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이 선고되면 2000만원의 성공보수를 주기로 하고 고소 대리 업무를 맡긴 의뢰인이 공판단계에서 변호사를 교체했는데 이후 실형이 선고됐다면 수사단계에서 고소를 대리한 변호사는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을까.
2011년 사업가 박모씨는 "권모씨가 사업 아이템으로 자연산 효소를 공급하기로 약속해 놓고 이를 제공하지 않은 채 대금 1억1000만원만 빼돌렸다"면서 "권씨를 고소해 달라"며 A변호사를 선임했다.
A변호사는 착수금 2000만원을 받고 '형사사건 수사단계'를 기준으로 수임계약을 체결하면서 '(권씨가) 구속되면 1000만원, 구속기소되면 1000만원, 형사재판에서 징역형(집행유예는 제외)이 선고되면 2000만원' 등의 성공보수도 약정했다.
A변호사는 진정서와 고소장을 작성해 제출하고 경찰 조사에 참여하는 등 2012년 7월까지 고소 대리 업무를 했다. 그런데 두달 뒤 권씨가 기소돼 1심 공판이 시작되자 박씨는 돌연 다른 변호사를 선임했다. A변호사에게도 "(사건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권씨는 2014년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이에 A변호사는 박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으니 성공보수 2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씨는 "1심 공판과정에서 다른 변호사를 선임했고, 그 변호사의 노력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이기 때문에 성공보수를 줄 수 없다"고 버텼고, A변호사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A변호사가 박씨를 상대로 낸 성공보수 지급 청구소송(2015가단5021991)에서 "박씨는 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A변호사는 착수금 2000만원과 성공보수 800만원 등 모두 2800만원을 받게 됐다.
김 판사는 "박씨와 A변호사가 체결한 위임계약은 권씨에 대한 사기·진정 사건의 수사 단계를 기준으로 약정한 것이기 때문에 권씨가 기소된 때 이미 위임사무가 종료됐다고 봐야 하지만, 고소장이나 고소 보충 서면, 항고이유서 등에서 A변호사가 주장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실형 선고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다만 "권씨가 사기 행위를 한 것이 사건의 실체인데도 A변호사가 업무상 횡령죄로 추가 고소를 하는 등 법리 주장에 혼선을 빚은 것으로 보이는 점,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한 부분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항고 끝에 항고 담당 검사가 수사를 보강해 사기죄로 기소해 실형을 받은 점, 1심 공판이 2년 동안 15회 진행 되는 동안 박씨와 박씨의 새로운 변호사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도 실형 선고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성공보수 2000만원은 과다해 800만원으로 감액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변호사의 고소사건 대리업무가 '합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본보 2016년 1월 18일자 2면 참고>. 당시 재판부는 "범죄수사에 대한 권한이 수사기관에 전속돼 있다고 해서 형사사건의 고소대리가 금지된다고 할 수 없고 형사사건 고소대리 위임약정이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