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24형사부 판결
【사건】 2016고합1059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다. 조세범처벌법위반, 라. 배임수재
【피고인】1. 가.나.다. 하○○(**-1), 전 ○○건설 경영지원본부장 겸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 2. 가.나.다.라. 박○○(**-1), 전 ○○건설 외주구매본부장(상무), 3. 가.나.다. 이○○(**-1), AAAA 뱅크 대표(전 ○○건설 대표이사), 4. 가. 최○○(**-1), 전 ○○건설 구매부문장(상무보), 5. 다. ○○건설 주식회사 대표이사 하○○
【검사】 손영배(기소, 공판), 차상우, 진을종, 이승훈, 김기현(공판)
【변호인】변호사 채종훈(피고인 하○○, 박○○, 이○○, 최○○을 위하여), 변호사 류용호, 배현태, 지성호, 김해마중, 정유한(피고인들을 위하여),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이용구, 고준홍(피고인 하○○, 이○○, ○○건설 주식회사를 위하여)
【판결선고】 2017. 8. 11.
【주문】
피고인 이○○를 징역 2년 및 벌금 16억 원에 처한다.
위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6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하○○, 박○○, 최○○, ○○건설 주식회사는 각 무죄.
피고인 이○○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의 점은 무죄.
【이유】
피고인 이○○의 범죄사실
○○건설 주식회사(이하 ‘○○건설’이라 한다)는 건축업, 토목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인은 2001. 10.경부터 2004. 9.경까지 ○○건설의 총무, 재무, 외주 관련 업무 등을 총괄하던 관리본부장, 2004. 10.경부터 2009. 3.경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건설의 경영을 총괄하였다.
피고인은 자재팀(현 외주구매본부) 자재구매담당 이사인 김○○에게 협력업체와의 하도급계약을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할 것을 지시하였고, 김○○은 자재부장 이□□에게, 이□□은 자재과장인 박○○에게, 박○○은 자신의 후임인 자재팀 구매담당인 최○○에게 각각 협력업체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후 그 차액만큼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박○○, 최○○이 2007.경 협력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공사금액을 부풀려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기성금이 지급되면 하수급업체로부터 그 차액 합계 2,532,526,374원을 반환받았음에도, 피고인은 2008. 3.경 ○○건설의 2007년도 귀속분 법인세 과세표준에 위 차액 상당액을 경비에 포함하여 신고하고 그 무렵 법인세 납부기한을 경과하게 하는 방법으로 633,131,594원을 포탈하였고(별지 범죄일람표II 순번 1항), 2008. 경 같은 방법으로 하수급업체에 공사대금을 부풀려 그 차액 3,735,967,000원을 반환받았음에도, 피고인은 2009. 3.경 ○○건설의 2008년도 귀속분 법인세 과세표준에 위 차액 상당액을 경비에 포함시켜 법인세 신고를 하고 그 무렵 법인세 납부기한을 경과하게 하는 방법으로 933,991,750원을 포탈하였다(별지 범죄일람 표Ⅱ 순번 2항).
이로써 피고인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합계 1,567,123,344원의 법인세를 포탈하였다.1)
[각주1]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건설의 법인세 신고 실무자들인 박**, 김** 등과 공모하여 위 조세포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아래 거시한 증거를 비롯한 모든 증거를 살펴보더라도 위 박**, 김** 등이 대표이사인 피고인과 이 부분 조세포탈 범행을 모의하였다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없다고 판단되므로, 위와 같은 기재 부분을 삭제하여 범죄사실로 인정하였다(박○○, 하○○와의 공동 범행에 관하여는 아래 무죄 부분 제2항에서 판단하는 바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이□□, 김○○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 하○○, 박○○, 최○○에 대한 각 검찰피의자신문조서
1. 피고인, 하○○, 박○○에 대한 각 범칙혐의자 심문조서
1. 박**의 진술서, 김**의 진술서 사본[수사기록(추가) 388-392쪽]
1. 각 고발서
1. 입금목록표 및 영수증, ○○건설 매출 비자금 조성 정리내역(수사기록 8,346~8,357쪽)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2호, 제2항, 구 조세범 처벌법(법률 제9919호) 부칙 제2조, 구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조 제1항 제3호[다만 징역형의 상한은 구 형법(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본문에 의함, 벌금형 병과]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구 조세범 처벌법 제4조 제1항[징역형에 대하여는 범정이 더 무거운 2008년도 귀속분 법인세포탈로 인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조세)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벌금형에 대하여는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조세)죄의 벌금형을 합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제6호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2항, 제69조 제2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공소사실과 같이 조성된 부외자금은 모두 회사 운영 경비 또는 공사의 수주에 필요한 활동비용 등 회사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고 이러한 경비는 모두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산입 가능한 항목에 해당하므로, 결과적으로 손금 항목만 달리 처리된 것일 뿐 법인세를 포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위 부외자금 조성으로 인하여 매출액이 형식적으로 증가하게 된 하수급업체들에게 추가로 부담할 법인세와 주민세를 반영한 금액을 보전해주었고, 이에 하수급업체들이 법인세 및 주민세를 납부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조세 수입은 감소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법인세 포탈에 대한 인식도 없다.
2. 관련 법리
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하는 조세포탈범은 고의범이지 목적범은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조세를 회피하거나 포탈할 목적까지 가질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범의가 있다고 함은 납세의무를 지는 사람이 자기의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정행위를 감행하거나 하려고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도817 판결 등 참조).
나. 법인세법에 의하면 법인이 사업집행상의 필요에 의하여 비용을 지출한 경우 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항목 및 그 용인한도액은 법정되어 있으므로, 비용의 허위계상 또는 과다계상의 방법으로 공금을 정식경리에서 제외한 뒤 그 금액 상당을 손금으로 처리한 경우, 그 금액이 전부 회사의 사업집행상 필요한 용도에 사용되었더라도 그 용도를 구체적으로 밝혀 그것이 손비로 인정될 수 있는 항목이고 손금 용인한도액 내의 전액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조세포탈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2569 판결, 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도5772 판결 등 참조).
3. 판단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건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2007.경부터 2008.경까지 사이에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하수급업체들과 사이에 공사금액을 부풀려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하수급업체들로부터 부풀려진 공사대금을 기준으로 지급받은 기성금과 실제 공사대금의 차액 상당액을 돌려받아 현금성 부외자금을 조성한 사실, 피고인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건설의 회계장부에 위 차액 상당액을 비용으로 계상하여 각 법인세 신고를 하고 법인세 확정 신고 기한까지 이를 정정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그 기한을 경과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현금성 부외자금을 조성하면서 회사의 회계장부에 허위의 비용을 계상하고 이를 법인소득 산정에 있어 손금으로 처리하여 이익을 축소 신고하고 그 신고 기한이 경과하게 함으로써 그 허위비용 계상액에 상당하는 법인세 포탈범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하수급업체들이 이로 인하여 추가로 세액을 부담하게 된다거나 그 세액을 ○○건설로부터 보전 받아 납부하였다는 사정은 위 범죄의 성립에 있어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나아가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조성된 이 사건 부외자금 중 일부가 실제 회사의 사업집행에 필요한 용도에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 및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부외자금 사용내역을 시기별, 항목별, 금액별로 나누기 어려워서 그것이 어느 연도, 어느 항목의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및 그 용인한도액 수를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부외자금 사용이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산입가능하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피고인이 그 주장의 근거로 드는 대법원 2007도9318 판결은 비자금의 조성을 포함한 인출·사용 사실이 인정되지 않았던 사안으로 이 사건과 쟁점을 달리한다).
