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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법 제45조 제6항의 직접출석과 관련된 사례 정리
1. 직접 출석의 의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함)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총회는 일정 수 이상의 조합원이 '직접 참석'한 경우에만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도시정비법 제45조 참조) 총회 의결을 위해 조합원의 일부가 실제로 총회에 참석할 것을 요구한다. 실무상 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 등에서 직접 참석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발생하고, '직접 참석'의 의미와 범위가 쟁점으로 제기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 됨에 따라 총회의 직접 참석을 요구하는 도시정비법 규정에 관한 개정 논란도 일고 있다. 이와 같은 직접 출석에 관한 문제는 '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조합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제고할 필요성'과 '효율적인 결의방법 및 대면 접촉의 최소화' 사이에서의 법익 균형을 요하는 것인바, 관련 법령의 입법 취지와 법원의 태도를 검토하여야 한다. 2. 입법취지 도시정비법은 다수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조합이 소수의 임원들에 의하여 운영되는 현실을 고려하여 조합 사무가 조합원들의 의사가 배제되지 않도록 총회 의결의 실질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직접 출석을 요건으로 정했다. 즉, 일반적인 총회는 조합원의 100분의 10이상이, 창립총회 등 주요 사항에 관한 총회는 100분의 20이상이 직접 출석하도록 함으로써 조합원들의 참여 및 의결권을 두텁게 보호하고 총회가 공동화(空洞化) 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3. 규정의 내용 가. 법규정 도시정비법 제45조(총회의 의결) ⑥ 총회의 의결은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 다만, 창립총회,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회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2조(총회의 의결사항) ② 법 제45조 제6항 단서에서 '창립총회,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회'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총회를 말한다. 1. 창립총회 2.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변경을 위하여 개최하는 총회 3.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위하여 개최하는 총회 4. 정비사업비의 사용 및 변경을 위하여 개최하는 총회 나. 규정 내용 1) 도정법상의 규정 중 총회 의결과 관련하여 기본적으로 총 조합원 10분의 1이 직접 출석을 해야 한다. 2) 다만 ① 창립총회 ②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변경을 위하여 개최하는 총회 ③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위하여 개최하는 총회 ④ 정비사업비의 사용 및 변경을 위하여 개최하는 총회와 관련하여서는 총 조합원 5분의 1이 출석하여야 한다. 4. 사안별 쟁점 가. 서면결의서 제출한 사람이 직접출석할 경우 요건 및 반드시 철회하고 투표를 해야하는지 여부(서울고등법원 2018. 7. 13. 선고 2017누70689 판결) [원고 주장(직접 출석 요건의 미달)]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5년 9월 1일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24조 제5항은 의결의 실질화를 도모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의결절차에 참여하는 것을 기준으로 직접 출석자를 산정하여야 하며, 서면결의서를 미리 제출하고 창립총회에 출석한 조합원을 위 규정의 '직접 출석한 조합원'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창립총회에 출석한 조합원 중 서면결의서를 미리 제출하고 창립총회에 출석한 조합원을 제외한 '직접 출석한 조합원'은 101명에 불과하며, 이 사건 창립총회는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에서 정한 조합원 100분의 20 이상 직접 출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법원판단] 1)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서면결의서를 미리 제출하고 총회에 출석한 조합원은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 소정의 '직접 출석한 조합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도시정비법이 2009년 5월 27일 법률 제9729호로 개정되면서 제24조 제5항을 신설하였는데, 이는 총회 의결 시 조합원의 의사를 명확하게 반영하고자 하는 데 있다 할 것이며, 일정 수 이상의 조합원이 총회에 출석하여 상정된 안건 등에 관하여 논의를 거치는 등으로 총회가 현실적으로 개최되었다면 위 규정의 입법취지가 달성되었다 할 것이고, 위 규정이 현실적인 출석을 넘어 의결권까지 직접 행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2)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은 '조합원의 100분의 10 또는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조합원의 100분의 10 또는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 의결에 참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총회에서 의결에까지 직접 참여하여야 직접 출석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 규정의 문언에 반한다. (3) 원고들의 주장에 의할 경우 다수의 조합원이 총회에 출석하더라도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들을 제외한 조합원의 수가 조합원 총수의100분의 10 또는 100분의 20 이상에 미달할 경우에는 총회에서 의결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을 둔 취지와 맞지 않는다. 결국 미리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였더라도 총회에 출석한 이상 위 조항의 '직접 출석한 조합원'이라 할 것이고(서면결의를 철회하고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결권이 중복 행사되지 않도록 주의할 문제만 남을 뿐이다. (4) 조합원의 의사를 명확하게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미리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후 총회에 출석한 조합원과 미리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총회에 출석하여 의결에 참여한 조합원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반면 미리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였으나 총회에 출석하지 않은 조합원에 비하여 미리 서면결의서를 제출하고 총회에 출석한 조합원의 의사가 더욱 총회 의결에 명확하게 반영된다고 볼 수 있고, 미리 서면결의서를 제출하고 총회에 출석한 조합원은 서면결의서를 통하여 안건에 관한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이미 이 사건 창립총회의 의결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로 다시 의결을 위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이라 할 것이다. 2) 따라서 참가인 조합의 조합원 1574명 중 직접 출석한 조합원은 총 546명(=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후 출석한 조합원 445명 +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출석한 조합원 101명)이라 할 것이고, 위 인원수는 총 조합원수의 100분의 20인 315명을 초과함은 계산상 명백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동일취지의 판례] 1)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2020. 1. 16. 선고 2019나12124 판결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 단서는 '창립총회 및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의결하는 총회의 경우 조합원의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은 '출석'의 요건만을 규정할 뿐 '결의'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 '직접 출석'에는 총회에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뿐만 아니라, 서면결의서를 제출하고 총회에 참석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임시총회 당시 전체 조합원 450명 중 116명(서면결의서 제출 후 참석한 55명 포함)이 직접 출석함으로써 조합원의 약 25.7%가 이 사건 임시총회에 참석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임시총회 의결은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 및 구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에 정한 조합원 직접 출석요건을 충족하였다. 2) 서울고등법원 2020. 9. 1.자 2020라20736 결정 총회 성원시점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의 당시까지 남아있었다고 한다면 출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최초 투표 당시 직접 출석 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재투표 요건을 불비하였을 경우 직접 출석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 2014. 1. 8. 선고 2013누20860 판결). [법원판단] 원고는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 시행하는 재투표 시에는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 단서에서 규정한 직접 출석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 단서가 총회 의결에서 조합원 100분의 10 이상의 직접 출석을 규정하는 취지는 조합원의 의사를 명확하게 반영하여 다툼의 소지를 줄이고자 하는 데 있는 점 등 제1심에서 든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원고 주장과 같이 재투표 시에는 직접 출석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 최초 투표에서 직접 출석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비록 재투표 시에는 수 명만이 직접 출석하여 의결을 하더라도 그 의결을 유효하게 보아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다. 대리인 출석을 직접 출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서울고등법원 2012. 7. 20. 선고 2011나107339 판결) [법원판단] 이 사건 해임총회의 참석자명부 및 회의록에는 이 사건 결의 당시 106명의 조합원이 이 사건 해임총회 장소에 직접 출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갑 1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106명의 조합원 중 N은 이 사건 결의 이전인 2011년 6월 2일 재건축사업 구역 내의 토지 및 건물 소유권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하여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을 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임시총회에 조합원 대신 출석한 4명은 해당 조합원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출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갑 16호증의 2의 기재만으로는 피고 조합의 사업구역 내에서 토지 또는 건축물을 여러 명이 공유하고 있는 경우 대표조합원으로 신고된 자가 아닌 공유자가 이 사건 해임총회에 출석하여 의결에 참여하였다거나, 조합원의 배우자가 함께 출석하여 의결에 참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그밖에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해임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의 수가 이 사건 해임총회의 참석자명부 및 회의록에 기재된 수 중 앞서 본 N 1명을 제외한 수와 다르다는 원고들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해임총회에는 총조합원 727명의 10%를 초과하는 105명이 직접 출석하여 결의를 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설령 원고들의 주장처럼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에 따른 총회에도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에서 요구하는 강화된 정족수(조합원 10% 직접 출석 요건)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임총회는 위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적법하고 볼 수 있다. 