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10민사부 판결
【사건】 2014가합563032 손해배상(기)
【원고】 1. 최○원, 2. 송○주, 3. 전○현(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전○진, 모 이○자), 4. 전○진, 5. 이○자, 6. 김○원, 7. 강○라, 8. 유○현(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유○봉, 모 이○미), 9. 유○봉, 10. 이○미, 11. 김○경(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김○욱, 모 김○이), 12. 김○욱, 13. 김○이(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클라비스 담당변호사 황환민)
【피고】 1. 주식회사 △△(대표이사 오○○), 2.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김현웅,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정성윤)
【변론종결】 2016. 10. 20.
【판결선고】 2016. 11. 15.
【주문】
1. 피고 주식회사 △△는,
가. 원고 최○원에게 100,000,000원, 원고 송○주에게 100,000,000원, 원고 김○원에게 100,000,000원, 원고 강○라에게 10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원고 최○원, 원고 송○주에 대하여는 2011. 6. 2.부터, 원고 김○원, 원고 강○라에 대하여는 2011. 5. 1.부터 각 2015. 1. 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2015. 9. 30. 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나. 원고 유○현에게 30,000,000원, 원고 유○봉에게 20,000,000원, 원고 이○미에게 40,000,000원, 원고 김○경에게 30,000,000원, 원고 김○욱에게 10,000,000원, 원고 김○이에게 1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원고 유○현, 원고 유○봉, 원고 이○미에 대하여는 2011. 4. 5.부터, 원고 김○경, 원고 김○욱, 원고 김○이에 대하여는 2011. 5. 1.부터 각 2016. 5. 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원고 최○원, 원고 송○주, 원고 김○원, 원고 강○라, 원고 유○현, 원고 유○봉, 원고 이○미, 원고 김○경, 원고 김○욱, 원고 김○이의 피고 주식회사 △△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최○원, 원고 송○주, 원고 김○원, 원고 강○라, 원고 유○현, 원고 유○봉, 원고 이○미, 원고 김○경, 원고 김○욱, 원고 김○이와 피고 주식회사 △△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주식회사 △△가,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1.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전○현에게 31,045,408원, 원고 전○진에게 10,000,000원, 원고 이○자에게 1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0. 1.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최○원에게 100,000,000원, 원고 송○주에게 100,000,000원, 원고 김○원에게 100,000,000원, 원고 강○라에게 10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원고 최○원, 원고 송○주에 대하여는 2011. 6. 2.부터, 원고 김○원, 원고 강○라에 대하여는 2011. 5. 1.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3.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유○현에게 30,000,000원, 원고 유○봉에게 20,000,000원, 원고 이○미에게 40,000,000원, 원고 김○경에게 30,000,000원, 원고 김○욱에게 10,000,000원, 원고 김○이에게 1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원고 유○현, 원고 유○봉, 원고 이○미에 대하여는 2011. 4. 5.부터, 원고 김○경, 원고 김○욱, 원고 김○이에 대하여는 2011. 5. 1.부터 각 2016. 4. 29.자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1)
[각주1] 피고 주식회사 △△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 최○원, 송○주, 김○원, 강○라, 유○현, 유○봉, 이○미, 김○경, 김○욱, 김○이를 이하 ‘원고 최○원 등’이라 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 주식회사 △△(주식회사 ********에서 2011. 4. 20.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다. 이하 ‘피고 △△’라 한다)는 병원성 미생물 살균 및 항균제품 제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PGH{Oligo(2-(2-ethoxy) ethoxyethyl guanidinium chloride}’를 주원료로 하는 ‘△△ 가습기살균제' 제품(이하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라 한다)을 제조·판매하였다.
2) 원고 최○원, 송○주는 망 최○영(****. **. **, 출생, 2011. 6. 2. 사망)의 부모, 원고 전○진, 이○자는 원고 전○현의 부모, 원고 김○원, 강○라는 망 김○안(****. **. **, 출생, 2011. 5. 1. 사망)의 부모, 원고 유○봉, 이○미는 원고 유○현의 부모, 원고 김○욱, 김○이는 원고 김○경의 부모이다.
