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제5부 판결
【사건】 2019구합68800 분할연금일시금지급청구승인처분 취소청구의 소
【원고】
【피고】
【피고보조참가인】
【변론종결】 2020. 2. 27.
【판결선고】 2020. 3. 19.
【주문】
1. 피고가 2019. 3. 25. 원고 및 피고보조참가인에게 한 분할연금·일시금지급청구 승인처분을 각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6. 9. 1.부터 현재까지 33년간 서울시 ○○○○에 재직 중인 공무원으로,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과 1987. 9. 30.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로 살다가 2016. 5. 2. 협의이혼하였다.
나. 참가인은 2019. 3. 20.경 피고에게 공무원연금법 제45조(분할연금 수급권자 등), 제48조(분할연금 청구의 특례 등)에 따라 원고의 퇴직급여에 대한 분할연금·일시금 지급 선청구를 하였다.
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9. 3. 25. 원고와 참가인에게 재직 중 혼인기간(1987. 9. 30. ~ 2016. 5. 2.)에 해당하는 연금액 또는 일시금을 균등하게 지급할 것이라는 취지로 각 분할연금·일시금 지급 선청구 승인통보(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가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
협의이혼 당시 참가인 명의의 고양시 덕양구 ○○동 ***-* 소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등 재산분할을 하면서 참가인이 위 건물을 담보로 1억 6,000만 원을 대출받아 가고 그 소유권을 원고가 이전받아 대출채무변제하기로 하되, 참가인이 원고의 퇴직급여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기로 명시적 합의를 하였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및 참가인
참가인이 원고에게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명시적 의사표시를 하거나 포기합의를 한 적이 없을뿐더러 이를 확인할 만한 합의서나 판결문 등 객관적 증거도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 관계 법령
■ 공무원연금법
제45조(분할연금 수급권자 등)
① 혼인기간(배우자가 공무원으로서 재직한 기간 중의 혼인기간으로서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하여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5년 이상인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 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사람의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을 분할한 일정한 금액의 연금(이하 “분할연금”이라 한다)을 받을 수 있다.
1.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것
2. 배우자였던 사람이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 수급권자일 것
3. 65세가 되었을 것
② 분할연금액은 배우자였던 사람의 퇴직연금액 또는 조기퇴직연금액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으로 한다.
제46조(분할연금 지급의 특례)
제45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839조의2(협의상 이혼 재산분할청구권) 또는 제843조(재판상 이혼 준용규정)에 따라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제48조(분할연금 청구의 특례 등)
① 제45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제45조 제1항 제3호의 연령에 도달하기 전에 이혼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는 때부터 분할연금을 미리 청구할 수 있다.
다. 인정 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2, 3,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원고와 참가인은 2010년경부터 별거상태로 지내다가 2016. 3.경 협의이혼을 위한 재산분할협의를 하면서, 참가인이 별거기간에 자기 명의로 등기한 이 사건 건물을 담보로 은행대출금 1억 6,000만 원을 받아 이를 전부 참가인이 가져가고, 위 건물 소유권은 원고가 갖되 위 대출채무를 변제하기로 약정하였다.
② 이에 따라 참가인은 2016. 3. 29. 위 건물에 관하여 ○○은행 주식회사 앞으로 근저당권(채권최고액: 1억 9,200만 원, 채무자: 참가인)을 설정하여 1억 6,000만 원을 대출받고, 원고는 위 건물에 관하여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2016. 5. 9.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이래 3년간 약 2,600만 원의 대출이자를 부담해 왔다.
③ 협의이혼을 한 지 3년이 다 된 무렵인 2019. 3. 25.경 참가인은 피고에게 원고의 퇴직급여에 대한 분할연금 지급 선청구를 하고 이 사건 처분을 통지받았다. 이에 원고는 “참가인 명의의 이 사건 건물에서 1억 6,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를 참가인이 갖고, 위 건물 소유권은 원고가 갖는 한편 장차 원고가 지급받을 공무원퇴직급여에 대한 권리를 참가인이 전부 포기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참가인이 그 청구를 하고 승인받아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참가인을 사기죄로 형사고소하였다.
④ 참가인은 2019. 6. 23. 위 사기 고소사건의 경찰조사에서, “원고가 참가인에게 전화를 걸어와 참가인이 이 사건 건물을 담보로 1억 6,000만 원을 대출받았다는 이유로 ‘넌 그럼 이젠 연금도 없다. 앞으로 연금은 주지 않는다. 못 주니까 받지 말라’고 말하여 참가인이 ‘알았다’고 답하였다. 각자 명의로 된 부분은 알아서 처리하되, 이 사건 건물 담보 대출금은 참가인이 갖고, 그 건물 소유권은 원고가 갖기로 하였다. 참가인은 연금을 포기하고 있다가 지인들이 ‘연금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하여 공단에 전화하여 ‘구두로만 했고 재판이나 기타 서류로 연금포기에 대해 명시한 것이 없다’고 문의하니, 공단 직원이 ‘그럼 청구를 해보라’고 말하여 청구하게 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라. 구체적인 판단
1) 공무원연금법 제46조 해석상 고려해야 될 사항 2016. 1. 1.부터 시행되어 이 사건에 적용되는 공무원연금법 제46조(분할연금 지급의 특례)는, “협의상 이혼 또는 재판상 이혼 시 재산분할을 하면서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연금액을 균등 분할할 것이 아니라 그 결정에 따른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부가 협의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하는 경우 재산형성에 기여한 정도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상대방의 연금 분할비율을 같은 법 제45조 제2항에서 정한 비율보다 적은 비율로 정하거나 그보다 많은 비율로 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위와 같이 연금분할 비율을 달리 결정한 합의서 등 서면이 명시적으로 작성된 바 없고 당사자가 구두로만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공무원연금법상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의 법적 성격과 그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통상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그 고유의 공법상 권리를 포기·감축하겠다는 약정을 맺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고 중대한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어서 그와 같이 약정하게 된 특별한 사정이나 또는 그 권리를 포기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관하여 더욱 신중히 판단하여 그 합의의 존부와 효력을 결정하여야 한다.