또한, 피고인이 2007년도에 조성된 부외자금 부분에 관하여는 하수급업체들에게 법인세와 주민세 상당액을 보전하여 주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입금목록표 및 영수증(수사기록 5,743~5,775쪽) 및 피고인 제출의 증 제34호증의 1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8년도에 조성된 부외자금 부분에 관하여 그 법인세 납부기한인 2009. 3. 31.을 경과한 2010년도에서야 하수급업체들에게 법인세와 주민세 상당액을 ‘입금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보전해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인 바, 이는 이 사건 조세포탈범행이 성립한 이후에 발생한 사정에 불과하여 이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위 범행 당시에 법인세 포탈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법인세의 경우 해당 법인마다 익금 총액과 손금 총액이 다를 수 있어 하수급업체들이 형식상의 도급계약서를 근거로 매출액을 계산하였다고 하더라도, 하수급업체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법인세의 총액이 ○○건설이 포탈한 법인세액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피고인에게 국가 전체의 조세 수입 감소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하수급업체들에게 추가로 부담할 법인세와 주민세를 보전해주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 ~ 11년 3월 및 벌금 1,567,123,344원 ~ 3,917,808,360원
2. 양형기준의 적용(징역형에 대하여)
[유형의 결정] 조세 〉 특가법상 조세포탈 > 제2유형(10억 원 이상, 20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계획적·조직적 범행[가중요소(행위인자)], 포탈한 세액을 상당 부분 납부한 경우 등[감경요소(행위자/기타인자)]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3년 4월 ~ 8년(동종경합 합산 결과 유형 1단계 상승하므로, 형량범위 하한의 1/3을 감경)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2년 및 벌금 16억 원
피고인은 ○○건설의 대표이사로서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건설산업기본법령의 취지를 거슬러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하수급업체가 수령하여야 할 이익을 가져와 부외자금을 조성하였고. 그 과정에서 형식상의 도급계약서에 기재된 부풀려진 공사금액을 기준으로 회계장부에 비용계상을 함으로써 법인세를 포탈하였다.
비록 ○○건설이 적게 납부한 법인세 상당액 중 일부를 하수급업체들이 납부하였을 수 있어서 이로 인한 국가 전체의 조세 수입의 감소는 그 포탈액수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이고(앞서 판결문 8쪽에서 본 바와 같이 하수급업체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법인세의 총액이 ○○건설이 포탈한 법인세액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건설이 사후에 하수급업체에게 납부한 세금 일부를 보전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보전되지 않은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경제적 약자인 하수급업체들로부터 건설산업기본법령이 보장하는 정당한 이익을 가로챔과 아울러 하수급업체들에게 ○○건설이 납부하여야 할 세금까지 사실상 전가시켜 고통을 가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 조세질서와 조세정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또한, ○○건설은 장기간에 걸쳐 거액의 부외자금을 조성하고 은닉하였으며, 비록 그와 같이 조성된 부외자금 중 얼마가 불법·부당하게 사용되었는지 확정할 증거가 없어서 그 부분에 관한 업무상 횡령혐의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지만, 이러한 부외자금 조성에 수반되는 조세포탈범행에 대하여 엄정하게 단죄하지 않고서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을 최선으로 여기는 기업가에게 법을 위반하는 그릇된 관행으로 회귀할 유혹을 차단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은 공판과정에서 건설산업기본법령을 위반함이 명백한 부외자금 조성 행위에 관하여 부외자금 조성 과정의 필요성만을 강변하고, 조세포탈범행에 대하여도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위 범행에 대하여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이 사건 조세포탈범행이 피고인의 주도로 회사 차원에서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포탈규모가 15억 원 이상에 이르는 큰 액수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피고인에게 관대한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건설이 사후에 하수급업체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세금의 일부를 보전하여 준 점(판결문 8쪽 참조), ○○건설이 근래에 과세관청으로부터 그 포탈세액에 가산세를 더한 금액 상당을 추징당한 점, ○○건설이 2013. 5.경 이후로는 이러한 부외자금 조성 행위를 중단한 점, 피고인에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건강상태, 성행, 환경, 이 사건 범 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양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가혹한 면이 있으므로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게 형을 정하여 주문과 같이 선고한다.
무죄 부분
1. 피고인 하○○, 박○○, 이○○, 최○○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의 점에 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의 지위, 경력 등]
피고인 이○○, ○○건설에 관한 부분은 범죄사실란 기재와 같다.
피고인 하○○는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다가 2001. 11.경 ○○건설 주식회사(이하 ‘○○건설’이라 한다)의 경리부장으로 전보된 후, 재경팀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쳐 2014. 2. 1. 경영지원본부장 및 주택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며 부사장으로 승진하여 ○○건설의 회계, 경리 및 자금 관계 업무를 총괄하였다.
피고인 박○○은 1988. 7.경 ○○건설에 입사하여, 자재관리과장, 외주팀장, 외주부문장 등을 거쳐 2013. 2.경 외주구매본부장으로 승진하여 ○○건설이 시공하는 각종 건설공사의 외주구매, 하수급업체 선정 및 계약체결, 공사대금 수수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피고인 최○○은 1992. 7.경 ○○건설에 입사하여 외주관리담당, 외주부문 건축토목팀장 등을 거쳐 2016. 4. 20. 외주구매본부 구매부문장으로 승진하여 ○○건설이 시공하는 각종 건설공사의 외주구매, 하수급업체 선정 및 계약체결, 공사대금 수수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범죄사실]
○○건설에는 인사, 재경, 법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지원본부, 협력업체와의 하도급계약 체결, 건축자재 구매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외주구매본부2) 등 총 7개의 사업본부가 있다.
[각주2] ○○건설은 2002년 이후 수차례의 조직개편이 있었다. 경영지원본부는 관리본부(2005. 1.경까지), 경영지원실(2005. 1. 경~2011. 3.경)을 거쳐 현재의 명칭이 되었다. 외주구매본부는 2002년 당시 관리본부 산하의 자재부. 경영지원실 자재팀(2005. 1.경~2008. 3.경)에서 현 외주구매본부의 기능을 담당하다가, 조달견적실(2008. 3.경~2010. 3.경), 외주구매실(2011. 3. 경~2011. 3.경)을 거쳐 현재의 명칭이 되었다.
피고인 이○○는 2001. 10. 15.경 ○○건설 관리본부장으로 전보된 후 종전부터 ○○건설이 협력업체와의 하도급계약을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재건축·재개발조합 및 턴키공사3) 등 대형공사 수주와 관련된 불법 로비자금, 대관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해온 사실을 알고, 당시 대표이사였던 임○○4)에게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여 위와 같은 용도로 사용할 것을 보고하여 승낙 받은 다음, 이를 자재 담당 이사 김○○에게 지시하였고, 김○○은 자재부장 이□□에게, 이□□은 자재과장인 피고인 박○○에게, 피고인 박○○은 자신의 후임인 자재팀 구매담당인 피고인 최○○에게 각각 협력업체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후 그 차액만큼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라고 지시하고, 이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은 피고인 박○○, 최○○ 등 외주구매본부 담당자들이 경영지원본부에서 재경 및 경리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 하○○에게 전달하여 피고인 하○○가 이를 관리하도록 지시하였다.
[각주3] Turn-Key, 설계·시공을 일괄하여 낙찰자를 선정하는 입찰방식을 말하여, 통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가 그 대상이 된다.
[각주4] ○○건설의 대표이사는 1998. 4.경~2004. 10.경 임○○, 2004. 10.경~2009. 3.경 피고인 이○○, 2009. 3.경~2014. 3.경 망 박□□, 2014. 3.경부터 2017. 2.경까지는 김□□,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하○○다.