나. 원고들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및 원인 미상 폐손상 발생
1) 원고 최○원, 송○주는 2010. 10.경부터 2011. 4.경까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망 최○영을 위하여 사용하였다. 그 후 망 최○영은 기침 및 감기 증상이 발생되었고, 서울대병원에서 스테로이드 및 기타 약물로 치료하였으나 간질성 폐질환, 기흉 등으로 발생한 저산소중에 의한 다발성 기관부전으로 2011. 6. 2. 사망하였다.
2) 원고 전○진, 이○자는 2008. 2.경부터 2009. 12.경까지는 **마트에서 구매한 ◇◇◇◇ 가습기살균제를, 2009. 12. 경부터 2010. 1. 경까지는 □□□□ 가습기 살균제를 원고 전○현을 위하여 사용하였다. 그 후 원고 전○현은 2010. 1. 7. 대구***병원에서 급성간질성 폐렴으로 진단을 받고 2010. 1. 16. 서울**병원으로 이송되어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3) 원고 김○원, 강○라는 2010. 5.경부터 2011. 4.경까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망 김○안을 위하여 사용하였다. 그 후 망 김○안은 기침 및 감기 증상이 발생되어 2011. 4. 12.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급성 호흡부전, 폐럼, 폐출혈 등으로 체외막 산소화 요법 및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으나, 폐렴으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 다장기 기능부전증으로 2011. 5. 1. 사망하였다.
4) 원고 유○봉, 이○미는 2010. 12.경부터 2011. 4.경까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원고 유○현을 위하여 사용하였다. 그 후 원고 유○현은 원인 모를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 다녔으나 낫지 않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2011. 4. 6.부터 2011. 6. 25.까지 입원하여 상세불명의 기관지 폐렴, 섬유증을 동반한 기타 간질성 폐질환 등으로 치료를 받았고, 현재에도 양쪽 폐 전체가 심각한 폐섬유증으로 산소포화도가 현저히 떨어져 한 달에 3~4일씩 입원을 하는 등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원고 유○현과 같은 방에서 생활하였던 원고 이○미도 폐섬유화증으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2011. 4. 12.부터 2011. 5. 1.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5) 원고 김○욱, 김○이는 2010. 10.경부터 2011. 3.경까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원고 김○경을 위하여 사용하였다. 그 후 원고 김○경은 간질성 폐질환으로 2011. 4. 29.부터 2011. 10. 1.까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여 오른쪽 흉관 삽입술, 왼쪽 흉관 삽입술, 진단적 기관지내시경 수술 등의 시술을 받았다.
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중간결과 발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병관리본부'라 한다)는 위와 같이 원인 미상 폐손상 환자가 발생하고 가습기살균제와의 관련성이 문제되자 역학조사를 실시하였고, 2011. 8. 31. 그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① 환자-대조군 연구 결과 가습기살균제 사용집단에서 원인미상폐손상 발생 가능성이 미사용 집단에 비해 47.3배 높게 나타나고, ② 환자들은 임상적으로 흡입에 의한 기관지 손상 소견을 보이며, ③ 발생 시기가 가습기살균제를 주로 사용하는 시기 이후에 어느 정도 시간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가습기살균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현재 시점에서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위해성 조사 및 추가 역학조사 등을 통하여 최종 결과가 나을 때까지 국민들에게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자제하고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가습기살균제의 출시를 자제토록 권고하였다.
