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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항공·해상
항공기 비행에 의한 피해와 민사적 쟁점
Ⅰ. 사실관계 개요 및 사건의 진행 (1) 피고 대한민국 소유 경찰청 헬기장을 사용하는 헬기가 이·착륙할 때 원고 소유 토지 상공을 통과하였다. 이 토지는 헬기장 설치전부터 차고지로 사용되었고 그 지상 건축물은 주유소 등으로 이용되었다. 원고는 대전광역시 서구청장에게 위 토지 지상에 장례식장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그 후 건축불허가처분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위 불허가처분 취소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 후 원고는 증축허가 및 공작물축조 신청을 하였으나 불허가처분을 받았고 장례식장으로의 용도변경 허가신청도 불허가되었다. 원고는 해당 불허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기각되었다. (2) 이에 원고는 헬기 비행에 따른 안전문제로 지상 건축물의 증축 등이 불허가되는 등 토지의 이용에 심각한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①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근거하여 헬기 이·착륙시 토지 상공 통과 금지를 구하며 ② 피고의 헬기장 관리에 있어 의무위반을 근거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원심법원(대전고등법원 2013. 8. 27. 선고 2012나4891 판결)은 금지청구 부분을 인용하면서도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항공기 비행에 의한 피해와 민사적 쟁점', 중앙법학(2020. 3.)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및 환송심의 결과 1. 소유권에 기한 비행금지청구 대상판결에서는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대한 방해가 있음을 이유로 비행 금지 등 방해의 제거 및 예방을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토지소유권이 미치는 범위 내의 상공에서 방해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이어야 한다"며 "비행의 금지 등을 구하는 방지청구와 금전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는 내용과 요건이 다르므로 참을 한도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요소와 중요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특히 방지청구는 그것이 허용될 경우 소송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의 이해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방해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때는 청구가 허용될 경우 토지 소유자가 받을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 등을 비교·형량해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후 헬기장이 이전하여 환송심은 이 쟁점을 다루지 않았다. 2.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대상판결은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방해가 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그 소유자는 항공기의 비행 등으로 토지를 더 이상 본래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 재산적 손해와 공중 부분의 사용료 상당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 부분도 파기하였다. 환송심은 이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Ⅲ. 검토 1. 소유권에 기한 비행금지청구 (1) 민법상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제212조). 따라서 정당한 이익있는 범위의 공중에 대하여 토지소유권이 미치므로 상공에 관한 행위가 토지 소유권 행사에 제한이 된다면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소유권자에게 구제수단을 부여할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는 이익형량의 문제인데 환경분야 및 인접지 분쟁에서 침해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이익형량의 기준은 '참을 한도' 이론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사례에서 참을 한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판례의 일관된 태도이다. 대상판결도 상린관계에 관한 민법 제217조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을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2) 불법행위책임에서도 위법성 판단에 있어 참을 한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두 기준이 동일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소위 '위법성의 단계설'). 즉 동일한 행위의 위법성이 구제방법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는데 위법성은 행위의 성격이므로 위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참을 한도는 각 행위 혹은 구제수단마다 차이를 둘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선을 넘으면 위법하지만 그 선은 제도에 따라 다르게 그어질 수 있다. 금지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은 침해자의 의무위반행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그 요건·효과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지청구권은 장래 지향적 수단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사후적 구제수단이다. 금지청구권은 직접적으로 위반행위에 작용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은 침해행위에 작용하여 의무준수를 간접적으로만 실현하므로 사후적 배상책임을 감수하고 침해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없다. 한편 금지청구권 인정에는 손해배상과 달리 귀책사유가 요구되지 않는다. 결국 금지청구는 보다 간명한 기준으로 인정되는 적극적인 구제수단이다. 그런데 참을 한도의 기준 외에 금지청구권이 가지는 적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은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참을 한도를 정할 때에는 그 침해행위를 전면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배상을 하는 것으로서 용인할 것인지에 따라 차등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적절하다. 대상판결 이전에도 고속도로 소음 관련 사안에서 대법원은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접근하여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1다91784 판결) 대상판결은 다시 한 번 그 점을 명확히 하였다. (3) 대상판결은 캘러브레시와 멜러메드가 권리보호방식에 관하여 제시한 동의규칙(property rule), 보상규칙(liability rule)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원심은 "상린관계 규정에 의한 수인의무의 범위를 넘는 토지이용관계의 조정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맡겨야 한다"고 판단하여 금지청구를 인용하였는데 사적자치를 통한 해결에 맡기는 것은 동의규칙의 적용이다. 대상판결은 금지청구는 배척하면서 손해배상의 가능성을 명시하였는데 이는 법원이 당사자간 이르지 못한 의견의 합치, 구체적으로는 사용료 결정을 해주는 것과 같다. 이는 보상규칙을 통한 해결이다.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지리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거래비용이 커서 당사자간 협상에 의한 해결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장기간의 분쟁을 금지청구 인용으로 마무리하여 당사자들이 새로이 협상을 개시하도록 하는 것은 법경제학적으로 유익한 결론이라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관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참을 한도를 넘는 소유권침해는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할 수 있다.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하기 위한 허들은 일반적으로 방해배제보다 낮다. 대상판결에 있어 불법행위 책임을 문제 삼는 원고의 태도는 특별할 것이 없으나 손해액의 증명이 문제되었다. 