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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가슴 성형수술 도중 '3도 화상' 입힌 의사 '집행유예' 확정
전기수술기로 성형수술을 받던 환자에게 3도 화상을 입힌 의사에게 금고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월 29일 업무상과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 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3도11418). 서울 강남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던 A 씨는 2018년 4월 B(31·여) 씨에게 가슴확대수술과 팔 지방흡입술을 실시하던 도중 화상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또 수술 당시 진단 및 치료내용, 화상 발생 사실을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아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A 씨는 B 씨의 수술에 소위 '보비(Bovie)'로 불리는 전기수술기를 이용했다. 보비는 세포조직에 고주파 전류를 흘려 열효과를 이용하여 피부나 세포조직을 절개·응고하는 기기다. 보비로 수술을 할 때는 환자의 피부에 패치 형태로 만들어진 전극을 부착한다. 패치가 수술 도중 떨어지면 환자에게 화상을 입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술 과정에서 이 패치는 신체에 단단히 고정되도록 뼈가 없고 근육이 많은 종아리·배·허벅지·위팔 등 신체 부위에 부착되어야 했다. 그런데 해당 병원의 간호조무사는 패치를 B 씨의 정강이에 붙였다. A 씨는 패치 부착 부위를 확인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도중 패치가 떨어져 B 씨는 한쪽 발목과 발 부위에 '3도 화상, 심재성 2도 화상'을 입게 됐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간호조무사에게 패치 부착을 지시했다 하더라도 A 씨에게 업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1심은 "B 씨는 의료사고로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고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구하고 있어 A 씨에게는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A 씨가 사고 확인 직후 응급조치를 하고 화상전문병원으로 피해자를 전원시켰던 점 등 사고 후의 적절한 대처를 취한 것은 유리한 정상으로 양형에 참작했다. A 씨가 항소했지만, 2심은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박수연 기자
2024-03-21
[판결] 가래 제거 위해 기도 삽관·흡인 받던 영아 사망…대법 "의료진 과실 단정 못 해" 파기환송
가래 제거를 위해 '기도 내 삽관·흡인'을 받던 영아가 산소포화도가 저하되며 사망한 사건에서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진의 잘못된 기도 튜브 발관으로 인해 산소포화도 저하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폐 상태 악화로 인한 기흉이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숨진 영아의 부모 A·B 씨와 언니 C 씨 등 3명이 병원을 운영하는 D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D 법인에 2억7700여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1다213316). A·B 씨의 딸은 2016년 1월 7일 기침 증세로 이 사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병원 의료진은 증상을 '급성 세기관지염'으로 진단했고 영아는 약물 치료를 받기로 하고 퇴원했다. 하지만 다음날 영아는 폐렴과 청색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고 아데노바이러스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치료 나흘째인 1월 11일 영아에게서 가래 끓는 소리가 들리자 이 병원 간호사이자 사건 피고 보조참가인인 E 씨는 기관 흡인을 시행했다. 흡인 직후 영아의 산소포화도는 기존 95%에서 64%로 저하됐다. 이에 의료진은 앰부배깅(앰부백을 사용해 산소공급을 하는 행위)과 기도 내 삽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영아에게 기흉이 발견되자 기흉천자를 시행했으나 영아는 이날 밤 사망했다. A·B 씨는 '의료진 과실로 딸이 사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의료진이 불필요한 기관 흡인을 시행했을 뿐 아니라, 기관 흡인을 시행하던 중 튜브를 잘못 건드려 기관에서 빠져 식도로 들어가게 함으로써 산소 공급이 중단돼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기관 흡인은 구강과 비강, 기도에서 배출되는 분비물을 제거해 기도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분비물로 인한 감염 등을 막기 위해 흡인 기구를 이용해 직접 가래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1심 광주지법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광주고법은 D 법인에 2억77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의료진의 잘못된 튜브발관으로 인해 기관흡인 직후 영아의 산소포화도가 저하됐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영아에게 기도 손상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기흉은 산소포화도 저하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등을 종합했을 때, 기관흡인 당시 튜브가 빠진 것이 산소포화도 저하의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폐 상태 악화 등에 따른 기흉이 사망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려면 △영아의 산소포화 기관흡인 당시 기관 튜브 발관 사실 △튜브 발관이 의료진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도 증명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튜브 발관과 급격한 산소포화도 저하 사이의 인과관계 △피고 병원 의료진이 발관된 튜브를 신속하게 다시 삽관하지 못한 과실로 영아의 상태가 악화됐다는 점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증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보조참가인을 비롯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망아의 튜브가 발관되게 했고, 이로써 망아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저하됐고 이후에도 신속하게 튜브를 재삽관하지 못하여 망아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이 같은 부분이 증명이 됐는지에 관한 심리·판단 없이 기관 내 튜브가 발관 등의 이유로 망아에게 적절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망아가 사망에 이르렀고 여기에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했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관해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손해가 의료상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홍윤지 기자
2023-10-29
[판결] "환자가 진료상 과실 증명 시, 과실이 손해 발생시킬 개연성 있다고 증명하면 인과관계 추정"
