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사건】 2017구합86057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9. 4. 18.
【판결선고】 2019. 5. 16.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7. 5. 30.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인 망 김AA(19**. **. **.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0. 6. 1. 주식회사 ◆◆◆(업종 : 정보처리 및 기타 컴퓨터 운용 관련 사업,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였고, 2008년부터 ○○○○○ 주식회사(이하 ‘○○○’이라 한다)에서 이 사건 회사 소속으로서 컴퓨터 프로그램 유지관리 업무 등을 맡아 근무하던 사람이다(갑 제1호증의 3, 갑 제4, 10호증, 을 제4호증).
나. 망인은 2016. 4. 25. 02:00경 자택을 나섰고, 같은 날 미상의 시각에 ▲▲시 △△동에 있는 ▶▶저수지에 몸을 던져 익사함으로써 자살하였다(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10호증).
다. 원고는 2016. 11. 30.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갑 제10호증)를 거쳐 2017. 5. 30. 원고에 대하여 “① 망인은 2014년 파견업무를 수행하던 중 ○○○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이 자신의 책임으로 판단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나, 당시 회사나 경찰 조사 과정 어디에서도 망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심적 부담을 준 적이 없는 점, ② 망인은 내성적이면서 꼼꼼한 성격, 지나친 책임의식, 완벽주의적 성향 등을 지녔고, 이러한 개인적 소인이 우울증을 앓게 한 주요 원인으로 보이는 점, ③ 망인의 근무지가 경주로 이전되는 것은 회사의 강요가 아니고 충분한 상담에 의해 망인이 결정한 점, ④ 유족은 사망 전 새로운 업무로 부담이 많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 또한 망인과 회사 간 사전 협의 후에 결정되었고, 16년 차 경력자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임무로 보기 힘든 점, 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의 업무와 사망원인 간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갑 제1호증의 1, 2).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17. 9. 29. “망인은 2014. 12. 30. ~ 2015. 4. 17.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중증의 우울 에피소드’로 치료를 받았으나 이후 상태가 호전되어 약 1년 동안 별다른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고, 2016. 4. 20. 정신건강의학과 내원하였으나 의무기록상 ‘회사가 경주로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임(5월부터), 최근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늘었음, 약물치료 시작’으로 확인되는바, 사회통념상 근무지 이전 문제가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의 스트레스가 되어 2016. 4. 25.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망인의 약 16년의 업무경력이나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기도 어렵다”, “망인의 경우 2014. 12.에 있었던 ○○○ 내부전산망 해킹사건과 관련하여 본인의 책임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기까지 일부 스트레스는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2015. 4. 18. 이후 1년 동안 정신질환 치료내역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당시의 스트레스는 해소되었다고 판단되고, 근무지 이전 문제의 경우 재해 발생 당시가 경주로의 이전이 임박한 시점이기는 하나 이미 2015. 9.경 이전이 확정되었으므로 예측 가능하였던바, 자살을 유발할 만한 큰 변화나 충격적 사건 등 과도한 스트레스라고 보기 어려우며, 새로운 업무의 부담 등이 약 16년의 업무경력이나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보아 자살에 이를 정도의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라고 보기 어려운 점, 재해 발생 직전에 있었던 워크숍에서도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재심사 청구 기각 재결을 하였다(갑 제2, 3호증).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가지번호를 특정하지 아니하는 한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회사 소속으로서 ○○○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2014. 12.경 발생한 ○○○ 해킹사건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발병하게 되었다. 지속적인 치료를 통하여 망인의 우울증 증상은 점차로 호전되어 갔으나, ○○○이 2015. 9.경 경주로 이전할 계획을 정함에 따라, ○○○의 협력업체인 이 사건 회사 소속 망인도 거주지를 떠나 경주로 발령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되어 심적인 부담을 안게 되었다. 실제로 망인의 경주발령은 2016. 1.경 확정되었는데, 데이터센터를 경주로 이전하는 업무, 기존 업무와 관련한 시스템을 새로이 정비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업무, 경주로 발령되지 않은 다른 직원의 업무를 새로이 이어받는 과정에서의 인수인계 업무 등 다수의 업무적 부담을 지게 되었다. 결국 2016. 3. 말경 망인의 우울증이 재발하였고, 망인은 재발한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망인의 자살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다. 인정 사실
1) 망인의 업무 내용, 근무 형태, 가족관계 등
가) 망인은 2000. 6. 1.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였고, 2008년부터 이 사건 회사 소속으로 ○○○에서 근무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 유지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으며, 2016. 4. 25. 사망시까지 약 15년 11개월간 근무하였다(갑 제4호증, 을 제4호증).