다툼있는 사실에 대하여 당사자가 충분한 증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은 증명을 촉구할 수 있다. 특히 손해배상책임의 기본적 요건은 충족되지만 배상액에 관한 충분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88617 판결 등). 이는 손해의 발생사실은 입증되었지만 손해액 증명의 곤란함을 당사자의 노력 부족으로 귀착시킬 수 없는 소송유형에 있어 증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하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목적 등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대상판결에서는 토지를 본래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발생하게 된 재산적 손해와 사용료 상당 손해의 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보면서 그 산정과 관련해서는 석명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을 선언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는데 이는 기존 판례에 부합하는 판시이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가 신설되어 손해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손해액 증명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에 해당 조문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개정 민사소송법의 태도에서 대상판결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도 같은 논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Ⅳ. 나가며 대상판결은 기존에 국가배상책임이 문제된 소음 사건과는 달리 인접지 소유자간 분쟁으로서 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 관한 것이었다. 따라서 기존의 소음 관련 분쟁에서의 논의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었지만 해당 사건들에서 발전된 논리가 종합 적용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대체로 그 논리는 수긍할 수 있다.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합리적이다. 드론 등이 널리 사용됨에 따라 공중이 새로운 가용 공간이 되는 시대에 대상판결은 새로운 유형의 사건에 있어 의미있는 접근 방향을 제시한다. 한승수 교수 (중앙대 로스쿨)
비행금지청구
항공기
토지
소유권침해
한승수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1-01-07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승소확정판결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치는 영향
Ⅰ. 사실 원고는 2003년 4년 2월 소외 1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것이어서 무효였고, 원고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하였다. 그러자 원고의 요청에 따라 소외 8은 2003년 11월 29일 소외 1 등과 사이에 위 각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소외 8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토지는 그 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소외 8로부터 취득하였다. 원고는 2012년 소외 8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소외 1 등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소외 1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대상판결은 '화해'라고 표현하였다)이 성립하였고, 소외 8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원고는 소외 1 등을 대위하여, 위 제1매매계약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그에 기초하여 마쳐진 소외 8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그에 기하여 마쳐진 피고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무효라고 하여 피고를 상대로 위 각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로부터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취득한 다른 피고에 대한 부분은 생략한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자판하여 소를 각하하였다. Ⅱ. 판결이유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 화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위 매매계약과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처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이 사건 화해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의 소외 1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이 사건 화해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아니하여 그 당사자인 원고와 소외 1 등과 사이에서는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적격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소로써 부적법하다. Ⅲ. 평석 1. 종래의 판례 원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무효라거나 위 권리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주장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툴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그런데 종래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이와 달리 보고 있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권의 발생원인사실 또는 그 채권이 제3채무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채권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고,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등). 한편 대상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은 위와 같은 판례를 전제로 하면서도, 채권자의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72 판결은, 채권자취소소송에 관하여도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이행청구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수익자나 전득자는 그와 같이 확정된 채권자의 채권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수 없다고 하였다. 2. 종래 판례의 문제점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 종래 학설은 필자(민법논고 7, 2015, 434-436면 등)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판례를 지지하는 견해는 판결의 반사적 효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 아닌 제3자가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의 예로는 주채무자가 채권자와의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 채권자가 다시 보증인에 대하여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후소를 제기하였을 때, 보증인도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의하여 채권자에 대하여 주채무자 승소의 확정판결을 원용할 수 있다든지, 합명회사·채권자 사이의 소송에서 회사채무의 부존재를 확정하는 판결은 무한책임사원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이 있다. 반사적 효력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하여 그러한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받은 패소판결이 대위소송의 상대방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종래의 판례는 이론적인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확정판결에 의해 피보전채권에 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고 이를 근거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한 이상, 제3채무자가 다시 피보전채권의 존부를 다툴 수 있게 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이 각하되게 하고 채무자가 다시 별소로 제3채무자에게 채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보다는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위 확정판결에 의해 인정하고 피대위채권에 관해서만 다투게 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보다 부합한다는 주장이 있다(원유석·이재찬).