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글이 올려진 경우 홈페이지 운영자에게는 이를 즉시 삭제해야 할 의무가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이를 장기간 방치했더라도 곧바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인터넷 생활화 따라 중전판례보다 발전시켜
이번 판결은 인터넷의 생활화에 따라 인터넷운영자의 의무에 대한 종전 판례를 법리적으로 보다 발전시켰다는데 의미가 크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趙武濟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박모씨가 경북청도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2다72194)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일부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단지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해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이유에 대해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자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게재된 것을 방치한 경우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는 운영자에게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여야 한다"며 "삭제의무의 유무는 게시의 목적과 내용,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쌍방의 대응태도,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 영리 목적의 유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고의 경우 비영리적인데다 원고의 공식 삭제요구가 있자 바로 삭제한 점등으로 보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박씨는 지난 2001년4월 청도군 홈페이지에 자신이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성추행과 금품수수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 수차례 떴으나, 군이 이를 곧바로 삭제하지 않고 자신이 내용증명으로 삭제를 요구하기 전까지 50일 가량 그대로 방치하자 같은해 8월 청도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1심에서 1백만원, 2심에서는 3백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01년9월 함모씨가 "PC통신 게시판에 자신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이 떠 삭제를 요구했는데도 회사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글이 5-6개월 동안 계속 게시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한국통신하이텔(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01다36801)에서는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하이텔은 함씨에게 1백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그대로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전자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 의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전자게시판에 올려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