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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7) 의료법
[민사판례] 1. 비의료인으로부터 고용된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불가(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다299423 판결) 가. 사실관계 종합병원을 개설·운영하는 피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용하면서 병원 운영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이후 피고는 소외 회사가 지정한 의사인 원고와 병원 시설 일체 등을 양도하기로 예약하고, 원고가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해야 한다는 자산양수도예약을 체결하였고 병원 부지와 건물은 소외 회사의 자회사에 매도하면서 자회사에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주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서 소외 회사로부터 양수한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대여원리금채권으로 피고의 양도대금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의료기관 명의변경 절차 이행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장차 의료법인이 병원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 아래 일시적으로나마 원고가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사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한 것으로서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피고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계약에 따라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하는 절차를 이행하라는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 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 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한편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 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일시적으로 병원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도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려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비의료인이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기 위하여 내세우는 명의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판단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라. 평석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 제한 규정으로써,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소위 사무장 병원에 의해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규정이며, 판례는 이를 강행법규로 보고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의미가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임은 다수의 판례(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두52897,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0779 등)를 통해 분명히 정리되었다. 그러나 실제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살펴보면, 실질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의료인을 고용한 것으로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이나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가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적인 방법이 성행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이 금전 관계 등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불법적인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여부를 명확히 판단함으로써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대상판결은 수사기관의 소외 회사 관계자들과 원고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없음 처분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비의료인의 개설행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증거를 충분히 살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예약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2. 의사의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 필요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가. 사실관계 다발성 간농양 진단을 받은 망인(갑)을 상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고 외과적 배액술을 시도하지 않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유족들인 원고들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피고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원심에서는 간농양 배농 방법 중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망인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만한 피고의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갑이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 후 농양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시도하다가 갑이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유지한 것이 갑의 증상이나 상황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갑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의사의 지식·경험에 따라 선택 가능한 진료 방법 중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과실로 볼 만한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특히 경피적 배액술로도 갑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갑에 대한 외과적 배액술의 실시가 실제 가능한 상태였는지, 수술기술이나 방법, 수반되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수술적 조치를 받았더라면 사망의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등을 해당 분야 전문의의 감정 등을 거쳐 확인한 후, 당시 갑의 임상상태나 의학상식에 비추어 경피적 배액술 외에 외과적 배액술을 실시하는 것이 통상의 의사라면 당연히 선택할 만한 정도였는지를 면밀히 살펴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했음에도, 갑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피고 병원의 입증이 부족하다면서 수술적 배농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곧바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법으로서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를 밝힘으로써 기존 판례(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형사판례] 3.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 한의사인 피고인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한 한의학적 진단행위에 대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법리에 따라 한의사인 피고인에 대해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 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의료전문가인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의 ‘종전 판단기준’과 달리,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이하 ‘새로운 판단기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진단용 의료기기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종전 판단기준’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르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한의사가 서양 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및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관점 등을 고려하여,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 위와 같은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고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하여, 그 특성 및 사용에 관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더라도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4.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들이 입원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간호사의 사망진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위반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도10007 판결) 가. 사실관계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피고인이 부재중에 입원환자가 사망한 경우 간호사인 피고인들에게 환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한 다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여 유족들에게 발급하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 및 이에 대한 교사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간호사인 피고인들이 죽음이 예정되어 있던 환자가 야간에 사망한 경우, 사망을 확인(검안)하고, 그 사망 얼마 전 의사인 피고인이 미리 작성해 놓은 그 환자의 사망원인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행위는 의사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구성요건에는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사회상규에는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유예(벌금 각 30만 원 또는 각 100만 원)를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진단 전에 이루어지는 사망징후관찰은 구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서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상병자 등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다. 사망의 진단은 사망 사실과 그 원인 등을 의학적·법률적으로 판정하는 의료행위로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사망의 진단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는 사망진단서의 작성·교부 주체를 의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고, 사망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판정하는 사망의 진단은 사람의 생명 자체와 연결된 중요한 의학적 행위이며, 그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어떠한 시술행위가 무면허로 행하여졌을 때에는 그 시술행위의 위험성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시술자의 시술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간호사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의사 등이 하여야 하는 사망의 진단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 등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로 보면서,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진료를 보조하는 경우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 등이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 등이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 등이 그의 주도로 의료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 내지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4다15248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였다. 대상판결은 사망진단이라는 의료행위의 성질 및 간호사에 의한 사망진단이나 검안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 취지를 고려하면 사망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음을 밝힘으로써, 의료행위의 성질, 위험성, 관련 법령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어떠한 의료행위의 경우 간호사로 하여금 이를 보조하게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 진단서 발급 의료기관을 소개하고 그 비용을 환자로부터 지급받은 경우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가. 사실관계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규정·내용·입법 취지와 규율의 대상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영리 목적’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이때의 ‘대가’는 간접적·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소개·알선·유인행위에 따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으로부터 취득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전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 이는 치료행위를 전후하여 이루어지는 진단서 발급 등 널리 의료행위 관련 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과 관련한 행위이자 해당 환자에게 비용 대납 등 편의를 제공한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그와 관련한 금품수수 등은 환자의 소개·알선·유인에 대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이 지급하는 대가가 아니라 환자로부터 의뢰받은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 및 이를 이용한 보험처리라는 결과·조건의 성취에 대하여 환자 측이 약정한 대가를 지급한 것에 불과하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구성요건인 ‘영리 목적’이나 그 입법 취지와도 무관하므로, 위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평석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환자와 특정 의료기관·의료인 사이에 치료위임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에 관한 중개·유도 또는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대가 지급 원인 및 주체를 불문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를 모두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행위가 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치료 위임계약의 편의를 도모하고 환자로부터 그 비용을 지급받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 행위가 모두 위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위반행위의 범위를 명확히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상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영리목적’ 및 그 ‘대가’의 의미를 동 조항의 입법 취지와 규율 대상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의 태양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행정판례] 6.