이에 따라 피고인 박○○, 최○○은 협력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공사 금액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하고,5) 하수급업체에 기성금이 지급되면 그 차액을 반환하도록 요구하여 하수급업체가 이를 가져오면 직접 전달받아 장부에 기재한 다옴 이를 상사인 이○○을 통해 경영지원실장인 김○○에게 보고한 후 경영지원본부 담당자인 피고인 하○○에게 전달하고, 피고인 하○○는 위와 같이 전달받은 비자금을 보관하다가 대표이사의 지시에 의해 이를 출납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각주5] 건설산업기본법 제31조, 갈은 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라 국가, 지방자치단채 또는 공공기관이 발주자인 경우 하도급계약금액이 도급금액의 82% 미만인 경우 발주자로부터 하도급계약의 적정성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건설은 입찰을 통해 하도급계약율 체결함에 있어 위 82%보다 낮은 입찰가격을 제시한 하수급업체에게 형식상으로만 82% 이상으로 공사금액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금액을 기준으로 지급된 기성금에서 실제 약정한 공사금액과의 차액을 하수급업체로부터 반환받은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였다. 이와 같이 공사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은 주로 관급공사였으나 관급공사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외주구매본부에서 하수급업체로부터 공사대금 차액을 반환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고, 경영지원본부에서 비자금을 관리하고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출남하는 일은 통상업무가 되었고, 이 업무는 외주구매본부, 경영지원본부의 각 담당자에게 순차적으로 인수인계 되었다.
피고인 박○○은 위와 같은 공모에 따라 2005. 10. 14.경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건설 본사 사무실에서, ○○건설이 시공하는 용인동백지구 **아파트 건축 공사 중 미장공사에 대하여 대승건업 주식회사와 하도급계약을 함에 있어서 실제 공사 금액이 5억 4,000만 원임에도 8억 8,063만 원으로 공사금액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한 후 그 차액인 3억 4,063만 원을 공사 기성금과 함께 위 회사에 지급한 다음, 그 차액 중 일부인 1억 원올 위 회사 대표인 최**으로부터 반환받아 피고인 하○○에게 건네주고, 피고인 하○○는 피고인 박○○으로부터 건네받은 1억 원을 ○○건설 자금팀 금고에 넣어 보관·관리하는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I 기재와 같이 2002. 1.경부터 2013. 4.경까지 총 73개의 하수급업체들로부터 합계 30,227,981,750원(이하 ‘이 사건 부외자금’이라 한다)을 반환받아 ○○건설의 정식 회계와는 별도로 이를 업무상 보관하던 중, 그 무렵 재건축·재개발조합 및 턴키공사 등 대형공사 수주와 관련된 불법 로 비자금, 대관 로비자금 등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불가능한 용도로 임의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김○○ 등과 공모하여 위와 같이 업무상 보관 중인 피해자 ○○건설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다만 피고인 박○○은 별지 범죄일람표I 순번 286, 287, 288항을 제외한 총 30,167,981,750원, 피고인 이○○는 별지 범죄일람표 I 순번 1 내지 226항까지 총 24,037,396,750원, 피고인 최○○온 별지 범죄일람표I 순번 150 내지 278항까지 총 13,191,792,000원에 각 한함).
나.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에 관한 주장 및 판단
1) 피고인들의 변호인 주장의 요지
부외자금의 조성으로 인한 횡령과 조성된 부외자금의 사용으로 인한 횡령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른데,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부외자금의 사용에 관한 일시·장소와 금액 등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고 그 용도 또한 불명확하거나 추상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피고인 하○○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위 부외자금 사용행위에 관련한 공범으로서의 역할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공소제기가 부적법하다.
2) 관련 법리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소 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포괄일죄의 경우에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된다(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도8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3) 판단
공소장에는 11년 4개월여 동안 사용된 302억여 원 상당의 이 사건 부외자금의 조성, 관리 방법 및 조성 시기와 금액만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그 부외자금 의 개별적인 사용에 관련한 일시·장소, 용도, 금액, 행위태양 및 공범들의 구체적 역 할 등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개괄적으로만 기재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부분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및 용도, 피해자와 피해액의 합계 등이 특정된 이상 포괄일죄로 기소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사용행위에 관련한 일시·장소·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심판의 대상이 불분명해진다거나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부분 공소제기가 부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현금으로 보관된 부외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단일한 범의 아래에 계속적·반복적으로 임의 사용하였다는 내용의 횡령 범행의 특성상 개별적인 사용에 관련한 일시·장소·방법을 일일이 특정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다.
② 아래 다.의 2)항(판결문 17, 18쪽)에서 보는 법리와 같이 이러한 현금성 부외자금의 인출·사용으로 인한 횡령 범행의 경우 검사가 그 부외자금이 회사의 이익과는 무관한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점에 관한 신빙성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그 개별적인 사용행위를 낱낱이 밝히지 않더라도 그 부외자금 전부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하는 방법으로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허용된다.
③ 이 사건 부외자금의 조성 및 관리 방식과 출처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어 그 횡령 범행의 객체를 다른 회사자금과는 명백히 구별할 수 있고, 그 사용처에 관하여도 ‘대형공사 수주와 관련된 불법 로비자금’, ‘대관 로비자금’ 등을 예시하고 있어 이 사건 부외자금을 범죄행위에 제공함으로써 임의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기소한 것이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④ 부외자금의 사용행위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더라도 공소사실과 같은 불법적인 용도에 사용된다는 정을 잘 알면서 그 조성·보관행위에 관여하였다면 그 사용행위와 관련한 횡령 범행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여지가 있으므로, 조성 과정에서의 가담 사실만 기재되어 있다고 하여 그 횡령 범행의 공범으로서의 역할 분담 사실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⑤ 피고인들도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위와 같은 방식의 현금성 부외자금의 조성·보관 사실을 인정하면서 위 부외자금이 뇌물공여, 배임증재, 불법 정치자금 등 범죄행위에 제공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회사 운영에 필요한 현금성 경비에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되어 대부분 회사를 위한 용도에 사용되었다고 하면서 위 부외 자금의 전반적인 사용처에 관하여 주장·입증하는 등 적절히 다투어 왔다.
다.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관한 주장 및 판단
1) 피고인들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들이 공소사실과 같은 경위와 방식으로 이 사건 부외자금을 조성하여 관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와 같이 조성된 부외자금은 턴키공사 및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주활동비, 근로자 공상처리비, 민원처리비, 지역 찬조금 등 공사현장의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현금성 비용(돌관비), 회사의 각종 행사비용, 공사현장 격려금, 대내외 경조사비 등과 같은 내부경비 등 대부분 회사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위 부외자금의 사용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는 없다.
2) 관련 법리
①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업무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한다.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형사상의 범죄를 수단으로 하여서는 안 되므로 뇌물공여를 금지하는 법률 규정은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회사의 이사 등이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 중인 회사의 자금으로 뇌물을 공여하였다면 이는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라기보다는 뇌물공여 상대방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이사 등은 회사에 대하여 업무상횡령죄의 죄책을 면하지 못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법리는 회사의 이사 등이 회사의 자금으로 부정한 청탁을 하고 배임중재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1도9238 판결 참조).
② 또한, 피고인들이 보관·관리하던 회사의 부외자금이 인출·사용되었음에도 피고인들이 그 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용처에 그 부외자금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자료는 현저히 부족하고 오히려 피고인들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훨씬 많은 것과 같은 경우에는 부외자금의 사용행위가 불법영득의 의사에 의한 횡령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피고인들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부외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피고인들이 그 보관·관리하고 있던 부외자금을 일단 타 용도로 소비한 다음 그 만한 돈을 별도로 입금 또는 반환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보관·관리하고 있던 부외자금을 불법영득의사로 인출하여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대법원 2017. 5. 30. 2016도9027 판결 등 참조).