라. 질병관리본부의 결과 발표
질병관리본부는 2011. 11. 11. ‘지난 9월경부터 3가지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동물흡입독성실험을 실시한 결과 □□□□ 가습기당번(PHMG)과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PHG)에서 인체 폐손상 증세와 같은 세기관지 염증, 세기관지내 상피세포 탈락, 초기 섬유화 등의 이상소견을 확인하여, 오는 12월 중으로 모든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할 예정이며, 이달 중으로 정부합동 TF를 구성해 기타 생활화학가정용품에 대한 안전성 검중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마. 폐손상조사위원회의 조사
1)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폐손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가습기를 사용하면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어 건강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고사례들에 대하여 임상판정과 환경조사를 바탕으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의 폐질환 발생 여부를 판정하기 위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는 2012. 12. 6.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고, 2013. 7.경부터 같은 해 9.경까지 검진 및 환경 조사를 수행하였으며, 2013. 9.경부터 같은 해 11.경까지 판정절차를 진행하였다. 판정 결과는 ‘가능성 거의 확실’, ‘가능성 높음', ‘가능성 낮음’, ‘가능성 거의 없음’, ‘판단 불가능’으로 제시되었다.
2) 위 조사결과 망 최○영은 ‘가능성 거의 확실’, 원고 전○현은 ‘가능성 거의 확실’, 망 김○안은 ‘가능성 높음’, 원고 유○현은 ‘가능성 거의 확실’, 원고 이○미은 ‘가능성 거의 확실'로 판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 10 내지 13. 1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대구***병원, 서울**병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회신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 △△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최○원 등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는 인간의 폐 등 호흡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물질인 PGH 성분이 함유되어 있음에도 피고 △△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판매 하면서 그 용기에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시에도 안전’이라는 문구를 표시하였다. 따라서 피고 △△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제조자로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손해를 입은 원고 최○원 등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
망 최○영, 망 김○안, 원고 유○현, 이○미, 김○경(이하 ‘피해자들’이라 한다)이 입은 폐손상 또는 그로 인한 사망이 피고 △△가 제조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밝혀지지 아니하여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폐손상 또는 그로 인한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나. 제조물책임의 성립
1) 설계상의 결함 유무
가)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인바,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하는 소위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등 참조), 또한,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하였는지, 발생한 손해가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측으로서는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등 일응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되었음에도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을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8887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제조물 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해당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 참조)를 의미하는 바, 이에 비추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설계상의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여부를 살피 본다.2)
[각주2] 원고 최○원 등은, 제조업자인 피고 △△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다는 사정 등 설계상의 결함를 구체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으나, 인체에 유해한 위험물질인 PGH를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사용한 것 자체를 설계상의 결함으로 보는 듯 하다.
위 법리 및 갑 제11, 12, 13호중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는 아래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PGH를 사용한 설계상의 결함이 존재한다고 보인다.
(1)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살균제 뚜껑에 용액을 약 2/3정도 채운 후(수돗물 2~3L당 약 10ml), 가습기 물을 교체할 때 넣어주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2) 피해자들은 위와 같은 정상적인 용법으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후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하였고, 공통적으로 원인 미상의 폐손상 진단을 받게 되었다.
(3)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주요성분은 PGH인데, 가습기를 통해 분무된 물방울들이 공기 중으로 기화하면, 물방울에 녹아 있던 PGH가 응결하면서 입자를 형성하게 된다. PGH의 입자는 그 크기가 매우 작으므로 코 등 상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하기도 내지는 폐포 깊숙이 들어와 침착하게 되며, 그 독성학적 성상 때문에 하기도와 폐포에 일정한 자극을 주게 된다.
(4) PGH의 자극으로 인한 증세가 급속히 진행하면서 급성간질성폐렴으로 진단(오인)되거나 섬유화가 함께 진행하여 폐가 전체적으로 굳어져 심한 급성호흡부전양상을 보이며 일반적인 인공호흡기 치료 등에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기도저항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폐포에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우 세게 힘이 가해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높아진 압력으로 인해 폐포가 찢어지면서 공기가 새어 나와 폐기종, 종격 동기종, 피하기종 등이 함께 발생한다. 한편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망하게 되며, 사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말단기간지 부위를 중심으로 섬유화된 소견이 남게 되어 소엽중심성 음영 소견이 영상의학 검사에서 관찰되게 된다.