나) 망인은 사망 무렵 주 5일 근무를 하였고, 근무시간은 09:00부터 18:00까지, 휴게시간은 12:00부터 13:00까지였다(갑 제12호증).
다) 망인은 사망 당시 배우자(원고)와 만 9세인 딸이 있었다(갑 제1호증의 3).
2) ○○○ 해킹사건 발생 및 망인의 우울증 발병·호전 과정
가) 망인은 2014. 1.경부터 ○○○의 직원채용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2014. 12. 18. 해킹된 것으로 보이는 ○○○의 원전 운전도면 등이 외부에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이하 ‘해킹사건’이라 한다). 이에 대한 대대적인 언론 보도가 이루어졌다. 검찰은 해킹의 원인이 된 컴퓨터를 찾아내기 위해 ○○○의 협력업체에도 수사를 확대하였다.
나) 망인은 업무특성상 외부로부터 직원채용 관련 컴퓨터 파일을 전송받는 일이 흔하였기에, 혹시 외부에서 들여온 파일에 바이러스가 심겨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해킹사건을 일으킨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하였고, 불안감이 심해진 탓에 잠을 쉽게 이룰 수 없었다(갑 제6호증의 1. 갑 제7호증의 2).
다) 망인은 2014. 12. 30. ○○○이 아닌 이 사건 회사의 본사로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 불면, 죄책감, 무력감, 떨림 등 증상으로 인하여 출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림에 따라 먼저 ▷▷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진찰을 받은 뒤 오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망인은 출근을 하여서도 정상근무를 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회사에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는데, 이 사건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망인에게 1주일의 병가를 부여하였다(갑 제6호증의 1, 갑 제12호증). 망인이 ▷▷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받은 진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갑 제7호증의 2).(표 - 생략)
라) 망인은 우울증약을 복용하기 시작하였고, 2015. 1. 7.부터 다시 출근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망인의 업무분장을 변경하여 업무부담이 비교적 가벼운 곳으로 새로이 배치하였고(을 제4호증), 망인은 ▷▷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2015. 1. 9. 심리검사를 받았으며, 2015. 1. 30., 2015. 2. 13. 진찰을 받았다. 망인이 받은 심리검사의 결과 및 진단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갑 제7호증의 2, 갑 제8호증).
마) 해킹사고가 망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감에 따라(갑 제11호증) 망인의 우울증 증상은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망인은 2015. 4. 17. ▷▷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다음과 같은 진단을 받았고, 2015. 5.경 우울증약 복용을 멈추었다(갑 제7호증의 2).
3) 망인의 경주 이전발령 및 업무분장 변경
가) ○○○은 2015. 9.경 회사를 경주로 이전하는 계획을 확정하였다. ○○○의 협력업체인 이 사건 회사도 일부 직원을 2016. 5. 2.에 경주로 발령하기로 정하였다. 망인은 자신도 경주에 발령이 나게 되지는 않을지, 경주로 발령이 난다면 퇴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하였다(원고는, 망인이 스트레스로 인하여 2015. 10. 20.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았다고도 주장하나, 갑 제9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질병이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 망인의 근무지 이전은 예정일을 2016. 5. 2.로 하여 2016. 1.경 확정되었고, 망인은 데이터센터를 경주로 이전하는 업무를 맡아 수행하게 되었으며,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에 새로운 시스템이 적용됨에 따른 시스템 수정·보완작업 및 전화문의 응대 등 업무도 수행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 사건 회사는 근무지를 경주로 옮기지 아니하게 된 직원이 기존에 수행하던 ‘교육업무’를 이어받아 수행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고, 2016. 1.경 망인의 업무분장을 ‘교육업무’로 변경하였다. ‘교육업무’와 관련되어서도 새로운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그에 따른 시스템 수정·보완작업이 추가됨에 따라 그 업무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더 높아졌다(갑 제5, 12호증, 을 제1, 4호증).
