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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와 채무자간에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그 확정판결에 대하여 다시 다툴 수 있는가
Ⅰ.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원고는 소외 甲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원고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소외 乙에게 요청하여 乙 명의로 다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乙 명의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는 해제되었으며 피고는 소외 乙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외 乙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소외 甲 등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각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甲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원고는 위 甲 등에 대하여 위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계약 및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의 이행불능, 집행불능 등으로 인한 매매대금 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일체의 금전적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이하 '이 사건 화해'라고 한다)이 성립하였고 이후 소외 乙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화해에서 취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소외 甲 등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본안전항변을 하였으나 원심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화해는 토지거래허가제에 관한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를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를 대신하여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Ⅱ. 대상 판결의 평석 1. 종래 판례의 태도와 최근의 변화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피보전채권에 관하여 승소확정을 받은 바 있으면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입증되었으므로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한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계속하여 왔었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18741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다82700,8271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에서 기존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피보전채권이 존재한다는 확정판결이 있어도 그 채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 제3채무자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하여 처음으로 예외를 인정하였다. 위 판례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위 2014다74919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대하여 확정판결이 있어도 이를 다툴 수 있는 예외적 경우를 판시하고 있다. 위 2014다74919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소송신탁을 금지하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고 대상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토지거래허가제도에 관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다. 2. 종래 판례에 대한 해석론 가. 피보전채권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작용하게 되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확장되는 경우라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선결문제로 작용하기 위하여는 전소와 후소 사이에 당사자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함은 민사소송법 제2018조 1항의 취지상 당연하다. 피보전채권에 관한 소의 당사자와 채권자대위소송의 당사자가 다르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의 선결문제로 작용할 수 없다. 나. 피보전채권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그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가 아닌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은 민사소송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고 판례도 반사적 효력에 대하여 부정적이라는 점에서(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28099 판결 참조), 종래 판례를 반사적 효력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 종래 판례를 확정 판결의 증명효 문제로 접근하는 견해(윤진수, 민법논고 7, 박영사, 2015, 434 이하 참조)가 있는데 이 견해가 타당하여 보인다. 확정판결의 증명효란 확정된 판결의 이유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는 후소송에서 동일한 사실관계가 문제될 경우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이를 뒤집지 못하는 효력을 말한다(대법원 1990. 5. 22. 선고 89다카33944 판결, 대법원 2010. 8. 19. 2010다26745·26752 판결 등 참조). 이 견해에 의하면 피보전채권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되었다고 하더라고 채권자대위소송과정에서 제3채무자가 새로운 증거방법을 제출하여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게 된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가. 종래 판례는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관하여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이를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하고 있어 그에 대한 근거로 기판력의 확장이론이나 판결의 반사적 효력론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위 2014다74919 판결과 이를 계승한 대상 판결에서는 예외적으로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위 2014다74919 판결 및 대상 판결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였는데, 피보전채권의 부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을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취득한 사실'로 국한 시킬 이유는 없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 외에도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모든 사유를 들어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3채무자가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게 된 셈이다. 다만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전소의 확정판결이라는 유력한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었으므로 제3채무자는 전소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된 피보전채권의 발생원인사실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나. 대상 판결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확장되거나 반사효가 미치는 경우가 아니라 증명효가 미치는 경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2021-02-01
민사일반
항공·해상
항공기 비행에 의한 피해와 민사적 쟁점
Ⅰ. 사실관계 개요 및 사건의 진행 (1) 피고 대한민국 소유 경찰청 헬기장을 사용하는 헬기가 이·착륙할 때 원고 소유 토지 상공을 통과하였다. 이 토지는 헬기장 설치전부터 차고지로 사용되었고 그 지상 건축물은 주유소 등으로 이용되었다. 원고는 대전광역시 서구청장에게 위 토지 지상에 장례식장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그 후 건축불허가처분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위 불허가처분 취소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 후 원고는 증축허가 및 공작물축조 신청을 하였으나 불허가처분을 받았고 장례식장으로의 용도변경 허가신청도 불허가되었다. 원고는 해당 불허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기각되었다. (2) 이에 원고는 헬기 비행에 따른 안전문제로 지상 건축물의 증축 등이 불허가되는 등 토지의 이용에 심각한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①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근거하여 헬기 이·착륙시 토지 상공 통과 금지를 구하며 ② 피고의 헬기장 관리에 있어 의무위반을 근거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원심법원(대전고등법원 2013. 8. 27. 선고 2012나4891 판결)은 금지청구 부분을 인용하면서도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항공기 비행에 의한 피해와 민사적 쟁점', 중앙법학(2020. 3.)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및 환송심의 결과 1. 소유권에 기한 비행금지청구 대상판결에서는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대한 방해가 있음을 이유로 비행 금지 등 방해의 제거 및 예방을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토지소유권이 미치는 범위 내의 상공에서 방해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이어야 한다"며 "비행의 금지 등을 구하는 방지청구와 금전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는 내용과 요건이 다르므로 참을 한도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요소와 중요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특히 방지청구는 그것이 허용될 경우 소송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의 이해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방해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때는 청구가 허용될 경우 토지 소유자가 받을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 등을 비교·형량해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후 헬기장이 이전하여 환송심은 이 쟁점을 다루지 않았다. 2.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대상판결은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방해가 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그 소유자는 항공기의 비행 등으로 토지를 더 이상 본래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 재산적 손해와 공중 부분의 사용료 상당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 부분도 파기하였다. 환송심은 이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Ⅲ. 검토 1. 소유권에 기한 비행금지청구 (1) 민법상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제212조). 따라서 정당한 이익있는 범위의 공중에 대하여 토지소유권이 미치므로 상공에 관한 행위가 토지 소유권 행사에 제한이 된다면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소유권자에게 구제수단을 부여할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는 이익형량의 문제인데 환경분야 및 인접지 분쟁에서 침해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이익형량의 기준은 '참을 한도' 이론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사례에서 참을 한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판례의 일관된 태도이다. 대상판결도 상린관계에 관한 민법 제217조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을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2) 불법행위책임에서도 위법성 판단에 있어 참을 한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두 기준이 동일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소위 '위법성의 단계설'). 즉 동일한 행위의 위법성이 구제방법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는데 위법성은 행위의 성격이므로 위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참을 한도는 각 행위 혹은 구제수단마다 차이를 둘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선을 넘으면 위법하지만 그 선은 제도에 따라 다르게 그어질 수 있다. 금지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은 침해자의 의무위반행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그 요건·효과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지청구권은 장래 지향적 수단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사후적 구제수단이다. 금지청구권은 직접적으로 위반행위에 작용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은 침해행위에 작용하여 의무준수를 간접적으로만 실현하므로 사후적 배상책임을 감수하고 침해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없다. 