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을 설립할 때 재개발사업 촉진구역 토지 등의 소유자 동의율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을 때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설립인가를 신청할 때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김모씨 등 5명이 서울시 성북구를 상대로 낸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소송 상고심(2012두2143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6조는 재개발사업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이상과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서면 동의를 얻어 관할 행정청에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소송에서는 조합설립 인가신청일 이후 인가처분일까지 사이에 토지 등 소유자들의 소유관계가 변동이 있을 때 신청일과 인가일 중 어느 날을 기준으로 정족수 산정에 반영할 것인지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합설립 동의에 서면동의를 요구하고 그 동의서를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 행정청에 제출하도록 하는 취지는 동의 여부에 관해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방지하고 행정청으로 하여금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에 제출된 동의서에 의해서만 동의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사해 동의 여부의 확인에 행정력이 소모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행정청이 처분일을 기준으로 다시 일일이 소유관계를 확인해 정족수를 판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분 시점이 언제이냐에 따라 동의율이 달라질 수 있어 처분일을 기준으로 동의율을 산정하면 인가신청 후에도 소유권 변동을 통해 의도적으로 동의율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게 돼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비리나 분쟁이 양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09년 1월 성북구 길음동 일대를 주택재개발사업 촉진구역으로 지정했다. 성북구는 주택재개발사업을 위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설립을 승인했고, 추진위원회는 2010년 4월 촉진구역 내 토지·건물 소유자 등 1363명 중 1035명으로부터 조합설립 동의를 받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조합설립인가신청을 한 후 인가처분을 받을 때까지 토지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28명이 증가했다.
앞서 항소심은 조합설립인가 신청 후 변동된 정족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인가처분일을 기준으로 정확한 소유관계를 파악해 소유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설립인가 신청일과 인가일 사이에 발생한 소유권 변동을 무시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