(5) 사람에게 노출되는 바와 같은 방식으로 13주 동안 가습기로 분무된 가습기살균제에 쥐를 노출시켰을 때 불규칙한 호흡, 호흡횟수의 증가, 체중 감소 등 주로 호흡 기계 이상소견이 관찰되었고, 병리조직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이 주로 비강, 후두 및 폐에서 관찰되었다.
(6) 통상적으로 감염성 폐질환은 스테로이드 등 약물 투여로 증상이 완화되는데,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에게 발생한 폐손상의 경우에는 기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다. 해당 환자들에게서 폐섬유화와 관련된 세균, 진균 및 바이러스성 병원체가 발견되지도 않았고 조직병리학적, 임상적 소견도 감염성 질환과 부합하지 않아 전문가들은 해당 환자들에게 발생한 폐손상이 감염성 질환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7) 질병관리본부는 2011. 8.경 역학조사 및 연구 결과 집단적 중증 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데 이어서 동물 흡입독성실험을 시행하여 2011. 11. 및 2012. 2.경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의 연관성이 확인된 중간 및 최종 실험결과를 발표하였다.
(8)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일응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추단할 수 있고 피해자들은 위 가습기살균제를 정상적인 용법으로 사용하였음에도 생명이나 신체에 손상을 입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 △△는 피해자들의 손해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으므로3)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하자가 존재하고 하자로 말미암아 피해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된다.
[각주3] 질병관리본부가 2011. 8. 31.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가습기살균제 사용 및 출시를 자제하도록 권고하자, □□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최종 조사결과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받을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에 유리한 실험결과를 확보하기 위하여 □□는 호서대학교 식품영약학과 교수인 유○재와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인 조○행에게 ‘2011. 11.경으로 예정된 질병관리본부의 결과발표 일정에 맞추어 실험 결과가 나을 수 있도록 흡입독성실험을 신속하게 진행함과 아울러 해당 실험을 통해 우리 가습기살균제가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될 경우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점과 가습기 사용자들에게 발생한 폐손상이 □□ 가습기살균제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조사해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하며 금원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법원은 조○행과 유○재가 □□에 우호적인 입장에 서서 노출평가실험 결과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신중한 검토 없이 보고서를 작성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위 조○행에 대하여는 2016. 9. 29. 수뢰후부정처사 등의 죄로 징역 2년 및 벌금 2,500만 원을(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합487), 유○재에 대하여는 2016. 10. 14. 배임수죄 등의 죄로 징역 1년 4월을(중앙지방법원 2016고합616) 각 선고하였다.
2) 표시상의 결함 유무
가) 관련 법리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하므로(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 다목),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용기에 기재된 문구가 표시상의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갑 제3, 1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용기에는 ‘감기, 폐렴 유발균 등 유해 세균 제거', ‘이제 안심하고 가습기를 켜세요!’, ‘△△는 EU의 승인을 받고 유럽 환경국가에서 널리 쓰고 있는 살균성분 PGH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살균솔루션 브랜드입니다’,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시에도 안전(OECD 423 : not toxic if swallowed)', ‘EU 승인 안심살균물질 사용 국제표준 안전성 테스트 완료’ 등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 및 위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는 아래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는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한다고 보인다.
(1)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 물을 교체할 때 가습기 물에 넣어 사용하게 되는데, 가습기는 일반적으로 수분을 조절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건강에 취약한 어린아이나 임산부,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하거나 수분조절 능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가습기에서 분사되는 입자들이 호흡기로 들어와 인체에 흡입되기 쉬운 환경이므로 그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자들은 그 용기에 표시된 ‘인체 무해', ‘흡입시에도 안전’ 등의 문구를 보고 제품에 부작용이 전혀 없거나 제품의 안전기능이 완전하여 추가적인 안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기대를 하게 된다.
(3) 또한 피고 △△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PGH를 원산지인 덴마크로부터 수입을 하는데, PGH가 유럽에서 널리 쓰이는 안전한 성분인 것처럼 표시하였다.