다) 망인은 2016. 3. 29.경부터 가슴 두근거림과 불면증이 심해졌고, 2016. 4. 20. ▷▷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다음과 같이 진단을 받았으며, 다시 우울증약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갑 제7호증의 2).
4) 망인의 워크숍 참석 및 자살까지의 경위
가) 이 사건 회사는 2016. 4. 22.부터 2016. 4. 23.까지 본사 간부 직원 약 30명 이 참석하는 규모의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망인은 2016. 4. 22.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근무하다가 15:30경 경기 가평군에 있는 펜션으로 이동하여 워크숍에 참석하였고, 다음날인 2016. 4. 23. 10:30경 펜션에서 출발하여 12:00경 서울에 도착하여 귀가하였다(갑 제12호증).
나) 원고는 2016. 4. 25. 02:00경 집에서 나간 뒤 12:30경 ▲▲시 △△동 ▶▶저수지 부근에서 익사채로 발견되었다(2016. 4. 25.은 월요일이고, 이 사건 회사가 경주로 이전하기로 예정된 2016. 5. 2.1)로부터 1주일 전인 날이다).
[각주1] 다만, 실제 근무지 이전은 2016. 4. 29.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2018. 4. 2.자 답변서 제28쪽).
다) 망인이 사망하기 4달 전 동안의 업무에 관하여 보건대, 2015. 12.에는 4회[5일(주말), 8일, 15일, 29일), 2016. 1.에는 7회[3일(주말), 14일, 15일, 20일, 21일, 22일, 25일], 2016. 2.에는 6일[2일, 7일(주말), 16일, 22일, 24일, 25일], 2016. 3.에는 2회(7일, 16일). 2016. 4.에는 2회(12일, 19일) 초과·휴일근무를 하였다(갑 제12호증, 을 제1, 5호증).
5) 망인에 관한 진단 및 소견
가) 망인을 생전에 진료하였던 ▷▷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정○훈은 망인의 사망 이후인 2016. 5. 30. 다음과 같은 진단서를 작성하였다(갑 저17호증의 1).
나) 피고의 자문의사는 망인의 사망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소견을 밝혔다(갑 제4호증 제6쪽, 갑 제10호증 4쪽).
다) ▽▽대학교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BB)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3, 갑 제3 내지 5호증, 갑 제6호증의 1, 갑 제7호증의 2, 갑 제8, 10 내지 12호증, 을 제1, 4, 5호증의 각 기재,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 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등 참조). 다만,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나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곧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되며,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또는 중압감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 우울증 발병과 자살행위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 유무 및 가족력 등에 비추어 자살이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말미암은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해야 하므로,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자살 원인이 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에 기인한 것인지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게 되나, 당해 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는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앞서 본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두24644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본 인정 사실과 갑 제5, 1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건대, 망인의 우울증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은 자살의 동기나 원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업무 과정에서의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긴장도 또는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등을 보면, 망인의 자살이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 및 그로 말미암은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망인의 자살에 의한 사망을 업무상의 재해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이와 판단을 같이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① 망인은 해킹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의 책임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우울증이 발병한 것으로 보이고, 2016. 3. 말경 위 우울증이 재발함에 따라 이 사건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② 먼저 최초의 우울증 발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의 관계를 살핀다.