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대물적 성격을 가지므로 폐업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폐업한 요양기관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은 위법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두39365 판결) 가. 사실관계 의사인 원고는 병원을 개설·운영하다가 폐업하였고, 폐업 후 두 달 뒤에 새로운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 원고는 폐업한 병원에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하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이 문제가 되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새로 개설한 병원에 대해 1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되자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요양기관의 영업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폐업한 요양기관에 대하여는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없고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은 처분의 대상이 아닌 다른 요양기관에 대한 것이므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의료인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업무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으므로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는 없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는 기존 법리에도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고 이와 같이 요양기관 개설자인 의료인 개인에 대한 제재 수단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안에서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의 ‘요양기관’을 확장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사유를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제재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는 별도의 입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보이며 단지 제재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해당 처분의 성격과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사무장병원
의료기관개설
의료법제33조제2항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2023-11-26
노동·근로
민사일반
적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공연 취소에 관해 업무방해 및 조업방해를 불인정한 판결
비록 파업으로 공연을 취소하였더라도 적법한 쟁의행위로 보아 업무방해 및 조업 방해를 불인정한 판결쟁의행위 과정에서 취소된 공연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최초 판결 1. 사실관계의 요지 원고 재단법인 강동문화재단은 지방출자출연법 및 강동구 조례에 의거 강동구가 출연·설립한 재단으로서 강동아트센터와 강동구 관내 공공도서관의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고, 피고들은 원고 재단의 근로자로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강동문화재단분회(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의 분회장 및 강동아트센터에 근무하는 무대·조명·음향·기계감독들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1. 강동문화재단 출범 이전의 호봉제 임금체계 복구 등을 주장하며 2021년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을 진행했으나 교섭이 결렬되자, 당시 상급단체인 서울일반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해 2021. 6. 21.자로 조정 종료 결정을 내렸고, 그 직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가 가결되어 있었다. 이후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1. 11. 11. 오후경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11. 12. 18:30시에 파업전야제 소집 공고를 올린 후, 2021. 11. 12. 오전경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소식지로 11. 13. (토)부터 11. 14. (일)까지 양일간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공고했다. 한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및 소극장에는 2021. 11. 12. (금) 저녁부터 같은 달 14. (일) 오후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고, 파업전야제가 예고된 2021. 11. 12. (금) 저녁 19:30시에는 각각 발레 <돈키호테>, 뮤지컬 <두근두근 움스프렌드> 공연이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피고들은 위 11. 12. (금) 저녁 파업전야제 참석에 관해 확답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18시경 대극장 및 소극장의 음향·조명·기계 등 장비 전원을 끄고 모두 퇴근했고, 원고 재단은 같은 날 15시경 ‘공연이 불완전한 상태로 진행되고 110% 환불을 하겠다’고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가 17:58시경 발레 <돈키호테>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공지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이후 피고들은 2021. 11. 13. (토) 오전 11:30시경 노동조합의 양해 하에 파업을 중단하고 사업장에 복귀했으나 원고 재단은 이날 공연도 모두 취소한 상태를 유지했고(소극장 공연 1회차는 비공식 초청 공연으로 진행했다), 11. 14. (일) 예정된 공연도 모두 취소되었다. 해를 넘겨 2022. 1. 3. 원고 재단은 피고들에게 이 사건 소 제기를 하는 한편, 거의 동시에 업무방해죄 혐의로 피고들을 고소했다. 2. 원·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변론 전 과정에서 피고 1. 분회장이 파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나머지 피고들(공연감독들)과 순차 공모해 예정된 공연을 불가능하게 하도록 대극장과 소극장의 무대 메인 구동장치를 잠그고 철수함으로써 업무방해죄를 저지르고 원고 재단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이유없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퇴근함으로써 이를 다시 켜기 어렵도록 하는 방식으로 극장 장비의 사용을 불능케 했다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공연 제작비용·티켓 환불 비용·재공연비용·지원금 반납금·장소변경에 따른 손해 등 합계 345,760,020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피고들은 파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극장 장비를 조작하는 등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조업방해’를 저지른 바가 전혀 없고, 공연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연장근로를 할 의무 없이 퇴근하는 것은 위법하지 아니하며, 퇴근 시 각자 담당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는 것은 극장 장비의 전문적인 유지·관리의 일환으로 적법하고, 이는 ‘점유를 배제’하거나 ‘폭행·협박’ 등 노동조합법이 정하는 ‘조업방해’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하며, 원고 재단은 피고들이 18시경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하기 전에 이미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으므로 손해를 야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주장하였다. 변론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 없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다시 켤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들이 각자 담당한 장비 전원을 켜서 시연하는 동영상도 제출했다. 담당 재판부는 변론 막바지에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양측 주장을 정리해보라’는 취지로 지휘했고, 이에 원고 재단은 다수의 근로자가 상호 의사연락 하에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해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것 자체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며, 피고들은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판결에 의거 이 사건 쟁의행위가 예측불가능하게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지 아니했으므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불성립한다고 주장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정시퇴근한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돌입 경과에 비추어 원고 재단이 당시 파업전야제 개최 및 전면파업 돌입이나 피고들의 파업 참여를 전혀 예측할 수 없지 않았고, 파업전야제 참가시에는 극장 장비 전원을 끄는 조치도 예상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각 공연이 취소되었고 원고 재단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에 의한 것이고 실제 재공연이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는 등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들의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나. 피고들이 집단적으로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을 한 것 자체가 위법한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피고들이 공연을 앞두고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쟁의행위의 일환에 해당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며 피고 또한 이것이 적법한 쟁의행위임을 다투고 있지 아니하는 점,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무력행사나 원고의 소유권 침해 등이 수반되지는 않았던 점, 극장 장비의 전원을 다시 켜는 데는 특별한 용법이나 장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원고 측이 이를 다시 켜서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공연 직전에 퇴근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쟁의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지 아니했다. 다. 선고 이후의 경과 대상판결은 증인신문 등을 거쳐 소 제기일로부터 약 1년 6개월만에 판결이 선고되었고, 선고 직후 원고 재단이 항소했다가 이를 취하해 확정되었다. 위 민사소송이 계속될 동안 동일한 사실관계로 고소된 업무방해죄 형사사건은 2022년 말 불송치결정이 내려졌지만 원고 재단의 이의신청으로 재수사를 거친 후 2023년 8월 현재 아직도 기소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했다. 이는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및 업무방해죄 기소가 제도적이고 현실적인 위력 행사의 수단으로서 여전히 유효한 실태를 확인해 주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가. ‘공연 취소’로 인해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에 대한 선례 이 사건 변론과정 및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원고 재단은 쟁의행위로 인해 발레·뮤지컬 등 공연이 취소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고, 이 사건과 같이 공연 직전인 약 1시간 30분 이전에 공연이 취소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파업중이라도 적어도 공연 진행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공연을 장기간 준비한 공연단체 구성원들의 노력 등을 고려하면 그러한 주장에 일견 공감할 부분도 있고, 공연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공연 자체가 취소된다면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도 보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주장이 타당하다면 공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쟁의행위가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사용자의 업무 지장의 일환으로서 공연의 취소 내지 불완전한 진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마치 공연만큼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으로부터 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부당성을 피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비록 노무제공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면서 설시한 부분이기는 하나,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업무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업무의 지장 초래가 당연히 불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고, 이에 기초해 비록 예정된 공연들이 취소되었더라도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었다고 인정하지 아니했다. 이와 같은 대상판결의 설시는, 업무방해죄의 위력 판단에 있어 헌법상 기본권 행사인 쟁의행위로 초래된 결과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보인다. 