라. 조합장 해임 총회에서 10분의 1의 직접 출석을 요구하는지 여부(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4145 판결) [법원판단]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0년 4월 15일 법률 제102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23조 제4항, 제24조의 규정 내용과 각 규정의 개정 내역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은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조합 임원을 해임하는 경우에 관한 특별 규정으로서 위 규정에 따라 조합 임원의 해임을 위하여 소집된 조합 총회의 경우에는 해임결의를 위하여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여기에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 단서에 따라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이 직접 출석하는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마. 출석조합원의 기준은 조합총회 당시가 아니라 해당 안건의결 당시까지 회의장에 남아있는 조합원을 기준으로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106269 판결). [법원판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4조 제3항에 따라 창립총회에서 조합임원을 선임하는 의결정족수의 기준이 되는 출석조합원은 당초 총회에 참석한 모든 조합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결의 당시 회의장에 남아 있던 조합원만을 의미하고, 회의 도중 스스로 회의장에서 퇴장한 조합원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다56037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8두556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의 조합임원 선출결의는 다른 안건과 달리 서면결의서와 별도로 배부된 부재자투표용지에 미리 기표를 하여 제출하거나 조합원이 직접 창립총회에 출석하여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조합 임원 선출결의와 나머지 안건에 관한 결의는 그 결의 방식을 달리하는 별개의 결의 이어서 의결정족수는 문제가 된 조합임원 결의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므로, 조합원들이 다른 안건에 관한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조합임원 선출 투표에는 참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의사정족수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권형필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직접출석
창립총회
조합원
도시정비법제45조
권형필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1-08-25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코로나19 사태와 임대차계약 해지 가능성
최근 한 하급심 법원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261441). 구체적으로, 법원은 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객의 국내 입국자 수가 99% 이상 감소하고 점포 매출이 90% 이상 감소하여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점, ② 코로나19 사태 발생 및 장기 지속으로 인해 매출이 9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사정은 원·피고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와 관련하여 원고(임차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는 점, ③ 이 사건 점포의 임대료는 다른 지역보다 고액인 반면, 매출 감소폭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점, ④ 임대차계약에 ‘불가항력적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해지 조항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약정해지권 또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른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였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19. 5.말경 명동 소재 모 상가건물 관리단인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점포를 임대기간 3년, 임대보증금 2억 3천만 원, 월 임대료 2,200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하고, 2019. 6.부터 이 사건 점포에서 영업을 개시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은 “당사자 중 일방이 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상대방에 대해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한 후 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외국 관광객 입국이 중단되면서 2020. 3. 이후 이 사건 점포에서의 매출은 종전의 10% 미만(월 300만 원 미만)으로 급감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 5. 21.부터 이 사건 점포에서의 영업을 중단한 뒤, 2020. 6.경 피고에게 ‘코로나19 사태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에 근거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지를 하였다. 이를 피고가 수용하지 않자, 원고는 2020. 10.경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약정해지권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은 계약(약정해지 조항) 내용의 해석 문제이다. 계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다260732 판결 등). 이 사건에서 피고(임대인)는 화재,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고 여전히 영업이 가능한 상태이므로 약정해지 사유가 부존재한다고 다투었다. 약정해지 조항에서 불가항력 사유로 나열된 항목들(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의 성격을 고려하면, 피고의 주장도 일면 설득력이 있다. 다만, 동 조항에서 “목적물의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대신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를 약정해지 사유로 규정한 점, 그리고 불가항력적 사유를 원인으로 한 약정해지 조항을 마련한 근본적인 취지를 고려하면, 약정해지권을 긍정한 법원의 판단에도 수긍할 수 있다.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제·해지는 ①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②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③ 사정변경이 해제·해지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④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등 참조).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사자들의 의사 합치로 체결된 계약은 지켜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법원은 그동안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의 해제·해지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인 편이었고, 외부적인 환경 변화로 인해 당사자 일방이 큰 손실을 입게 된 사안에서도 대부분 사정변경을 부인해 왔다(서울고법 2002누17196, 서울고법 2011나26010, 대법원 2013다26746 등).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원이 사정변경에 의한 임대차계약 해지를 인정한 것은 상당히 전향적이라 할 수 있다.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의 동기와 목적,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논의 내용과 거래 관행 등을 두루 검토하여야 한다. 이 사건 판결의 설시 내용을 보면, 법원은 이 사건 점포의 용도(프랜차이즈사업 직영점), 위치(명동), 주요 고객(외국인 관광객), 임대료 수준(상대적으로 고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차인이 이 사건 점포에서 일정 수준의 매출을 얻을 것’을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상가임대차계약의 경우에는 이처럼 ‘임차인의 매출(수입)’이 ‘임대차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경우에도 매출 변동에 대한 위험을 임차인이 스스로 떠안기로 하였다면,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지난 5월 24일 법무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개월 이상 집합금지조치 또는 집합제한조치를 받은 임차인이 중대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폐업신고를 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는 같은 법 제11조에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차임 감액 사유로 명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형평의 관념에 입각하여,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중대한 경제적 위기를 맞은 임차인에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 취지는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이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 또는 민법 제628조에 의한 차임감액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계약해지
임대차계약
코로나
건물
이원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1-07-06
민사일반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당사자의 이송신청권을 인정할 것인가