망인의 업무가 해킹사건의 발생원인이 될 수도 있는 업무였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망인이 해킹사건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으로부터 해킹사건의 책임이 있는 자로 지목되어 수사를 받았다거나, 이 사건 회사 또는 ○○○이 망인에게 책임을 추궁한 적이 있었다는 정황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 회사는 망인의 사직의사를 반려하고 일주일의 병가를 부여한 바 있으며, 망인을 배려하여 심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업무를 맡도록 하기도 하였다. 현재까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해킹사건의 책임을 본인이 질 수도 있다는 막연한 의심과 걱정을 하였다는 정도의 사정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망인의 우울증 발병에 해킹사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망인의 완벽주의적 성향, 지나친 책임의식 등 개인적 소인을 고려하더라도, 해킹사건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망인에게 주어 우울증을 발병케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③ 망인이 지방발령으로 인하여 심적인 부담감을 느꼈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지방발령은 아무런 전조 없이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 길게는 약 7개월 전 또는 4개월 전에 결정되었고(2015. 9.경 결정, 2016. 1.경 확정, 2016. 5. 초순경 이동 예정), 팀원 9명과 함께 이동하는 것이었다. 지방발령이 망인에게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부담을 주었다고 볼만한 사정이나, 그러한 사정을 알 수 있을 만한 증거가 없다(원고는, 망인이 우울증 치료과정에서 가족의 도움을 받았는데, 경주로 발령을 받게 됨으로써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망인의 가족이 우울증 치료과정에서 도움을 주어왔다면, 배우자인 원고가 가정주부이고 딸이 당시 만 9세였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망인이 반드시 경주로 홀로 내려가 가족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바, 원고의 위 주장을 참작하더라도 지방발령으로 인한 부담감이 견디기 어려운 정도였을 것이라고 보이지 아니한다).
④ 망인의 사망일인 2016. 4. 25. 즈음의 업무량에 관하여 살피건대, 그 세부내역은 다음 표 기재와 같다.
망인의 초과·휴일근무 일수는 2016. 3.부터 급격하게 감소하였는바, 망인의 사망일에 즈음하여서는 그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강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이는 우울증이 재발하였다고 보이는 2016. 3. 말경을 기준으로 살펴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원고는 망인과 원고 사이의 카카오톡 내용 및 교통카드 내역을 통해 계산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별도의 초과·휴일근무 내역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을뿐더러,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망인은 2016. 3. 및 2016. 4. 주말근무는 한 사실이 없고, 평일에는 예정된 퇴근시간인 18:00보다 10분에서 1시간 늦은 시간에 주로 퇴근하였으며, 19:00를 넘겨 퇴근한 것은 2016. 3.에 5회, 2016. 4.에 2회에 불과하다).
원고는 망인이 2016. 1. 및 2016. 2. 데이터센터를 경주로 이전하는 업무 및 기존 업무의 시스템 변경에 따른 수정·보완 업무로 인한 업무가 과중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초과·휴일근무의 일수에 비추어 망인의 업무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도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뿐더러, 2016. 3.부터 초과·휴일근무의 일수가 급격히 줄어든 점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충분한 휴식을 통하여 기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망인이 2016. 1.경부터 기존 업무와 다른 ‘교육업무’를 새로이 맡게 되면서 심적인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망인은 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이고 ‘교육업무’에 대하여 3달가량의 업무인수인계 기간을 부여받았는데, 망인의 사망 이후 ‘교육업무’를 새로이 인수한 망인의 후임은 경력 12년 차로 2주간의 업무인수인계과정을 거친 후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망인의 후임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업무인수인계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교육업무’의 난이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갑 제5, 12호증, 을 제1호증). 결국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교육업무’의 난이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⑤ 원고는 망인이 워크숍 준비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망인이 워크숍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준비를 하였는지, 워크숍은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망인의 동료직원은 원고측 노무사와의 전화통화과정에서 ㉮ 자신은 이번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다른 동료직원들로부터 워크숍의 분위기는 좋았었다고 전해 들었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 원고측 노무사가 ‘이번 워크숍에서 업무·성과·실적발표가 있었다’는 전제의 질문을 하자 ‘제가 참석했었을 때는 개인적인 발표보다 회사 차원에서 앞으로 이렇게 해보겠다는 발표를 했었지, 개인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어서 이번에 그렇게 워크숍을 했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갑 제5호증 제35 내지 37쪽2)).
[각주2] 전자소송기록 기준 쪽수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