또한 적어도 앞으로 공연노동자의 노무제공 거부로 인해 공연 진행에 지장이 발생해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또는 불법한 쟁의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선례로서 의의가 있다. 나. 근로자가 관리하는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한 행위가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고 재단의 주장으로 인해 특이하게도 민사소송에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서도, 결국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정시에 퇴근한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쟁의행위의 방법으로서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의의가 있다. 변론과정에서 피고들 또한 이 사건 쟁의행위의 정당성·적법성에 기초해 이로 인한 공연 취소에 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어야 하고(노동조합법 제3조), 피고들의 구체적인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조업방해’의 요건 즉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거나(제37조 제3항),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제38조 제1항)에 해당될 수 없음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노동조합법 제38조 제1항의 조업방해는 그 대상이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해당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해야 성립할 것인데(대체근로자는 대상의 예외로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 사건 피고들의 행위는 본래 자신이 관리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퇴근한 것일 뿐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조업방해의 방법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의 방해에 이를 수 없음을 강조했다. 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 인정 범위의 제한 비록 대상판결은 원고 재단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면서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는데 나아가지는 않았으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판단하면서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일부 제한하는 듯한 판시를 남겼다. 원고는 이 사건 공연 취소로 인해 ① 기 투입된 제작비용, ② 취소된 공연의 판매액 및 추가 환불금, ③ 재공연 비용, ④ 반환해야 할 공연 지원금 상당을 손해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재공연이 이루어졌거나 예정되어 있는 이상 이 사건 각 공연의 순수 제작비용이 원고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공연으로 인한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바 위 금액 전부를 원고가 입은 손해로 보기 어려워 보이는 점’이라고 판시하면서 제작비용을 손해로 불인정하는 한편 재공연 수익까지 손해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공연 취소의 경우 뿐만 아니라 일정한 인적 용역의 결과물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의 손해 범위 판단에 관해 시사점을 제공하면서도, 만약 사용자가 임의로 재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로 인해 손해의 범위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잔존가치가 측정될 수 있는 일정한 ‘재화’가 아닌 점에서 제작비용 전액이 손해로 계상되는 특성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재공연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소극적 손해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전부 손해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있다. 라. 원고 재단이 공연 취소를 스스로 결정한 점에 관한 판단의 한계 한편 피고들은 변론과정에서, 2021. 11. 12. (금) 오후경 원고 재단이 피고들의 파업 전야제 참여 ‘가능성’만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미 당일 19:30시에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고 17:58경 관객들에게 공지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결정과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한 행위는 선후관계로나 인과관계상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사실관계 판단에는 구체적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다만 피고들의 적법한 쟁의행위의 일환인 파업전야제 참석으로 인해 원고 재단이 공연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전제하고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했다. 원고 재단이 스스로 내린 공연 취소 결정은 피고들의 일부 내지 전부 근로제공 거부 가능성을 예상해 공연의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고, 이는 사용자로서 내린 일종의 경영판단으로서 그에 대한 손해를 노동자들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당연히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단되지 아니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5. 결어 대상판결은 소극적 근로제공의 거부 및 이에 수반되는 관리행위로써 사용자가 예정된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등 업무상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또는 노동조합법상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의한 적법한 쟁의행위의 보장 차원에서 업무방해 및 조업방해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한 의의가 있다. 향후 공공영역·문화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영역에서도 적법한 행의행위와 조업방해를 구분하는 하나의 선례가 마련되었다고 보인다.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노동쟁의
파업
업무방해
조업방해
공연취소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2023-10-22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외국국가에 대한 민사재판권의 면제
I. 사실 및 쟁점 피고는 몽골 공화국이다. 피고는 1998년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토지 1필지와 지상 건물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그 무렵부터 줄곧 주한몽골대사관으로 사용해 왔다. 원고는 2015년경 이후 피고 건물이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1㎡를 침범한 상태로 건축되어 있고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9.9㎡가 피고 건물의 창고 부지 등 부속토지로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이유로 피고에 대해 피고 건물 중 원고 소유 토지 침범 부분의 철거 및 해당 토지부분의 인도 및 해당 토지 부분에 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법원은 원고의 외국공관에 대한 이 사건 청구에 대해 민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II.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해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3]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 III. 논점의 제기 1. 재판권과 주권면제의 개념 (1) 재판권은 재판에 의해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법질서 실현을 위한 국가의 권능으로서 사법권이라고도 한다. 재판권은 그 대상에 따라 민사, 형사 및 헌법재판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는 민사재판권을 대상으로 하므로 이를 판결절차상의 것과 민사집행절차상의 것으로 구별한다. (2) 대전판 1998.12.17. 97다39216은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할 것이나, ...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해 주권(적 행위) 면제는 재판권 면제라고 선언함으로써 재판권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 즉 주권면제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로서 법정지국인 우리나라에 당해 사건에서 국제재판관할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2. 주권면제론의 범위 (1) 절대적 주권면제론과 제한적 주권면제론 국가는 일반적으로 자국의 영토에 관한 한 배타적 재판권을 가지므로 다른 국가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인정된다. 이를 절대적 주권면제론( absolut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라고 한다. 그 근거는 주권평등 및 독립의 원칙에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래 국가도 국제적 상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고수하다보면 외국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정지(法定地)국의 법원에 제소해 이를 해결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행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주권적 행위와 비주권적 행위로 구분하고 뒤의 행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를 부인함으로써 제소와 응소의 길을 터놓았다. 이를 제한적 주권면제론(restrictiv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위 대전판 97다39216호에 의해 종전의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취했던 대결 1975.5.23. 74마281을 변경함으로써 이제는 주권면제에 관해서는 제한적 주권면제의 입장에 있다. (2) 제한적 주권면제의 범위(절대적 주권면제와의 구별) (가) 의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acta jure imperti’라고 해 ‘주권적 행위’ ‘고권적 행위’ 또는 ‘권력행위’라고 번역하고,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 상업적 활동 기타 행위를 ‘acta jure gestonis’라고 해 ‘비주권적 행위’ ‘비고권적 행위’‘사법적 행위’라고 번역한다. (나) 주권적 행위와 사법적 행위의 구별에 관한 학설 (a) 행위 성질 기준설(객관적 기준설) 외국의 활동이나 목적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외국이 행한 행위 또는 그로부터 발생하는 법률관계의 성질을 기준으로 해 국가가 개인처럼 사법적 행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주권을 행사한 것인지에 따라 구별한다는 견해이다 정동윤외2 122면. 김홍엽, 37면. 이 견해는 주관적 목적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b) 목적기준설(주관적 기준설) 외국이 주권자로서 국방, 재해구제, 외교 등과 관련된 행위 등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활동이나 거래를 한 경우에 주권적 행위로 보고, 해운업의 경영과 같이 개인으로 행동한 경우 이를 사법적 행위로 본다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목적이나 동기의 주관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주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3. 판결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a) 절대적 주권면제론에서는 국가의 주권면제 대상이 되는 행위를 따로 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의 대상을 정할 필요가 있다. 행위의 성질기준설에 의한다면 국가가 상업적 활동 기타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데 이를 비주권적 행위 또는 사법적 행위로 보고,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주권적 행위라고 한다. (b) 그런데 대전판 97다39216은, 외국국가의 행위가 성질상 사법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바로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해 앞의 학설들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c) 이러한 판례의 기준에 따라 대상판결은,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d) 따라서 우리 판례의 입장은 주권면제여부에 관해서는 행위성질설에 의하기 보다는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할 것이다. 4.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관련해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를 검토한다. (a) 대판 2011.12.13. 2009다16766에 의하면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민집 제223조 및 제232조)은 제3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이 아니라 집행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만으로 발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3채무자를 외국국가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재판권 행사는 외국을 피고로 하는 판결절차의 재판권행사보다 더 신중하게 행사할 것이 요구되므로, 제3채무자가 되는 외국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명시적인 동의를 했거나 재판권면제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만일 채무자가 해당 외국국가에 대해서 소를 제기한 경우 이것이 주권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채무자의 소제기는 적법했을 것인데도 여기서는 주권면제여부를 따지지 않고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석광현, 국제민사소송법(2012, 박영사) 56면.. 또한 압류 · 추심명령은 외국국가에 대한 집행이 아니라 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삼은 집행이고, 압류추심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물리적인 강제조치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권면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전원렬, 102면참조. (b) 생각건대 원고가 외국국가를 피고로 해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외국국가에 대한 재판권이 면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강제집행은 외국국가의 주권과 권위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예상되므로 당연히 외교적 측면에서 신중한 배려가 요청된다. 그래서 외국국가가 재판권 면제를 포기한 경우에도 강제집행을 하는 데는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다. 따라서 판례의 입장은 외국국가에 대한 강제집행에 관한 한 판결절차와 달리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가 없는 한 물리적인 강제조치의 유무나 민사판결절차에서 요구되는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따지지 말고 주권면제를 인정하라는 입장일 것이다.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외교공관