2) 분할연금 수급권 포기합의의 존부
가) 먼저, 원고와 참가인 간에 참가인이 그 연금수급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쌍방의 명확한 합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위 인정사실과 더불어 갑 제4, 5, 8, 9, 10호증, 갑 제6호층의 1, 2, 을나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원고는 참가인과 협의상 이혼을 위한 재산분할을 하면서 각자 명의의 적극·소극재산은 특별히 분할하지 않고 각자 명의로 처리하되,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는 앞서 보았듯이 대출금은 참가인이, 그 소유권은 원고가 갖는 대신 위 대출채무를 변제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은 약정에 따른 전체적인 재산분할의 비율과 내용은 참가인이 더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참가인이 취득한 대출금 상당의 금원이 1억 6,000만 원인 반면, 원고가 그 소유권을 취득한 이 사건 건물의 잔존 담보가치는 대략 5,000만 원(= 공직자재산등록 신고가액 약 2억 1,000만 원 - 대출채무 1억 6,000만 원)으로, 참가인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
② 원고는 위와 같은 재산분할을 이유로 그 무렵 참가인에게 퇴직급여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것을 명시적으로 요청하였고 참가인 역시 위와 같은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감안하여 그 요청에 순순히 응하였다.
③ 그 당시 상호 간에 별다른 다툼 없이 원만히 분할협의가 이루어진 것은, 앞서 본 전체적인 재산분할의 비율과 내용 외에도 그간 원고가 참가인에게 한 상당한 경제적 지원도 한몫하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즉, 원고는 2010년경부터 참가인과 별거생활을 하면서 그 무렵 참가인의 전세자금 5,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2016. 3.경까지 매달 100만 원씩 약 4,700만 원의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하였다.
④ 결국 참가인으로서는 원고에게 앞으로 원고가 장차 퇴직하더라도 그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일체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였다. 설령 참가인이 자신에게 분배될 장래의 분할연금 액수를 정확히 알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그에 따른 법적 효과는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⑤ 한편, 참가인의 사기 혐의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는 확정재판에 있어서의 확정력과 같은 효력이 없는바, 원고가 참가인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사건이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으로 종결되었다 할지라도, 법원은 수사기관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증거에 의하여 달리 판단할 수도 있다.
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참가인이 그 연금수급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3) 분할연금 수급권 포기합의의 법적 효력
가) 다음으로, 원고와 참가인 간에 이루어진 분할연금 수급권 포기합의의 법적 효력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위 관계 법령의 내용과 체계, 입법취지 등과 더불어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공무원연금법 제46조(분할연금 자급의 특례)의 규정이 신설되기 전에는, 공무원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와 이혼한 상대방이 이혼 시 분할연금수급권을 사전에 포기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 그 입법목적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위 특례규정이 시행된 이후부터는 이혼 시 재산분할을 하면서 이루어진 분할연금 분할비율에 관한 당사자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와 실질적 공평에 부합하므로, 그 분할비율을 일방 배우자 100%, 상대방 배우자 0%로 정하는 것과 같이 어느 한쪽 배우자가 분할연금수급권을 포기하고 온전히 다른 한쪽 배우자에게 귀속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그리고 위 특례규정에서 그와 같은 다른 약정을 반드시 서면으로 할 것을 법적 효력요건으로 명시하지 않은 이상, 쌍방의 약정을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비록 쌍방이 그런 포기합의를 문서화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당사자 간에 명확한 의사의 일치만 존재한다면 구두로 약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③ 참가인이 원용하는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두***** 판결은 이혼조정조서 청산조항에 연금수급권 포기에 관한 명시적인 내용이 없고 또한 쌍방이 그러한 내용에 대하여 협의한 바도 없으며 재산분할 비율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일방이 이를 포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기에 연급수급권 포기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서 특례조항 적용과 관련한 청산조항의 해석에 관한 내용일 뿐이고, 그 포기합의에 관한 서면 작성이 법적 효력요건임을 전제로 하여 이를 문서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가 아니어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결국 이와 반대되는 취지의 참가인과 피고의 주장은, 원고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할 뿐 아니라 사적 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법률해석으로 이유 없다.
④ 한편, 참가인으로서는 그 당시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이 공단으로부터 직접 수령가능한 고유의 권리라는 법적 성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원고가 연금을 주지 않으면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서 연금을 받지 않겠다고 원고의 요청에 선뜻 승낙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 당시 포기합의에 이른 경위와 추단되는 진정한 의사 등으로 미루어, 그와 같은 포기합의의 의사표시가 진정한 내심의 의사에 반한다거나 그 권리포기에 관한 효과의사를 결여한 것으로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앞서 본 재산분할의 비율과 내용 등 그 당시 모든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참가인으로서는 연금수급권의 법적 성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당연히 원고의 연금수급권 포기요청에 순순히 동의하였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 간의 그 연금수급권 포기합의는 적법·유효하다.
마. 소결론
원고와 참가인은 협의이혼을 위한 재산분할을 하면서, 참가인이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여 온전히 원고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명시적 합의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효력도 인정된다. 이는 공무원연금법 제46조 소정의 협의이혼 시 재산분할에 따라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참가인이 분할연금 수급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위법하여 전부 취소되어야 하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양준(재판장), 김병주, 추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