3) 판단
가) 이 사건 부외자금이 공소사실과 같이 불법 로비자금, 대관 로비자금 등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주요 증거로는 증인 권○○의 법정진술, 권○○에 대한 경찰피의자신문조서 사본[수사기록(추가) 536쪽 이하], 김**의 진술서(수사기록 6,669쪽 이하), ‘오까네.xls' 파일 출력물(수사기록 6,306쪽 이하), 수사보고(○○건설 비자금 조성 관련 판결문 첨부, 수사기록 6,945쪽 이하), 수사보고[권○○ 등과 함께 입건되었던 이**에 대한 배임수재 판결문 첨부, 수사기록(추가) 449쪽 이하] 등이 있다. 위 각 증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은 인정된다.
(1) 1998. 4.경부터 2004. 10.경까지 ○○건설의 대표이사로 근무한 임○○은 2004. 7. 14.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그 사건으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등과 공모하여 2002. 1.경부터 2003. 10.경까지 사이에 ○○건설이 시행하는 공사의 하수급업체와 공사계약을 함에 있어 실제 공사대금보다 과다 계상된 금액을 지급한 다음 차액을 반환받는 방법으로 조성한 4,368,509,000원(같은 기간 조성된 이 사건 부외자금 76억여 원 중 일부로 보인다)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02. 11.말 ~ 12.초경 10억 원을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대한 ○○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명목으로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2002. 1.경부터 2003. 10.경까지 사이에 위 43억여 원을 정치인에 대한 ○○그룹 차원의 불법 정치자금, 재건축 조합 관계자 및 부동산 중개업자 등에 대한 불법 로비 자금, 일부 임원들에 대한 활동비 등의 용도로 정당한 절차 없이 임의 사용하여 횡령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고합369호, 수사기록 6,945쪽 이하), 그 무렵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2) 2016. 8. 17.경 ○○건설의 재경부문 회계팀장 김**으로부터 압수한 2002. 7. 22.자 작성의 엑셀 파일(수사기록 6,306~6,308쪽)에서 국세청 본청, 서울청, 반포, 재경부, 서울시, 서초구, 부산시 소속 세무공무원으로 보이는 31명의 성명, 현재 소속, 전 근무지, 직급, 금액(각 50~200만 원, 합계 1,900만 원), 관계(수시자문, 2000년 세무조사, 관계유지, 2002년 국세청 반포감사 자문, 과세표준 문제 등) 등이 정리되어 있는 내역이 발견되었다.
(3) 2005. 1.경부터 ○○건설 토목사업본부 기술영업부문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관급 토목공사 수주 관련 영업을 한 권○○은 본부장 최□□의 지시에 따라 2006. 5. 27.경 ○○건설 턴키팀 사무실에서, 이△△를 비롯한 ○○건설 현장소장들에게 부산 도시개발공사가 발주한 부산 화전산업단지 조성사업 제2공구 공사 대안입찰과 관련하여 설계심사위원으로 선정된 자들에게 제공하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5억 원(5,000만 원 권 수표 자기앞수표 10장)을 전달하였고, 2006. 하반기 무렵에 부산광역시가 발주한 부산 거제간 연결도로(천성~눌차) 1구간 공사 대안입찰과 관련하여 위 현장소장들에게 같은 명목으로 추가로 5억 원(5,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0장)을 전달하였다. ○○건설의 현장소장 이△△는 2006. 5. 29.경 위 화전산업단지 조성사업 관련 입찰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이**에게 1억 원(5,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장)을 전달하였다. 이**는 위 1억 원을 받은 사실에 대하여 2010. 7. 16. 부산지방법원에서 배임수재죄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최□□, 권○○, 이△△는 이 부분 배임증재 혐의에 대하여 공소시효 도과로 각 불기소처분(공소권없음)을 받았다].
나) 그러나, ① 피고인들은 임○○에 대한 위 판결 상의 횡령 금액 중 2002. 11.말 ~ 12.초경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된 10억 원 외에 나머지 33억여 원에 대하여는 회사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다투고 있고, 당시 임○○도 그 재판과정에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피고인들 제출의 증 제1호증 변론요지서 6쪽).
그런데 이 사건에서 위 판결문 외에 위 33억여 원 부분의 사용처에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는 제출된 바 없고, 위 판결문에도 그 부분 사용내역에 관하여는 ‘불법 정치자금, 재건축 조합 관계자 및 부동산 중개업자 등에 대한 불법적인 로비자금, 일부 임원들에 대한 활동비 등의 용도로 임의 사용’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피고인들이 인정하는 위 불법 정치자금 10억 원을 제외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그 기재 내용만으로 불법 영득의사를 인정할 정도로 불법성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사용행위에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도 적시되어 있지 않아, 임○○에 대해 위와 같은 내용의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에서 위 33억여 원이 위 기재와 같은 용도로 사용되었음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② 또한, 세무공무원과 관련한 2002. 7. 22.자 엑셀 파일(그 기재 합계액 1,900만 원 정도)은 그 작성일로부터 무려 14년여 만에 압수되었고, 보관자인 김**도 그 작성 경위와 내용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으며(수사기록 6,671쪽), 위 파일 내역상의 관련자들에 대하여 아무런 조사도 이루어진 바 없다. 나아가 그중 일부 항목은 ‘관계’란에 그 명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모호하게 기재(‘관계유지’ 등) 되어 있어, 위 파일의 존재만으로는 그 기재의 금원 전부가 실제 세무공무원에게 교부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 교부되었다 하더라도 그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 등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③ 한편, 권○○은 이 법정에서 설계심사위원들에 대한 교부 명목으로 현장소장들에게 전달한 합계 10억 원 상당의 자기앞수표 20장의 출처에 관하여, 그 각 공사의 공동수급체 구성원(부산의 지역업체)인 국제산업개발이 마련하여 전달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바, 그 증언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부외자금이 위와 같이 설계심사위원에 대한 불법 로비자금으로 사용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④ 그 외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를 모두 모아 보아도 이 사건 부외자금이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되어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신빙성 있는 자료는 찾기 어렵다.
⑤ 결국 이 사건 부외자금이 공소사실과 같이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2002 ~ 2003.경 사이에 조성된 부외자금 중 10억 원이 불법 정치자금 명목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부분 공소사실은 2002. 1. 경부터 2013. 4.경까지 조성된 302억여 원 정도를 피고인들이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것인바, 위 인정사실만으로 그 무렵부터 무려 11년 4개월여 동안 조성된 나머지 292억여 원 상당의 부외자금이 계속하여 그와 같은 불법적인 용도로만 사용되었다는 점에 대한 정황으로 삼기는 어렵다(이는 설령 위 2002. 7. 22.자 엑셀 파일 기재와 같이 2000 ~ 2002.경 사용된 1,900만 원 상당이 세무공무원 등에게 뇌물조로 교부되었다고 인정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 나아가, 302억여 원에 달하는 이 사건 부외자금이 모두 사용되었음에도, 피고인들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그 부외자금의 사용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거의 제출하지 않은 채 회사에 부족한 현금성 경비 등으로 사용하였다고만 주장하고 있고,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건설 임직원들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부외자금의 사용처는 그 성격상 일반관리비 등 회사의 공식예산으로도 일정 부분 조달할 수 있는 비용이라 보여 이 사건 부외자금이 그 주장과 같은 용도로만 모두 사용되었다는 변명을 온전히 믿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이 사건 부외자금의 조성 규모와 기간, 방법, 관리 방식, 일부 사용처에 관련한 여러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부외자금 중 상당 부분이 실제 그 주장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배제하기는 어렵고, 이와 같은 부외자금 사용의 주된 목적은 회사의 운영자금 지출 내지 회사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지출로서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1) 이 사건 부외자금은 주로 공소사실과 같이 하도급계약 체결을 담당하는 ○○건설 외주구매본부에서 ○○건설이 수급한 공사에 관하여 하수급업체와 사이에 공사금액을 부풀려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하수급업체에 기성금이 지급되면 그 차액을 현금으로 일률적으로 반환받는 방식으로 조성되었다.