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권리의 존재는 당사자적격을 갖추기 위한 소송요건인데(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753 판결 등), 소송경제라는 이유만으로 당사자적격의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보전권리가 조정이나 화해에 의해 인정되었더라도 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았다. 그러나 재판상 화해나 조정이 기판력을 가지는 이상 강행법규 위반이라는 사실만으로 무효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이 화해가 소송법상은 무효가 아니라도 실체법상으로는 무효라는 취지로 보인다. 다시 말하여 판결이나 화해가 실체법상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피보전권리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례는 화해나 조정에 관하여 소송법상 무효와 실체법상 무효를 구별하지 않고 있으므로(대법원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등), 이러한 설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대법원으로서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권리가 판결이나 화해 등에 확정되었더라도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는 법리를 정면으로 선언하고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종래 판례가 이른바 판결의 증명효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하여, 판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하여, 반대 증거에 의하여 다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이를 가리켜 단순히 증명효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종래 판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급심이나 당사자들로서는 어느 경우에는 종래 판례에 따르고, 어느 경우에는 대상판결에 따를 것인지가 불명확하여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20-01-20
민사일반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 대하여
Ⅰ. 서론 대법원은 2018년 10월 18일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에서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그 확정된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와 청구권 확인의 소 이외에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확인의 소도 허용하였다(이 판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미 여러 평석에서 소개되고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이러한 대상판결에 대하여 실무적으로 기존 이행의 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이론상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면서 이를 인정하는 입장도 보이지만(강현중, 2019년 2월 18일자 법률신문; 이충상, 2019년 12월 16일자 법률신문), 확인의 대상이 단지 지금 소를 제기한 사실 자체가 되므로 위와 같은 확인의 소는 권리보호자격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등 소송법적 측면에서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호문혁, 2019년 3월 21일자 법률신문). 본고에서는 주로 논의되고 있는 소송법적 문제 외에 실체법적 측면에서 소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에 관한 재판상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정책적 측면에서 기존의 이행소송이 실제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만 그 해결이 가능한지 등을 중심으로 대상판결의 정당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Ⅱ.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실질 존재 여부 재판상 청구에 시효중단의 효과를 인정하는 이론적 근거에 대하여는 권리관계의 존부가 공권적으로 확정되어 사실상태의 계속이 법적으로 부정되어야 한다는 권리확정설도 있으나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을 채권자의 권리보다 더 넓게 보호할 필요성은 없으므로 사실 상태가 계속된다고 볼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하거나 권리자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을 표명한 경우 등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는 권리행사설이 타당하고, 이는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9737 판결 참조). 이에 따라 대법원은 시효중단의 효과를 가지는 재판상 청구는 원고로서 소를 제기하는 것 외에도 응소행위(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근저당권설정등기청구와 같은 후속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2다7213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5140 판결, 대법원 1961. 11. 9. 선고 4293민상748 판결,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16378 판결 등), 보수금채권의 행사에 선행하는 파면처분무효확인청구 등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1978. 4. 11. 선고 77다2509 판결 참조) 등의 경우까지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어떠한 실체적 권리의 존부와 관련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하여 법원에 법적 판단을 요청하는 행위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으로 그 실체적 권리의 존부 또는 실현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은 공통된다. 이렇게 '재판상 청구'는 최소한 법원에 대하여 실체적 권리와 관련된 법적 판단을 요청하는 것을 본질적 요소로 하는 것이고 현행 민법도 재판상 청구는 소송이 기각되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여(민법 제170조 제1항) '재판상 청구'가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을 구하는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경우는 소를 제기하는 것 자체로 후소 제기 사실이 명백하여 법원에 대하여 어떠한 채권의 존부와 관련된 판단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권리행사설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그 해석의 한계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행 민법은 법원의 판단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채무자에게 채무이행을 구하는 의사의 통지에 불과한 '최고'와 법원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재판상 청구'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채무자가 다툴 수도 없는 사실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아무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의 실질적 판단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사실상 법원을 통한 '최고'에 불과하다. 비록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최고'에 불과한 행위를 '재판상 청구'로 인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현행 민법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시효중단을 위하여 인정된 소송형태라고 하더라도 '재판상 청구'로서의 실질이 없으므로 이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과를 인정할 수는 없다. Ⅲ.