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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1. 사실 및 논점 (1)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1997년 2월 말경 6,000만 원, 1997년 4월 초경 1억 원을 각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하여, 2004년 11월 11일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받고 2004년 12월 7일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4년 11월 4일 위 대여금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피고를 상대로 1억 6,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직권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 소의 형태에 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것이 논점이다. 2.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다수의견의 요지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 소의 형태로서 항상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만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중단을 위해서 오로지 전소와 소송목적이 동일한 이행소송만 제기되어야 한다면 채권자가 실제로 의도하지도 않은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실체 심리가 진행됨으로써 채무자는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조기에 제출하지 아니할 수 없어 법원은 이에 관하여 불필요한 심리를 하여야 하며, 채무자는 중복된 이행판결로 말미암은 이중집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질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채권자 또한 자신이 제기한 후 소의 적법성이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는 위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는 편익이 생긴다. (2) 소수의견의 요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해석을 통하여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다. 입법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를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청구권 확인소송은 전소 판결의 소송목적이자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청구권 확인소송과 비교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 측면에서도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확인의 이익을 비롯하여 법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3. 논점의 전개 (1) 상고심의 심리범위 대법원이 판단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상고이유에 대한 것이 아니고 직권으로 판단한 것이므로 상고심의 심리범위에 속하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도 직권심리사항에 관해서 사실심리가 가능한 이상(제434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원칙(제259조)의 적용범위 문제라고 한다면 직권심리가 가능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위 대전판은 상고기각의 결론을 달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할 뿐 청구인용판결의 경우에는 그 종류를 물어서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므로 이행소송 이외에도 확인소송이 청구인용판결로 되었다면 당연히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문제는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수 있느냐이다. (3)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재판상청구가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점은 민법 제168조 제1호와 민법 제170조 제1항의 사유이므로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것은 위 민법규정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다름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판례는 민법 제211조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고가 소유자인 피고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소극적 확인주장은, 법적 3단 논법의 대전제인 물권법정주의(민 제185조)의 적용을 받는 민법 제211조라는 법규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판 2012. 6. 28. 2010다81049 참조)고 하였다. (4) 청구권확인소송의 문제점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재차의 이행청구소송이나 확인소송이 허용되는 이유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서이다. 따라서 시효중단 목적이 없는 중복된 이행청구소송이나 청구권확인소송은 2중 제소 금지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한 것이다. 따라서 청구권확인소송은 시효중단을 위한 범위에서만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청구권확인소송은 허용되기 어렵다. (5)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 원고가 이미 확정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집행권원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또한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을 경우, 예컨대 임의경매신청 등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대판 1991.12.10. 선고 91다17092 참조) 등에는 동일한 소송목적에 대한 소의 반복 제기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고, 소제기보다 간편한 민사집행의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을 허용하여야 하며, 그 경우의 확인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부존재하는 부적법한 확인소송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독일 연방통상대법원(BGH) 판례에 따르면, 부적법한 확인하는 소라고 하더라도 실질적 권리자에 의해서 제기되는 한(BGH NJW 2010, 2270 Rn. 3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중단된다(BGH NJW-RR 2013, 992 Rn. 28; NJW 2004, 3772;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고 하였다. 다만 채권이 단지 도산절차에서의 신청에 의해서만 회수될 수 있을 때에는, 확인하는 소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한다( BGH NJW-RR 2013, 992 Rn. 2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4. 결론 (1) 결국 우리 대법원 판결의‘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독일 판례상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입법사항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확인소송의 기능은 분쟁의 예방에 있는데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이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소멸시효에 관한 분쟁해결 기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관계의 분쟁에 관한 확인소송이 아니어서 부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2) 다만 법률상 확인소송으로서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완성의 임박성이나 소제기보다 간단한 민사집행 방법이 부존재하다는 보충성의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여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대전판 2018.7.1., 2018다22008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각종 채권추심기관의 난립과 횡행을 부추겨 충분한 변제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가 견뎌야 할 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는 사회적 문제가 따르게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시효완성의 임박성이 있는 시점에 시효중단을 위해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는 지 등 민사집행 방법의 부존재 요건을 살피도록 설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2019-02-18
민사일반