서울고등법원(춘천)은 최근 손해배상소송의 피고가 관할 위반을 이유로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1심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즉시항고를 한 사안에서 "비록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한 항고는 부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기는 하지만, 과거 전원합의체 결정의 소수의견 등과 설령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법원이 기각결정을 하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불복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즉시항고는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법(춘천) 2021. 2. 8.자 2020라630 결정).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스포츠의류 브랜드 본사(피고)는 원고와 속초시에서 대리점을 개설하기로 하는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리점계약서에는 피고의 본점 소재지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정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 제기하였고, 피고는 관할 위반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송해달라는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고, 피고는 즉시 항고를 제기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당사자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한 경우에도 이는 단지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이 이송신청에 대하여는 재판을 할 필요가 없고, 설사 법원이 이 이송신청을 거부하는 재판을 하였다고 하여도 항고가 허용될 수 없으므로 항고심에서는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이래(대법원 1993. 12. 6.자 93마524 전원합의체 결정 등), 같은 취지에서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한 경우에는 즉시항고가 허용되지만, 위와 같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항고심에서 당초의 이송결정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신청인의 재항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대법원 2018. 1. 19.자 2017마1332 결정). 민사소송법은 이송과 관련하여,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4조 제2항)와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현저한 손해 또는 지연을 피하기 위하여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5조)를 규정하면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서는 "법원은 소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이를 관할법원에 이송한다"고 규정하여, '당사자의 신청권'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래 대법원이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경우에도 당사자의 신청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①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는데(제34조 제2항),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 이송신청권이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② 민사소송법 제411조는 전속관할위반을 제외하고는 항소심에서 제1심 법원의 관할위반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 다툴 기회를 줘야 한다. ③ 특히 제1심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하였으나 항고심이 이송결정을 취소한 경우, 전원합의체 결정에 의하면 1,2심의 결론이 다름에도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판단없이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 되는데, 당사자로서는 두 번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았음에도 그것도 서로 다른 판단을 받았음에도 대법원으로부터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받게 되는 셈이 되어 법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판결도 당사자에게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법원이 일단 이송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면 그에 대한 불복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은 '지방법원 합의부는 관할권이 없는 경우라도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소송을 스스로 심리 재판할 수' 있는 규정 또한 두고 있고(제34조 제3항), 이에 대해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와 같은 결정은 이송결정이 아니므로 법 제39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의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해석을 통해 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 해석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래의 대법원의 태도는 수긍할 만하다. 관할위반의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 사건 판결도 결론적으로 피고의 항고를 기각하였는데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관할위반
대리점계약
계약
이송신청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2021-05-24
민사일반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당사자의 이송신청권을 인정할 것인가
서울고등법원(춘천)은 최근 손해배상소송의 피고가 관할 위반을 이유로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1심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즉시항고를 한 사안에서, “비록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한 항고는 부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기는 하지만, 과거 전원합의체 결정의 소수의견 등과 설령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법원이 기각결정을 하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불복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즉시항고는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춘천 2021. 2. 8.자 2020라630 결정).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스포츠의류 브랜드 본사(피고)는 원고와 속초시에서 대리점을 개설하기로 하는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리점계약서에는 피고의 본점 소재지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정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 제기하였고, 피고는 관할 위반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송해달라는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고, 피고는 즉시 항고를 제기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당사자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한 경우에도 이는 단지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이 이송신청에 대하여는 재판을 할 필요가 없고, 설사 법원이 이 이송신청을 거부하는 재판을 하였다고 하여도 항고가 허용될 수 없으므로 항고심에서는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6.자 93마524 전원합의체 결정 등)고 판시한 이래, 같은 취지에서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한 경우에는 즉시항고가 허용되지만, 위와 같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항고심에서 당초의 이송결정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신청인의 재항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 1. 19.자 2017마1332 결정)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민사소송법은 이송과 관련하여,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4조 제2항)와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현저한 손해 또는 지연을 피하기 위하여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5조)를 규정하면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서는 ‘법원은 소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이를 관할법원에 이송한다”고 규정하여, ‘당사자의 신청권’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래 대법원이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경우에도 당사자의 신청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①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는데(제34조 제2항),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 이송신청권이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② 민사소송법 제411조는 전속관할위반을 제외하고는 항소심에서 제1심 법원의 관할위반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 다툴 기회를 줘야 한다. ③ 특히 제1심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하였으나, 항고심이 이송결정을 취소한 경우, 전원합의체 결정에 의하면 1,2심의 결론이 다름에도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판단없이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 되는데, 당사자로서는 두 번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았음에도 그것도 서로 다른 판단을 받았음에도 대법원으로부터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받게 되는 셈이 되어 법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판결도, 당사자에게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법원이 일단 이송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면 그에 대한 불복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은 ‘지방법원 합의부는 관할권이 없는 경우라도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소송을 스스로 심리 재판할 수’ 있는 규정 또한 두고 있고(제34조 제3항), 이에 대해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와 같은 결정은 이송결정이 아니므로 법 제39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의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해석을 통해 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 해석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래의 대법원의 태도는 수긍할 만하다. 관할위반의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 사건 판결도 결론적으로 피고의 항고를 기각하였는데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관할위반
대리점계약
계약
이송신청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2021-05-06
민사일반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