이와 같은 방식의 부외자금의 조성 행위는 피고인 이○○가 ○○건설 관리본부장으로 전보되기 전부터 회사 전체 차원에서 일반적·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2001. 9.경까지 조성되었던 부외자금도 261억여 원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 6,792, 6,793쪽), 특정 사업부서에서 공사 수주와 관련한 불법 로비자금 등과 같은 구체적인 용도를 정해놓고 그때그때 필요한 금액을 의도적으로 조성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나타난 바 없다.6)
[각주6] 다만 이러한 방식의 부외자금 조성 행위는 저가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의 위험을 방지하고자 한 건설산업기본법령의 취지를 잠탈하는 행위이자 하수급업체에 대한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하도급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이며, 나아가 해당 공사의 발주처(원도급자)는 위와 같이 허위로 부풀린 공사금액을 기준으로 기성금율 지급하게 되므로 종국적으로 발주처에게 재산상 손실을 끼치는 위법한 행위임은 분명하지만, 그 조성 행위 자체에 위법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같이 조성된 부외자금을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할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다만 이 사건 부외자금 중 일부(32억여 원)는 2002. 7.경부터 2005. 8.경 까지 사이에 한시적으로, 공사 진행 중 가공의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금액을 증액하여 변경계약을 체결한 다음, 하수급업체로부터 그 증액분 상당의 기성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도 조성되었다(수사기록 5,743~5,746쪽 ‘기타조성' 부분, 6,995쪽 ‘특별회원’ 부분).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조성된 부외자금이 전체 부외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을 뿐 아니라 그 부외자금 역시 기존 방식으로 조성된 부외자금과 함께 동일한 방식으로 보관·관리되다가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외주구매본부는 위와 같이 부외자금을 조성한 후 그 내역을 표(수사기록 5,743~5,746쪽)로 정리하여 관리하였고, ○○건설의 자금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지원본부 자금팀에서 외주구매본부로부터 부외자금을 전달받아 경리부서 사무실 내에 공식자금의 현금시재, 유가증권, 기타 중요서류 등을 보관하는 금고에 넣어두었다.
이 부외자금을 사용하고자 하는 부서의 임직원은 부서명, 이름, 금액 등이 기재된 현금보관증(수사기록 6,622쪽)을 작성하여 내부결재를 받아 대표이사에게 보고한 후 자금팀에 위 현금보관증을 교부하고 현금을 지급받아 사용하였다. 당시 부외자금 출납업무를 담당한 피고인 하○○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부외자금의 입출금 현황 및 잔액에 대해 대표이사에게 보고하였다.
이처럼 비록 이 사건 부외자금이 비록 정상적인 회계절차에 따라 관리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조성과 사용 주체가 분리되어 있고, 자금 출납을 담당하는 부서 및 임원에 의해 공식적인 회사 자금에 준하여 관리되었으며, 그 집행과정에서도 내부보고 과정을 거쳤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부외자금 조성 및 사용에 관여한 임직원들은 이 사건 부외자금을 회사 자금으로 인식하였고 특정 사업부서나 임직원이 임의로 쓸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4) 이 사건 부외자금 중 2002. 5 ~ 6.경 조성된 부분에 관련한 집행내역(수사기록 6,311쪽)이 유일하게 확인된다. 이를 보면 같은 기간 조성된 2억 1,985만 원에 가수금 명목의 5억 6,000만 원을 더한 합계 7억 7,985만 원이 토목팀(2,700여만 원), 건축팀(2,800여만 원), 개발사업팀(3,400여만 원), 주택사업팀(5,000여만 원), 자재팀(150만 원), 총무팀(1,100여만 원), 경리팀(200만 원), SOC.플랜트팀(1,000만 원), 영업 홍보팀(820만 원), 해외사업팀(290만 원), 기타(6,800만 원), 현장(4억 8,000여만 원) 등 회사의 각 부서와 공사현장 등으로 대부분 배분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2002년 ○○건설의 매출액은 토목 2,090억여 원, 건축 6,070억여 원, 주택 7,040억여 원, 플랜트 450억여 원 등 합계 약 1조 5700억 원에 이른다(증 제14호증).
위 사실에 비추어 이 사건 부외자금은 ○○건설의 각 부서의 성격과 규모, 현금성 경비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골고루 배분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공사 수주와 관련이 없는 부서를 모두 포함하여 회사 전체적으로 부외자금이 배분되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위 사용내역에 근거하여 이 사건 부외자금이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5)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용처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① 우선 턴키공사와 관련한 수주활동비에 관하여 보면,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인 턴키공사 입찰에 있어서는 통상 시공능력, 입찰금액, 설계평가점수를 기준으로 낙찰자를 선정하고 설계평가점수는 발주처의 설계평가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부여되며, 2010년 이전까지는 최대 3,000여명에 이르는 교수, 전문가 등 심사위원후보자들 중에서 설계평가 당일 심사위원이 선정되며, 심의부터 낙찰자 선정까지 단 시일 내에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졌으므로(수사기록 9,030~9,054쪽, 증 제8호증), 건설사들로서는 설계평가위원이 선정되기 전부터 심사위원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홍보활동을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설의 토목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는 2004.경부터 2009.경까지 사이에 총 37건의 턴키공사 사업 입찰에 참여하였다(증 제9호증의 1, 2). 2005. 1.경부터 토목사업본부에서 근무하면서 2007.경 턴키공사 수주를 위한 홍보활동 업무를 담당 이●●은 법정 및 검찰에서 ○○건설의 현장소장 및 임원들이 턴키공사 수주를 위하여 심사위원 평균 1,500명 정도를 상대로 ○○건설의 설계의 장점, 공사 참여 사유 등에 관한 홍보활동을 하였고, 심사위원 1인당 현금 10만 원을 지원받아 직원들 교통비, 고속도로 통행료, 식당 종업원 팁, 음료수나 커피 값, 골프공 등 간단한 선물비용으로 지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8,942~8,944쪽). 2005. 7.경부터 건축사업 본부 건축영업팀에서 근무한 이하용도 검찰에서 턴키공사 수주를 위하여 대학 교수 등 심사위원후보자들을 찾아가 ○○건설의 장점을 설명하고 식사, 술 등을 접대하는 방식으로 사전 홍보활동을 하였으며, 공식적으로 받는 돈도 있지만 그럴 수 없는 비용은 경리부서에서 현금으로 받아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8,327~8,336쪽), 2005. 8.경부터 토목사업본부 토목기획팀에서 근무한 김●●도 검찰에서 턴키공사 수주를 하기 위하여 심사위원후보자 1인당 10만 원 정도를 받아서 음료수, 영화티켓, 화장품 등 선물을 사는데 썼고, 큰 사업의 경우에는 2회씩 받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8,931, 8,932쪽).
