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건설사의 도급계약이행을 연대보증한 회사가 신축 아파트에 균열 등 하자가 발생해 발주처에 손해배상을 한 경우 건설사의 하자보수를 보증한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아파트 건설도급계약의 보증인과 건설공제조합의 관계를 공동보증인의 관계로 본 첫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19일 (주)S건설사가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2005다37154)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건설공제조합법에 따라 건설공제조합이 조합원으로부터 보증수수료를 받고 그 조합원이 도급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하자보수의무를 보증하기로 하는 내용의 보증계약은 채무자의 신용을 보완함으로써 일반적인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하여 이뤄지는 것이고, 계약의 구조와 목적, 기능 등에 비추어 볼 때 실질적으로 보증의 성격을 가지므로 민법의 보증에 관한 규정, 특히 보증인의 구상권에 관한 민법 제441조 이하의 규정이 준용된다"며 "건설공제조합과 주계약상 보증인은 공동보증인의 관계에 있으므로 어느 일방이 변제 등으로 채무를 소멸하게 하였다면 특별한 약정이 없다 하더라도 민법 제448조에 의하여 상대방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만약 이와 달리 조합과 주계약상의 보증인 사이에 민법 제448조가 준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주계약상 보증관계와 조합과의 보증계약관계를 단절시켜 상호간의 구상 및 변제자대위를 부정하게 되면, 채무자가 무자력일 경우 채무를 먼저 이행한 쪽이 종국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는 결과가 돼 조합과 주계약상의 보증인이 서로 채무의 이행을 상대방에게 미루고 종국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함에 따라 채무의 신속한 이행을 통한 분쟁해결을 어렵게 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들 양자가 공동보증인의 관계에 있지 않다고 봐 주계약상 보증인이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다25887 판결 등은 이번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됐다.
반면 고현철·양승태·김황식·안대희·차한성 대법관은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상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즉 보증보험의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증보험자가 보험약관에 의하여 보험계약자의 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아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를 전보하든, 주계약상 보증인이 자신의 보증채무를 이행하든지 간에 이는 모두 각자 자신의 계약상 채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할 뿐인 것으로서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도 아니할 뿐 아니라 손해보험계약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 대법관들은 이어 "주채무자인 수급인이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연대보증인에게 우선 요구되는 것은 하자보수의무 자체의 이행이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변제는 아니라 할 것이고, 조합 혹은 보증보험자의 책임은 주채무자는 물론 연대보증인까지도 현실적인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비로소 종국적으로 현실화되는 금전지급채무로 국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S건설사는 경남 양산시가 1990년 근로자복지아파트를 건축해 분양하기 위해 C건설사와 맺은 아파트 건축공사를 위한 도급계약의 이행을 보증했다. C건설은 도급계약에 첨부된 시설공사계약 특수조건 약정에 따라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하자보수보증서를 발급받아 시에 제출했다. 1992년 C건설은 아파트 신축공사를 마쳤고 시가 이를 분양했으나 분양한지 7개월여만에 각 세대의 벽체, 베란다 등에 균열 등 하자가 발생했다. 양산시는 1996년 건설공제조합에 하자보수보증서에 정한 보증금지급을 요청하는 한편 C건설과 S건설을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S건설은 소송에서 패소해 6억여원을 지급한뒤 건설공제조합이 보증한 하자보수보증금 1억6,000여만원을 상환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는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