1.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2019. 11. 12. 2018나2071008 해고무효확인 판결에서, 피고(강북문화원)가 원고(사무국장 A씨)에 대하여 한 면직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부당하게 면직된 기간 동안 지급하여야 할 임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판시를 하였다. 즉, 쌍방 간에 합의된 월급여 350만 원 중에서 업무교통비 명목의 100만 원은 지급하여야 하지만 나머지 250만 원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는데, 먼저 쌍방 간에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한 후, 위 약정 중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의 부분(이하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이는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 사건 부관은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17조, 제4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헌법 및 근로기준법의 위 각 조항이 임금에 관하여 일체의 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할 수 없고,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다면 그 조건은 유효하다고 설시한 뒤, (i) 이 사건에서 피고는 지방문화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보조금 및 회원회비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데 연간 사업예산 편성내역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연 임금 중 3천만 원(= 250만 원 x 12월)을 보조금으로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관을 붙이자고 제안할 수밖에 없었고, 원고가 이 사건 부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부관은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ii) 원고는 피고로부터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으면 월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고지받고도 이를 승낙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등의 사정에 비추어 자유로운 의사 하에 이 사건 조건을 승낙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서론 -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임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정지조건이 붙어있는 경우 해당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을 설정·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즉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은 임금의 경우에 어째서 그와 같은 추가적인 유효요건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고, 임금에 관한 부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요건으로서 적절한지(임금의 종류에 따라, 또는 부관의 종류·내용에 따라 달리 볼 여지는 없는지)도 불분명하므로 약간의 검토를 요한다. 3. 이 판결의 판례상의 자리매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요건이 판례상 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2013년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 2012다64643) 이래 하계휴가비, 설·추석상여금, 개인연금보험료 등에 붙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고정성 결여를 이유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고, 2017. 9.에는 정기상여금에 관하여도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다(2017다232020). 이처럼 대법원은 임금의 종류에 상관 없이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단하고 있음에 반하여, 최근의 몇몇 하급심 판결들은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을 무효라고 보아 통상임금성을 긍정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고등법원은 2018. 12. 28. 세아베스틸 사건에서(2017나2025282), 급여를 ‘발생’시키는 조건과 급여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별하면서, 전자에 속하는 성과급에서의 성과조건과는 달리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실제 지급일에 이르러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여부만을 결정하는 조건으로서 이는 ‘지급’에 관한 조건에 해당하고,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둘러싸고 일부 하급심과 대법원의 입장이 상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판결은 기본급(약정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붙은 정지조건의 일반적 유효요건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 판결의 해당 판시 부분을 그대로 읽는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참고로 일본의 판례를 보면 상여금(매년 회사의 업적에 따라 지급률이 달라지므로 기본급이 아님)에 붙은 지급일재직요건의 유효성을 긍정하고 있다(자발적 퇴직자의 경우 최고재판소 소화57.10.7. 大和銀行사건, 퇴직일을 선택할 수 없는 정년퇴직자의 경우에도 동경지방재판소 평성8.10.29. カツデン사건 등). 4. 종래의 학설 상황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성을 논하는 학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여금에 붙은 재직일 요건의 유효성에 관하여는 학설의 대립이 보여지는데, (i) 적법유효설은 상여금에는 여전히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의 장려의 성격이 혼재되는 경우가 많고 지급조건이나 지급방법이 다양하여 그 성질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이나 노사간 협약의 방법으로 상여금의 내용과 지급조건(재직일조건 포함)을 정할 수 있다고 함에 반하여 (ii) 위법무효설은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그 지급기일 전에 퇴직했다 하여 그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이나 강제노동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해당 근로자의 실제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분할 지급하여야 한다고 본다. 한편 (iii)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견해에서는, 임금항목에 재직자 조건, 일정 근무일수 조건이 있는 경우 그러한 부지급 조건은 합리적 필요성 및 금액비중의 적정성을 갖추어야 유효하다, 재직자 조건은 근로제공과 무관한 시점이 있는 복지수당·기간근속수당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 일정 근무일수 조건은 만근수당·출근장려수당·휴일근로추가수당·변형된 성과급 등에서 유효하다, 금액비중이 적정한가는 1임금지급기에 지급되는 임금과 비교하여 부지급 조건으로 상실되는 1임금지급기 내의 임금 총액 또는 1임금지급기로 평균한 균등액이 20%를 넘으면 과도한 급여 상실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한다. 5. 판시요지의 평가 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의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지 이상의 여러 판례, 학설 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i) 기본급 내지 기본급적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인지 그렇지 않은지, (ii)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인지 아니면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인지, (iii)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iv) 금액비중, (v)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성 등의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전액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무노동무임금과 같은 특유의 강행규정 내지 법리가 있으므로, 이들을 구현하기 위한 일반요건의 필요성과 적절성이 문제되겠다. 하나씩 살펴보면, 기본급에 정지조건을 붙인다면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경우 기본급 없이 일하는 셈이 되는데 조건의 성취 여부는 알 수 없으므로 이는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에 유사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 강제근로금지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해제조건을 붙인다면 이는 이미 발생한 임금지급의무를 사후에 조건부로 소멸시키는 것을 사전에 약정하는 것으로서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제조건 성취 시에 임금전액지급원칙 및 정기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때에도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기한을 붙인다면 이는 전액지급원칙, 정기지급원칙에 반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이에 비하여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은 퇴직위로금에 대한 불확정기한을 인정한 사례). 기본급 이외의 (정기)상여금 기타 각종 수당의 경우에도 임금인 이상은 근로대가성이 있으므로 기본급에 관한 논의가 기본적으로 타당할 것이나, 한편으로 기본급 이외의 임금항목들은 성과급, 계속근로의 장려, 복리후생 등 그 개별적인 지급 목적·취지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론으로서는 유효요건을 일정 정도 완화하여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응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동의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노동관행이 있으면 유효하다고 보면서, 금액비중이 2~3할을 초과하고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등으로 해당 임금항목이 기본급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는 때에는 위에서 살펴본 기본급의 엄격한 유효요건 내지 그에 준하는 요건을 요구하는 방안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위에서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과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과 그러한 구분의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민법상 정지조건과 해제조건의 구별에 유사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지급’에 관한 조건으로 볼 경우 임금포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나 어디까지나 ‘조건부’ 포기라는 점에서 ‘포기’보다는 ‘조건’의 적정성 쪽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하는 데에서 조건의 내용을 감안하기로 하고 ‘발생-지급’의 구분없이 유효요건을 설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관계와 같은 요소들 역시 해당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할 때에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검토를 종합해 보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일반적인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유의미하나 임금항목의 성질(기본급성, 특정목적 지향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설정·운용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나. 이 판결이 제시한 유효요건의 평가 이 사건 판결은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대하여 ‘사용자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정지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사안으로서 (i) 기본급에 대하여 (ii) 정지조건을 붙였으며 (iii) 근로자가 조건의 성취 여부를 컨트롤할 수 없고 (iv) 금액비중이 70%에 달하며 (v) 기본적인 생활자금이라는 기본급의 지급목적과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는 조건의 내용 사이에 상관성이 없다. 그러므로 당해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와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를 요구함이 타당하다. 