한편 금지청구권 인정에는 손해배상과 달리 귀책사유가 요구되지 않는다. 결국 금지청구는 보다 간명한 기준으로 인정되는 적극적인 구제수단이다. 그런데 참을 한도의 기준 외에 금지청구권이 가지는 적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은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참을 한도를 정할 때에는 그 침해행위를 전면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배상을 하는 것으로서 용인할 것인지에 따라 차등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적절하다. 대상판결 이전에도 고속도로 소음 관련 사안에서 대법원은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접근하여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1다91784 판결) 대상판결은 다시 한 번 그 점을 명확히 하였다. (3) 대상판결은 캘러브레시와 멜러메드가 권리보호방식에 관하여 제시한 동의규칙(property rule), 보상규칙(liability rule)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원심은 "상린관계 규정에 의한 수인의무의 범위를 넘는 토지이용관계의 조정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맡겨야 한다"고 판단하여 금지청구를 인용하였는데 사적자치를 통한 해결에 맡기는 것은 동의규칙의 적용이다. 대상판결은 금지청구는 배척하면서 손해배상의 가능성을 명시하였는데 이는 법원이 당사자간 이르지 못한 의견의 합치, 구체적으로는 사용료 결정을 해주는 것과 같다. 이는 보상규칙을 통한 해결이다.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지리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거래비용이 커서 당사자간 협상에 의한 해결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장기간의 분쟁을 금지청구 인용으로 마무리하여 당사자들이 새로이 협상을 개시하도록 하는 것은 법경제학적으로 유익한 결론이라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관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참을 한도를 넘는 소유권침해는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할 수 있다.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하기 위한 허들은 일반적으로 방해배제보다 낮다. 대상판결에 있어 불법행위 책임을 문제 삼는 원고의 태도는 특별할 것이 없으나 손해액의 증명이 문제되었다. 다툼있는 사실에 대하여 당사자가 충분한 증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은 증명을 촉구할 수 있다. 특히 손해배상책임의 기본적 요건은 충족되지만 배상액에 관한 충분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88617 판결 등). 이는 손해의 발생사실은 입증되었지만 손해액 증명의 곤란함을 당사자의 노력 부족으로 귀착시킬 수 없는 소송유형에 있어 증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하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목적 등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대상판결에서는 토지를 본래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발생하게 된 재산적 손해와 사용료 상당 손해의 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보면서 그 산정과 관련해서는 석명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을 선언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는데 이는 기존 판례에 부합하는 판시이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가 신설되어 손해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손해액 증명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에 해당 조문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개정 민사소송법의 태도에서 대상판결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도 같은 논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Ⅳ. 나가며 대상판결은 기존에 국가배상책임이 문제된 소음 사건과는 달리 인접지 소유자간 분쟁으로서 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 관한 것이었다. 따라서 기존의 소음 관련 분쟁에서의 논의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었지만 해당 사건들에서 발전된 논리가 종합 적용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대체로 그 논리는 수긍할 수 있다.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합리적이다. 드론 등이 널리 사용됨에 따라 공중이 새로운 가용 공간이 되는 시대에 대상판결은 새로운 유형의 사건에 있어 의미있는 접근 방향을 제시한다. 한승수 교수 (중앙대 로스쿨)
비행금지청구
항공기
토지
소유권침해
한승수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1-01-07
민사일반
소수지분권자에 대한 다른 소수지분권자의 방해배제·인도청구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① A와 B가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는 토지 중 A의 지분은 甲이 단독으로 상속하고 B의 지분은 乙이 형제들과 함께 공동으로 각 상속하였다. ② 그 후 乙은 토지의 일부(7732㎡ 중 6432㎡)에 소나무를 심어 그 부분 토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③ 甲(2분의 1 지분권자)은 乙(14분의 1 또는 17분의 1 지분권자)을 상대로 소나무 등 지상물의 수거, 토지의 인도,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안과 같이 공유 토지의 소수지분권자(乙)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지상물을 설치하는 등 그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甲)는 지상물 제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가? 또 그 근거는 무엇인가? 2. 기존판례와 대상판결의 요지 기존판례(대상판결 전의 판례)는 공유물을 점유하는 소수지분권자(乙)에 대하여 다른 소수지분권자(甲)가 부동산 인도(또는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청구한 사안에서 甲은 '보존행위로서' 위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다수의견)은 위 사안에서 乙의 독점적 점유는 위법하고(기존판례도 같음), 甲은 乙의 위법한 점유를 배제하기 위하여 방해배제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며(기존판례와 결론은 같으나 논거는 다름), 인도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기존판례와 결론·논거 모두 다름). 즉 원심은 기존판례에 따라 甲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으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①甲에게 독점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없는 점, 乙에 대한 인도청구를 보존행위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인도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을 파기·환송하였고 ②지상물 수거청구는 보존행위가 아니라고 보면서도(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라고 보았음) 그 청구를 인용한 결론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그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또한 대법원 2020. 6. 12.자 2020마5186 결정은 부부가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는 아파트 중 남편의 지분에 대한 강제경매절차의 매수인이 아파트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부인을 상대로 부동산인도명령을 신청한 사안에서 대상판결의 법리를 원용하면서 위 신청을 인용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3. 평석 가. 공유물 인도청구 배척의 근거 (1) 독점적 점유 권원의 부존재 대상판결은 공유물의 인도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1)甲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원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2)甲은 독점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있고 乙은 점유할 권원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수익권(민법 제263조)을 침해하는 위법상태(乙의 독점적 점유) 해소의 결과 또 다른 위법상태(甲의 독점적 점유)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2)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甲은 소유자로서 소유물반환청구권(민법 제213조)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지분 과반수의 결정(민법 제265조)이 없는 한 甲과 乙은 지분의 비율로 공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으므로 2)의 요건을 갖출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공유물을 무단 점유하는 제3자에 대한 인도청구는 2)의 요건을 갖추어 인용될 수 있지만 공유자인 乙에 대한 인도청구는 2)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배척되는 것이다. (2) 공유자 간 인도청구의 '보존행위' 불포함 기존판례와 같이 甲의 인도청구가 공유물의 보존행위(민법 제265조)에 해당한다고 보면 甲은 보존행위로서 인도청구를 할 수 있고 乙은 이를 수인하여야 한다. 인도청구의 보존행위성을 인정한다면 2)의 요건을 요구하더라도 그 요건을 갖추게 되므로 甲의 인도청구는 인용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공유자 사이의 인도청구는 보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으로써 이러한 가능성도 차단하였다. 즉 모든 공유자가 보존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그것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인데(93다54736), 甲의 인도청구는 乙의 이해와 충돌하게 되므로 보존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3) 또 다른 위법상태의 초래 인도청구가 허용된다면 甲은 승소판결을 받아 인도집행을 신청함으로써 공유물을 인도받을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58조 제1항). 그러나 인도집행으로 甲이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또 다른 위법상태가 초래될 뿐 '공유자 전원이 공동으로 공유물을 점유하여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공동점유 상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현행법상 공동점유 상태를 실현할 소송이나 집행방법도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김재형·안철상 대법관 보충의견). (4) 순환소송의 기판력 저촉 인도청구가 허용된다면 인도판결·인도집행으로 점유를 상실한 乙은 다시 甲에 대한 동일한 소송·집행으로 점유를 회복할 수 있게 되고 甲에 의하여 또 다시 이러한 소송·집행이 반복될 수 있다(순환소송·순환집행). 대상판결은 기판력 제도의 본질상 순환소송이 허용될 수 없다는 점도 그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이기택 대법관 보충의견). 나. 공유물 방해배제청구 인정의 근거 (1)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대상판결은 甲은 乙에 대하여 지상물 수거청구를 단독으로 할 수 있으며 이는 보존행위(민법 제265조)가 아니라 방해배제청구(민법 제214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공유지분권의 본질은 소유권이고 사용·수익권은 소유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권능에 속하는데(민법 제211조) 乙의 독점적 점유는 甲 등의 사용·수익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甲은 지분권에 기하여 공유물에 대한 방해상태 제거나 행위 금지 등을 단독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공유자 간 방해배제청구의 '보존행위' 불포함 대상판결은 지상물 제거와 같은 공유물 방해배제청구는 보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그 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경우에도 인도청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甲과 乙의 이해가 충돌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공동점유 상태의 직접 실현 대상판결은 인도청구를 허용하지 않고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하면 甲이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중간과정 내지 위법상태를 거치지 않고 적법한 공동점유 상태를 곧바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 적용범위 첫째 대상판결의 법리는 乙이 공유물을 대여하여 제3자가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甲은 그 제3자를 상대로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김재형·안철상 대법관 보충의견). 둘째 대상판결의 법리는 지상물제거(건물철거 등)·토지인도 청구의 경우뿐만 아니라 건물퇴거·건물철거·토지인도 청구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甲·乙이 각 2분의1 지분으로 공유하는 토지에 乙이 무단 건축한 건물을 丙이 乙로부터 임차하여 점유하는 경우 甲의 토지인도 청구는 허용되지 않지만 丙에 대한 퇴거청구 및 乙에 대한 철거청구는 방해배제청구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라. 관리·보존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판례이론 (1) 과반수 지분의 결정으로 점유하는 경우 과반수 지분의 결정으로 일부 공유자(특히 그 과반수지분권자) 또는 대여받은 제3자가 공유물을 점유하는 경우 그 결정 내지 점유는 적법한 관리행위 내지 관리방법(민법 제265조)으로서 모든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하므로 소수지분권자는 인도('방해배제 및 인도' 포함, 이하 같음)를 청구할 수 없다. (2) 소수 지분의 결정으로 점유하는 경우 소수 지분의 결정으로 일부 공유자(특히 그 소수지분권자) 또는 대여받은 제3자가 공유물을 점유하는 경우 그 결정 내지 점유는 적법한 관리행위 내지 관리방법이 아니며 적어도 다른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무효이다. 따라서 '과반수지분권자'는 관리행위로서 그 점유자에 대하여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81다653). 그러나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앞서 살펴본 바대로 보존행위나 관리행위로서가 아니라 지분권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며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 (3) 제3자가 무단 점유하는 경우 제3자가 무단 점유하는 경우 그 점유는 모든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적법·무효이다. 이 경우 각 공유자가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에 관하여 기존판례는 보존행위로 보았으나(66다800) 대상판결의 취지를 고려하면 甲은 지분권에 기하여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마. 전망 대상판결에 의하면 향후 소수지분권자 사이의 순환소송·순환집행의 폐해나 소수지분권 매수인의 횡포는 현저하게 감소될 것이다. 또한 소수지분권자들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공유물의 관리방법에 관한 협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무단독점
