 보도했다"며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춰 보면 기사가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언론사의 보도 기사가 사실을 적시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련해 특히 '공직자' 등 공적 인물의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면서도, 공직자나 공직 사회에 대한 감시·비판·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인 경우에는 위법성을 인정하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인규
논두렁시계
언론
정정보도
손해배상
허위사실
노무현
박수연 기자
2024-05-10
민사일반
[판결] 강남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이식 시술 중 사망한 중국인 여성…법원 "성형외과 의사, 부모에게 총 2억4000만 원 지급하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 및 이식 시술을 받다 사망한 중국인 여성의 부모에게 손해배상금으로 각 1억2000만 원가량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최규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A 씨의 유족이 성형외과 의사인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 씨는 A 씨의 부모에게 각 1억19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2021가합576630). A 씨는 2018년 11월 어머니와 함께 B 씨의 병원을 찾았다. 당시 A 씨는 중국인 성형 관광객을 병원과 연결해 주는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의 중개로 B 씨의 병원을 알게 됐다. A 씨는 상담실장의 초진 상담, B 씨와의 상담을 거쳐 복부 전체와 옆구리, 등, 팔 등 상반신에서 지방을 흡입한 뒤 이를 엉덩이 부위에 이식하는 시술을 받기로 했다. 곧바로 A 씨는 수술동의서와 마취동의서에 서명했다. 당시 동의서에는 A 씨에 대한 특이사항으로 '저혈압' 등이 기재돼 있었다. A 씨가 병원을 찾은 이후 약 2시간 뒤부터 시작된 시술은 이튿날 새벽 0시 45분까지 진행됐다. A 씨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시간당 50cc 맞았다. 그런데 수술이 끝난 지 1시간이 지나도 A 씨는 깨어나지 않았고, 산소포화도가 저하돼 119 신고 후 인근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급대원이 B 씨의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에도 의식이 없던 A 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으나 2주 뒤 사망했다. A 씨의 부모는 "프로포폴을 이용해 수면마취를 한 채 시술하면서 시술 도중과 직후에 A 씨의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 등을 제대로 감시·관찰하지 않았고, 시술 후에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A 씨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B 씨를 상대로 각 7억여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주로 소규모 의원이나 병원에서 프로포폴 진정 시행이 늘어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임상 상황 등으로 고려할 때, 적어도 최소한으로 이행돼야 하는 주의의무로 전문적인 장비와 인력을 갖추기 어려운 개인 의원이라도 마찬가지로 (감시·관찰 등이) 준수돼야 한다"며 "B 씨는 시술 직전 A 씨의 혈압, 맥박, 체온을 측정했을 뿐, 약 11시간가량 시술이 이뤄지는 동안 한 번도 A 씨의 혈압을 측정하지 않았고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이 끝난 이후 A 씨가 1시간 넘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동안 A 씨에 대해 기도유지를 하고 호흡을 보조하는 등의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만연히 여러 차례 깨우려고 흔들고 자극하기만 했다"며 "B 씨의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고, 그 과실과 A 씨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B 씨는 A 씨의 사망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A 씨의 부모는 A 씨 가동연한을 65세 혹은 59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가동연한을 50세가 되는 2049년으로 판단했다. 또 시술의 경위와 경과, B 씨의 주의의무 위반 내용 정도 등을 참작해 위자료 액수를 각 1억 1900여만 원으로 인정했다. 한편 B 씨는 지난해 5월경, 이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돼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손해배상금
사망
중국인
지방흡입
성형외과
한수현 기자
2024-05-07
민사일반
[판결] 액토즈소프트, '미르의전설2' 연장계약 소송 승소 확정
액토즈소프트가 게임 '미르의전설2'의 중국 운영사와 체결한 연장 계약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5일 위메이드와 위메이드 자회사 전기아이피가 액토즈소프트를 상대로 낸 계약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2021다215978)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미르의전설2'는 2001년 3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PC 온라인 게임이다. 중국에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출시돼 큰 성공을 거뒀다.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이 1996년 액토즈소프트를 설립해 '미르의전설'을 개발했고 이후 위메이드로 독립해 '미르의전설2'를 개발했다. '미르의전설' IP의 저작권은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후 액토즈소프트는 2017년 6월 중국에서 '미르의전설2'를 운영하던 샨다게임즈(현 셩취게임즈)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SLA)을 2023년 9월까지 연장하기로 계약했다.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가 '사전 상호 협의' 의무를 위반하고 계약 갱신권과 대리권을 남용해 연장계약을 했다고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위메이드 측에 연장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액토즈소프트에 위메이드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중국 업체와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가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위메이드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기존 계약을 유지하고 로열티를 받으면서 셩취게임즈 측 위반 행위를 시정하는 것이 공동저작권자 전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도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각하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액토즈소프트
미르의전설
중국
계약
게임
박수연 기자
2024-04-30
노동·근로
민사일반
[판결] 수출용 차량 야적장에 운반하는 하청업체 직원… "현대차 직접고용 대상 아냐"