여기서 (ii)의 요건은 묵시적인 동의의 경우에 이를 일률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사건 판결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을 설시하면서 임금항목의 성격을고려하지 않은 채 부관의 유효요건을 일반적으로 파악한 태도는 정밀하지 못한 면이 있으나, 이 사안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와 당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승낙이라는 요건을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6. 판시요지의 사정거리 이 사건 판결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사무국장에 대한 급여를 지급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딱히 없는 비영리법인에서 당해 근로자와 일대일로 교섭하여 정지조건 등 근로조건을 교섭하여 정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서, 조건 부가의 합리성과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승낙이라는 두 가지 요건 모두를 비교적 용이하게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사건 판결에서 제시된 유효요건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주식회사에서 사규나 노동관행에 의하여 설정된 부지급 조건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다양한 사례들에 문자 그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나, 기본급의 일부에 대하여 정지조건이 붙은 유형의 사안에 대해서는 하급심 선례로서 일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7. 남겨진 과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여부를 어떤 잣대로 심리·판단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와 별개로 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 월 350만 원 중 정지조건이 붙은 250만 원을 제외하면 100만 원밖에 남지 않아 최저임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물론 추후 정지조건이 성취된다면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해소될 가능성도 있지만, 조건은 본질상 그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가 강북구를 상대로 보조금교부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하고 있었다) 월 100만 원씩만 지급되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해도 괜찮은가. 아니면 이러한 사정 역시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조건의 합리성 여부 판단에 참작해야 하는가. ※ 이번 기고문은 저의 개인적 견해에 불과함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근로계약
보조금
임금지급의무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1-28
민사일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 관련 대법원 판결
1. 들어가며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2013. 12. 18.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다89399 판결, 이하 '전합판결)은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이러한 청구가 신의칙에 반할 경우 그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전합판결이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새로운 조건을 언급하여 파장이 예상된다. 2. 전합판결의 신의칙 조건 전합판결은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노사합의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이지만, 예외적으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요건을 설시했다. 즉, (1)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과 (2)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은 ① 상대방에게 신의 공여 또는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이고, ② 이러한 신의에 반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란 ① 노사합의를 통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하여 이를 통상임금에서 배제하고, ② 근로자가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함으로써 노사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며, ③ 이로 인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그 존립이 위태로워야 한다. 3. 대상판결의 개요 가. 원심 판결의 요지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하 '원고')은 버스회사를 상대로 연장근로수당 등(이하 '이 사건 법정수당') 지급의 기본인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시 '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추가 법정수당청구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의칙 인정의 근거로 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2011년 임금인상률(8.5%)의 8배가 넘는 점, ② 자본금(2억5천만원)·11년 당기순이익(약9천4백만원)·12년 당기순이익(약5천1백만원)에 비해 2011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약 7억8천2백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점, ③ 피고가 가입한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의 경우 실제 지출 인건비가 인정 한도를 초과할 경우 각 개별 사업자가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①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고, ②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신의칙 적용시 위 ①과 ② 요건을 추가하면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공제하면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이고, 이는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에 불과한 점, 피고의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한다는 점, 피고는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는 점,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검토 가.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별도의 요건을 추가한 것인지 대상판결은 신의칙 적용시 이미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조건 외에 '근로조건의 최저기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와 '기업경영에 따른 실질적 위험부담 주체'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합판결에서 신의칙의 일반요건 외에 특별한 사정을 설시한 이유가 바로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즉, 전합판결은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전합판결의 취지를 부연한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또한,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할 경우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대상판결의 내용 역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합판결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특별한 사정 중 하나로 설시했다는 것 자체가 신의칙 적용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전합판결에서는 연 600%의 상여금, 상시적 초과근로, 생산직 400명, 2010년 한해 추가되는 금액이 평소 임금인상률(19.9%)의 2배(40%), 2010년 당기순이익의 99.8%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신의칙 적용을 인정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2011년 임금이 기존 인상률(3.5%)의 약 8배(29.1%) 상승, 2011년 당기순이익의 4.2배를 추가 지급(원심은 8.2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다. 대상판결은 전합판결보다 훨씬 더 경영상 어려움이 인정될 사실관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한 것으로, 대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원심과 거의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으므로, 대법원에서는 신의칙 적용에 좀 더 신중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리고 피고가 버스준영제의 적용을 받아 안정적인 사업 계속성도 신의칙 부정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통상임금
임금청구소송
법정수당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3-13
금융·보험
민사일반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에 관한 단상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 I. 사실관계 및 소송의 개요 원고는 2004년 피고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고, 2014년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은 무변론으로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고, 원심은 파산절차에서 면책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그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면서도, 직권으로 시효중단을 위한 소송의 형태에 관하여 심리하였고, 다수의견은 이행소송 외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II. 판결의 요지 다수의견은 재판상 청구는 내용과 무관하게 폭넓게 시효중단사유로 인정되어 왔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도 동일하게 보아야 하는 점,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에서 실무상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되고, 채권자는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종전 실무에 문제가 많지 않고 법리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허용될 수 없다는 반대의견(상고를 기각하는 결론이 동일하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반대의견이 아니지만 편의상 이와 같이 기재하였다),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 자체를 확인의 대상으로 삼는 ‘청구권 확인소송’만이 가능하다는 반대의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시효중단을 위한 소송의 원칙적인 모습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었다. III. 평석 1. 문제의 제기 :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당연한 것인가 민법은 제162조 제1항에서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63조와 제164조에서 단기소멸시효를, 제766조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법은 물권과 달리 채권에 대하여는 상대적 권리라는 점을 중시하여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고, 이는 당연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민법 제178조 제2항은 “재판상의 청구로 인하여 중단한 시효는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권리 위에 잠자지 않는 자임을 가장 단호한 방식인 재판상 청구로 표명하고 시효의 기초인 사실상태를 깨드린 경우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판례는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지만, 예외적으로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이 가능하다고 보아왔고, 이에 대하여 별다른 문제 제기도 없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에 대하여 최근 연속하여 2개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다. 