방해배제청구
토지인도
토지공유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2020-09-03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승소확정판결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치는 영향
Ⅰ. 사실 원고는 2003년 4년 2월 소외 1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것이어서 무효였고, 원고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하였다. 그러자 원고의 요청에 따라 소외 8은 2003년 11월 29일 소외 1 등과 사이에 위 각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소외 8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토지는 그 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소외 8로부터 취득하였다. 원고는 2012년 소외 8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소외 1 등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소외 1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대상판결은 '화해'라고 표현하였다)이 성립하였고, 소외 8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원고는 소외 1 등을 대위하여, 위 제1매매계약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그에 기초하여 마쳐진 소외 8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그에 기하여 마쳐진 피고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무효라고 하여 피고를 상대로 위 각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로부터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취득한 다른 피고에 대한 부분은 생략한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자판하여 소를 각하하였다. Ⅱ. 판결이유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 화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위 매매계약과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처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이 사건 화해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의 소외 1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이 사건 화해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아니하여 그 당사자인 원고와 소외 1 등과 사이에서는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적격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소로써 부적법하다. Ⅲ. 평석 1. 종래의 판례 원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무효라거나 위 권리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주장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툴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그런데 종래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이와 달리 보고 있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권의 발생원인사실 또는 그 채권이 제3채무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채권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고,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등). 한편 대상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은 위와 같은 판례를 전제로 하면서도, 채권자의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72 판결은, 채권자취소소송에 관하여도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이행청구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수익자나 전득자는 그와 같이 확정된 채권자의 채권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수 없다고 하였다. 2. 종래 판례의 문제점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 종래 학설은 필자(민법논고 7, 2015, 434-436면 등)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판례를 지지하는 견해는 판결의 반사적 효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 아닌 제3자가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의 예로는 주채무자가 채권자와의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 채권자가 다시 보증인에 대하여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후소를 제기하였을 때, 보증인도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의하여 채권자에 대하여 주채무자 승소의 확정판결을 원용할 수 있다든지, 합명회사·채권자 사이의 소송에서 회사채무의 부존재를 확정하는 판결은 무한책임사원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이 있다. 반사적 효력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하여 그러한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받은 패소판결이 대위소송의 상대방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종래의 판례는 이론적인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확정판결에 의해 피보전채권에 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고 이를 근거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한 이상, 제3채무자가 다시 피보전채권의 존부를 다툴 수 있게 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이 각하되게 하고 채무자가 다시 별소로 제3채무자에게 채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보다는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위 확정판결에 의해 인정하고 피대위채권에 관해서만 다투게 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보다 부합한다는 주장이 있다(원유석·이재찬).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권리의 존재는 당사자적격을 갖추기 위한 소송요건인데(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753 판결 등), 소송경제라는 이유만으로 당사자적격의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보전권리가 조정이나 화해에 의해 인정되었더라도 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았다. 그러나 재판상 화해나 조정이 기판력을 가지는 이상 강행법규 위반이라는 사실만으로 무효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이 화해가 소송법상은 무효가 아니라도 실체법상으로는 무효라는 취지로 보인다. 다시 말하여 판결이나 화해가 실체법상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피보전권리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례는 화해나 조정에 관하여 소송법상 무효와 실체법상 무효를 구별하지 않고 있으므로(대법원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등), 이러한 설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대법원으로서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권리가 판결이나 화해 등에 확정되었더라도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는 법리를 정면으로 선언하고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종래 판례가 이른바 판결의 증명효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하여, 판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하여, 반대 증거에 의하여 다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이를 가리켜 단순히 증명효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종래 판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급심이나 당사자들로서는 어느 경우에는 종래 판례에 따르고, 어느 경우에는 대상판결에 따를 것인지가 불명확하여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20-01-20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인의 목적물 계속점유와 실질적 이득
1. 판결의 소개 가. 사안의 개요 ① 원고들은 2015년 2월 1일 피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보증금 5000만원, 월 차임 150만원(부가가치세 별도), 임대기간 2015년 2월 1일부터 2016년 2월 27일까지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피고에게 위 점포를 인도해 주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는 월 임대료를 3회 이상 연체 시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이 있었다. ② 피고는 2015년 3월 3일 및 2015년 4월 7일 원고들에게 각 150만원을 차임 명목으로 지급하였을 뿐 그 외에는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다. ③ 원고들은 2015년 12월 2일 피고에게 차임 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 해지통고를 하였고, 위 해지통고는 2015년 12월 3일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④ 피고는 이 사건 점포에서 커피전문점 영업을 하다가 2016년 9월 28일 폐업신고를 하였고, 이후에도 이 사건 점포에 영업비품들을 그대로 비치하는 등 이 사건 점포를 계속하여 점유하였다.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임대차계약 종료에 따른 목적물반환청구, 임대목적물 인도완료일까지 연체차임 지급 또는 차임상당 부당이득반환의 청구를 하였다. 나. 소송의 경과 ① 제1심 판결 : 청구 전부인용 피고가 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항변을 하지 않았고, 원고들의 청구는 전부인용되었다. ② 원심판결 : 청구 일부인용 1심 전부승소판결에 따라 가집행이 이루어져 2017년 9월 26일 이 사건 점포는 원고들에게 반환되었다. 피고는 2016년 9월 28일 이후로는 더 이상 이 사건 점포를 사용·수익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보증금 5000만원에서 연체차임 등을 공제한 금원을 반환받을 때까지 목적물반환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동시이행항변을 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2016년 9월 28일 이후 피고가 더 이상 이 사건 점포를 사용·수익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계속 발생하므로 이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면 보증금이 모두 소멸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동시이행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③ 대상판결 : 파기환송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근거로 2016년 9월 28일 이후 피고가 더 이상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741조), 여기에서 이익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에 임차인이 임차건물 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임차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임차건물 부분을 사용·수익하지 못하였거나 임차인이 자신의 시설물을 반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2.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의 법리는 매우 간명하다. 