<사진=연합뉴스> 완성된 수출용 차량을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운송하는 업무를 하는 하청업체 직원은 원청업체의 직접고용 대상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4일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B 사 소속 근로자 A 씨 등 26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청구 소송(2020다299306)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B 사는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출선적부두 근처 야적장으로 이동시켜 주차하는 업무(치장업무)를 맡았다. B 사 소속 근로자인 A 씨 등은 자신들이 맡은 업무는 현대차의 차종 생산단계에서 출고업무 중 일부에 해당한다며 자신들은 파견근로자이고 현대차가 사용사업주에 해당해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 씨 등의 업무는 실제 계약이행에서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의 설정·관리 방식이 컨베이어를 이용한 직접생산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현대차가 시스템으로 A 씨 등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해당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지시가 필요한 경우 형식적으로 B 사 관리자를 통해 하는 등 사용사업주가 지휘·명령권을 보유·행사한 반면, B 사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독자적인 지휘·명령을 했다는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A 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B 사와 현대차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현대차에 A 씨 등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B 사가 맡은 치장업무는 생산이 완료된 수출용 차량을 수출선적장에서 야적장까지 이송하는 '생산 후 공정' 내지 '생산 후 업무'"라며 "이는 직접생산공정과는 명확히 구분되고, 보전·물류·생산관리업무 등 직접생산공정과 긴밀하게 연동되는 간접생산공정과도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따라서 직·간접생산공정을 수행하는 현대차의 다른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파견근로관계 인정 여부는 이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B 사의 업무는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되지 않는 업무로서 파견계약에 의해서건 도급계약에 의해서건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B 사 근로자들과 현대차 사이에는 지휘·명령관계의 징표들을 발견하기 어렵고 직접생산공정의 경우와 같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지휘·명령을 대체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며 "이들은 통상적인 치장업무 외에도 부수적인 업무를 했으나 이는 도급계약에 따라 부담한 의무의 일부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하청업체
원청업체
현대차
고용
박수연 기자
2024-04-29
민사일반
[판결] 재산관리인 없이 북한주민 상속소송 맡은 로펌 “남북가족특례법 따라 보수약정 무효”
로펌이 북한 주민과 위임·보수 약정을 체결한 뒤, 업무 수행 후 성공보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해당 보수약정은 무효지만, 위임 약정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4일 A 법무법인이 B 씨 등을 상대로 낸 보수 약정금 소송(2023다29867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2년 3월 C 씨가 사망하자 그 상속인은 한 달여 뒤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다. B 씨 등은 2015년경 고(故) D 씨에게 자신들의 C 씨에 대한 상속재산 일체에 관한 처분과 관리, 변호사 선임, 소송 권한 등을 위임했다. 위임을 받은 고 D 씨는 2016년 초경 A 로펌과 친생자확인소송, 상속회복 청구 소송 등에 관한 위임약정과 보수약정을 체결했다. 수임인이 소송이나 화해, 합의 등을 통해 분쟁을 해결한 경우 위임인은 수임인에게 성공보수로 ‘총 상속 지분의 30% 또는 이에 상응하는 금전’을 지급해야 하고, 친생자확인 및 상속회복 청구 소송 등의 결과로 수령하는 돈에서 성공보수를 먼저 지급하도록 약정하는 내용이었다. A 로펌은 이후 B 씨 등을 대리해 친생자확인소송, 상속재산분할심판 등을 수행했고,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B 씨 등을 포함한 상속인들 사이에 화해가 성립했다. A 로펌은 화해에 따른 B 씨 등의 상속지분 평가액이 각 196억2426만6000원 상당이라고 주장하면서 보수약정에 따라 그 30%에 상응하는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 2심은 “해당 보수약정은 B 씨 등의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고 체결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무효”라며 “나아가 보수약정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위임약정도 민법 제137조에 의해 무효”라면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는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아니하고 상속·유증재산 등에 관해 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보수약정이 무효인 것은 맞지만,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는 위임약정을 체결·유지하려는 가정적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위임약정까지 무효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북한 주민이 취득한 남한 내 재산이 북한으로 유출되어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남북가족특례법상의 북한 주민 상속·수증재산 등 관리제도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면, 북한 주민이 상속 등으로 취득한 재산 그 자체는 물론이고 그 재산을 처분한 대가로 얻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 역시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으면 무효이고, 그러한 법률행위가 재산관리인이 선임되기 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면서 보수약정을 무효로 판단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다만 위임약정에 대해선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 위임약정이 무상의 위임계약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북한 주민인 B 씨 등으로서는 아무런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 A 로펌에 사건을 위임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보수를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일 뿐 아니라 남한 내 상속재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A 로펌과의 위임계약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보수약정이 무효가 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로펌
상속
남북가족특례법
위임약정
보수약정
위임
성공보수금
보수
박수연 기자
2024-04-28
1
2
3
4
5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공인중개사가 ‘권리금계약’하고 돈 받으면 위법”
판결기사
2024-05-09 12:2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