즉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재소의 방식에 관하여 이행소송 이외에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였다. 도대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에 어떠한 문제가 있기에 두 달 간격으로 연속하여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는지, 그 자체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의 문제점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에 숨겨져 있던 문제점들을 상세히 지적하고 있다.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이 제기되면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청구권의 존부와 범위를 새로 심사해야 하는데, 이는 애초에 시효 중단만을 위해 법원을 찾은 원고의 의도와 전혀 다른 것이다. 또한 판결이 확정되면 재심 또는 청구이의의 소 등에 의해 집행력이 배제될 수 있으므로,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이 허용되어 동일한 청구권에 관하여 집행권원이 추가로 주어지게 되었다. 소멸시효기간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만 소의 이익을 인정하지만 임박하였다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너무 오랜 기간이 경과한 뒤에 제기되어 증거가 남아 있을리 없고, 전소가 소액사건인 경우가 소송물을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러한 경우 다수의견이 지적한 문제점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최근 선고된 두 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깊은 고민들이 반영되었다고 보인다. 3.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둘러싼 문제의 해결방안 대상판결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판례는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소송의 형태를 구분하지 않고 널리 시효중단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고, 대상판결은 그와 같은 판례와 그 흐름을 같이한다. 다만,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단순히 어떠한 사실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하고, 대상판결에서 대법관 6명은 종전의 이행소송과 관련한 문제점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도입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볼 수 없고, 다수의견은 민사소송법의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확인의 소로써 위험·불안을 제거하려는 법률상 지위는 반드시 구체적 권리로 뒷받침될 것을 요하지 않고, 불확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보호할 가치 있는 법적 이익에 해당하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므로, 시효중단을 위해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이 이론상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밝힌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실무상으로도 환영할 일이다. 다만, 과연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10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는데도 다시 소를 제기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 본다.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채권은 원래 ‘소멸’을 전제로 하는 한시적 권리이고, 재판상 청구를 반복해서라도 계속 존속시켜야 할 권리가 아니다. 민법 제170조에서 재판상 청구를 시효중단사유로 삼고 있지만, 이때의 재판상 청구는 적법한 것을 의미하는데, 판례는 승소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동일한 소송을 다시 제기하면 부적법한 소로 보아 왔다. 오히려 재판상 청구를 반복해서 채권을 물권처럼 영속시키는 것을 민법이 예정하고 있는지 의문이므로,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도 10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이론상 시효제도의 본질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 해결책으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된다고 밝혔으며, 이러한 소송이 정착되면 이행소송에 수반되던 문제들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원래 승소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동일한 소를 제기하는 것은 기판력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시효중단을 위한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가능하다면 원칙으로 돌아가 이행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일관성이 있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만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런데 다만, 여기서 또다시 근본적인 궁금증이 든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허용되어야 하는가? 다중채무자는 이미 오래 전에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대부분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제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송을 허용하는 것이 반드시 권리자의 권리보호에 충실한 합리적인 제도 운영인지 의문이다. 대법원의 고민이 담긴 두 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10년으로 한 것이 적정한지, 반복적인 재판상 청구를 통해 채권이 영속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입법적 해결을 촉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효제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지연손해금
대여금
소멸시효
이효제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1-26
민사일반
베네치아CC 회원계약 승계 인정의 의미와 전망
- 대법원 2018.10.18. 선고 2016다220143 입회보증금반환 (전합)판결 - 1.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의 도입 배경과 입법취지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의 부동산(체육필수시설)이 민사집행법상 경매 또는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 등으로 소유자가 변동된 경우 골프장의 시설소유자와 인허가·운영권자가 분리되므로 회원들은 거액의 입회금을 내서 건설비를 부담하고도 입회금 반환은커녕 이용도 못하게 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에 정부는 콘도미니엄의 경우처럼(1993년 구 관광진흥법) 체육필수시설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 체육시설사업 인허가권(공법상 권리)과 함께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사법상 회원권 계약)도 승계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했다. 1994년 영업양도 등 임의적 소유권이전에 따른 승계조항(제27조 제1항)이, 2003년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 등 강제적 소유권이전에 따른 승계조항(제27조 제2항)이 각 신설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체육시설업의 필수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 기존 사업권자의 사업계획승인권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이 아니고, 회원보호 결과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보호가 다소 약화되더라도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합헌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0. 4. 29. 2007헌바40 결정).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이 신설된 후 사업자와 금융기관은 골프장 담보로 근저당권 보다 부동산신탁을 선호하였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지적대로 이 조항을 회피한 것이다. 2. 베네치아C.C. 사건의 개요 베네치아C.C.는 전사업자가 미분양 공단부지를 매수하여 부동산담보신탁 대출로 부지 소유권을 취득한 후 인허가를 받아 골프장을 건설하고 500여억원의 회원권을 분양했는데, 자금부족으로 2014년 5월 신탁공매에서 감정가 700억원 상당인 체육필수시설이 불과 14억1000만원에 ㈜다옴에게 넘어갔다. 전 사업자의 인허가가 취소되고, 부동산 인도집행이 되어 회원들은 골프장 이용도 못하게 되었다. 이에 베네치아CC의 회원들은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절차는 민사집행법상 경매(제1호), 채무자회생법상 환가(제2호), 국세징수법 등 세금징수법상 압류 재산의 매각(제3호)'에 준하는 절차(제4호)에 해당한다는 법리해석을 전제로 ㈜다옴을 상대로 입회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종래 법원은,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는 신탁계약에 따른 임의적 처분행위라고 보아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의 절차(법률규정에 의한 강제적 처분)와 성격이 다르고 민사법리와 충돌하는 조항은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제27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해왔다(대법원 2012다4817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1. 11. 9. 선고 2011나21268 판결). 그 대신 물적 시설과 인허가권이 별개로 양도양수된 경우에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을 곧바로 적용하지 않고 제27조 제1항에서 영업양도 개념을 ‘장차 체육시설의 설치공사를 완성하여 체육시설업을 등록할 것을 목적으로 조직화한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 이전하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넓게 해석하여 회원계약의 승계를 인정하고(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다10213 판결 등) 나아가 ‘사회통념상 전체적으로 보아 종전의 영업이 동일성을 유지한 채 일체로 이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 확장해석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보호해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5379 판결). 그러나 베네치아CC의 경우 ㈜다옴이 나머지 영업용 자산이나 영업권 등을 취득하지 않았고, 사업자 지정과 체육시설업 조건부 등록이 취소되었으므로 영업양도와 유사하게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사안이어서 제1심과 항소심은 회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런데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담보신탁에 따른 공매는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한다고 정면으로 판시함으로써 신탁공매 부동산 인수자에게 회원계약의 승계를 인정했다. 