(4) 그러나 당시 피고 △△는 PGH가 인체에 안전한 성분이라는 객관적인 근거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PGH가 폐손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자들은 위 제품의 안정성이나 유해성 등을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워 전적으로 피고 △△가 제시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용기에 기재된 표시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 △△가 제조·판매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는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들은 생명이나 신체에 손상을 입었으므로, 피고 △△는 제조물 책임법 제3조에 따라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은 원고 최○원 등에 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4)
1) 위자료의 산정 기준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에 가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사회적 지위, 연령, 사고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각주4] 원고 최○원 등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만을 구하고 있다.
2) 위자료의 결정
위 인정사실 및 갑 제4 내지 7, 1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가 무해하다는 객관적인 실증자료가 없음에도 인체에 무해하고 흡입시에도 안전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여 그 안전성을 믿고 구입한 사용자들에게 집단적 폐손상이라는 피해를 발생시킨 점, ②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하여 사망한 망 최○영은 당시 1세, 망 김○안은 10개월 정도에 불과하여 이 사건으로 인한 그 가족들의 고통이 극심해 보이고, 원고 유○현, 김○경, 이○미는 비록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태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치료가 예정되어 있어 본인이나 가족들의 피해가 매우 커 보이는 점, ③ 피고 △△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자들의 사망이나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만을 할 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진심 어린 반성을 하고 있지 않은 점, ④ 망 최○영의 부모인 원고 최○원, 송○주와 망 김○안의 부모인 김○원, 강○실은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를 따로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5)이와 같은 사정은 위 원고들의 위자료 산정에 반영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최○원 등에 대한 위자료는 위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사망한 피해자들의 부모에게 각 1억 원, 상해를 입은 피해자 본인은 3,000만 원, 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부모나 배우자에게는 1,000만 원으로 각 산정하여 다음과 같이 인정함이 상당하다.
[각주5] 원고들은 소장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그 부모가 사망한 피해자의 손해배상금을 공동상속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2015. 8. 19.자 준비서면에서는 사망한 최○영, 김○안의 부모들인 원고 최○원, 송○주, 김○원, 강○실은 피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1억 원을 구한다고 하여 사망한 최○영, 김○안의 피고들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 원고 최○원 : 1억 원, 원고 송○주 : 1억 원
나) 원고 김○원 : 1억 원, 원고 강○라 : 1억 원
다) 원고 유○현 : 3,000만 원, 원고 유○봉 : 2,000만 원(자녀인 원고 유○현의 상해에 대한 위자료 1,000만 원 + 배우자인 원고 이○미의 상해에 대한 위자료 1,000만 원), 원고 이○미 : 4,000만 원(본인의 상해에 대한 위자료 3,000만 원 + 자녀인 원고 유○현의 상해에 대한 위자료 1,000만 원)
라) 원고 김○경 : 3,000만 원, 원고 김○욱 : 1,000만 원, 원고 김○이 : 1,000만 원
3) 소결론
가) 따라서 피고 △△는 위자료로 원고 최○원에게 100,000,000원, 원고 송○주에게 100,000,000원, 원고 김○원에게 100,000,000원, 원고 강○라에게 10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써 위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 최○원, 송○주에 대하여는 망 최○영의 사망일인 2011. 6. 2.부터, 원고 김○원, 강○라에 대하여는 망 김○안의 사망일인 2011. 5. 1.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5. 1. 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2015. 9. 30.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위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법정이율을 연 20%에서 연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이 2015. 9. 25. 개정 공포되어 2015. 10. 1.부터 시행되었으므로 2015. 10. 1.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은 연 15%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위 원고들의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은 기각한다).
