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을 풍자하거나 지지하는 포스터를 붙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팝아티스트 이하(46·본명 이병하)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15474)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포스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문구도 없고, 대선에 맞춰 제작된 것도 아니다"라며 "이씨가 지속적으로 해온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거리예술 창작의 일환일 뿐 선거법 위반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2년 6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청와대를 배경으로 백설공주 옷을 입은 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사과를 들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모습을 그린 포스터 200여장을 부산시내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 붙였다.
또 같은해 11월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던 때 두 후보의 얼굴을 절반씩 그려 합친 벽보를 서울과 광주 시내에 붙이기도 했다.
이씨는 박 후보를 비방하고 문 후보 등을 지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포스터를 붙였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과 항소심은 이씨가 예전부터 비슷한 작업을 해왔고 창작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