[대법원 판결] 환자가 의료 과실을 증명했다는 전제에서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인과관계 증명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 다만 대법원은 민사사건과 달리 형사사건에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기준이고, 인과관계 추정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①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 2022다219427(2023년 8월 31일 선고) ②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 2021도1833(2023년 8월 31일 선고) [판결 결과] ① A 씨가 의료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 ②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의사 B 씨에게 금고 8개월에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 [쟁점] ① 진료상 과실이 인정된 경우 진료상 과실과 환자의 사망 등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요건 또는 기준 ②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환자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대응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 및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 [사실관계와 1,2심] ① 환자(사망 당시 70대)는 피고 병원에서 전신마취 후 어깨 관절 내시경 수술을 받던 중 저혈압이 발생해 혈압상승제를 투여받았으나 반복적 저혈압 증상이 나타난 후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 의료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② B 씨는 피해자에게 마취를 시행한 후 마취과 간호사에게 환자 감시를 맡긴 뒤 수술실을 이탈하고, 이후 피해자의 심정지 발생 후에야 수술실로 복귀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B 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무죄, 의료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금고 8개월과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요지)] ①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 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고, 현대의학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등 때문에 진료상 과실과 환자 측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환자 측뿐만 아니라 의료진 측에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명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인과관계 증명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해당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해당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에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다." ②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인 B 씨는 피해자에 대한 마취를 시행한 후 간호사에게 환자의 감시 업무를 맡긴 채 다른 수술실로 옮겨 다니며 다른 환자들에게 마취시술을 하고, 피해자의 활력징후 감시장치 경보음을 들은 간호사로부터 호출을 받고도 신속히 수술실로 가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등 마취유지 중 환자감시 및 신속한 대응 업무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는 원심 판단은 수긍한다. 그러나 '업무상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살펴보았을 때, 피해자는 반복적인 혈압상승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계속적으로 혈압 저하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했다. B 씨가 직접 피해자를 관찰하거나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신속히 수술실에 가서 대응하였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더 할 수 있는지, 그러한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가 심정지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알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심정지가 발생을 때 B 씨가 피해자를 직접 관찰하고 있다가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 [대법원 관계자] "의료과오 민사소송에서 진료상 과실이 증명된 경우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를 정비 새롭게 제시한 판결(2022다219427, ①)이다. 그러나 민사사건과 달리 형사사건에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기준이고, 인과관계 추정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판결(2021도1833, ②)은 의료과오 관련 형사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어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박수연 기자
2023-09-17
[판결] 혈종 진단 놓쳐 하지마비… 대법 "의사 주의의무 위반 여지"
허리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척추 경막외 혈종을 간과해 환자를 돌려보낸 뒤, 증상이 악화돼 환자의 다리가 마비됐다면 전공의가 주의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20다21753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13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4년 10월 허리통증으로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찾았고 전공의 B 씨는 요추 MRI 검사을 진행했다. B 씨는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하면서 전공의는 다음 날부터 3일간 휴일이어서 담당 교수 회진이 없고,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받다가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오겠다"고 했고 B 씨는 A 씨 자택 인근의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를 했다. 