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확보한 △통신일시 및 시간 △주고 받은 통신번호 △인터넷로그 기록 △위치추적자료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필요적 공범 등 통신사실확인자료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자료제공 요청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법원의 허가에 따라 집행된 감청 등 통신제한조치로 얻은 전기통신 내용은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된 범죄나 이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소추하거나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경우 등에 한정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12조 1호)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사용제한에 대해서도 이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데(제13조의5), 여기서 말하는 '관련되는 범죄'의 기준을 대법원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뇌물 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함바(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A씨에게 징역 5년, A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6도13489).
A씨는 2009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부산교통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B씨에게 지하철 건설 현장 식당 운영권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판과정에서 증거로 A씨의 통화 내역을 제출했는데, B씨는 "증거로 제출된 A씨의 통화내역은 A씨의 다른 재판에서의 사기 혐의 또는 제3자가 A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기초해 허가받아 확보한 통신사실확인자료"라며 "수사기관이 별도로 A씨와 나 사이의 금품수수 혐의에 기해 허가 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아닌 이상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관련되는 범죄'란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 및 인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객관적 관련성은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 및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며 "다만 혐의사실의 내용과 당해 수사의 대상 및 수사 경위 등을 종합해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어야 하므로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적 관련성은 허가서에 기재된 대상자의 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등 공범이나 간접정범은 물론 필요적 공범 등에 대한 피고사건에 대해서도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A씨가 제3자에게 뇌물을 건넨 범행 경위와 수법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동일하고 범행 시기도 근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A씨에 대해 혐의사실을 포함해 여러 건설현장의 식당 운영권 수주를 위해 다수의 공무원이나 공사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B씨와 관련된 공소사실 관련 사항은 당시에는 직접 수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나중에 부산지검이 별도의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종전에 서울동부지검에서 확보해 두었던 통신사실확인자료에서 A씨와 B씨의 통화내역을 확인하게 돼 증거로 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수주와 관련한 A씨의 일련의 범죄혐의와 범행 경위와 수법 등이 공통되고, 증거로 제출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그 범행과 관련된 뇌물수수 등 범죄에 대한 포괄적인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점 등을 종합할 때, 공소사실과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은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고, A씨는 B씨의 뇌물수수 범행의 증뢰자로서 필요적 공범에 해당하는 이상 인적 관련성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도 두 사람의 유죄를 인정해 같은 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