민사재판권
주권면제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2023-10-15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관한 소송관계
1. 사안의 개요와 소송의 경과 A는 X토지에서 관광지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피고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X토지 지상에 Y건물을 설치하였다. A는 원고에게 X토지를 양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Y건물의 철거 및 X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소송계속 중 원고는 원고 승계참가인 B에게 X토지를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후 소송탈퇴하였고, B는 승계참가를 신청한 후 다시 X토지를 원고 재승계참가인 C에게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C는 승계참가를 신청하였고, B는 C의 권리승계 여부를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C의 청구에 대하여 인용하면서 B의 청구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항소심 법원은 C의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고, B의 항소는 항소장에 항소취지를 밝히지 않아 부적법한 방식으로 제기된 것이고 제1심 판결이 B의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아 불복의 대상이 되는 재판이 없이 항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고 하면서 B의 항소를 각하하였다. 2. 연구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법 제81조(이하 민사소송법의 조항을 인용할 때는 조항만을 표시함)에 따라 소송에 참가한 경우, 피승계인이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동의하여 피승계인이 소송에 남아 있다면 승계로 인해 중첩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의 청구 사이에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2다461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을 근거로 하여, B의 항소를 각하한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이 부분에 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문제의 제기 연구대상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더라도 B의 청구에 대한 판단과 C의 청구에 대한 판단이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결과가 발생할 여지는 없었다.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달리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사안에서는 피승계인의 청구에 대한 제1심 판결과 승계참가인의 청구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서로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상황이었다. 대상판결과 같이 판결이 모순·저촉되지 않은 상황을 포함한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는 것이 어떠한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논의한다. 4.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 이전의 대법원 판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대법원 1965. 3. 16. 선고 64다1691, 1692 판결은 참가승계를 독립적인 소송승계참가로 보지 않고 독립당사자참가와 동일하다고 보았다가, 대법원 1969. 12. 9. 선고 69다1578 판결 이후 대법원은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와는 소송구조상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피승계인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다. 5. 학설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현재 시점에서 이 쟁점에 관하여 대립되는 견해는 다음과 같다.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어 피승계인이 권리자이냐 승계참가인이 권리자이냐의 양립되지 않는 권리자의 문제가 쟁점이 되면 권리자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형태가 되므로 제79조를 적용하여야 하고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지 않는 경우에는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간에는 통상의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후 독립당사자참가에서 편면참가가 가능하고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피승계인이 권리승계여부를 다투지 않는 승계참가인과 피승계인의 관계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볼 필요가 없게 되었으므로 계쟁목적물의 양수인은 양도인과 관계없이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편면참가에 의하여 피고에게 계쟁목적물에 관한 권리를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제79조 제2항이나 제70조 제1항에 의하여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특별규정인 제67조가 준용되고 참가승계는 예비적 공동소송이나 독립당사자참가 중 한 가지 형태라는 견해,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 피고, 승계참가인 사이에 삼면소송관계가 성립되어 제67조가 준용되므로 이들 사이의 소송관계는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필수적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제81조를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설명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견해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가 소송물의 양도를 이유로 하는 경우에 소 제기로 인한 시효중단 등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한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형 승계참가를 포함한 참가승계는 제79조에서 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의 일종이라는 견해 등이 있다. 6. 검토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별개의 조문으로 규정되어 있고, 학설상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해석하고 있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다. 그런데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즉, 제81조는 그 문언해석상 승계참가의 절차를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에 의하도록 하는 참가승계의 절차와 방식에 관한 규정일 뿐이고, 제79조 제2항에서 제67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도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79조 제2항을 준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제67조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권리승계형 참가소송은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이나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고, 제81조에 제79조 제2항 또는 제67조를 준용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범주를 일탈하였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참고로 참가승계를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51조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하여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0조를 준용하는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7조를 명시적으로 준용한다. 그러나 어떠한 소송절차의 본질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문언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법해석론상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제82조 제1항은 인수승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피승계인의 소송탈퇴와 탈퇴한 피승계인에 대한 판결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82조 제3항과 같은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설과 판례는 참가승계의 경우에도 피승계인의 소송탈퇴가 가능하고 탈퇴한 피승계인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변론종결 전 권리승계가 있는 경우, 승계인이 제81조에 따라 승계참가를 하는 것과 피승계인이 승계인으로 하여금 제82조에 따라 소송을 인수하게 하는 것은 누가 주도적으로 승계절차를 취하는가, 어떤 형식의 절차를 취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에 의한 소송승계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81조를 ‘제79조의 규정에 따라 승계참가인이 피승계인에 대하여 소송에 참가한다.’라는 내용으로 해석하여 단지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와 방식에만 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규정이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79조 제2항에서 준용하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 또한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독일민사소송법 제265조는 소송계속 중 소송물을 양도할 수 있고 종전의 당사자가 여전히 승계인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할 권한을 가지게 되고 그 판결의 효력도 승계인에게 미치도록 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당사자항정주의를 취한 것이다. 비교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피승계인이 소송에 잔류하고 있는 상황은 결국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사이에는 서로 모순·저촉되는 내용의 판결이 나와서는 안 되는 일종의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당위성이라는 개념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라는 독자적 소송형태에서 합일확정의 필요성을 도출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이는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전면적으로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본다.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있어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이 같은 소송에서 병존하고 있는 경우에 제67조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판례법리는 피승계인의 승계참가인의 권리승계 여부에 대한 다툼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대하여 일반화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과 그 근거는 타당하다.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필수적공동소송
합일확정
소취하
승계참가
소송탈퇴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2023-09-03
민사일반
이혼·남녀문제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과 2018스18 결정의 문제점
1.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가. 사실관계 재항고인은 피재항고인을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전소-前訴)을 제기하였는데, 이혼 청구는 인용되었고, 재산분할 청구는 재항고인 명의의 순재산이 재항고인에게 귀속될 재산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제1심 판결이 2018. 7. 5. 확정되었다. 피재항고인(청구인)은 2020. 6. 17. 전소에서 재항고인(상대방)의 초과보유재산으로 인정된 액수 상당의 재산분할을 구하는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하급심의 판단 원심은 피재항고인의 재산분할청구를 인용한 제1심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한편 원심은 전소에서 분할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피재항고인의 퇴직수당이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재항고인의 주장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대법원 결정의 요지 가.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제843조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기간은 제척기간이고, 그 기간 내에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다. 나.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8스18 결정). 다.청구인 지위에서 대상 재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기된 재산분할청구 사건의 상대방 지위에서 분할대상 재산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데, 민법 규정의 문언상 명백히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되어 있고, 방어방법을 행사하는 상대방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가사비송사건은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재산분할 대상을 직권으로 사실조사에 포함시키거나 제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분할대상 재산 주장에 대하여 제척기간을 적용하면, 제척기간 도과가 임박한 시점에 청구인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분할대상 재산을 선별하여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한 경우 상대방으로서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봉쇄되어 공평에 반하여 부당하다. 라.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퇴직수당이 분할대상 재산에 추가되어야 한다’는 상대방의 주장에 민법 제843조, 제839조의2 제3항이 정한 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상대방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 준수 여부는 원칙적으로 심판청구서 제출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재판 확정 후 추가 은닉 재산 발견 등 예외적인 경우만 분할대상 재산을 특정할 것을 요구해야 하며, 이는 청구인과 상대방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3. 