그런데 A 씨는 마미증후군 등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했고 충남대병원으로 다시 전원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하지마비의 영구장해가 발생했다. A씨와 그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방법을 선택해 전원 조치를 한 것은 진료 방법 선택의 합리적 범위에 있다"며 "B 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 씨를 전원하면서 A 씨가 통상적 업무처리에 따라 요추 MRI 검사 결과 등 의료정보를 제공했을 것이고, 신속한 수술을 받지 못한 것이 전원 조치 시 B 씨가 출혈 증상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없다"며 "A 씨에게는 가벼운 신경학적 증상만 있어 수술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 씨에게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진단상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는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면서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재판부는 "A 씨의 요추 MRI 검사 결과에는 흉추와 요추에 걸쳐 상당량의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는데, 척추 경막외 혈종은 발생 후 12시간 이내 수술받지 않으면 하지마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자에게 당장의 중한 신경학적 증상이 보이지 않아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고 복용 중인 약물을 확인해 출혈성 경향이 있는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도록 하는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B 씨는 영상의학과의 판독 없이 MRI 검사 결과를 자체적으로 확인하면서 A 씨에 대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B 씨가 A 씨의 요추 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B 씨가 이를 진단하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지 △A 씨의 상태에 비춰볼 때 B 씨가 선택한 보존적 치료가 적절한 조치였는지 △더불어 전원 조치를 할 때 척추 경막외 혈종 등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전원 병원 의료진이나 A 씨 또는 보호자에게 제대로 제공 또는 설명했는지 △B 씨가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로 인해 A 씨의 하지마비에 영향을 줬는지 등을 심리해 B 씨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여부 등을 판단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수연 기자
2023-07-30
[판결] '환자 사망 원인' 엇갈린 의사 감정의견에 "병원 책임 못 묻는다" 판단한 원심 파기
불안정성협심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다가 급성심장사로 사망한 환자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상반된 감정 의견을 냈는데 병원 측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이 파기됐다. 대법원은 원심이 상반되는 감정의견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아 심리가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B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다270866)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8일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5년 7월 가슴에 답답함을 느껴 침대에서 일어나던 중 실신해 B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불안정성협심증으로 판단해 풍선 혈관 성형술을 시행했다. 이후 A 씨는 상태가 호전돼 닷새 뒤 심부전 치료제인 네비레트정 등을 처방 받고 퇴원했다. 약 2주 뒤 A씨는 명치부위에 답답함을 느껴 진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혈압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네비레트 처방을 중단했다. 엑스레이 검사에서 의료진은 우측 흉수를 발견했지만 협심증으로 인한 변화로 보아 추가 검사를 하진 않았다. 약 3주 뒤 A 씨는 다시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느꼈지만 병원은 기립성 저혈압으로 보고 더 검사하지 않았다. 1주일 뒤 A 씨는 다른 병원의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급성심장사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B 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 과정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소속 감정의는 B 대학병원이 A 씨의 증상을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 것은 적절했으나, 실신 증상이 시술 후에도 계속됐다는 점 등을 들어 추적을 위한 추가 검사와 조치가 있었다면 결과가 다를 수 있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추가 검사 없이 약물을 조절하면서 경과를 관찰한 조치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법원은 A 씨의 상태에 대해 전문가들이 상반된 의견을 내놨음에도 2심이 신빙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의료진이 A 씨에게 추가적인 검사나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이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된다면 A 씨의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며 "원심이 추가 심리를 해야 했다"면서 원심을 파기했다.
박수연 기자
2022-08-26
[판결] 요양병원 70대 치매환자 극단적 선택… "병원 책임 없다"
70대 치매노인이 요양병원에서 창문을 통해 투신해 사망한 사건에서 병원 측 관계자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투신한 창문이 몸을 무리하게 밀어넣지 않고는 통과할 수 없는 구조일 뿐만 아니라 병원 측이 환자의 돌발행동을 완벽하게 대비할 시설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2022도933). 2019년 2월부터 파킨슨병과 치매 증세로 울산의 한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생활하던 70세 치매 노인 B씨는 2019년 8월 이 병원 5층 창문에서 떨어져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B씨는 평소 우울증 증세가 있었고 2019년 6월부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요양병원장인 A씨와 수간호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병원 창문에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망이나 잠금장치 등을 설치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1심은 "B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더라도 구체적인 자살 시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거동장애를 겪고 있어 스스로 창문에 몸을 밀어 넣는 방법으로 투신하는 행위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또 "요양병원을 개설하는 자의 준수사항은 의료법과 그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데, 규칙에서 입원실은 건축법 시행령 제56조에 따른 내화구조인 경우에는 3층 이상에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는 요양병원에만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며 화재 예방·피해 경감을 위한 것이고 추락방지를 위한 규정이 아니다"라며 "A씨에게 창문의 시정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장치와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환자의 창문 접근을 금지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창문은 일부러 과도하게 몸을 밀어 넣지 않는 이상 추락하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예측하기 어려운 환자의 돌발행동을 완벽하게 대비할 시설과 인력을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박수연 기자