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필요 여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는 심리범위가 전소 판결이 확정된 사실과 그 시효중단을 위하여 후소가 제기된 사실에 국한되고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청구이의사유)은 제외되어 심리부담이 줄어든다. 또 동일한 청구권에 대해 집행권원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중집행의 위험도 없고 소제기 시기가 제한되지 않으며 소송비용 부담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이행소송에서도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 이외에 그 확정된 권리의 요건이 구비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61557 판결 등 참조). 다만 채무자에게는 청구이의사유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입증곤란의 문제를 피할 수 있어 채무자에게 무조건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채무자가 일찍이 변제 등으로 채무를 소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통하여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시효기간을 연장한다면 채무자에게는 청구이의사유를 주장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증거 보전의 부담만 무한정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중집행의 위험 또한 대상판결의 소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가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므로 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방지할 수도 있으므로 크게 문제된다고 보기 힘들다. 소제기 시점과 관련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도 기존의 이행소송과 마찬가지로 10년의 경과가 최대한 임박시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면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소제기 시기의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굳이 소를 일찍 제기할 실익도 거의 없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된 이후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이 개정되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가는 전소판결에서 인정된 권리가액의 10분의 1로 하고 그 권리의 가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를 3억원으로 보게 되었으므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송비용의 부담의 측면에서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다투지만 않는다면 일반 민사소송의 10분의 1의 인지액으로 지급명령(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7조 제2항)이나 조정(민사조정규칙 제3조) 등을 이용하여 소송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소송형태를 굳이 도입할 필요까지 있는지는 의문이다. Ⅳ. 결론 우리 민법상 소멸시효 제도는 일정 기간의 경과로 무조건 채권이 소멸된다고 보지 않고 시효중단도 인정하여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이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므로 시효중단 사유 중 하나인 재판상 청구를 인정하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이익형량의 정신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우리나라 소멸시효 제도가 권리자의 권리 보호와 의무자의 계속되는 사실 상태에 따른 법적 안정성이라는 서로 대립되는 이익이 적절하게 균형을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임을 간과하고 채권자와 법원의 부담만을 중시하였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라고 하여 다른 채권들의 경우와 달리 채권자의 시효중단을 통한 권리 보호의 이익이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보다 훨씬 더 중시된다고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되면 채권자는 간이한 방법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고 사실상 소멸시효기간이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혜택을 입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기간과 동일하게 10년으로 정한 입법자의 의도와도 맞지 않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을 더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소멸시효기간을 훨씬 더 장기로 규정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한 것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과 채권자의 시효중단의 이익의 균형을 상실시키고, 법원의 심리 편의를 도모한 것으로서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4월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발행 '법학논고'에 게재한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고 일부 보완한 것이다. 원종배 교수 (영남대 로스쿨)
전원합의체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원종배 교수 (영남대 로스쿨)
2020-01-13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있어서 이주지연 조합원의 손해배상 범위
1. 사실관계 A조합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B는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일부 토지와 건물(이하 '종전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A조합의 조합원이었다. A조합은 2012년 1월경 조합설립인가를, 2014년 3월경 사업시행인가를, 2015년 6월경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관할 행정청은 2015년 6월 18일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고시하였다. 이후, B는 2015년 7월경 A조합을 상대로 위 관리처분계획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2016년 6월경 B의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이에 대해 B가 항소하였으나 2016년 12월경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조합원이었던 B의 이주기한은 2015년 10월경까지였으나, B는 2016월 7월경에야 A조합에게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였으며, A조합은 B의 종전 부동산 인도지연으로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하여 사업비용이 증가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 B의 무변론으로 원고 A조합의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어 그 판결을 취소하고,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한 주된 이유는 주로 이 사건 사실관계의 특수성에 근거하였는데, 구체적으로 B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종전 부동산 인도의무 부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던 점, 통상인인 B가 위 행정소송의 결과를 쉽게 알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B의 인도지연에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또한 B의 종전 부동산은 사업지구 내 공원부지로 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B가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에 철거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이주기한이 도과하고 나서도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많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여, A조합의 손해와 B의 