평석 가. 제척기간 및 소제기(심판청구)의 의미 (1)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하는 제척기간의 제약이 있는데, 제척기간은 그 기간 내에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다. (2) 소장(당사자, 청구취지와 청구원인, 작성한 날짜 및 법원을 기재)이라는 서면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소를 제기한다고 하고(민사소송법 제249조, 제274조), 청구취지는 원고가 어떤 내용과 종류의 판결을 구하는 결론 부분을 간단명료하게 적고, 청구원인은 청구취지를 보충하여 소송물(청구)을 특정함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적으면 된다. 원고가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을 바꿀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62조). 한편, 심판청구서(당사자, 청구 취지와 청구 원인, 청구 연월일, 가정법원을 기재)라는 서면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심판청구를 한다고 한다(가사소송법 제36조). (3)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면 제척기간은 준수한 것이 되고, 청구원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재판절차가 진행 중에 청구를 변경할 수 있다. 나. 대법원 2018. 6. 22.자 2018스18 결정의 문제점 (1) 대법원 2018스18 결정의 요지 :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고,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청구권이 소멸한다.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0므582 판결). 다만 추가 재산분할청구 역시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라는 제척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2) 문제점 또는 적용의 한계 : 대법원 2018스18 결정에서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시한 것은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앞선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되어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 즉, 이혼한 날부터 2년의 제척기간 내에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만 청구 목적물을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3) 재산분할 청구 방법 : 제척기간 내에 명시적 일부 청구를 한 채권에 터 잡아 잔부를 확장하였다고 하여도, 제척기간 내에 청구한 수액을 초과한 부분의 청구는 제척기간의 도과로 소멸된다(대법원 70다737 판결, 대법원 97누8106 판결).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후에 발생하지만,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재판상 이혼과 병합하여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이혼 확정과 동시에 재산분할도 확정되기 때문에 제척기간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혼 후 재산분할만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 발생 후 2년 내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4) 재산분할 청구의 대상 : 대법원 2018스18 결정(대상 결정도 동일)의 이유에 의하면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제척기간 경과 전에 분할대상 재산도 확정해야 하는 것처럼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산분할 대상은 개별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부 공동 재산이라면 포괄적으로 분할 대상이 되고, 부부 일방이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 중 일상가사에 관한 것과 공동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 분할대상이 되는 등 전체로서의 부부 공동 재산이다. (5) 재산분할 청구 대상의 특정 필요성 여부 :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분할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1므718 판결 등). 다만,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 등 연금수급이 유일한 예외다(대법원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재산분할 비율은 연금을 제외하고는 개별 재산이 아니라 부부 공동재산 전체를 대상으로 정하게 된다. 제척기간이 도과하기 전에 재산분할 청구를 했더라도 제척기간 도과 전까지 확장한 청구취지를 초과한 부분은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하는 것은 제척기간의 본질상 당연하다. 그러나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이혼 후 2년 내에 제출한 이상 제척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청구취지를 확장한 금액의 범위 내라면 비록 제척기간 경과 후에 분할대상을 추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배척할 이유는 없다. (6)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 : 재산분할재판은 비송사건이므로 재판의 형식이 판결(이혼 또는 위자료 등 소송사건과 병합된 경우)이든 심판(재산분할만 청구하는 경우)이든 관계없이 비록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재산분할재판이 확정된 후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 예외적으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예외적으로 다시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제척기간 내에 청구금액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4. 대상 결정의 의의와 한계 가. 재산분할 청구의 제척기간은 “청구”에만 적용되고, “방어방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에 대상 결정의 의의가 있다. 나. 그런데 청구에 대응하는 것은 방어방법뿐만 아니라 “공격방법”도 포함된다. 재산분할청구의 제척기간은 청구에만 적용되고, 공격방법과 방어방법 등 주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재산분할 재판 확정 후 새로 발견된 재산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산분할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할 필요는 없고 제척기간 이후에도 자유로이 주장할 수 있다. 다. 대상 결정은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방어방법으로 주장하는 것에는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권리를 구제한 결론은 타당하나, 마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대상까지 특정해야 하는 것처럼 설시하여 대법원 2018스18 결정의 적용범위를 부적절하게 확대 또는 강화하는 데 일조한 것은 안타깝다. 향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바로잡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재산분할
이혼
퇴직수당
엄경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3-03-16
가사·상속
민사일반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변경
1. 사실관계 및 대법원 결정 가. 사실관계 및 1, 2심 결정 남성으로 출생한 신청인은 혼인하여 현재 미성년인 자녀 2명을 두었으나, 이혼한 후 성형외과에서 고환과 음경을 제거하고 여성의 외부 성기 모양을 갖추는 등의 수술을 받아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여 왔다.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신청인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허가신청을 기각하였다. 이는 종전의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따른 것이다. 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그러나 대상결정은 위 2011년 판례를 변경하면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성전환자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므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성전환자의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2) 성별정정은 성전환을 마친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수용하여 공부에 반영하는 것일 뿐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와 그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새롭게 초래하거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설령 미성년 자녀가 부 또는 모의 성전환으로 인하여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혼란과 충격은 부 또는 모가 이미 성전환의 과정을 거쳐 그것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3) 국가는 개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과 관련된 내용을 불법적으로 외부에 노출하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고, 성전환자라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하는 쪽의 편견과 몰이해를 바로 잡기 위해 법률적·제도적으로 노력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오히려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성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 등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여 가족생활의 안정을 보장하여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4)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2011년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2개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 허가를 고려함에 있어서 하나의 고려사유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설시한 점은 찬성하기 어렵다. [ 평 석 ] 1.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는 호적의 성별란 기재의 성을 전환된 성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하였다. 위 결정이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한 이유는,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데,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정정으로 인하여 미성년 자녀에게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줄 수 있고 가족관계증명서의 공개로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거나 생활상의 곤란이 생긴다는 점 등이었다. 2. 2011년 판례에 대한 비판 그러나 이러한 2011년 판례에 대하여는 비판이 있었다. 필자도 이 사건에 관하여 판례 변경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였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였다(윤진수,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서울대학교 법학 제61권 3호, 2020).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녀들이 충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별정정 허가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전의 부 또는 모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별정정 허가 자체가 자녀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기본권 제한에 관한 비례의 원칙 가운데 방법의 적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2011년 판례는 성별정정을 허용하게 되면 가족관계증명서에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동성혼이 허용되고 있지 않음은 명백하므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로 인한 ‘동성혼의 외관’은 애초 성립할 여지가 없다. 셋째, 2011년 판례의 진의는 가족관계증명서의 기재에 의하여 부나 모가 성전환을 하였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짐으로써 자녀가 고통을 받을 것임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는 성전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기정사실로 하여, 미성년 자녀가 이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서, 문제가 있는 논증이다. 넷째, 설령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로 인하여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하여 성별정정을 허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양자를 비교하여 본다면,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이 성전환자에게 주는 불이익이 성별정정 허가에 의하여 미성년 자녀가 입는 불이익보다 훨씬 크므로,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것만으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안 된다. 다섯째,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은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 자녀가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것은 성별정정 허가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의 부모의 성적 변화 때문이므로, 이러한 자녀의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성별정정 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3. 대상결정에 대하여 대상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2011년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는 대체로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에 대한 박정화, 노정희, 이흥구 대법관의 보충의견은, 사법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이나 행정과 달리 다수의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수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할 때 그 존재 의의가 있다고 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판시에 적극 동감한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성전환자 자신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고려함에 있어서 하나의 고려사유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설시한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의 설시에 따르더라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별정정을 불허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지 알기 어렵다. 필자로서는 대법원이 이처럼 판시하였더라도 앞으로 실무에서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4. 입법의 필요성 기본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허용할 것인지 하는 점은 법률로 규정하여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입법자가 입법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법원이 이 문제에 관하여 사법적극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윤진수 (김수인 역), “성전환자의 인권 보호에 있어서 법원의 역할”, 민법논고 제7권, 박영사, 2015 참조}, 이를 가리켜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김중권,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가 과연 판례법적 사항인가? 법률신문 제5040호, 2002. 12. 8. 12면)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하여는 가령 생식능력이 없을 것을 요구하여야 하는가 하는 점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쟁점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하여는 빠른 시일 내에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성별정정