나) 또한 피고 △△는 위자료로 원고 유○현에게 30,000,000원, 원고 유○봉에게 20,000,000원, 원고 이○미에게 40,000,000원, 원고 김○경에게 30,000,000원, 원고 김○욱에게 10,000,000원, 원고 김○이에게 1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써 위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 유○현, 유○봉, 이○미에 대하여는 2011. 4. 5.6)부터, 원고 김○경, 김○욱, 김○이에 대하여는 2011. 5. 1.7)부터 각 2016. 4. 2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인 2016. 5. 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법정이율을 연 20%에서 연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이 2015. 9. 25. 개정 공포되어 2015. 10. 1. 부터 시행되었으므로 2016. 5. 10.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은 연 15%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위 원고들의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은 기각한다).
[각주6] 그 무렵 원고 유○현이 병원치료를 시작하였다.
[각주7] 그 무렵 원고 김○경, 이○미는 병원치료를 시작하였다.
3.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① 가습기살균제가 보편화된 1990년대 후반부터 매해 의학계에서는 영유아가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보고, 발표하여 온 점, ② 이로 인해 2000년대 초중반에는 이에 대한 의료계의 국책연구가 수행되어 연구보고서도 발표된 점, ③ 보건당국은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화학성분이 위험하고, 미확인폐질환의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을 2000년대 중반부터 알고 있었던 점, ④ 특히 보건당국은 2008년경부터 식품안전 포털 사이트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성분(특히 염화 에톡시 에틸 구아니디움)의 위험성을 경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되는 상황을 방치한 점, ⑤ 화학물질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PGH의 유해성심사시 이 물질의 배출 경로가 ‘스프레이, 에어로졸 제품 등에 첨가’라고 명시되어 제품이 분사하는 형태로 사용될 것임을 인지하고서도 ‘최종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흡입을 통한 독성노출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추가적인 시험을 실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은 점, ⑥ 또한 환경부는 2001년 □□가 ‘가습기당번'의 원료물질을 PHMG로 변경할 때에도 새로운 용도에 따른 흡입독성여부를 확인하거나 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PGH 역시 최초 보존제로 허가를 받았으나 이후 가습기살균제용으로 쓰이는 등 허가 당시 용도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에도 이를 규제하지 않은 점, ⑦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의 원료물질 PGH에 대한 국립환경연구원의 유해성 심사에 있어 유독물 등 해당 여부만 심사되고, 다른 심사항목인 유해성, 취급시 주의사항, 기타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취급제한 내용 포함) 등 사용시 주의가 필요한 사항은 심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⑧ 원인 미상 폐질환의 발생 이후 신속한 역학조사를 하여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판매 및 사용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등한시하여 피해자 등 영유아의 사망을 사실상 방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대한민국은 이 사건 가습기살 균제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였다 할 것이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원고들에게 위 가습기살균제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인바, 여기서 ‘법령에 위반하여’라고 하는 것이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아니하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그와 같은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관련 법령대로만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그와 같은 공무원의 부작위를 가지고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다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57856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 및 갑 제9, 16 내지 18, 21호증의 각 기재, 국립환경과학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는 아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피고 대한민국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원고들이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 제출한 대부분의 증거는 신문기사(갑 제9, 13, 17, 18, 21호증)이거나 보도자료(갑 제16호증)로, 구체적으로 원고들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② 원고들은 2016. 3.경부터 피고 △△ 등에 대한 가습기살균제 수사결과를 예의주시하며 피고 대한민국의 국가배상책임 관련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이 사건 변론 종결일인 2016. 10. 20.까지도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국가책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사가 진행되는지를 알지 못하여 결국 이 사건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종결되었다.