체육시설의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 회원들이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고 신탁법상 도산격리효과의 제한 등 민사법 질서와의 충돌 문제는 회원 입회금 투입으로 체육시설의 경제적 가치가 증대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이익형량의 관점에서 수용할 만하다는 것이다. 입법취지를 존중하여 회원의 권익을 옹호하고 애매했던 영업양도 개념확대 방식을 대체하여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해석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부동산 양도담보 또는 가등기담보권 실행시도 승계된다고 판시함). ㈜다옴은 감정가 700억원의 부동산을 단돈 14억1000만원에 취득했고 종전의 신탁수익권자인 금융채권은 이미 대손상각처리 되었을 테니 구체적 타당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시에 500여억원의 입회금 채무를 떠안은 (주)다옴은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옴이 파산한다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2호에 의해 역시 채무가 승계가 되어 파산재산의 환가가 어렵고 부동산을 분할매각하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면 법적 분쟁이 예상되므로 분할매각도 쉽지 않다. 또한 회생절차에서도 과거에는 회생계획안이 부결되어 공매절차가 진행되면 입회금채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회원들이 양보를 했지만, 이제는 기대심리 때문에 타협이 어려울 것이다. 대신 ㈜다옴에게는 전사업자와의 계약 등 사업계획승인만의 승계를 위한 별도의 원인 없이도 체육시설법상 사업계획승인이 승계되는 편의가 생겼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7두8201 판결 참조). 그러나 골프장 등록이 취소된 상태여서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지정 및 사업계획승인을 따로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승계규정이 없다. 회원, ㈜ 다옴, 김천시 모두 타협이 되지 않는 한 장기간 유휴시설이 되거나 편법 또는 불법의 시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4. 골프장 관련 업계 등에 미치는 영향 및 과제 이번 판결로 체육시설법 적용 대상 부동산에 대하여는 담보신탁의 도산격리효과가 제한되고 다른 회피방법이 없어서 금융기관은 대출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신탁공매 인수자들의 입장에서는 우발채무로 지급불능 위험에 처해졌다. 대출금 채권회수가 불확실하므로 담보신탁 대출의 만기연장이 어렵게 되고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을 쌓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과 보충의견은 체육시설법 제17조(회원모집), 제18조(회원의 보호)를 근거로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인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승계될 회원규모 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서 담보신탁의 우선수익자에게 예상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탁 대출은 회원권 분양 전에 토지취득 단계에서 먼저 이루어지고, 법원은 체육시설업자가 회원모집계획서를 제출한 후 모집방법을 달리하거나 모집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경우에도 회원계약은 유효하다고 판시하므로(대법원 2009. 7. 6. 선고 2008다49844 판결) 신탁공매 단계에서 회원권 발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더구나 2000년 1월 28일 체육시설법 시행령 17조 제3호 개정으로 공정 50% 초과 후에는 설치투자비 총액 한도 없이 모집액을 늘릴 수 있게 되어 재무상황이 악화된 사업자는 회원모집계획서 제출 및 보고 없이 무기명회원권 등을 남발하면서 연명해가는 것이 현실이다. 체육시설법상 회원모집절차에 따르지 않거나 골프장경영자협회의 확인을 받지 않은 회원권의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지 법원이 고민해야 한다. 차제에 문체부는 회원모집계획서 제출과 회원모집결과 보고, 회원증 확인(체육시설법 시행령 제18조, 제19조) 등의 실태를 조사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근저당권 및 부동산담보신탁 수익권 보다 우선하는 회원권에 관하여 정보와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체육시설 부동산은 시장의 외면을 받아 구조조정과 청산까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신규 회원제 골프장의 설치가 어려워졌고, 기존의 대중제 골프장들이 반사적 이익을 보게 되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시장 제한 효과에 따른 회원권 가격 상승, 입회금 반환청구 가능성 하락 등 면에서는 호재이지만, 금융대출이 막히는 악영향이 더 클 것이다. 결과적으로 체육시설의 설치와 이용을 장려하고자 하는 체육시설법의 목적에 반하는 현실이 도래했다. 과유불급이다. 처음부터 정부가 체육시설의 완성과 회원의 입회금 보호에 관하여 보증보험 등 민사법리와 충돌되지 않는 방안을 찾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용락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입회보증금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골프장
공매
신용락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2018-11-22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판례해설] "경찰, 대한문 앞 집회 과도하게 제한… 위자료 지급해야"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6나49312 판결 - 경찰이 집회장소를 경찰병력으로 점거함으로써 집회를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 국가와 경찰관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1.사건의 개요 시민단체 관계자 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원고 6명은 2013. 5~6.경 있었던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집회 등에서 경찰의 과도한 집회 제한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국가와 경찰관에게 원고 별로 위자료 4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나, 제2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며 원고들에게 1인당 위자료 200만 원을 인정하였다. 2.제2심 판결의 요지 원고들은 ① 2013. 5. 29. 대한문 집회(19:30), ② 2013. 5. 29. 남대문경찰서 집회(22:25), ③2013. 6. 10. 대한문 기자회견 및 집회와 관련하여, 경찰의 과도한 집회 제한으로 기본권을 침해 당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제2심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3건의 집회 중 ① 2013. 5. 29. 대한문 집회 및 ③ 2013. 6. 10. 대한문 기자회견 및 집회에서의 경찰의 행위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상 허용범위를 넘어선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가.2013. 5. 29. 대한문 집회에 대한 판시 요지 (1)경직법 제6조(즉시강제)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가 아님 -집회참가자들이 2013. 5. 29. 19:00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 추모 문화제 “꽃보다 집회” 행사를 대한문 화단 앞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그러한 내용으로 집회신고를 마쳤는데, 경찰이 집회참가자들의 대한문 화단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 병력을 일렬로 세워 화단을 점거한 행위는 경직법 제6조 즉시강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그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것이어서 적법한 경찰권의 행사로 볼 수 없음. -집회참가자들이 화단을 훼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준비나 시도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화단 훼손 등 중대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었고,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하기 위한 것도 아님. (2)경직법 제2조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가 아님 -경직법 제2조는 경찰관의 업무범위를 개괄적으로 한정하여 표시해주는 ‘일반적 수권조항’이므로 국민의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제한, 박탈하는 행위의 근거조항으로 삼을 수 없음. -일반적 수권조항은 개별적 수권조항이 없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한데, 개별적 수권조항인 경직법 제6조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들이 화단을 점거한 행위(소위 ‘폴리스라인’)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에 따른 질서유지선의 설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집시법 제13조에 따른 적법한 경찰권 행사로 볼 수 없음. (3)해산명령의 위법성 경찰과 집회참가자들의 대치 상황과 일부 참가자들의 충돌은 집회의 시작단계에서 집회의 핵심적인 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을 미리 점거한 경찰의 행위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고, 경찰이 집회참가자들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화단 앞 점거를 풀었다면 갈등과 대치상황은 쉽게 해소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집회참가자 일부의 경찰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집회참가자는 경찰의 집회장소 점거에 산발적으로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는 정도에 그쳤으므로 당시 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발생하여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음. 해산명령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경찰권의 행사에 해당함. 나.2013. 6. 10. 기자회견 및 대한문 집회에 관한 판시요지 -원고들이 예정한 기자회견은 비록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하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은 임시분향소 철거에 대한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사건 화단 앞에 모이기로 한 집시법상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함. -원고들이 예정한 기자회견은 집회의 자유의 범위에 포함되는데, 어떤 장소에서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집회참가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으므로, 원고 및 집회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의 목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기자회견 형식의 집회를 개최할 권리가 있음. -피고들은 쌍용차 대책위 회원들이 임시분향소를 다시 설치하는 등 도로의 무단점용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이 사건 화단 앞을 점거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화단 앞에 임시분향소 등을 다시 설치하여 도로를 점용하기 위한 어떠한 준비나 시도도 없었으므로, 도로의 무단점용 등 중대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음. 경찰의 화단점거 행위는 경직법 제6조의 즉시강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행위임. 3.이 판결의 의의 제2심 법원은, 집회참가자들이 집회장소에 들어가는 것을 봉쇄하기 위해 경찰이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집회장소를 사전에 점거한 행위에 대하여, 중대한 재산상 손해를 막기 위한 긴급상황이라고 볼 수 없는 반면,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집회의 자유가 효과적으로 보장된다고 판시하며, 경찰 등 공권력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회 장소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2013. 