자녀
성전환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2-12-14
가사·상속
민사일반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 대상성
1. 대상결정의 요지 대상결정은 금전채권과 같이 급부의 내용이 가분인 채권은 공동상속 되는 경우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므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가분채권을 일률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면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공동상속인들 중에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초과특별수익자는 초과분을 반환하지 아니하면서도 가분채권은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받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나타나고, 그 외에도 특별수익이 존재하거나 기여분이 인정되어 구체적인 상속분이 법정상속분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상속재산으로 가분채권만이 있는 경우에는 모든 상속재산이 법정상속분에 따라 승계되므로 수증재산과 기여분을 참작한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상속을 받도록 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민법 제1008조, 제1008조의2의 취지에 어긋나게 되므로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는 상속재산분할을 통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형평을 기할 필요가 있으므로 가분채권도 예외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문제의 제기 상속재산 중 금전채권과 같은 가분채권이 있는 경우, 상속인들 사이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그대로 당연분할귀속되는지, 아니면 상속인들에게 당연분할귀속되지 않고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가 문제 된다. 3. 국내의 학설 공동상속인 간의 관계를 공유관계로 파악하는 전제에서 채권관계의 준공유에 대해서는 제278조 단서에 의해 제408조가 적용되기 때문에 가분채권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당연분속되고 그 결과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소극설),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이의가 없거나 상속인들 중 초과특별수익자가 존재하는 등 가분채권을 포함하여 상속재산분할을 행하는 것이 상속인 사이의 구체적 형평을 실현하는데 적당한 경우에는 가분채권도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견해(절충설),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가분채권의 귀속에 관한 당사자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될 우려가 있으므로 상속재산분할의 절차에서 일괄하여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므로 가분채권을 상속재산의 분할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적극설), 가분채권, 특히 금전채권이 상속재산 중에 있는 경우에는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까지는 그 상속재산 전체는 잠정적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상속인 전원에 속하므로 상속재산 중에 있는 채권도 피상속인이 생존하고 있었던 당시와 같은 형태로 상속재산 중에 존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상속채무자는 상속인 전원에 대하여만 이행할 수 있고, 각 상속인은 상속인 전원에 대한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견해(불가분채권설)가 있다.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가 제기되기 전 또는 소송 외적 상황에서는 가분채권이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당연분할귀속되고, 상속인은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한도에서 자유롭게 가분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본다. 또한 상속재산분할 이전에 공동상속인이 개별적으로 행사한 가분채권이 있을 경우 피상속인 명의의 잔존하고 있는 예금채권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대상으로 함에 대하여 공동상속인이 이의가 없을 경우에는 잔존하는 예금채권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아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대상성의 범위를 넓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4. 일본에서의 논의 일본최고재판소 最決平成28(2016)年12月19日民集70卷8号2121面(이하 '2016년 일본최고재판소 결정')의 다수의견은 상속재산분할은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는 것을 취지로 하므로 일반적으로는 피상속인의 재산을 가능한 한 폭넓게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보통예금채권의 경우 소비임치의 성질을 중심으로 하지만 예금계좌를 중심으로 다양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급여입금, 공공요금이나 신용카드 등의 지불을 위한 결제 등) 위임으로서의 성질도 가지고 있어서 일단 계약을 체결하여 계좌를 개설하면 1개의 채권으로 동일성이 유지되면서 항상 그 잔액이 변동될 수 있는 것으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고 각 공동상속인에게 확정금액의 채권으로 분할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므로 공동상속된 예금채권 중 보통예금채권과 정기예금 채권은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상속분에 따라 분할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016년 일본최고재판소 결정에 따라 신설된 일본가사사건절차법 제200조 제3항은 같은 조 제2항의 '급박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라는 엄격한 요건을 완화하고 가정법원이 상속재산에 속하는 예금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다른 공동상속인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 한 상속재산에 속하는 특정한 예금채권의 전부나 일부를 임시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고, 개정된 일본민법 제909조의2는 '각 공동상속인은 상속재산에 속하는 예저금채권 중 상속개시 당시의 채권액의 3분의 1에 제900조 및 제901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당해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을 곱한 금액에 대해서는 단독으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권리행사를 한 예저금채권에 대하여 당해 공동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부 분할에 의해 이를 취득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여 일정한 경우에 법원에 신청을 하지 않고 예금의 지급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5. 검토 실무상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주된 쟁점이 되는 사항은 어느 공동상속인에게 특별수익 또는 기여분이 인정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고, 특별수익의 입증이나 기여분의 인정 여부에 따라 법정상속분과 구체적 상속분이 다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실무적인 현실에서 대상결정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 대상성을 긍정하는 것이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제기한 공동상속인의 의사에 부합하고 분쟁의 일회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 한편, 대상결정에서는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이의가 없거나 모두 동의한 경우에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대상성을 인정할지 여부에 대하여는 침묵하였다. 그러나 상속재산 중 가분채권, 특히 예금채권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고, 예금채권은 현금과 유사한 환금성이 크기 때문에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넓게 인정할 필요성이 크고, 공동상속인들이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하여 동의할 경우에는 굳이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에서 배제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논의의 실익은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하는지에 대하여 공동상속인의 의사에 의할 것인가,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기여분과 특별수익이 문제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차이가 있는데,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대상으로 한다는 공동상속인의 의사와 법원의 직권적인 판단 사이에는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실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과다한 상속세를 납부하여야 하고 상속세 납부를 지연할 경우 상당한 액수의 가산세가 부과되는 상황과 같이 공동상속인의 고유재산만으로는 피상속인의 상속세 등 채무를 변제하기가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상속재산 중 가분채권, 특히 예금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이다. 현행 은행실무상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예금채권을 행사함에 대하여 은행은 예금의 지급을 거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속인이 수십 명에 이르고,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 대습상속 또는 재대습상속이 이루어져 상속관계가 매우 복잡한 경우 공동상속인들 전원의 합의로 상속재산 중 예금채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고,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유로 그 확정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분채권에 대하여 대상결정의 원칙적인 입장에 따라 가분채권이 공동상속인에게 분할귀속되어 상속인 일부가 단독으로 가분채권을 행사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가 있기 전 또는 소송 외적 상황 하에서 가분채권의 당연분할귀속여부에 대하여 대상결정은 명확하게 판시하지 않았다. 대상결정은 공동상속인들에 의하여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가 제기되어 그 심판이 진행될 것을 전제로 하여 가분채권은 원칙적으로 분할귀속된다는 원칙론을 판시했을 뿐이다. 필자는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가 제기되기 전 또는 소송 외적 상황에서는 가분채권이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당연분할귀속되고, 상속인은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한도에서 자유롭게 가분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은행으로 하여금 전부 또는 일부의 공동상속인의 예금채권 행사가 있을 때에는 변제 또는 변제공탁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은행이 일부 공동상속인의 예금인출을 거부할 경우 예금 인출을 거부당한 일부 공동상속인이 은행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속재산분할 이전에 공동상속인이 개별적으로 행사한 가분채권이 있을 경우 피상속인 명의의 잔존하고 있는 예금채권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대상으로 함에 대하여 공동상속인이 이의가 없을 경우에는 잔존하는 예금채권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아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대상성의 범위를 넓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김창규 변호사( 서울회)
상속재산분할
가분채권
공동상속
김창규 변호사( 서울회)
2022-12-11
가사·상속
민사일반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가 과연 판례법적 사항인가?