③ 가습기살균제는 1997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출시된 이후 연간 판매량은 약 60만 개, 시장규모는 판매액 기준으로 약 20억 원 정도를 유지하였으나, 2011. 8. 31. 질병 관리본부의 제조업체에 대한 출시 자제 권고 이후 생산이 중단되었다. 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가습기에 가습기살균제를 넣어 사용하는 경우가 없어 임상적, 조직학적으로 동일한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④ 2006년경 대한소아학회지에 ‘2006년 초에 유행한 소아급성 간질성폐렴’이라는 논문이 게재되었는데, 위 논문은 2006. 3.경부터 2006. 6.경까지 간질성폐렴으로 입원한 환아 15명에 대한 증상 및 치료에 관한 연구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2008년경에도 대한소아학회지에 ‘급성 간질성 폐렴의 전국적 현황 조사’라는 논문이 게재되었는데, 위 논문은 2008. 2.경부터 2008. 7경까지 간질성 폐렴으로 입원한 환아 78명에 대한 증상, 원인 및 치료에 관한 연구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위 각 논문의 저자인 서울**병원 홍○종 교수도 자신은 2011년 봄까지 가습기 살균제가 급성 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질병관리 본부는 2011. 4. 25. 서울**병원으로부터 원인 미상 폐질환에 대한 조사를 요청받고,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및 전문가 검토 등을 실시한 후 2011. 8. 31. 국민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토록 권고하고 동시에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가습기살균제의 출시를 자제토록 하였다.
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제2조 제8호는 유해화학물질을 ‘유독물, 관찰물질, 취급제한물질 또는 취급금지물질, 사고대비물질, 그 밖에 유해성 또는 위해성이 있거나 그러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11조는 ‘신규화학물질이나 10톤 이상 제조 또는 수입되는 관찰물질 등 유해성 심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화학물질'에 대하여 유해성 심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유해성 심사는 화학물질 자체에 대하여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 등을 통해 유해성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는바, 피고 대한민국(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03년경 PGH에 대하여 유해성심사를 한 결과 급성경구독성8)이 낮고 피부와 눈에 자극성 및 부식성,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도 아니며 돌연변이 유발 물질도 아니어서 유독물 또는 관찰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하였는데, 이는 위 각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달리 그 당시의 유해물질의 정의나 기준 등에 비추어 피고 대한민국이 가습기살균제를 유해물질로 지정하여 관리하지 않은 데에 대하여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주8] 입을 통해 1화 투여하였을 때 나타나는 유해영향
⑥ 공산품 안전법에 의하면 안전관리대상공산품은 안전인증대상공산품,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안전·품질표시대상공산품 등으로 구분된다(제2조 제13호 참조). 가습기 살균제는 세정제로 판매될 경우에는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에 해당하여 그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해당 공산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임을 스스로 확인(이하 ‘자율안전확인’이라 한다)한 후 이를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나(그 당시 세정제의 경우 유해성분으로서 염산 및 황산, 수산화나트륨 및 수산화칼륨, 테크라클로로에틸렌, 트리클로로에틸렌 성분에 대하여 시험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살균제제로 판매될 경우에는 자율안전확인 및 신고의무를 제조업자에게 강제할 근거가 없고, 실제로 가습기살균제의 제조업자들은 자율안전확인 및 신고를 한 바 없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으로서는 공산품안전법에 따라 신고되지 아니한 가습기살균제의 성분 및 그 유해성을 확인하여야 할 의무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없었다.
⑦ 질병관리본부장 등이 역학조사를 실시하기 위하여는 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바(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참조), 원인미상의 급성 간질성 폐질환은 위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감염병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이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⑧ 의약외품범위지정(보건복지부 고시) 제3조 나목은 약사법 제2조 제7호 다목9)에 따른 의약외품의 범위에 관하여 “다. 인체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 살균·소독제제(희석하여 사용하는 제제를 포함한다), 1) 알코올류, 알데히드, 크레졸, 비누제제 형태의 살균소독제, 2) 기타 방역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는 감염병 예방이 아닌 가습기의 물때 방지 등과 같은 청소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위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의약외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소속 공무원이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구분하여 관리하지 아니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각주9]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7. “의약외품(의약외품)”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품(제4호나목 또는 다목에 따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품은 제외한다)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살균·살충 및 이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되는 제제
4. 결론
그렇다면 원고 최○원 등의 피고 △△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 최○원 등의 피고 △△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은희(재판장), 이봉락, 김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