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진창수 부장판사)는 20일 방송인 강병규(40)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처분 취소소송(2012구합19502)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재판이 계속 중이라고 하더라도 국외 도피 우려 등이 인정되지 않거나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출국금지를 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중앙지검은 단순히 강씨의 범죄사실을 간략히 적시하면서 강씨가 국외로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만 표시했을 뿐 도주 우려의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근거 등을 밝히지 않았고, 법무부도 단순히 '재판 계속 중'임을 이유로 출국금지처분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작 관련 형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은 2회에 걸쳐 강씨에게 국외여행허가결정을 했다"며 "강씨는 공판기일에 성실히 출석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미 대부분의 증거조사가 완료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출국금지 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10월로 출국금지 기간이 경과하고 새로운 출국금지처분을 하지 않아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동안 출국금지 기간이 총 2년 9개월에 달했고, 강씨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다시 출국금지 기간이 연장될 위험도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씨는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강씨는 법무부가 2010년 1월부터 지난 10월 6일까지 계속해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자, 여행사 운영 등 국외 출국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장기간 출국금지가 유지되고 있다며 지난 6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