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임원의 지휘감독을 받는 이사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이경구 부장판사)는 최근 윤모씨가 "형식상 이사일 뿐 실질적으로는 종속적 지위의 근로자"라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2009구합23297)에서 "총괄임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종속적 관계의 근로자"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해도 지위·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해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었다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출퇴근 카드가 폐기되고 법인카드와 승용차량을 지급받은 것은 물론 금융감독위원회에 이사로 공시됐지만, 업무수행에 관해 총괄임원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돼 있고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지도, 법인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부서장 직급의 직원들 중 일부에도 법인카드가 지급됐고, 일부 직원들에게도 승용차량이 지급됐다"며 "출퇴근카드가 폐기됐지만 매일 다른 직원들과 같은 시각에 출근하고 저녁 늦게까지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주장하는 해임사유는 윤씨의 비위행위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것으로서 당초 해임통보사유인 '회사 매출부진, 연구개발 실적 저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주장의 해임사유는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징계사유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임통보는 절차적 하자가 있어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용 유독가스 정화장치업체인 M사에서 부장으로 일하던 윤씨는 지난 2007년4월 이사로 승진했다. 윤씨는 급여가 4,900여만원에서 6,000여만으로 인상되고 법인카드와 승용차량(SM5)을 지급받는 등 대우가 달라졌지만, 승진 전과 마찬가지로 연구소 팀장으로서의 연구개발업무를 계속했다. 이후 2008년11월말께 회사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은 윤씨는 중노위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받자 지난해 6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