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씨와 남규리씨가 이른바 '퍼블리씨티권'을 내세운 초상권 침해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퍼블리씨티권은 연예인 등 유명인사가 자신의 초상이나 성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로, 미국에서 형성돼 우리나라에서는 판례로 인정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정찬우 판사는 20일 가수 백지영 씨와 남규리(본명 남미정) 씨가 "블로그에 허락없이 사진을 게재했으므로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서울 강남구의 A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최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단335540)에서 "최씨는 백씨와 남씨에게 5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A병원의 직원들이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은 백씨 등의 승낙없이 사진을 사용한 것인데, 외견으로 보면 블로그 운영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출연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후기 또는 감상을 적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병원을 홍보하는 내용을 첨부함으로써 이른바 블로그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상당수의 하급심 판결에서 '퍼블리씨티권'의 개념을 인정했고, 그에 터잡은 법률관계가 형성돼 왔다"며 "퍼블리씨티권의 개념은 법관에 의한 법형성 과정을 통해 우리 법질서에 편입됐다고 할 것이어서 명시적인 입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퍼블리씨티권의 개념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판사는 "최씨가 운영하는 병원의 직원들이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들은 백씨와 남씨의 사진이 가진 고객흡인력을 이용할 목적으로 상업적으로 게시된 것이고, 이 게시물로 인해 백씨 등의 광고모델로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감소했다고 보이므로, 최씨는 불법행위로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직원들은 2012년 6월 자신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백씨와 남씨의 사진을 올리면서 병원을 홍보하는 내용의 글을 같이 게재하자 백씨 등은 소송을 냈다.
한편 배우 장동건 씨와 김남길 씨 등 연예인 16명 등은 최근 서울 강남구 B안과 원장 김모씨를 상대로 낸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은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김씨가 직접 장씨 등 사진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외부업체가 게시했기 때문에 김씨가 사진 이용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