위와 같이 턴키공사 수주를 위한 사전 홍보활동에 필요한 경비 중 일부는 공식자금 외에 이 사건 부외자금에서도 지원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장차 설계평가심의위원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식사를 하거나 소정의 선물을 전달하는 등의 홍보활동이 모두 통상의 기업 활동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서 뇌물공여나 배임증재 등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②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수주활동비에 관하여 본다. ○○건설이 영위하는 사업 중 주택 관련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증 제14호증), ○○건설은 2002.경부터 2010.경까지 사이에 총 73건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참여하였다(증 제17호증),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시공사를 조합원 총회를 통하여 선정하므로 건설사들은 다수의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하여 소속 직원들을 사업장에 파견하여 조합원들을 상대로 시공능력 등 사업 참여 조건에 관하여 홍보활동을 하도록 하였다.
2002. 4.경부터 주택사업본부에 근무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주 업무를 담당한 석○○은 법정 및 검찰에서 위 사업의 수주활동에 투입된 직원들을 위하여 일비 형식으로 1인당 2 ~ 3만 원을 교통비 명목으로 주었고, 사업별로 적을 때는 700 ~ 800만 원 정도였으며, 많을 때는 1억 원 정도 교통비로만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8,767쪽). 2006.경부터 2010.경까지 주택사업본부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담당한 박●●도 검찰에서 수주업무와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홍보비(광고, 현수막, 팜플렛 비용) 정도가 지원되었고, 타부서 직원들(30 ~ 100명 정도)까지 동원해서 홍보활동을 하는 경우에 교통비, 식비 명목으로 하루 2~3만 원 정도씩(한 사업 당 최대 400 ~ 600만 원 정도) 경리부서에서 현금으로 지원해주었다고 진술하였으며(수사 기록 8,193~8,195쪽), 2008.경부터 주택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한 박△△도 이 법정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홍보활동을 하는 직원들에게 교통비 등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해 경리부서에서 현금을 수령하여 사용한 사실이 있고 대규모 현장의 경우에는 억대에 가까운 돈이 지출되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실제 ○○건설이 2007.경 참여한 부산 화명2차 **아파트 재건축사업과 관련하여 소속 직원 300명을 부산에 파견하여 3,750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홍보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되며(증 제15호증), 위 (4)항의 2002. 5 ~ 6.경 부외자금의 집행 내역(판결문 24쪽)에서 본 바와 같이 ○○건설이 부산 엄궁동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무렵인 2002. 중순경 주택사업팀에 부외자금 5,000여만 원이 배분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홍보활동에 필요한 경비 중 일부는 공식자금 외에 이 사건 부외자금에서도 지원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다음으로 공사현장의 운영과정에 필요한 현금성 경비(돌관비)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부외자금의 출납 업무를 담당한 피고인 하○○는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2002.경부터 2004.경까지 한시적으로 공사 현장에서 필요한 현금성 경비를 이 사건 부외자금으로 조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2000. 4.경부터 2008.경까지 아파트, 대형마트 등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변○○도 이 법정에서 원래 돌관비(공사현장 민원처리비, 지역행사 찬조금, 근로자의 공상 처리비 등)를 공사현장에서 자체 조달하였으나 ○○그룹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후 2002.경부터 2004.경까지는 본사에서 현장 돌관비 명목으로 월 100 ~ 300만 원 정도를 현장에 지원해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건설은 그 무렵 100여개의 공사 현장을 상시 운영하고 있었고(증 제3호증), 위 (4)항의 2002. 5 ~ 6.경 부외자금의 집행내역(판결문 24 쪽)에서 본 바와 같이 2개월 동안 공사현장으로 4억 8,000여만 원이 배분되었음이 확인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사정과 공사현장의 운영 특성상 그 소요경비를 모두 예산에 미리 반영하여 처리할 수 없거나 현실적으로 증빙을 일일이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현금성 경비의 필요성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부외자금 중 일부는 위와 같은 돌관비 명목으로 공사현장에 지원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공사현장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비용으로 볼 수 있다.
④ 마지막으로 회사의 각종 행사비용, 공사현장 격려금, 대내외 경조사비 등과 같은 내부경비에 관하여 본다. 이●●은 법정 및 검찰에서 토목사업본부에서 사용한 부서의 각종 행사비용과 관련하여 수주기원제(연 1회, 증 제22, 42호증) 500 ~ 1,000만 원, 경영전략회의 경비(연 1회) 400 ~ 500만 원, 부문별(6개 부문) 워크샵(연 3 ~ 4회) 비용 900 ~ 1,200만 원, 임원 워크샵 골프비용 600만 원, 체육대회(연 2회, 증 제23호증) 600만 원 등 합계 4,000 ~ 5,000만 원 정도를 현금성 경비로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8,952쪽). 석○○도 법정 및 검찰에서 수주안전기원제, 본부단합대회 등 본부 행사비용으로 연 2회씩 각 300 ~ 500만 원 정도 받았으며 수주포상비 명목으로 사업별로 100 ~ 200만 원, 13개 부문별로 워크샵 비용으로 월 300 ~ 500만 원 정도를 현금으로 지원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8,767, 8,768쪽).
또한, 이●●은 이 법정에서 2006. 2.경부터 2010.경까지 토목 공사부문장으로 근무하면서 지방의 공사현장에 출장 방문하여(증 제10, 12호증) 현장소장들에게 격려금 100 ~ 200만 원 정도를 전달하였고, 4개 권역별로 2 ~ 3명으로 구성된 공사현장 점검반(증 제11호증)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50만 원을 지원하였으며, 분기별 현장소장희의를 실시하면서(증 제13호증) 권역별로 각 100만 원 정도를 회식비로 지원해주었다고 진술하였다. 변○○도 이 법정에서 2008.경부터 2012.경까지 호주에 있는 ○○건설 공사현장의 현장에 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표이사 박□□, 건축사업본부장 고○○, 주택사업본부장 박△△이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하여(증 제7호증) 300 ~ 700만 원 정도를 격려금으로 전달해줬다고 진술하였다 .