5. 29. 대한문 집회는 쌍용차 정리해고와 관련된 사망자 등을 추모하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보장을 촉구하기 위하여 개최한 집회였고, 당시 집회 주최측은 집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회현수막을 설치하기 위하여 이 사건 화단 안으로 잠시 들어간 것일 뿐이고, 집회 주최측이나 집회참가자들이 이 사건 화단을 훼손하기 위한 조직적인 준비나 시도를 한 사실이 없었으며, 2013. 6. 10. 기자회견 및 대한문 집회에서도 원고들이 이 사건 화단 앞에 임시분향소 등을 다시 설치하여 도로를 점용하기 위한 어떠한 준비나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위와 같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6. 11.부터 서울 도심에서 지속해온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경찰은 집회 금지 구역이 아닌 장소에 대하여 금지통고를 계속 해왔고, 촛불집회 주최 측은 경찰의 이와 같은 처분에 대해 매번 서울행정법원에 그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는 바로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근본요소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기존의 여러 집회들이 평화적이었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경찰이 금지통고를 한 당해 집회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집회로 인한 교통불편은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불편에 해당하고, 우회로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 등을 설시하며,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하였다. 또한,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 6. 청와대 인근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집회에 대하여 경찰은 무더기로 금지통고를 하였는데, 그에 대해 집회주최자들이 2017. 1.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경찰의 금지통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관련하여, 어떤 장소에서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집회참가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으므로, 경찰이 집회의 성격과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집회장소를 사전에 봉쇄하거나, 무더기 금지통고를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 할 것이다. 성숙된 시민의식에 터잡은 비폭력 평화집회가 정착되어 가는 시대상황에 발맞추어, 경찰의 대응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위자료
손해배상
손해배상책임
집회
집회장소
김은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017-03-20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판례해설 - 공공기관이 토지점유… 점유취득 시효 완성했다면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30372 판결 대상 판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 기관이 점유하는 토지에 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그 점유 권원을 입증할 수 있는 해당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가 흠결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과 번복에 대한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를 한번 더 확인시켜주는 판결이다. 먼저 사실관계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원고 한국농어촌공사의 전신인 농업진흥공사는 영산강유역 종합개발계획 1차 사업으로 1974년 3월경부터 1986년 8월경까지 사이에 광주호를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이 사건 토지는 위 광주호 설치 사업의 대상 지역에 포함돼 있었고, 현재도 광주호 내부에 있으며, 광주호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점유·관리해 오고 있다. 위 광주호 설치 사업 당시 용지의 매수 업무는 담양군 등 사업구역에 포함된 지역의 행정기관이 담당하였다. 한편 이 사건 토지는 1915. 4. 8. 피고의 증조부에게 사정된 이후 계속 미등기 상태로 있었는데 피고는 사정된 때로부터 거의 100여년이 지난 2013. 5. 1. 증조부의 1순위 단독 상속인으로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의 1심에서는 원고의 점유가 평온,공연한 점유인지가 쟁점이 되었고 법원은 강폭,은비의 점유라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다. 항소심에 와서는 원고의 점유가 자주점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본격적으로 다투어졌고 항소심 법원은 원고의 점유를 악의의 무단점유로 판단하여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상고심에서 최종적으로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는 원고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을 원심으로 파기환송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의 시효취득에 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점유가 자주점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확립된 대법원의 법리는 다음과 같다. 【부동산의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러한 추정은 지적공부 등의 관리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고 할 것이다. 다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 기관이 점유하는 토지에 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이 주장되는 경우에 국가 등이 그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점유의 경위와 용도 등을 감안할 때 국가 등이 점유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국가 등이 소유권취득의 법률요건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무단점유한 것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자주점유의 판단은 점유 권원의 객관적 성질에 의하여 정해지는데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의 증조부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한 서류 등을 제시하지 못하여 그 점유 권원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일단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피고는 원고의 점유가 악의의 무단점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위 추정을 깰 수 있다. 항소심은, 1)이 사건 토지에 관한 토지대장이 멸실된 바 없이 모두 보존되어 있고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광주호 댐의 부지로 점유하기 시작할 무렵 위 토지대장에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가 피고의 증조부로 기재되어 있는 점 2) 위 토지대장에는 원고 또는 원고가 권리의무를 승계한 농업진흥공사, 농업기반공사, 한국농촌공사 등이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을 뒷받침할 기재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은 점 3)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정당한 절차에 따라 협의취득 또는 수용했다고 주장할 뿐 그 토지에 관하여 매입이나 기부채납 등 당시의 국유재산법이나 지방재정법 등에서 정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았다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있음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4)원고는 피고가 2013. 5. 1.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원고의 자주점유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하면서 1)원고가 이 사건 토지와 그 인근에 있는 다른 2필지의 토지를 농업진흥공사가 A로부터 매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1984. 3. 9.자 매도증서 및 그 대금을 같은 날 A에게 모두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는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는데 A는 실존 인물이고 피고와 같은 종중원이며 한 동네에 거주한 사람으로 짐작되는 점 2)위 다른 2필지는 모두 1973. 3. 27. 토지수용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는 점 3)위 2필지 이외에 광주호 설치 사업 대상지역에 포함된 토지 중 피고가 증조부로부터 상속받아 피고 명의로 등기되어 있던 또 다른 2필지 토지의 등기원인도 1973. 3. 27. 토지수용으로 되어 있는 점 4)1976년경 용지 매수업무를 담당한 담양군수가 그 업무를 추진하면서 작성한 여러 종류의 공문서들이 남아 있고, 이 사건 토지도 '토지 및 지장물건 조서', '용지매수비 사유조서', '토지 소유자 명단' 등 목록에 다른 여러 필지의 토지들과 함께 기재되어 있는 점 5)피고는 미등기 상태로 남아 있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13. 5. 1.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무렵까지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점유,관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는 점 6)농업진흥공사가 다른 토지는 적법하게 매수하면서 이 사건 토지만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하려고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하여 공부상 소유자와 일치하지 않는 A를 매도인으로 한 매도증서를 제시할 뿐 권리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근거서류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점유 경위와 용도, 인근 토지의 수용보상 내역 등을 감안하면 원고의 전신인 농업진흥공사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 취득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적법 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보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요컨대 항소심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의 증조부가 소유자로 기재된 토지대장이 보존되어 있고 거기에 원고의 소유권 취득을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 주목한 반면,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를 제외한 인근의 4필지 토지 모두 1973년경 수용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는 84년경 피고와 같은 종중원 A가 작성한 매도증서와 영수증이 존재하는 사정까지 고려할 때 원고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고, 이는 이전의 다른 유사한 사건들(대법원 2010.8.19. 선고 2010다33866 판결,2014.3.27. 선고 2012다30168 판결 등)에서 대법원이 내린 판단과 궤를 같이하는 타당한 판결로 보인다.
점유
토지
무단점유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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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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