2022-06-02
[판결] X-레이 촬영 중 낙상한 뒤 뇌출혈로 사망… "병원, 관리 소홀 책임 있다"
엑스레이(X-ray) 촬영 도중 뒤로 넘어져 뇌출혈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낙상 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환자의 담당의사가 바뀌는 경우 그 사실을 전달해 지속적 관찰이 필요했는데도 병원 측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다263434)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11월 전신 위약감, 기억력 감소 등으로 의정부의료원에서 추가 검사를 권유받고 다음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운영하는 중앙보훈병원 신경과를 찾았다. 이 병원 신경과 의사는 뇌혈관 질환, 경동맥 협착, 만성음주로 인한 인지기능저하 등의 진단을 내리고 A씨를 응급의학과로 전과 조치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A씨에 대해 엑스레이 검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A씨는 흉부 엑스레이를 찍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넘어지면서 실신했다가 응급실로 돌아왔다. 이후 A씨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위해 영상검사실로 이동했지만 검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다시 응급실로 돌아온 A씨는 약 4시간 뒤 입원을 기다리던 도중 10초가량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다. 당시 뇌출혈이 발생한 상황이었으나 의사는 경련증상을 보고 알코올 중단에 따른 금단성 경련이라 여기고 항경련제만 투약했다. 이튿날 뇌 의료진은 뇌 CT(컴퓨터 단층 촬영) 검사로 A씨의 뇌출혈을 확인해 개두술과 뇌내 혈종제거술을 실시했지만 A씨는 보름여 뒤 사망했다. 이에 유족 측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의사가 진찰·치료 등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춰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해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면 담당의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환자의 건강유지와 치료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담당의사가 바뀌는 경우 나중에 담당할 의사에게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부종은 낙상 사고로 바닥이나 기계 등 물체에 부딪히며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고, 사고 4시간여 뒤 경련증상이 나타나 통상적인 의료수준에 비춰 의료진은 사고로 발생한 뇌출혈이 경련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고 직후 응급실에서 의료진은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조치를 했을 뿐 머리 부위의 상처 발생 등을 살펴본 사정은 없고 사고 사실이 담당 의사에게 잘 전달되지도 않았다"면서 "사고 발생 후 약 19시간이 지나서야 뇌 CT검사를 통해 수술을 시행했는데 만약 의료진이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살피며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검사를 시행했다면 더 일찍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어 병원 의료진에게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의료진이 필요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박수연 기자
2022-04-12
[판결] "카톡으로 10시간 분만 지휘 의사 신생아 사망에 배상 책임"
10시간가량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으로 간호사들에게 분만 지시를 했다가 신생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부 이창영 부장판사)는 A씨 부부가 서울의 한 산부인과 원장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8나2033150)에서 "B씨는 A씨 부부에 1억5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는 분만 중 태아 심박동 수와 자궁수축 감시 등 산모와 태아에 대한 감시, 관찰을 세심하게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게을리했다"며 "B씨의 무과실이나 피해자의 뇌 손상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게 '적극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의료행위에서 언제든 예상 외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신생아의 저산소성 뇌 손상은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은 점 등을 감안해 B씨의 과실 비율을 40%로 제한했다. A씨는 분만이 가까워진 2015년 1월 진통을 느껴 평소 다니던 B씨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인 B씨는 10시간가량 병원 밖에 머물며 간호사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유도분만제 투입 등 분만 준비를 지시했다. A씨는 B씨가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뒤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는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로 태어나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다가 결국 사망했다. A씨 부부는 B씨의 의료과실로 아이가 사망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도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한편 B씨는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형사재판에도 넘겨졌지만, 최근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B씨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의심이 들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론 의료행위와 태아 상태의 인과관계를 명백히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손현수
2018-12-28
[판결] "'임플란트 무과실' 의사에 입증책임"