Ⅰ. 사실관계과 경과 甲은 남성으로 출생하였으나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가 되어 얼굴 형태와 체격, 목소리가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 甲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 혼인하였으나 성정체성 문제로 혼인한 지 약 5년 10개월 만에 이혼하였고,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고 있다. 甲은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허가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하급심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의 독자적인 소극요건으로 본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하여 甲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이 사건 성별정정허가 신청을 불허하였다. Ⅱ. 대상판결(다수의견)의 요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며(민법 제913조), 친권을 행사할 때에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12조),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미성년 자녀의 연령 및 신체적·정신적 상태,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에 대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나 이해의 정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의 형태 등 성전환자가 부 또는 모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형성·유지하고 있는 관계 및 유대감, 기타 가정환경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Ⅲ. 대법원 2011.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다수의견)의 요지 성전환수술에 의하여 출생 시의 성과 다른 반대의 성으로 성전환이 이미 이루어졌고, 정신과 등 의학적 측면에서도 이미 전환된 성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전환된 성으로 개인적 행동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까지 법이 관여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가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정정하여 배우자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Ⅳ. 문제의 제기-판례 변경의 허용성 문제 대상판결에서 1인의 대법관(이동원)만이 대법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 입각하여 반대하고 나머지 대법관들은 다수의견 및 다수의견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서의 반대의견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할 것은 아니고 고려할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는 양창수, 이인복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10여 년이 지나서 다수의견이 된 것이다. 판례는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한다. 여기서 개별 구체적 타당성을 목표로 하는 이상, 판례가 시대상황에 맞춰 부단히 기왕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럽고 나아가 요구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유의할 점이 있다. 과연 그런 변경이 전체 법질서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의 물음인데, 이는 해당 사법적 활동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검토하면서 얻어질 수 있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제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Ⅴ.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법적 정당성 문제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구 호적법 제120조) 제1항이 등록기록의 정정의 사유를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06. 6. 22. 선고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이래로 판례는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의 근거를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에 두고 있다. 그리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대법원 호적예규 제716호 2006. 9. 6.)'이 제정되었다. 문헌상으로도 시인되고 입법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지속적 판례'가 성립하면, 판례의 사실적 구속성은 규범적 구속성으로 응축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판례법적 원칙은 추정적으로뿐만 아니라 법 그 자체로부터 구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제는 일종의 판례법에 해당한다.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정당성을 필요로 하는데 그 기제가 법률이다. 즉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를 이렇게 판례법적으로 접근하는 것 즉,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허용성은 법률유보의 원칙의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법관은 '법의 입(bouche de la loi)'으로서만 기능하며, 법의 해석·구체화·적용은 현행 법질서를 넘어 새로운 법질서를 제시하는 양상인 법정립(입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역시 법의 후속적 형성(Rechtsfortbildung)이란 법원의 임무와 권능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들 기본법 제20조 제3항의 법관의 법·법률의 구속에 의해 도출된 한계 역시 강조하였다(Vgl. BVerfGE 34, 269(286ff.)). 성(性)의 변경은 특정인의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공동사회의 지배적 법 에토스(Ethos)는 물론, 기왕의 법질서에 대해서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판례법이 법률유보를 대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여기서 단순히 신청인의 행복추구권만을 극대화시켜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Ⅵ.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해서 성별정정허가의 재량적 접근의 문제 대상판결은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성별정정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는데, 이런 논증은 미성년 자녀가 존재함에 따른 개별구체적인 사정을 최대한 반영하여 개별적 정의의 차원에서 성별정정허가의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런 논증은 기본적으로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개별사건에 알맞고 합사실적인(실체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발견하고자 하는 재량 메커니즘에서 행해진다. 결국 대상판결은 법관의 성별정정허가를재량인양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량적 접근은 정형성과 형식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신분관계의 설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별정정허가의 기준이 입법을 통해 명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법관의 판단 자체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고조시킬 뿐이다. 미성년 자녀가 존재한 상황에서 행해진 성별정정불허가 자체가 오히려 사법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Ⅶ. 맺으면서 - 대법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의 바람직하지 않은 나비효과 혼돈에서의 나비효과는 초기조건의 아주 작은 차이가 최종 현상에서 아주 커다란 차이를 낳는다고 주장한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의 '초기조건의 민감성(sensitivity on initial conditions)'에서 비롯되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지금의 입법부재의 상황을 초래한 초기조건이 바로 대법원 2004스42전원합의체결정이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일찍이 1972년에 스웨덴에서 입법이 마련된 이래 대부분 국가는 관련 입법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성전환에 따른 호적변경이 2001년에 법원에 의해 허용되지 않은 후 2003년에 관련 법률(性同一性障害者の性別の取扱いの特例に関する法律)이 제정되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1980년 성전환법(TSG)을 대체하는, 신고에 의해 성별전환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성자기결정법(Selbstbestimmungsgesetz)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일찍이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지만('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493호, 2006. 9. 25.), 아쉽게도 그 이후 해당 지침이 참조조문에서 사라지는 데 그쳤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성별정정
자녀
성전환자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2-12-08
국가배상
민사일반
시대의 해원(解冤)을 넘어 국가배상법 개혁을 위한 모색
Ⅰ. 대상판결(다수의견)의 요지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음.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 긴급조치 제9호가 유신헌법상 발령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그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나 위헌·무효임(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이렇게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이상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충분함.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발령행위만으로는 개별 국민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긴급조치 제9호를 그대로 적용·집행하는 추가적인 직무집행을 통하여 그 손해가 현실화됨. 영장주의를 전면적으로 배제한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이므로, 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루어진 체포·구금은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직무집행임. 또한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었음에도 수사과정에서의 기본권 침해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은 채 위헌·무효인 긴급조치를 적용하여 내려진 유죄판결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임.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루어진 체포·구금, 그에 이은 수사 및 공소제기 등 수사기관의 직무행위와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한 법관의 직무행위는 긴급조치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무에 반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음.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함. Ⅱ. 긴급조치의 무효화에 따른 매우 늦은 숙제하기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가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에 의해 위헌·무효라고 판시되었지만, 국가배상책임의 차원에서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의 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요소를 넘어서지 못하였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나아가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를 고도의 정치적 행위성을 띈 국가행위로서 즉, 이른바 통치행위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기왕의 국가배상책임에서 판례가 전개한 기조와 거리를 두는 접근방식을 통해 국가배상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였다. 긴급조치 제9호는 1975년 5월 13일에 공포되었다. 긴급조치의 무효화에 따른 숙제를, 멀리는 47년이 지나, 가까이는 근 10년 만에 마친 셈이다. 이를 계기로 국가배상법의 개혁의 착안점을 모색하고자 한다(상론: '김중권, 개헌논의에 따른 국가배상시스템의 발본적 개혁(拔本的 改革)에 관한 소고' ≪유지태 교수 10주기 추도논문집≫ 2018. 3. 23. 267면 이하). 대상 판결을 계기로 현행 국가배상책임의 구조적 문제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정당성의 상실을 국가배상법의 위법의 의미로 바라보는 것이 시사하듯이, 판례는 국가배상책임을 민사불법행위의 기조에서 접근한다. 공법제도로서의 국가배상제도의 중점을 피해자 구제기능보다 제재 기능과 위법행위 억제 기능에 두면 공법적 문제의식이 고양됨으로써 역설적으로 피해자구제기능은 더욱더 신장될 수 있다. Ⅲ.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독특한 논증 긴급조치와 관련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가능성을 시인함으로써, 통치행위로 접근한 대법원 2012다48824 판결은 쉽게 극복되었지만, 집행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요소에 의거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2013다217962 판결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 긴급조치의 위헌성이 집행행위의 위법성에 의거한 국가배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국가배상책임의 기본구조인 집행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요소에 관한 기왕의 이해를 고수한 당연한 결과이다. 그리하여 다수의견은 손해발생이 집행행위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기왕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긴급조치의 발령과 그 집행행위를 망라하여 전체적 차원에서 객관적 정당성의 상실을 논증하고, 아울러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였다. 즉, 공무원 개인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특히 별개의견(김선수, 오경미 대법관)은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독립적인 불법행위라고 판시하였는데, 불법(不法)에 대한 당시 사법부의 -당시의 엄혹한 시대상황을 배제하고 판단하는 것이 저어되긴 하나- 부끄러운 외면을 통렬하게 반성한 것이다. 한편 별개의견은 주관적 책임요소의 문제를, 공무원 특정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국가 자체의 과실의 차원에서, 대통령 및 판사의 주관적 책임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모색하였다. Ⅳ. 국가배상책임의 개혁의 핵심사항 1. 현행 헌법조항의 정비 헌법 제29조 제1항은 일본의 헌법(1947. 5. 3. 시행) 제17조와 동일하다. 청구권적 기본권으로 접근하게 한 구조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표방한 것과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배상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차이가 크다. 전자는 당연히 후자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개별법의 미비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전자를 전제로 하긴 하나 개별법에 관한 문제인식을 극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와 같은 한계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일, 스위스 및 EU법 역시 법규정의 구조가 국가책임을 전면에 표방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법상황은 이례적이라 하겠다. 