한편 피고인 하○○의 지시로 부외자금의 출납업무를 담당하였던 홍○○는 이 법정에서 부외자금 출납 시에 받는 현금보관증에는 보통 용도가 기재되어 있지 않으나 경조사비로 기재된 적은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석○○은 이 법정에서 2010. 2.경 부터 주택사업본부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월 100만 원 정도를 경조사비로 지출하였는데, 내부 임직원들의 경조사비는 공식예산이 없었고, 외부 유관기관 담당자들의 경조사에 대해서는 일부 예산이 배정되어 있었지만 부족하여 현금으로 받아서 충당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박△△도 이 법정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회사의 각종 공식 행사비용에 대하여는 별도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았고(수사기록 7,132쪽), 그 행사의 규모(2009년 기준 ○○건설의 총 직원은 2,000여명이었고 그 후로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었다. 수사기록 167~176쪽)나 횟수 등에 비추어 일반 복리후생비 예산만으로 이를 감당하기는 다소 부족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회사의 공식예산으로 대표이사의 현장방문 시 격려금이 책정되어 있었으나 그 금액(국내 현장 기준 1인당 8만 원 정도)이 비교적 적었고, 각 사업부서 임원들에게는 별도로 책정되어 있지 않았던 점(수사기록 7,113, 7,127쪽, 증 제25호증), 회사에서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내부 경조사비(수사기록 7,117쪽)나 접대비로 처리되는 외부 경조사비(수사기록 7,132쪽) 외에 대표이사 등 임원들이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이나 거래처와의 유대관계 유지를 위하여 추가로 경조사비를 마련할 필요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부외자금에서 임원들의 활동비나 경조사비와 같은 내부 경비 명목으로 일부 조달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비용 전액이 회사의 업무와 관련 없이 순수하게 임원들 개인의 평판과 위상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지출된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라) 위와 같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부외자금이 공소사실과 같은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되었음이 밝혀진 부분은 전체 사용기간과 규모에 비해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이 사건 부외자금 중 상당 부분이 실제 회사의 이익을 위한 용도로 지출되었을 가능성도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다면, 증명책임의 원칙에 따라 부외자금의 개별 사용행위와 관련하여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하기에 충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검사가 엄격한 증명에 의해 입증하여야 하며, 단순히 피고인들이 변명하는 사용처에 그 부외자금 전부가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피고인들이 그 부외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내역을 밝히고 그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는 사정(공소사실과 앞서 본 증거에 의하면, ○○건설은 2013. 4.경까지만 위와 같은 방식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하였고, ○○건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2016. 6.경에 실시되었는바, 부외자금과 관련한 자료가 작성되었다 하더라도 세무조사 등에 대비하여 이미 이를 폐기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의도적으로 부외자금 사용에 관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만으로 11년 4개월여 동안 조성된 302억여 원 상당의 이 사건 부외자금 전부가 회사의 이익과는 무관한 용도로 인출·사용되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마) 따라서 이 사건 부외자금의 사용행위 전부에 관한 불법영득의사가 추단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부외자금 사용에 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는지 여부는 그 구체적인 용처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부외자금 중 공사 수주와 관련한 불법 로비자금, 대관 로비자금 등과 같은 불법적인 용도로 임의 사용된 부분에 관한 개개의 횡령 범행을 특정하여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외자금 중 10억 원이 2002. 11.말 ~ 12.초경 불법 정치자금 명목으로 쓰인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하○○, 박○○, 최○○이 위와 같은 부외자금 사용행위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위 판결문에도 위 피고인들의 가담 사실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피고인 이○○도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시 대표이사인 임○○의 지시에 따라 부외자금을 조성한 사실 및 그중 10억 원을 ○○그룹 비서실장에게 전달하였을 뿐 그 돈의 구체적인 용처에 대하여는 몰랐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위 판결문 및 당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피고인 이○○가 기다리고 있다가 10억 원을 전달받았다는 취지의 김○○의 법정진술만으로는 피고인 이○○가 10억 원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고 임○○의 범행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서 피고인 이○○에게 위 10억 원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② 설령 피고인들(특히, 피고인 이○○)이 위 10억 원에 관한 횡령 범행에 가담하였다 하더라도, 이 부분 범행은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에 해당하는 범죄로서 그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므로,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 부칙 제3조,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공소시효가 7년인데, 이 부분 공소는 그 범죄종료일인 2002. 12.경으로부터 7년이 경과한 후인 2016. 10. 19.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된 때에 해당한다].
라.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부외자금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불법적인 용도로 임의 사용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각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각 무죄를 선고한다.
2. 피고인 하○○, 박○○의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조세) 및 각 조세범 처벌법위반의 점, 피고인 ○○건설의 각 조세범 처벌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 하○○, 박○○의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조세) 및 각 조세범 처벌법위반
피고인들과 이○○는 2007.경 무죄 부분 제1의 가.항(판결문 10~13쪽)과 같이 협력업체와의 하도급계약을 함에 있어서 공사금액을 부풀려 계약한 후 그 차액 합계 2,532,526,374원을 반환받았음에도 법인세 신고 실무자들인 박**, 김** 등과 공모하여 2008. 3.경 ○○건설의 2007년도 귀속분 법인세 과세표준에 위 차액 상당액을 포함하여 신고하고, 그 무렵 법인세 납부기한을 경과시키는 방법으로 633,131,594원을 포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4. 3.까지 별지 범죄일람표Ⅱ 기재와 같이 하수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부풀려 그 차액을 다시 반환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각 다음 해 3. 31.까지 법인세 과세표준에 그 차액 상당액을 포함시켜 법인세 신고를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이○○, 박**, 김** 등과 공모하여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합계 2,568,035,344원의 법인세를 포탈하였다(다만 이○○와 공모한 부분은 별지 범죄일람표Ⅱ 순번 1, 2항 각 기재 금원을 포탈한 것에 한함).
2) 피고인 ○○건설의 각 조세범 처벌법위반
피고인은 2010. 3.경, 2012. 3.경. 2013. 3.경, 2014. 3.경 그 사용인인 하○○, 박○○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 1)항과 같은 방법으로 법인세를 포탈하였다.
나. 주장의 요지
피고인 하○○, 박○○은 위와 같은 부외자금의 조성 당시에 ○○건설의 법인세 포탈에 대한 인식까지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다. 판단
앞서 ‘증거의 요지’에서 든 증거를 비롯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박○○이 이 사건 당시 하도급계약 체결을 담당하는 ○○건설 외주구매본부에 근무하면서 공소사실과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부외자금을 조성한 사실, 피고인 하○○는 2001. 11.경 ○○건설에 경리부장으로 입사한 후 이 사건 당시 회계·자금 업무를 담당하는 재경팀장, 경영지원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공소사실과 같이 외주구매본부로부터 건네받은 위 부외자금을 보관·관리하고 이 자금의 출납 업무를 담당해온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피고인들이 당시 회사의 임직원으로서 대표이사의 지시에 의해 위와 같이 이 사건 부외자금의 조성 행위에 관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회사의 법인세를 포탈하는 범행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법인세포탈범행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묻기 위해서는 적어도 위 피고인들이 공소사실과 같은 방법으로 법인세를 포탈하기로 회사의 대표 이사나 법인세 신고 실무자들과 모의하고 그 역할을 분담하여 위 법인세포탈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다.
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박○○, 하○○가 이○○ 등과 공모하여 이 부분 법인세포탈범행에 가담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위 피고인들의 위 법인세포탈범행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 ○○건설에 대한 공소사실 역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각 무죄를 선고한다.
3. 피고인 박○○의 배임수재의 점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1988. 7.경 ○○건설에 입사하여 자재관리과장. 외주팀장, 외주부문장 등을 거쳐 2013. 2.경 외주구매본부장으로 승진하여 ○○건설이 시공하는 각종 건설공사의 외주구매, 하수급업체 선정 및 계약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왔다.
피고인은 2012.말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상호 불상의 식당에서 ○○건설에 타일 등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주) ***의 대표 조○○으로부터 ‘○○건설의 시공 현장에 건설자재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과 함께 현금 100만 원을 건네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5. 7.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Ⅲ 기재와 같이 조○○으로부터 금품 내지 향응을 제공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건설의 외주구매 담당자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합계 1,130만 원7)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
[각주7] 공소장(별지 범죄일람표Ⅲ 포함)에 기재된 ‘1,230만 원’은 ‘1,130만 원’의 계산상 오기로 보인다.
나.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조○○으로부터 합계 1,13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조○○과의 평소 친분관계(호형호제하는 사이)에 따라 사교적 의례의 범위 내에서 선물이나 축의금 명목 등으로 받은 것일 뿐, 조○○으로부터 어떠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은 없고, 그 대가로 조○○에게 어떠한 편의를 제공한 사실도 없다.
다. 부정한 청탁 여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357조에 규정된 배임수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종류·액수 및 형식, 재산상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일반적으로 타인의 위탁을 받아 계약과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특정인으로부터 계약의 상대방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906 판결 참조), 청탁한 내용이 단순히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에 불과하거나 위탁받은 사무의 적법하고 정상적인 처리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면 이는 사회상규에 어긋난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청탁의 사례로 금품을 수수한 것은 배임수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8743 판결 참조).