임차인이 영업을 목적으로 임차를 하였는데 임대차계약 종료 후 영업을 하지는 않지만 영업에 필요한 자신의 시설물을 아직 반출하지 않고 임차목적물을 마치 창고처럼 활용한 경우에도 임차인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시(이른바 '실질적 이득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종전 대법원 판례 중에도 비슷한 판시를 한 것이 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8554 판결,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5202·45219 판결). 그런데 이러한 법리가 항상 타당한가? 임대보증금이 아예 없거나 연체차임 등의 공제로 인해 임차인이 영업을 종료한 시점에서 임대보증금이 모두 소멸하여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동시이행관계가 문제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목적물을 단순 점유하거나 소극적·부수적으로 사용·수익하는 임차인도 위 판시에 따라 차임상당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가?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임대차종료 후 목적물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임차인은 그 목적물을 사용·수익하지 않고 단순 점유하는 경우에도 임대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인에게 사용·수익 '가능성'을 급부한 것이므로, 임대차계약이 종료하면 임차인은 사용·수익 '가능성'을 급부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판례가 확립한 실질적 이득론은 동시이행항변권이 존재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예외법리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임차목적물을 단순 점유하거나 소극적·부수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경우까지 임차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우는 것은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을 이행지체에 빠트리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법정이자 상당의 지연손해금과 임차목적물의 사용수익 이익이 서로 맞비기는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임차인은 여전히 불리할 수 있다. 3. 동시이행항변권의 존재 : 필요조건? 충분조건? 다만 동시이행항변권의 존재는 실질적 이득론을 적용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사료된다. 임차인이 목적물을 단순 점유하거나 소극적·부수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것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한 방편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임차인은 - 설령 목적물을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지 않더라도 -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가령 ① 임차인의 영업종료 시점 또는 임대차종료 시점 중 나중 시점에서의 잔존 임차보증금이 매우 소액이어서 임대인이 이를 지급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임차목적물에서 임차인이 영업을 종료한 후에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계속 인정함이 타당하다. ② 또한 임차인이 이전부터 계속 차임을 연체해 오고 있었고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 이미 폐업을 하였으며 사업부도로 연락이 두절된 경우처럼, 설령 임대인이 보증금의 변제제공을 하더라도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하지 않을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시설을 반출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내버려둔 임차인을 굳이 보호할 필요성은 없다. ③ 또한 임차인의 연체차임 누적액이 이미 보증금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 비록 임대인이 명시적으로 공제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에게 동시이행항변권이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실질적 이득'이 있는 경우에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겠다는 임차인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사료된다.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동시이행항변권의 존재를 이유로 임차인이 부당이득반환을 거부한다면 이는 동시이행항변권의 법률효과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생각의 확장 임차목적물을 단지 소극적·부수적으로 사용·수익하는 임차인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대상판결의 판시는 다른 쟁점에 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보증금이 있는 건물소유 목적의 토지 임대차에서 임차인이 자기 소유 건물을 단순 점유하고 있는 경우 임차인은 건물이 놓인 토지를 단순점유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토지를 점유할 뿐만 아니라 사용·수익하고 있는 것인가? 임차인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임차인이 건물을 사용·수익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건물을 소유하는 것 자체만으로 그 건물이 놓인 토지를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에 따라 토지에 대한 차임상당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 및 매매대금지급의무와 임차인의 건물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놓이고,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과 건물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한 방편으로 '건물'을 '소유(+단순 점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임차인의 토지 사용·수익은 소극적·부수적 사용·수익에 불과하므로 임차인은 토지 사용·수익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결론은 토지 임대차에 관하여 보증금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판례는 건물 소유자는 그 건물이 놓인 부지를 점유하고 사용·수익한다는 명제를 일관되게 적용하여 토지임차인 겸 건물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긍정하는 취지로 보인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8다2389 판결, 대법원 2001. 6. 1. 선고 99다60535 판결). 그러나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임대차 종료 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와 관련하여 판례가 취하는 실질적 이득론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재고를 요한다. 최준규 교수 (서울대 로스쿨)
상가
임대차
임대료
최준규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12-12
민사일반
부동산명의신탁과 불법원인급여
1. 사안의 개요 농지 X의 소유자 C는 2000년 4월께 농지법상 '농지처분의무 통지'를 받자, 2001년 4월께 D와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2001년 4월 12일 D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2009년 1월 28일 C의 사망으로 처인 원고가 X를 상속받았다. 2012년 3월 23일 D도 사망하여 처인 피고가 상속을 원인으로 X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피고에게 X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했다, 원고는 부동산실명법(이하 '부실법'이라 함)상 명의신탁약정 및 D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며, D의 상속인인 피고는 C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의무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피고는 명의신탁약정이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과 농지법에서 정한 농지의 소유·이용에 관한 규정을 잠탈하는 반사회질서 행위이고, 명의수탁자인 D 앞으로 마쳐진 X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명의신탁자 C의 상속인인 원고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 1심과 2심의 판단 1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명의신탁 약정은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점, 탈세목적,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이 있는 명의신탁약정에 해당되어 부실법을 위반하여 수탁자 명의로 등기되어도 이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설시했다. 2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농지법 위반의 효과로 농지의 소유권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추가로 설시했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어 원고 승소의 원심이 확정되었다. 부실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사안의 핵심쟁점이었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는 다수의견의 논거로 i) 부실법은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임을 규율하고 있으며, ii)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하며, iii)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판례의 태도나 부실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으며, iv)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며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없는데,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박탈은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게 된다는 점, v) 농지법상 제한을 회피하는 명의신탁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반면, 소수의견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명의신탁등기는 불법원인급여라는 입장을 취한다. 그 논거로 i) 부동산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며, ii)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 iii)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 반환 등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는 점, iv) 이러한 해석이 사법부가 부동산거래질서를 바로잡는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연 구] 대상판결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이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여 제746조의 불법원인에 해당되는지,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다루었다. 그동안 판례는 일관되게 불법원인급여를 부정했다. 그러나 부실법이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으므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는지 재검토할 시점이 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대상사건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다. 대상판결은 부실법을 위반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지 않음을 전원합의체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1.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 부실법의 입법취지는 명의신탁관계를 조속히 해소하고 실체적 권리관계와 등기부상의 권리표상이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의 등기'를 유도함에 있다(제1조). 실권리자란 명의신탁자를 말한다(제2조 2호). 또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한 제재는 과징금(제5조 1항 제1호) 및 이행강제금의 부과(제6조 2항), 형사제재(제7조 1,2항) 등의 방법을 채택했을 뿐이다. 입법과정에서 명의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귀속시키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부실법은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명의신탁관계가 있기 전의 권리상태로 되돌아가 신탁자에게 소유권이 인정됨을 원칙으로 한다. 결국 이 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여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할 방법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해석론은 입법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2. 명의신탁약정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한 원인이 아니다 명의신탁약정이 불법원인에 해당되면 소유권이전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데(민법 제746조 본문), 이 때 부당이득반환청구 뿐만 아니라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다면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제756조 단서). 그렇다면 수익자도 불법원인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수익자의 불법성이 더 큰 경우에도 문리해석상 제746조의 단서의 단서가 적용될 수 없어 급부자는 소유권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이런 불합리한 결론은 불법원인급여의 반사적 효과로 불가피하다는 설명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결국 불법원인급여일 때 반환청구금지규정(제746조 본문)의 적용범위는 제한되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불법성을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이 있으면 인정하는 주류 판례의 견해와는 달리, 선량한 풍속 위반만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둘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를 넓게 인정하여 제746조 단서의 적용영역을 확대하는 견해가 있다. 