법치국가원리의 구체화의 차원에서 국가의 자기책임을 제고하기 위해서 현행 규정을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청구권적 기본권으로 규정한 방식을 국가가 책임을 지는 식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입법자의 광범한 형성을 가능케 하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를 삭제하여야 한다. 공무원 개인적 책임을 암묵적으로 전제로 하는 ‘공무원’을 삭제하고, 가해 공무원에 대한 선택적 청구권의 행사를 도출하는 데 원인을 제공한 제2문(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은 국가자기책임의 본질을 훼손하기에 삭제하여야 한다. 국가책임의 발전의 단계에서 독일보다는 스위스의 법상황이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에 맞춰 헌법조항을 “국가 또는 공공단체는 그 기관이나 소속된 자가 직무활동을 수행하면서 국민에게 위법하게 발생시킨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고 바꿀 필요가 있다. 2. 국가자기책임에 따른 국가배상법 제2조상의 고의, 과실의 삭제 국가배상법이 대위책임적 구조이긴 해도 헌법상의 국가자기책임의 기조를 견지하여 그 기조를 대입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헌법상의 자기책임을 관철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상의 명시적인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이다. 국가배상법상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는 행정소송상의 위법성판단과 국가배상법상의 위법성판단을 다르게 만들거니와, 가해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의 존부가 국가책임인정의 궁극적인 기준이 되게 한다.긴급조치를 위헌·무효라고 판시한 대법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이후에 국가배상책임의 인정이 지체된 상황, 즉 국가적 불법에 대한 실효적인 사법적 단죄가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서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여부에 초점을 맞추면, 국민 일반이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종종 빚어지곤 한다. 전적으로 판사의 판단대상인 국가배상법 제2조의 주관적 책임요소를 과감하게 삭제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국가배상법 제3조 제1항은 '공무원이 직무활동에서 제3자에게 위법하게 가한 손해에 대해 연방은 공무원의 유책성을 고려함이 없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Ⅴ. 맺으면서-국가배상책임은 공법제도이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현행 국가배상책임의 구조적 문제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정당성의 상실을 국가배상법의 위법의 의미로 바라보는 것이 시사하듯이, 판례는 국가배상책임을 민사불법행위의 기조에서 접근한다. 공법제도로서의 국가배상제도의 중점을 피해자구제기능보다 제재기능과 위법행위억제기능에 두면 공법적 문제의식이 고양됨으로써 역설적으로 피해자구제기능은 더욱더 신장될 수 있다. 기왕의 민사불법행위에 터 잡은 국가배상 시스템의 구조를 발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근대사에 드리운 ‘긴급조치’의 그림자가 대상판결을 통해 사법적으로 일소되었다. 일련의 긴급조치 발표를 TV를 통해 시청하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당시에 오늘의 상황이 오리라고 과연 생각이나 했을까? 새삼 시간의 존재가 무섭게 느껴진다. “그대가 하고자 꾀하고 있는 것이 동시에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도록 행하라!”(칸트)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긴급조치제9호
국가배상
유신헌법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2-09-05
금융·보험
민사일반
담보신탁계약상 타인의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한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1. 사실관계 C은행은 D에게 40억 원을 대출해주었고, 원고 A는 D의 대출금 채무에 연대보증을 하였다. 피고 B는 D의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甲토지에 관하여 신탁회사인 E와 우선수익자를 C은행으로, 수익자를 피고 B로 하는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 A는 D의 대출금채무 중 184,620,507원을 C은행에 대위변제하였다. 2. 원고 A의 주장 요지 및 본 사안의 쟁점 원고 A는 자신이 D의 대출금채무 중 194,620,507원을 대신 변제하였으므로 변제자 대위 법리에 따라 C은행의 담보신탁계약상 우선수익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본 사안에서는 피고 B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피고 B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면 원고 A가 피고 B에 대하여 변제자대위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 B가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원심은 원고 A와 피고 B 사이에는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적용되고, 같은 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이 여럿 있는 경우 어느 1인이 자신의 부담 부분을 넘는 대위변제 등을 하지 않으면 다른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을 상대로 채권자의 권리를 대위할 수 없는데, 원고 A가 자신의 부담 부분을 넘어 대위변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 A는 변제자 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피고 B를 물상보증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 B가 물상보증인이 아니더라도,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 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원고 A가 인원수에 비례하여 산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대위변제하였다고 볼 수 없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결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타인의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는 행위가 물상보증의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여 피고 B가 물상보증인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에도, 사실상 보증인과 위탁자의 관계를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관계와 동일하게 보아 보증인과 위탁자 상호간 대위 비율도 인원수에 따라 정하고, 보증인이 변제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인원수에 따른 대위 비율로 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소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여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고,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교환적 가치를 수령하게 한다는 점에서 물상보증인과 유사하게 본 것으로 사료된다. 5.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이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 가. 물상보증의 요건 물상보증이란 (a) 채무자 아닌 사람이 (b) 채무자를 위하여 (c) 자기 소유 재산에 대하여 (d)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다283028 판결). 나. 위탁자 소유가 아닌 부동산 부동산 신탁은 그 목적과 관리방법 등에 따라 관리신탁, 처분신탁, 담보신탁 등 여러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 담보신탁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하는 신탁에 해당한다.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신탁계약을 의미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0732 판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담보신탁을 설정할 시 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귀속되고, 채권자나 위탁자는 수익자로서 신탁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수익권을 가지게 된다.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위탁자 소유 재산에 대하여 담보물권을 설정하여야 하나,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할 시 부동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므로, 위 부동산은 위탁자 소유의 재산으로 볼 수 없다. 다. 물권이 아닌 채권에 해당하는 (우선)수익권 수익권은 담보신탁 대상인 부동산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자익권, 수탁자를 감시하는 감독권능, 신탁재산에 대한 보전권능, 신탁운영권 등 신탁재산 및 수탁자에 대한 권리의 총체를 의미하고, 이러한 점에서 제한물권의 일종으로서 목적물의 교환적 가치를 지배하는 담보물권과는 차이가 있다. 수익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학설은 채권설, 실질적 법주체성설, 제한적 권리이전설 등으로 나누어지나,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다12608 판결을 고려해 볼 때, 대법원은 수익권을 수탁자에 대한 채권으로 보는 채권설의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선수익권의 의미에 관하여도 대법원은 "우선수익권은 신탁법에서 규정한 법률용어는 아니나, 거래 관행상 통상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 우선수익자로 지정된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에 신탁재산 처분을 요청하고 처분대금에서 자신의 채권을 위탁자인 채무자나 그 밖의 다른 채권자들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결국 위탁자가 수탁자와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며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담보물권이 아니라 채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도 "(우선수익자로 설정된) 채권자는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탁이라는 법적 형식을 통하여 도산 절연 및 담보적 기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게 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우선수익권은 우선 변제적 효과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신탁계약상 권리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라. 담보신탁계약 체결 시 수익권의 원시취득 '원시취득'이란, 어떤 물권이 타인의 물권에 기함이 없이 특정인에게 새로 발생하는 것을 말하고, '승계취득'이란, 어떤 물권이 타인의 물권에 기하여 특정인에게 승계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용익물권, 담보물권 등 제한물권의 설정은 승계취득에 해당한다(서울행정법원 2019. 7. 11. 선고 2019구합53433 판결). 반면에, 담보신탁계약상 수익자는 위탁자가 가지고 있는 수익권 중 일부를 승계받거나 담보로 설정받는 것이 아니라, 위탁자의 수익권과는 별개로 자신의 수익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인 바(신탁법 제56조 제1항), 수익권은 수탁자가 원시취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승계취득에 해당하는 담보물권과 차이가 있다. 마. 수반성, 부종성 부존재 담보물권은 피담보채권이 변제 등의 원인으로 소멸하게 되면 담보물권도 소멸하고(부종성), 피담보채권이 양도되면 종된 권리로서 그 피담보채권과 같이 이전하게 된다(수반성). 그런데 피담보채권이 이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우선수익권이 피담보채권과 같이 이전된다고 볼 수 없고, 피담보채권과 우선수익권의 귀속주체가 달라졌다고 우선수익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수반성과 부종성이 없다는 점에서 수익권은 담보물권과 차이가 있다. 바. 소결 이와 같이, 담보신탁계약 체결 시, 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이전하게 된다. 또한 담보신탁계약상 수익권은 담보물권과 달리 물권이 아니라 채권에 해당하고, 승계취득이 아니라 원시취득하는 것이며 수반성과 부종성도 없다. 수익권과 담보물권은 이러한 차이가 있고,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물상보증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대법원은 피고 B를 물상보증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6. 위탁자와 보증인간 변제자대위 관계에 대하여 민법 제482조 제2항은 동일한 채무에 대하여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여럿이 있는 경우 대위자들 상호간의 대위의 순서와 분담비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1, 2호는 '보증인과 전세물·저당물의 제3취득자와의 관계', 같은 조항 제3호는 '제3취득자들의 상호관계', 같은 조항 제4호는 '물상보증인들의 상호관계', 같은 조항 제5호는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상호관계'를 각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증인과 타인의 채권자를 담보신탁계약상 우선수익자로 설정해준 위탁자 사이의 변제자대위 관계에 관해서는 민법에 규정이 없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먼저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전액에 대하여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다른 기준이나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 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7다278187 판결). 대법원은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제482조 제2항 제5호를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였음에도 결과적으로는 보증인과 위탁자의 관계를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관계와 동일하게 보아, 보증인과 위탁자 상호간 대위비율도 인원수에 따라 정하고, 보증인이 변제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인원수에 따른 대위비율로 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소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여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고,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교환적 가치를 수령하게 한다는 점에서 물상보증인과 유사하게 본 것으로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주식회사 OCI 법무팀)
대출금
변제자대위
물상보증인
배상현 변호사(주식회사 OCI 법무팀)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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