사기죄와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판결 - Ⅰ. 개요 1. 사실관계(쟁점 검토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대한 단순화하였다) 피고인은 토지거래허가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서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이를 이용하여 위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여 대부업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근저당권자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였다. 2. 쟁점 피고인의 행위는 기망행위에 의해 유발된 착오로 인하여 피기망자가 내심의 의사(토지거래허가 신청)와 다른 처분문서(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서명?날인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 이른바 ‘서명사취’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종래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87도1042 판결, 대법원 99도1326 판결, 대법원 선고 2011도769 판결 등), 서명?날인을 한 피기망자가 처분결과를 인식하지 못한 서명사취 사안에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87도1042 판결). 대상판결의 제1심 및 원심은 종전 판례에 따라 사기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지, 서명사취 사안에서도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다수의견(7명) 1) 사기죄의 본질과 그 구조,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의 기능과 역할, 기망행위와 착오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고, 이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피기망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는 인정된다. 다시 말하면 피기망자가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 2. 반대의견(6명) 1) 절도죄와 구별되는 사기죄의 본질,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처분결과에 대한 피기망자의 주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2)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 피기망자에게는 자신이 서명 또는 날인하는 처분문서의 내용과 그 법적 효과에 대하여 아무런 인식이 없으므로 처분의사와 그에 기한 처분행위를 부정함이 옳다. Ⅲ. 대상판결의 검토 1.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 유무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 1)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47조). 판례와 학설은 이를 풀어 사기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① 행위자의 기망행위, ② 피기망자의 착오 및 ③ 그에 따른 처분행위, ④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 ⑤ 그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2)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는 기망, 착오,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이어지는 사기죄의 구조에서 위 구성요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사기죄의 ‘기술된 구성요건’이냐 ‘기술되지 않은 구성이냐’에 대한 논의가 있으나, 범죄 구조상 처분행위가 사기죄의 성립에 필요한 구성요건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사기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처분행위는 사기죄와 절도죄를 구별하는 역할을 한다. 본질적으로 사기죄는 피기망자(주로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이고, 절도죄는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행위자의 행위에 의하여 재물을 탈취하는 범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기죄를 자기손상범죄, 절도죄를 타인손상범죄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3) 처분행위와 관련하여, 피기망자에게 처분행위에 관한 주관적 인식, 즉 처분의사가 있어야 하는지, 그렇다면 처분의사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견해의 대립이 있다. 이 견해 대립은 사기죄의 처벌 범위를 달리 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4)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이에 관한 처분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입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처분의사의 구체적 의미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으로 충분하다고 해석하는 반면, 반대의견은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 즉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만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다수의견은 처분‘행위’에 관한 인식에, 반대의견은 ‘처분’행위에 관한 인식에 강조점을 둔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처벌 여부를 달리 보는 행위로는 ① 본건과 같은 서명사취 사안, ② 변종 보이스피싱 행위(예: 세금환급을 해 준다고 속이고 피해자를 현금인출기로 유인해 피해자 계좌에서 보이스피싱 계좌로 돈을 이체하도록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위 사안에서 피해자(피기망자)는 어떠한 처분문서에 관한 서명?날인 행위 또는 현금인출기 작동 행위를 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으므로, 처분의사가 인정되고, 사기죄가 성립한다. 반면 반대의견에 의하면, 피해자(피기망자)는 처분문서의 내용과 같은 재산의 이전 또는 보이스피싱 계좌로의 자금 이체라는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므로, 처분의사가 인정되지 않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반대의견에 의하면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해 피해자를 더 심한 착오에 빠뜨리는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한다. 반면 반대의견은, 처벌의 공백은 특별 입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데도(예: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등) 다수의견이 형법의 보장적 기능을 훼손하면서까지 범죄 구성요건을 무리하게 확대해석한다고 비판한다. 2. 서명사취 관련 법률관계 1) 대상판결에 따라 이제 서명사취의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하는 행위도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런데 판례는 명의인을 기망하여 문서를 작성케 하는 행위는 서명?날인이 정당하게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명의인을 이용하여 서명?날인자의 의사에 반하는 문서를 작성케 한 것이므로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대법원 2000도778 판결 등). 그렇다면 서명사취의 방법으로 처분문서를 작성케 하고 이를 이용하여 타인의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 사문서위조죄, 동 행사죄와 사기죄가 함께 성립할 수 있다. 2) ‘서명사취’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인장사취’가 있다. 이는 용도 등을 속여 타인으로부터 도장을 받은 후 임의로 타인 명의의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장사취 행위가 문서위조죄에 해당함은 물론이나, 사기죄 성립에 관하여는 판례가 이를 부정하였다(대법원 81도1732 판결). 반면 이제 서명사취의 경우는 피해자의 서명?날인행위가 처분행위로 인정됨으로써 사기죄가 성립하게 되었다. 사기죄 성립 여부에 있어서 서명사취와 인장사취는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셈이다. 3) 다만 서명사취의 방법으로 작성하든, 인장사취의 방법으로 작성하든 그 문서는 모두 명의자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된 위조문서라는 점은 같다. 따라서 설령 피해자 명의의 처분문서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서명사취 또는 인장사취에 의한 위조문서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그 처분문서 내용과 같은 법률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처분문서의 내용과 같은 법률효과가 발생할 수도 없다. 실제로 대상판결 사안에서 피해자 소유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민사소송을 통하여 근저당권 설정에 관한 의사 합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말소된 것으로 보인다. Ⅳ. 사견 처분행위는 범죄행위자의 행위가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로서 책임주의 원칙과 관련이 없어, 피해자의 주관적 인식을 범죄행위자의 고의와 같은 정도로 엄격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기망행위가 어느 수준 이상 지능적이 되면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사기죄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다수의견에 공감한다. 다만 반대의견이 민사법 분야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기본 범죄의 해석론을 너무 쉽게 변경한다고 우려한 뜻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예컨대 이제 서명사취로 인한 피해자의 처분문서 작성행위는 민사법적으로는 법률효과를 발생케 하는 법률행위가 아니면서, 형사법적으로는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에 해당하게 되었다. 이 간극을 매끄럽게 해석하는 것도 향후의 과제라고 본다.
토지거래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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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자
근저당권
사기죄
김일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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