판례는 이러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셋째 제746조의 불법성 판단기준을 제103조에서 찾지 않고 급부이익을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남기는 것이 더 정당한지라는 결과의 관점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생각건대 제103조는 '불법의 실현'에 법적 조력을 거부하는 것인 반면, 제746조는 '불법적 급부결과의 회복'에 법적 조력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의 판단기준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세 번째의 견해가 타당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점을 고려한 판결례가 나오고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제746조의 불법성은 제103조의 공서양속위반이 있고, 추가적으로 i) 원인행위의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ii) 강행법규의 위반에 따른 급부의 반환이 규범목적에 반할 때에 비로소 인정된다. 이를 부동산명의신탁에 적용해 보면 명의신탁약정이 현저한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부실법의 입법취지상 급부의 반환을 긍정하는 것이 규범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 특히 공익적 목적(탈법·투기·탈세의 방지)를 위해 소유권을 박탈하는 해석은 헌법합치적이지도 않다.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여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아무런 대가 없이 박탈하는 소수의견이 탈법·투기·탈세의 방지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 법의 목적달성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해석론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자의 대가없는 소유권 박탈이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방법이라는 확실한 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판례도 명의신탁자가 궁극적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을 전제로 부실법상 여러 제재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두4554 판결). 3.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결과는 정의관념에도 배치된다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신탁자로부터 박탈한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되는 결론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논증하지 못한다. 소유권이전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반환이 부정되는지에 대해서 긍정·부정의 상반된 두가지 주장이 가능할 때에는 반환을 부정하는 견해에서 '법률상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는 것'보다 '급부의 회복을 거절함으로써 현상태를 고착시키는 것'이 정의관념에 더욱 부합하는 적극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양쪽의 근거가 모두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권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 즉 종래의 권리자(대상판결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회복됨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신탁자로부터 박탈한 소유권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가 신탁자를 제재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점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4. 결론 결국 현재의 부실법 내용을 전제로 한다면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과 그에 기한 소유권이전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본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다수의견 중 부실법을 개정하여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 헌법상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대가 없이 박탈하는 규정을 두더라도 충분한 입법예고와 실명전환의 유예기간을 다시 부여하고, 동시에 다른 제재규정을 삭제하거나 완화한다면 그러한 개정이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토지의 공공재적 성격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동진 교수 (연세대 로스쿨)
부동산
민법
부동산실명법
불법원인급여
명의신탁
박동진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19-11-28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있어서 이주지연 조합원의 손해배상 범위
1. 사실관계 A조합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B는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일부 토지와 건물(이하 '종전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A조합의 조합원이었다. A조합은 2012년 1월경 조합설립인가를, 2014년 3월경 사업시행인가를, 2015년 6월경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관할 행정청은 2015년 6월 18일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고시하였다. 이후, B는 2015년 7월경 A조합을 상대로 위 관리처분계획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2016년 6월경 B의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이에 대해 B가 항소하였으나 2016년 12월경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조합원이었던 B의 이주기한은 2015년 10월경까지였으나, B는 2016월 7월경에야 A조합에게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였으며, A조합은 B의 종전 부동산 인도지연으로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하여 사업비용이 증가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 B의 무변론으로 원고 A조합의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어 그 판결을 취소하고,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한 주된 이유는 주로 이 사건 사실관계의 특수성에 근거하였는데, 구체적으로 B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종전 부동산 인도의무 부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던 점, 통상인인 B가 위 행정소송의 결과를 쉽게 알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B의 인도지연에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또한 B의 종전 부동산은 사업지구 내 공원부지로 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B가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에 철거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이주기한이 도과하고 나서도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많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여, A조합의 손해와 B의 인도지연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그 판결이유로 고려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판결에서는 B가 다툰 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된 바가 없으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A조합 정관에 의거하여 B의 인도지연 행위 자체로 위법성이 인정되고, B의 인도지연과 A조합의 사업지연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 B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며, 특히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을 판단하였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환송판결의 취지대로, B의 인도지연으로 인하여 A조합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였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B 외에 다른 부동산 소유자들이 인도를 거부하였던 사정이나 A조합이 예정된 사업기간 내에 정비사업을 마친 사정 등을 손해배상액에 대한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하였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총계 5억 2000여만 원의 사업비용 증가분을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A조합의 손해액으로 보면서도, B의 책임을 10%로 제한하였으며, 이러한 파기환송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10. 선고 2018나56334 판결, 이하 '대상판결')에 대하여 B는 재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의 송달로 확정되었다. 3. 평석 가. 환송판결은 B의 인도지연에 의한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요지의 법리를 설시하였다. 하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A조합에게 법원이 손해액에 관하여 석명하도록 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증명을 촉구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적어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의 최대한도인 액수가 드러날 정도의 증명은 이루어지도록 한 후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법원이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취지에 따라 대상판결은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하였는데, 특별히 B의 인도지연 외에도 A조합 사업지연에의 공동 원인이 있었다고 보이는 여러 사정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의 제한 법리'로 B의 책임범위를 10%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수긍할 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의 결론은 구체적인 입증 없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판단을 법원의 재량 사항에 도맡겨 버리는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나. 특히, 사안에 따라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와 다른 요인에 의한 손해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가능할 것인데, 바로 이 사건의 경우가 위와 같이 손해의 구분이 능히 가능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에서는 B의 인도 이전에 이미 사업구역 내에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예정 사업시행기간 내에 준공, 사용허가, 조합원 입주까지 사업이 모두 완료되었으며, B의 인도지연 외에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4000여 명의 교통영향평가 재심의 요청이 있는 등 다양한 사정이 개입되기도 하여, A조합이 주장하는 사업비용 증가의 손해액이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정들이 있었고, 여기에 더하여 시공사는 종전 부동산 철거지연 등에 따른 추가비용을 특정하여 A조합에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으므로, 시공사가 언급한 위 추가비용에 대한 석명이 이루어졌다면 B의 인도지연에 따른 특정 손해액이 밝혀질 여지도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입증과정을 확인하는 것보다 손쉬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결론을 내렸다. 다. 대상판결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여 결론을 내리고자 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가능해 보이는 이 사건에서마저 구체적 손해액에 대한 석명 없이 판단한 결론이 확정되었는바, 이후 정비사업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언제나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있기만 하면 (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 심리 없이) 조합이 주장하는 손해 및 그 손해액은 존재하는 것이 되고, 다만 법원의 재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방식으로 후행 판결례들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결론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법원이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하여 심리 노력을 다 하였음에도 손해액 입증이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하지 아니하고 그 때 그 때 법원의 재량으로 손해액을 적절히 제한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판단은 임의성을 떠나서 사회정의와 형평에 기초하는 자유심증주의에 위반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량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액의 입증부담을 상당히 더는 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려는 피고에게 입증 부담이 전도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조합측은 우선 손해를 과장하여 청구하고자 할 유인도 가지게 되므로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상판결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사료되며, 법원이 손해배상책임 법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입증 노력을 다하여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임을 심리하고 이를 판결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하지 아니한다면, 손해배상액 제한 법리의 재량성을 축소하기 위하여 손해배상 제한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겠으나, 정비사업에 개입되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정비사업이 시행될 때에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업 진행 과정의 제반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 손해액을 산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인도지연한 소유자의 책임범위를 정하였다. 