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변호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남자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몰래 빼낸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8월 29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37)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2023고단669).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고형보다 높은 징역형이 선고돼 해당 변호사는 형이 확정되면 형기를 마친 후 5년 동안 변호사 활동을 못 한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확정되더라도,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후 2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 한다.
A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수습 변호사로 있던 피해자 B 씨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나눈 3개월 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옮긴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컴퓨터 카카오톡 메신저에 로그인한 상태로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A 씨는 B 씨의 업무상 비밀 누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 판사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 판사는 A 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사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지속한다고 지적했다.
채 판사는 "(대화 내용에는) 집 비밀번호 등 결코 침해되거나 누설돼서는 안 되는 개인 정보가 다량으로 포함돼 있었다"며 "A 씨는 수사기관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A 씨와 B 씨의 관계, 그 밖의 기록에 나타난 A 씨의 성품을 고려하면 그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카카오톡으로 나눈 사적 대화를 내보내기 기능으로 전송한 것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누설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B 씨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A 씨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인데도 용서를 구하지 않고 미약한 준법의식을 보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