2) 인정사실
피고인과 증인 조○○의 각 법정진술, 조○○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수사기록 2,958쪽 이하), 통장사본(수사기록 2,985쪽 이하), 샤넬 가방 시가 확인자료(수사기록 3,083쪽 이하), 사진(수사기록 3,289쪽),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수사기록 3,289-1, 2쪽), 피고인 제출의 증 제35, 36, 37호증 등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2.경 ○○건설이 시공하는 각종 건설공사의 외주구매, 하수급업체 선정 및 계약체결 등 건축자재의 납품업체를 결정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외주구매본부의 외주부문장 또는 본부장(2013. 2.경 이후)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조○○은 당시 다른 제조회사에서 만든 건축자재의 대리점 영업을 하는 (주)***, (주)◉◉◉, (주)◈◈◈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 ○○건설은 당시 ○○물산(주)가 발주한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시공하고 있었는데, 조○○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코리아(주)8)가 생산하는 가구류(경첩) 등 건설자재를 납품하고자 ○○건설 외주구매본부에서 피고인의 상사로 근무하다가 2009.경 퇴직한 이후 (주) ***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던 이□□을 통하여 2012.말경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각주8] 독일 국적 기업의 한국지사이다. 이하 ‘***코리아’라고 한다.
다) 조○○온 위와 같이 이□□의 소개로 피고인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의 조언에 따라 미리 현금 100만 원을 준비하여 가서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
라) ○○건설은 원칙적으로 등록된 협력업체 중에서 최저가 경쟁입찰을 통하여 ○○건설에 가장 유리한 업체를 하수급업체로 선정해오고 있었는데, ***코리아는 당초 ○○건설의 협력업체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이 사건 공사에 건설자재를 납품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
마) 그런데 조○○이 위와 같이 피고인을 알게 된 후 ***코리아가 ○○건설의 협력업체로 등록되었고, 대부분 다수 협력업체들과 사이에 경쟁입찰을 거쳐 이 사건 공사에 관한 하수급업체로 선정되어 2016.경까지 공사 현장에 지속적으로 건축자재를 납품하였다[다만 이 사건 공사의 진행 과정에서 ***코리아가 2014. 2.경 한 차례 수의계약 형태로 건설자재를 납품한 사실이 있지만, 이는 발주처인 롯데물산(주)의 필요에 따른 지명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바) 조○○은 그 과정에서 피고인 부부와 여행을 가거나 가족끼리 함께 식사를 하는 정도의 친분관계를 유지하였고,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의 골프 여행경비를 대신 내주고, 피고인의 처 생일 선물 명목으로 샤넬 가방을 교부하였으며, 피고인의 큰 딸 축의금 명목으로 TV 구입비용(별지 범죄일람표Ⅲ 순번 4항의 현금 280만 원)을 교부하였고,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피고인에게 선물하기도 하였다(별지 범죄일람표Ⅲ 순번 2 내지 5항).
사) 조○○이 위와 같이 ***코리아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건설자재를 납품함에 따라 그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얻은 금액은 최소 21억 5,000여만 원 정도에 이른다.
3) 구체적 판단
가) 먼저 피고인이 2012. 말경 조○○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공소사실과 같이 조○○으로부터 ‘○○건설의 시공현장에 건설자재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조○○의 검찰에서의 진술(수사기록 2,970, 2982쪽)이 있다.
나) 그러나, 조○○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는 그 부탁의 취지와 관련하여 ‘***코리아 자재가 굉장히 우수한 자재인데, 오히려 그 자재가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피고인에게 “이것이 반드시 들어가야 할 자재인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 이 자재가 빠져 있으니까 이것 한 번 봐 주십시오”라고 부탁한 기억이 정확하게 납니다.’라거나 ‘제2롯데월드 정도의 상징적인 건물에는 ***코리아 제품이 당연히
들어가야 되는데, 그 쪽 업계랭킹이 대한민국에서 1위입니다. 그래서 ***코리아가 빠져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피고인에게 “왜 ***코리아가 빠져 있느냐, 한번 알아봐 달라, 이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하였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조○○의 위와 같은 법정진술과 앞서 본 바와 같이 ○○건설은 원칙적으로 등록된 협력업체 중에서 최저가 경쟁입찰을 통하여 ○○건설에 가장 유리한 업체를 하수급업체로 선정해오고 있었고, ***코리아도 협력업체로 선정된 후에 대부분 다수 협력업체들과 사이에 정상적인 경쟁입찰을 거쳐 이 사건 공사에 관한 하수급업체로 선정되었던 점, 피고인에게 납품업체 선정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조○○이 당시 검찰에서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에게 ‘○○건설의 시공현장에 건설자재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라 취지로 부탁하였다고는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라) 다만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각 증거에 의할 때, 조○○은 피고인에게 자신이 중간에서 알선 영업을 하고 있던 ***코리아가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건설의 협력업체 목록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아래에서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청탁의 내용이 위와 같은 취지였다고 볼 경우에 그러한 부탁이 배임수재죄에서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 및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금품 등을 교부받았는지에 관하여 가정적으로 살펴본다.
마) 앞서 본 바와 같이, ○○건설이 발주하는 공사에 관하여 납품업체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협력업체들 사이에 경쟁입찰을 거쳐 최종적으로 하수급업체로 선정될 수 있으므로, ○○건설의 협력업체에 신규 등록된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건설자재 납품과정에서의 정당한 경쟁이 배제된다거나 우선적인 지위가 부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코리아가 ○○건설의 협력업체 등록 기준에 미달한다거나 다른 경쟁업체를 배제시키는 등 그 등록 과정에서 어떠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등의 정황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이상 ***코리아를 ○○건설의 협력업체로 등록하여 하도 급공사 입찰에 참가할 자격을 주는 정도는 하수급업체 선정 업무 등을 총괄하는 피고인의 적법하고 정상적인 업무 처리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바) 또한, 조○○은 ○○건설과의 거래관계를 맺기 위한 목적에서 피고인을 만나게 되었고, 피고인을 처음 소개 받은 자리에서부터 현금 100만 원을 교부하였으며, 피고인이 조○○으로부터 교부받은 금품 등의 합계가 1,130만 원 상당으로서, 이는 오로지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따라 의례상의 필요로 교부되는 선물이나 축의금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한편 앞서 보았듯이 조○○이 피고인에게 피고인의 정상적인 업무 처리범위를 벗어나는 취지의 부탁을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과 조○○ 사이에 단순한 거래관계를 넘어서는 정도의 친분관계는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금품과 향응이 3년 7개월여 동안 5차례 제공되었고, 현금으로 교부된 금액은 380만 원 정도인 점, 조○○이 피고인에게 제공한 재산상 이익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피고인이 조○○에게 제공한 재산상 이익도 일부 있는 점, 피고인이 수수한 위 금품과 향응이 조○○이 ***코리아의 건설자재 납품알선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21억 5,000여만 원)에 비해 아주 적은 액수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수수한 금품과 향응을 ***코리아가 ○○건설의 협력업체에 포함됨으로써 이 사건 공사의 하수급업체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도와준 것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이를 계기로 친분을 형성한 피고인과 조○○ 사이에 친분관계에서 제공된 것으로 볼 수도 있어서 이를 거래의 청렴성을 해할 정도의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서 수수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사) 결국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한 채 피고인이 ○○건설로부터 위탁받아 담당하는 사무, 즉 ○○건설에 건설자재를 납품받는 업무와 관련하여 적법하고 정상적인 처리범위를 넘어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정도의 부정한 청탁을 받았고 그 대가로서 금품 등을 교부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마.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이 조○○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금품 등을 수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상동(재판장), 김배현, 이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