이러한 판결 내용은, 정비사업에서 사업의 지연을 가져오는 요소에는 수없이 다양한 것들이 있어 일부 소유자의 인도지연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를 가려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도모하였다는 데에도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가능한 경우에까지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자유심증주의에 반하거나, 주장하는 자의 입증책임을 부당히 경감시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있어서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는 손해액 입증이 노력을 분명하게 다 하였음에도 이러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고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재건축정비사업
이주지연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2019-10-24
가사·상속
민사일반
제3자의 권리 대상인 유증 목적물에 관한 법률관계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A는 1971년 10월 16일 사회복지법인인 피고 법인을 설립한 이래,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피고 법인을 운영해 왔다. 피고 법인은 1987년 7월 31일 A 소유인 X토지 위에 피고 법인 소유의 Y건물을 신축하였고, 이후 X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해 왔다. A는 1994년 6월 13일 X토지를 B종친회에 유증한 뒤 1999년 11월 1일 사망하였다. 그에 따라 2001년 4월 11일 X토지에 관하여 B종친회 앞으로 유증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B종친회의 채권자인 원고는 B종친회가 피고 법인에게 가지는 토지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어 원고는 피고 법인을 상대로 추심금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 법인은 A가 생전에 피고 법인에게 X토지에 관한 무상사용을 허락하였으며, 특정물 유증의 경우 민법 제1085조에 따라 수유자가 유증 목적물에 관한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요컨대 이 사건에서 피압류채권, 즉 B종친회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피고 법인 주장의 요지였다. 1심 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 법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A가 사망하기 전까지 피고 법인이 X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피고 법인이 그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현재 X토지의 소유자인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1심 법원은, 민법 제1085조는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게 제3자의 권리 소멸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취지일 뿐, 수유자가 대항력 없는 제3자에게 직접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았다. 원심 법원도 이러한 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민법 제1085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해석론을 제시하였다. 제1085조는 ‘유증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가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에는 수증자는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증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 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수증자에게 주는 것이 유언자의 의사라는 점을 고려하여, 유언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수증자 역시 유증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 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취득하는 것이 원칙임을 확인하는 규정이다. 그러므로 유증 목적물이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 그와 같은 제3자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 목적물이 수증자에게 귀속된 뒤에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III. 분석 및 검토 1. 민법 제1085조의 해석론 민법 제1085조는 ‘제삼자의 권리의 목적인 물건 또는 권리의 유증’이라는 표제 아래,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즉 적어도 그 문언만 놓고 보면, 제1085조는 수유자와 유증의무자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이다.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에서 제1085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론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해석론은 제1085조가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보는 해석론이다. 편의상 이를 ‘좁은 해석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좁은 해석론에 따르면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는 제1085조가 아니라, 권리의 우선순위에 관한 일반 법리에 의해 규율된다. 가령 유증 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그 유증 목적물의 소유권이 수유자에게 이전된 후에도 그 임차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제1085조를 적용한 결과가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임차권에 대항력을 부여하는 법리를 적용한 결과이다. 반면 대항력이 없는 임차권이나 사용권으로는 새로운 소유자인 수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채권으로는 물권을 깨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1085조는 이러한 경우 수유자가 제3자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배제하는 조항이 아니므로, 제1085조의 존재로 인하여 그 결론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두 번째 해석론은 제1085조가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도 규율하는 조항이라고 보는 해석론이다. 편의상 이를 ‘넓은 해석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넓은 해석론에 따르면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는 권리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일반 법리가 아니라 제1085조에 의해 우선적으로 규율된다. 제1085조의 문언이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를 규율하지 않는데도 위와 같은 해석론을 도출할 수 있는 근거는 유언자의 일반적 의사이다. 즉 유언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유증 목적물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던 제3자의 법적 지위를 유증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시키고자 하는 의사를 가진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은 제3자가 그 권리를 가지고 수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원심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피고 법인이 A에 대한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새로운 소유자인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점유권원에 관한 피고 법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민법 제1085조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은 피고 법인이 그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있다고 보인다. 즉 제1085조의 규율 범위에 관하여 ‘넓은 해석론’을 취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반대한다. 법률해석은 문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제1085조의 문언으로부터는 유증 목적물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한 수유자가 그 권리를 제3자에게 행사하여 관철시킬 수 없다는 해석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제1085조의 문언은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게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유언자의 일반적 의사에 기대어 제1085조의 규율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유증 목적물에 존재하던 제3자의 권리의 속성이 무엇이건 간에, 유증 이후에도 그 권리가 유지되기를 유언자가 희망하였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유언자가 본래는 제3자에게 인정되지 않던 법적 지위나 법률 상태를 유증이라는 우연한 기회에 추가로 부여하려는 의사까지 가지지는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유언자의 일반적인 의사가 어느 쪽인지 불명확하다면, ‘유언자의 일반적인 의사’라는 불명확한 개념에 기대어 법률의 문언에서 도출해낼 수 없는 법률관계를 창설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정 유증의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제1085조에 관한 넓은 해석론보다는 좁은 해석론이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이 문제는 유증의 법적 성격을 상속과 증여 중 무엇과 비슷하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 있다. 유증의 법적 성질을 상속과 비슷하게 보면 넓은 해석론이, 유증의 법적 성질을 증여와 비슷하게 보면 좁은 해석론이 각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유증은 상대적으로 증여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수유자가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를 가지게 되는 포괄적 유증과 달리, 특정 유증은 구체적으로 특정된 목적물을 수유자에게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유자의 입장에서도 증여를 받건 유증을 받건 대가 없이 타인의 권리를 승계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수증자는 대항력 없는 권리를 가진 제3자에 대해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여 관철시킬 수 있는데, 그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수유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다. 결국 유증도 재산처분의 한 종류이므로, 재산법의 규정이 이에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등기의 선후(先後)로 권리의 순위를 정하는 물권법의 법리, 채권으로는 물권을 깨뜨릴 수 없다는 일반 법리 등이 비단 유증에만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특히 특정 유증의 경우 수유자의 법적 지위를 수증자가 아닌 상속인과 비슷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민법에서는 이러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대상판결이 근거로 제시하는 ‘유언자의 의사’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제1085조의 해석론으로서는 좁은 해석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결론 대상판결은 그동안 존재감이 희박한 조문이었던 민법 제1085조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한편, 재산법과 상속법, 유증과 증여, 유언자의 의사 등 다양한 쟁점이 교차하는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주었다. 대상판결이 취한 제1085조의 ‘넓은 해석론’에는 문제가 없지 않지만, 대상판결을 계기로 제1085조의 해석론에 관한 논의가 더욱 풍성해지고 정교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소은 변호사 (서울대 로스쿨 법무지원실장)
유증
민법제1085조
부당이득반환
이소은 변호사 (서울대 로스쿨 법무지원실장)
2019-09-16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담보지상권은 유효한가?