임플란트 시술 후 보철물이 깨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치과의사가 이 같은 부작용이 다른 원인 때문임을 밝히지 못했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고도의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는 환자 측이 손해의 원인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인이 의료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93다 52402, 2012다6851)를 적용한 것이다. 전주지법 민사4부(재판장 강동원 부장판사)는 A씨(45)가 치과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나9346)에서 "치료비와 위자료 등 1800만원을 지급하라"며 1심과 같이 원고일부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의료상 과실로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철물 깨지고 심한 통증 재시술 이후에도 증상 반복 이어 "임플란트 시술 후 A씨는 계속해서 통증이나 불편함을 호소했고, 여러차례 시술을 반복했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대학병원의 감정촉탁 결과 (A씨가 겪은) 보철물 도재 파절 및 보철의 역미소선(Reverse Smile Curve) 발생 원인은 '최초 임플란트 보철 설계 잘못', '교합조정 미비', '적절한 관리 조치 부재'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과의사 B씨는 시술을 하면서 정확하게 보철을 설계하고, 시술과정에서 적절한 관리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면서 "치료비 1600만원과 위자료 200만원 등 1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시술전부터 A씨의 치아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점 등을 이유로 과실책임은 80%로 제한했다. 전주지법 "환자가 밝히기 어려워" 1800만원 배상판결 2015년 1월 경 A씨는 전주에 있는 B씨의 치과를 찾아가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시술은 이듬해 3월까지 1년이 넘게 이뤄졌으며, 시술 도중 환자가 불편함을 느껴 여러차례 시술을 반복했다. A씨는 시술이 끝난 다음 왼쪽 아랫턱 부분에 지속적인 통증과 불편감을 호소했다. 2016년 5월 전북대병원을 방문해 진단한 결과 '하악 좌측 제1대구치(어금니)' 치주염, 임플란트 상부 보철물 도재 파절 등으로 임플란트 보철물를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A씨는 B씨의 병원을 찾아 항의했지만 B씨는 "통증은 A씨의 기왕증 내지는 체질 탓이고, 보철물이 깨진 이유는 A씨가 치아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이에 A씨는 2016년 "치료비 등 2600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일부승소 했었다.
2018-08-20
[판결](단독) 가슴 성형 5년 뒤 보형물 터져 모유에 섞여 아기가 먹었어도
가슴 성형수술을 한 여성이 출산 후 모유에 실리콘 보형물 성분이 섞여 나온다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보건 당국이 신고를 접수하고 실태 조사에 나서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A씨는 2011년 6월 서울 신사동 B성형외과에서 미국 앨러간사의 실리콘 젤(gel) 성분의 보형물을 삽입하는 유방확대성형술을 받았다. 5년 후인 2016년 4월 딸을 출산한 A씨는 같은 해 7월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던 중 왼쪽 가슴에서 끈끈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유방확대에 사용된 보형물이 파열돼 유선으로 실리콘 젤이 흘러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는 같은해 8월 양쪽 유방에서 보혐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에 A씨와 가족들은 "B병원 측이 과실로 수술과정에서 보형물을 파열시켜 모유로 실리콘이 유입돼 아기가 먹게 됐다"며 "보형물 파열로 유선조직이 손상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아기가 먹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치료비와 위자료 등 5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5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A씨와 가족이 B성형외과 의사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513526)에서 최근 원소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는 일반인이 의사나 병원 측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밝히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의료상 과실 외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의료상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다만,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실리콘 젤이 흘러나온 것은 이미 수술 뒤 5년이나 지난 시점이고 수술 후 2년간 B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을 때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데다 인공보형물은 제조상의 결함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C씨가 수술 중 도구를 잘못 조작하는 등의 과실로 보형물이 파열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특히 이 사건 보형물과 같은 종류의 보형물인 '내트렐 라운드 디바이스(Natrelle Round Devices)'의 경우 원인불명과 제품손상에 의한 파열 비율이 각각 36.6%와 3.1%에 이르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는 의료행위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등에 관해 설명함으로써 환자가 의료행위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지만, 의료행위로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 의료수준에 비춰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의사에게 지울 수는 없다"며 "이 사건 이전에 (보형물 성분이 모유에 녹아든) 유사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는데다 (이는 보형물 삽입과 관련한) 전형적인 부작용이 아닌 점, 미국 등에서 시행되는 연구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사건 보형물과 모유 수유 사이에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C씨에게 그러한 설명의무까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실리콘 젤은 고분자 물질로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며, 흡수된다고 해도 안전기준이 정한 기준 이하로 인체위해 우려가 거의 없는 점 등으로 볼 때 (모유를 먹은) A씨의 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관련 제품 재평가를 실시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6월 실리콘 젤 인공유방 수술 후 3년이 되면 자기공명영상검사(MRI)로 파열 여부를 확인하고, 모유 수유 전에도 전문의에게 판결여부를 진단받으라는 내용을 제품 사용상 유의사항으로 추가하도록 조치했다.
박수연 기자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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