인도지연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그 판결이유로 고려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판결에서는 B가 다툰 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된 바가 없으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A조합 정관에 의거하여 B의 인도지연 행위 자체로 위법성이 인정되고, B의 인도지연과 A조합의 사업지연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 B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며, 특히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을 판단하였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환송판결의 취지대로, B의 인도지연으로 인하여 A조합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였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B 외에 다른 부동산 소유자들이 인도를 거부하였던 사정이나 A조합이 예정된 사업기간 내에 정비사업을 마친 사정 등을 손해배상액에 대한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하였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총계 5억 2000여만 원의 사업비용 증가분을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A조합의 손해액으로 보면서도, B의 책임을 10%로 제한하였으며, 이러한 파기환송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10. 선고 2018나56334 판결, 이하 '대상판결')에 대하여 B는 재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의 송달로 확정되었다. 3. 평석 가. 환송판결은 B의 인도지연에 의한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요지의 법리를 설시하였다. 하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A조합에게 법원이 손해액에 관하여 석명하도록 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증명을 촉구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적어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의 최대한도인 액수가 드러날 정도의 증명은 이루어지도록 한 후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법원이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취지에 따라 대상판결은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하였는데, 특별히 B의 인도지연 외에도 A조합 사업지연에의 공동 원인이 있었다고 보이는 여러 사정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의 제한 법리'로 B의 책임범위를 10%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수긍할 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의 결론은 구체적인 입증 없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판단을 법원의 재량 사항에 도맡겨 버리는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나. 특히, 사안에 따라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와 다른 요인에 의한 손해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가능할 것인데, 바로 이 사건의 경우가 위와 같이 손해의 구분이 능히 가능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에서는 B의 인도 이전에 이미 사업구역 내에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예정 사업시행기간 내에 준공, 사용허가, 조합원 입주까지 사업이 모두 완료되었으며, B의 인도지연 외에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4000여 명의 교통영향평가 재심의 요청이 있는 등 다양한 사정이 개입되기도 하여, A조합이 주장하는 사업비용 증가의 손해액이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정들이 있었고, 여기에 더하여 시공사는 종전 부동산 철거지연 등에 따른 추가비용을 특정하여 A조합에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으므로, 시공사가 언급한 위 추가비용에 대한 석명이 이루어졌다면 B의 인도지연에 따른 특정 손해액이 밝혀질 여지도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입증과정을 확인하는 것보다 손쉬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결론을 내렸다. 다. 대상판결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여 결론을 내리고자 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가능해 보이는 이 사건에서마저 구체적 손해액에 대한 석명 없이 판단한 결론이 확정되었는바, 이후 정비사업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언제나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있기만 하면 (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 심리 없이) 조합이 주장하는 손해 및 그 손해액은 존재하는 것이 되고, 다만 법원의 재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방식으로 후행 판결례들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결론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법원이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하여 심리 노력을 다 하였음에도 손해액 입증이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하지 아니하고 그 때 그 때 법원의 재량으로 손해액을 적절히 제한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판단은 임의성을 떠나서 사회정의와 형평에 기초하는 자유심증주의에 위반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량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액의 입증부담을 상당히 더는 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려는 피고에게 입증 부담이 전도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조합측은 우선 손해를 과장하여 청구하고자 할 유인도 가지게 되므로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상판결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사료되며, 법원이 손해배상책임 법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입증 노력을 다하여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임을 심리하고 이를 판결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하지 아니한다면, 손해배상액 제한 법리의 재량성을 축소하기 위하여 손해배상 제한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겠으나, 정비사업에 개입되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정비사업이 시행될 때에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업 진행 과정의 제반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 손해액을 산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인도지연한 소유자의 책임범위를 정하였다. 이러한 판결 내용은, 정비사업에서 사업의 지연을 가져오는 요소에는 수없이 다양한 것들이 있어 일부 소유자의 인도지연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를 가려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도모하였다는 데에도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가능한 경우에까지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자유심증주의에 반하거나, 주장하는 자의 입증책임을 부당히 경감시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있어서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는 손해액 입증이 노력을 분명하게 다 하였음에도 이러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고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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