-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5다69907 판결 - [사실관계] 소외 A농업협동조합은 2005. 8. 11.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중 1인인 소외 1의 지분에 관하여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치면서,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들인 소외 1, 2와 이 사건 토지 전부에 관하여 견고한 건물 및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18. 지상권 설정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소외 1, 2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수목의 소유를 위한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7. 10.경부터 같은 해 11월경까지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약 300주의 단풍나무를 식재하였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중 소외 2의 지분에 관하여 개시된 임의경매절차에서 피고가 위 지분을 매수하고 2011. 7. 15. 그 매각대금을 납부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소유인 위 단풍나무 중 일부를 임의로 수거하여 제3자에게 매도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단풍나무는 이 사건 토지에 부합하여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 2 등의 소유로 되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판결이유] 민법 제256조는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상권설정등기가 경료되면 그 토지의 사용·수익권은 지상권자에게 있고, 지상권을 설정한 토지소유자는 지상권이 존속하는 한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다. 따라서 지상권을 설정한 토지소유자로부터 그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지상권이 존속하는 한 이와 같은 권리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한 ‘권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토지에 저당권과 함께 지료 없는 지상권을 설정하면서 채무자 등의 사용·수익권을 배제하지 않은 경우, 토지소유자는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토지소유자로부터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이러한 권리는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한 ‘권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평석] 1. 담보지상권에 관한 판례의 태도 종래 특히 금융기관이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하는 경우에, 그 저당 목적물에 관하여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목적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저당목적물인 토지에 대하여 지상권을 아울러 취득하는 것이 거래상 많이 행하여지고 있다. 이를 보통 담보지상권이라고 부른다. 이에 관한 종래의 판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던 토지소유자가 제3자에게 위 건물에 대한 건축주 명의를 변경하여 준 경우, 담보지상권자는 방해배제청구로서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대결 2004.3.29. 선고 2003마1753 등). 둘째, 담보지상권의 목적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권 및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담보지상권자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판 2008.1.17. 선고2006다586). 셋째, 담보지상권의 피담보채권이 변제나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면 담보지상권은 피담보채권에 부종하여 소멸한다(대판 2011.4.14. 선고 2011다6342). 넷째, 담보지상권과 함께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고 그 대신 다른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그 실행에 의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는 담보지상권은 나중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소멸되므로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대판 2014.7.24. 선고 2012다97871,97888). 그리고 대상판결은 담보지상권의 경우에는 보통의 지상권자와는 달리 토지소유자가 토지의 사용·수익권을 가진다고 하였다. 2. 학설 이러한 담보지상권의 효력에 관하여는 무효설과 유효설이 대립한다. 무효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데, 토지상의 저당권에 대한 침해배제만을 보전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한다는 것은 지상권의 내용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으므로 물권법정주의에 어긋난다. 나아가 담보지상권은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지도 않는다. 또한 실제로는 전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할 생각도 없으면서도, 지상권설정계약서나 등기신청서에만 등기를 위하여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은 허위표시에 해당한다. 그리고 저당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를 배제하기 위하여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므로 별도로 담보지상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윤진수, 저당권에 대한 침해를 배제하기 위한 담보지상권의 효력, 고상룡 교수 고희기념 논문집, 2012). 반면 유효설은, 지상권에서 공작물 등의 소유 자체가 지상권의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한다. 또한 당사자 사이에서는 분명히 지상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진의와 표시의 합치가 있으므로 허위표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본다. 그리고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보다 담보지상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더 쉽게 인정될 수 있으므로 담보지상권을 인정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다고 한다. 다만 유효설도 담보지상권의 부종성을 인정하는 것은 새로운 유형의 담보물권을 창설하는 것으로 법해석의 한계를 넘는다고 한다(최수정, 담보를 위한 지상권의 효력, 민사법학 제56호, 2011 등). 3. 유효설에 대한 반박 필자는 종전부터 담보지상권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는 유효설이 드는 논거를 반박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 유효설은 민법이 지상권을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제279조)을 전혀 무시하고 있다. 공작물 등을 소유하지 않는 지상권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효설은 지상권에서 공작물 등의 소유는 토지를 사용하는 전형적인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은 공작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상권은 예정하고 있지 않았다. 민법이 지상권의 요소를 규정하고 있는 것을 전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하나의 예시로서 취급하고, 그러한 요소가 없어도 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물권법정주의라는 측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 둘째, 유효설은 당사자 사이에서는 분명히 지상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진의와 표시의 합치가 있으므로 허위표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하지만, 공작물 등을 소유하겠다는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상권설정계약서에 공작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겠다고 기재하였다면 허위표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당사자들은 지상권설정계약에서 견고한 건물 및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지상권 설정의 목적은 등기사항으로서(부동산등기법 제69조 제1호), 지상권의 최단존속기간을 정하는 기준이 되고, 이러한 목적의 기재가 없는 지상권 설정등기 신청은 각하사유이다. 셋째, 현실적으로 저당권에 대한 방해배제를 위하여 담보지상권을 설정할 필요성도 없다. 유효설은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하려면 저당권의 실행을 방해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지상권에 기한 방해배제는 그러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의 경우에만 다른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는 요구되지 않는 이러한 주관적 요건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 그리고 담보지상권은 결국 저당권에 대한 방해를 배제하는 것 외의 다른 내용은 없는데, 저당권에 대한 방해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담보지상권에 대한 방해가 성립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 설정과 말소에 드는 비용이 낭비이기 때문이다.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금융기관이 담보지상권을 설정하는 관행을 없앤다면, 이러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4. 결론 종래의 판례가 담보지상권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 결론은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대법원도 굳이 판례를 변경하면서까지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상물 등을 소유할 필요가 없는 지상권을 인정하고, 지상권자의 사용수익권을 부정하며, 담보지상권의 부종성을 긍정하는 등 논리의 곡예(logical acrobatics)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곡예를 멈추고, 형용모순(oxymoron)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담보지상권이라는 것을 폐기하는 것이 국민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할 것이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담보지상권
지상권
수목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4-08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정상이윤 건설원가에 포함 여부
-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4다17206 판결 - [대상판결 요지] 구 임대주택법(2008. 3. 21. 법률 제89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의 ①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의 의미를 실제로 투입한 건축비로 해석하는 이상, 정상이윤이 해당 임대주택의 건설에 실제로 투입한 비용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② 구 임대주택법 제3조, 구 주택법(2007. 4. 20. 법률 제8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조 제1항은 모두 임대주택의 건설, 공급 및 관리에 관하여 임대주택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택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구 임대주택법령이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이상,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에 관하여 구 주택법 제3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의 분양가격 공시항목에 이윤이 포함되었다 하여 임대주택의 실제 건축비에도 이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상이윤이 실제 건축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요지](서울고등법원 2014. 1. 24. 선고 2013나24315) 이 사건 각 아파트의 분양 당시 시행되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575호, 2007. 7. 31. 제정) 제15조 제1항과 관련된 별표 2를 보면 공공택지 공급주택 분양가격 공시항목 중 그 밖의 공사비 항목에 이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공공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은 이 사건 각 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설원가 산정에 있어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건설원가 산정 시 정상이윤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임대사업자는 정상이윤을 얻을 기회도 없이 항상 손해를 감수하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어 형평에 맞지 않으며, 피고가 주장하는 정상이윤의 액수가 과다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위 항목 역시 건설원가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1. 사실관계 한국토지주택공사(피고)가 1999년 11월 2일~2000년 10월 18일까지 최초 입주자모집 공고를 하고, 구 임대주택법 상 법정 임대의무기간이 5년인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하였다. 위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차인들(원고)은 법정 임대의무기간 5년이 경과하여 당해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을 받은 후, 당해 분양전환가격은 구 임대주택법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분양전환가격을 초과한 것이어서 그 초과한 금액은 부당이득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피고)에게 그 반환을 청구하였다. 2. 본 판례평석의 주안점 위 사건은 구 임대주택법령에 정한 정당한 분양전환가격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구체적인 택지비 산정, 자기자본비용 포함 여부 등 여러 가지의 쟁점이 있지만, 본 판례평석에서는 지면관계상 과연 임대사업자의 정상이윤이 분양전환가격에 반영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에 관한 부분에 국한하기로 한다. 3. 판례평석 가. 관련 근거 규정의 차이 구 임대주택법 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에 관하여는 구 임대주택법령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이상, 구 주택법 제3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위 대법원 판시는 옳다고 본다. 왜냐하면,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575호, 2007. 7. 31. 제정)은 구 주택법 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분양주택에 대한 기본형건축비를 전제로 한 것이고, 구 임대주택법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는 1999년 1월 28일 건교부고시 제1999-19호로 최초 고시되었고, 구 임대주택법 상 입주자모집 공고 당시의 주택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건축비의 상한기준인 것으로,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위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575호, 2007.7.31. 제정)은 2005년 1월 8일 구 주택법 개정으로 공공택지 내 건설, 공급하는 주거전용면적 85㎡ 이하인 공동주택에 대하여 원가연동제를 기반으로 하는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후, 2007년 4월 20일 구 주택법 개정으로 공공택지 외의 민간택지에서 건설, 공급되는 공동주택에 대하여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시행되면서 제정된 것으로, 건설교통부의 발주 용역 결과물인 2005년 3월 9일자의 새로운 건축비 산정기준 수립 연구(주관연구기관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유섭, 강태경, 허영기, 안방률, 위탁연구기관 : 한국감정원, 김양수, 박차현, 김기홍)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공건설 임대주택과 관련된 표준건축비는 국토교통부장관(건설교통부장관)이 1999년 1월 최초로 고시한 이래로 몇 차례 개정 고시되었는데, 이는 주거전용면적기준을 세분하여 건축비의 상한가격(주택공급면적에 적용)의 구체적인 수치를 천원/㎡ 단위로 고시하고 있다. 그리고 위 표준건축비고시에 표시된 수치(특히 국토해양부고시 제2008-707호, 2008. 12. 9. 일부 개정)는 국토해양부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유섭, 강태경, 안방률, 백승호, 박원영)에게 용역 발주한 결과물인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2008. 9. 23. 발간등록번호:11-B090023-000289-01)에서 제시된 표준건축비 총 3개안 중 제1안이 채택되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가장 최근의 표준건축비고시(국토해양부고시 제2016-399호, 2016. 6. 8. 전부 개정)는 2009년 이후 생산자 물가,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여 기존의 표준건축비(국토해양부고시 제2008-707호)를 5% 인상한 것에 불과하다. 나. 공공건설임대주택에 관한 표준건축비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 그런데 본 저자가 최근 ‘판례와 함께 하는 임대주택 관련법 해설(2018. 6. 29. 발행)’이라는 저서를 집필하면서, 나름 검토한 공공건설 임대주택과 관련된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 등을 살펴보았는바, 관련 판결 등에서 위 표준건축비고시에 표시된 수치가 과연 어떠한 구체적인 산출 근거에 의하여 산출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편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건축비의 상한가격인 표준건축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근거에 의하여 산출된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바, 여기에는 주택건설사업자의 이윤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이윤은 직접공사비 중 재료비를 제외한 금액과 간접공사비 및 일반관리비를 합한 금액에 9.0%의 요율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에 낙찰률 88%를 곱한 금액으로 특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고시는 건축비의 상한가격을 단위 당 수치로 표시하고만 있을 뿐이지만, 그 수치가 산출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고 있는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 또한 기실 법원(法源)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다.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관한 표준건축비의 연원 최초로 고시된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1999. 1. 28. 건교부고시 제1999-19호)는 1998. 12. 30. 그 이전의 주택분양가원가연동제시행지침이 폐지되었음에도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관하여 만큼은 여전히 표준건축비를 상한으로 하는 원가연동제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1999.1.28. 개정) 제3조의3(매각가격의 산정기준) [별표 2]가 신설된 것이다. 참고로 구 임대주택법상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의 주택가격의 연원 중의 하나인 구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1976. 7. 6. 전부 개정) 제11조 [별표 3]에도 이윤이 포함되어 있었다. 라. 대상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한편 대법원 2011. 4. 21. 선고 2009다97079 전원합의체 판결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 공급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준건축비의 범위 내에서 실제로 투입된 건축비를 의미하고 표준건축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이래, 기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 등과 관련하여 여전히 현재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소송이 계속 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실제 투입한 건축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응당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의 내용이 일응의 준거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위 논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본 대상 대법원 판결과 같이 막연히 실제 투입한 건축비라는 문구 자체만을 기준으로, 정상이윤은 실제 투입한 건축비에 포함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대법원이 입법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결국,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관한 분양전환가격 등 관련 소송에 있어서, 당해 재판부가 실제 투입한 건축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가에 관하여 궁극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임진욱 변호사(법무법인 한길)
분양가
건설원가
공공임대주택
건축비
임진욱 변호사(법무법인 한길)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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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혼했더라도 '혼인 무효'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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