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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유학경비가 증여세 비과세 대상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92년생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이하 ‘이 사건 기간’)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수료하였다. 원고의 조모는 이 사건 기간 동안 매월 800만 원 내지 1,000만 원씩 합계 334,833,374원(이하 ‘이 사건 금원’)을 원고의 계좌로 송금해 주었고, 원고는 이 사건 금원을 교육비 및 생활비로 사용하였다. 한편, 원고의 부친은 2014년경 사망하였다. 또한 원고의 조모는 2018년경 사망하였고 원고와 원고의 모친은 원고 조모의 재산을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과세당국은 상속세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원고의 조모가 이 사건 기간 동안 원고의 계좌로 해외 송금한 이 사건 금원을 사전증여재산으로 보고 증여세(가산세 포함) 합계 280,655,110원을 결정·고지하였다. 2. 관련규정 및 그 개정연혁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그 위임에 따라 구 상증세법 시행령(2003. 12. 30.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4항 제1호에서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의 하나로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상증세법은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면서 위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으로 개정되고, 같은 날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시행령에서 위 제35조 제4항 제1호는 삭제되었다. 3.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위와 같은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상증세법 제46조 제5호의 문언 내용과 체계, 개정 연혁과 구 상증세법 제46조는 증여재산의 공익성 또는 사회정책적 고려에서 증여세의 과세를 배제하는 규정이므로 부양의무 여부를 불문하고 교육비에 해당하는 금액이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위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위 규정의 ‘피부양자의’ 부분은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서울행정법원 2021. 7. 13. 선고 2020구합82185 판결).”고 판단하였다. 즉 서울행정법원은 부양의무자가 피부양자의 생활비나 교육비를 지원한 경우에는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볼 수 있으나, 원고를 부양할 지위에 있는 원고의 부모가 있고 성인인 원고 스스로도 경제력이 있어 원고의 조모를 부양의무자로 볼 수 없어 이 사건 금원은 원고의 유학기간 중 생활비나 교육비로 사용되었더라도 증여세 비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4. 비판적 검토 경우에 따라서 해외유학경비까지 증여세 비과세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증세법 제46조의 문언, 규정 체계, 개정 연혁 등을 고려할 때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 상증세법 시행령에서는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3년 개정 상증세법에서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로 구분하고 있어 ‘피부양자의’ 부분이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한다고 보는 것은 매우 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물론 대법원이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통상적인 문언의 해석범위를 넘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법인세법 제15조 제3항에서 수익의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한 것과 관련하여 법인세법 제67조에 따라 소득처분을 하기 위한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익금으로 보는 것까지 탄력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한 것(대법원 2021. 7. 29. 2020두39655 판결)처럼 관련 규정체계상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 경우이여야 할 것이다. 한편,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연혁을 고려하더라도 서울행정법원과 같이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 2003년 개정 상증세법은 종전 증여의제규정을 보완하여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예시규정으로 전환하고 예시되지 아니한 재산의 무상이전이나 가치증가분 등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포괄규정을 마련하였다(법 제32조 내지 제42조). 그리고 위 2003년 상증세법 개정이유에는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따른 중산·서민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치료비(이재구호품의 오기로 보임), 피부양자의 생활비 및 교육비 등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비과세하도록 함(법 제46조제5호)”이라며 교육비에 대해서는 부양의무를 따지 않고 비과세할 것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또한 사용목적이 다양하고 기준마저 설정하기 어려운 생활비의 경우 부양의무를 통해 일정한 제한을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사용목적과 사용처가 명확히 확인되는 교육비까지 부양의무를 통해 제한하여야 할 논리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거나 사회 정책적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유학의 목적, 내용, 경위도 다양할 것이므로 유학비용이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부유층만의 문제로 보아 비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도 문제로 생각된다. 이처럼 상증세법 제46조가 피부양자의 교육비만을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금원 중 교육비로 사용된 부분까지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증여세
비과세
유학경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2022-06-16
조세·부담금
판례해설 - 세금폭탄 맞은 ‘별산제 로펌’
- 서울고등법원 2015누70746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 1. 사실관계 A 법무법인은 2006년 대한민국을 상대로 하는 2건의 항공기 소음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위 소송은 A 법무법인의 서울 서초 분사무소를 운영하던 대표변호사 B가 수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A 법무법인은 2010년 6월경 서초 분사무소를 폐쇄하고 B를 구성원에서 제명하였다. 다만, 위 소송은 B 변호사가 복대리 형식으로 계속 수행하였으며 2010년 12월 및 2011년 1월 각 승소로 확정되자 대한민국은 2011년 3월경부터 2012년 7월경까지 A 법무법인 명의의 은행계좌로 약 177억 원을 입금하였다. A 법무법인은 위와 같이 지급받은 약 177억 원 중 약 137억 원을 소송에 참가한 피해 당사자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40억 원을 B에게 송금하였다. 과세관청은 A 법무법인이 위 수임료 등 40억 원을 수입금액에서 누락한 것으로 보아 2014. 5. 2. A 법무법인에게 2010 사업연도 법인세 및 2010년 2기 부가가치세 등 합계 약15억 원의 과세처분을 하였다. 2. 쟁점 이 사건은 별산제 법무법인에서 분사무소를 운영하던 대표변호사가 독자적으로 사건을 수행한 경우 실질과세의 원칙상 수임료는 법무법인이 아니라 대표변호사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인지 여부 및 위 수임료 등에 대하여 대표변호사 B에게 상여로 귀속된 것으로 보아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A 법무법인의 수입금액임을 전제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는 것이 이중과세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3. 주사무소와 분사무소의 세금관계 법인사업자와 관련된 세금은 크게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법인세는 그 소득이 어떻게 발생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일정기간 동안 증가한 순자산액을 과세대상으로 파악한다. 법인세는 법률에 의하여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 내지 지위를 인정받은 인격체인 법인이 납부하는 세금이므로 주사무소와 분사무소가 별산제로 움직이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같은 법인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상 그 법인의 구성원 변호사가 제공한 용역의 대가는 해당 법무법인의 수입으로 보아 법인세액을 계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즉, 주사무소와 분사무소가 독자적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각자 직원을 고용하는 등 별산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에도 법인세는 사무소 단위로 납부하는 세금이 아니라 법인이 납세의무의 주체이므로 각 사무소 단위로 구분하여 납부할 수가 없다. 한편, 실질과세원칙이란 과세대상 소득·수익 등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자가 따로 있는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며,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행위 또는 거래 등의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따라서 위 사건에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위 수임료와 관련하여 A 법무법인은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이고 그 소득은 대표변호사 B에게 사실상 귀속되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A 법무법인이 별산제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구성원 변호사들이 처리한 변호사 업무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분배에 관하여 그와 같이 약정을 한 것에 불과하고 소송위임계약 등에 대한 권리가 법률상으로 구성원 변호사들에게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법무법인의 구성원 변호사가 제공한 용역에 대한 대가는 법무법인의 수입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고 이 사건에서도 A 법무법인이 거래의 명의자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원 판결에 따라 위 수임료를 A 법무법인의 수입으로 본다면 그 부분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도 그대로 유지될 수 밖에 없다. 변호사가 제공하는 용역은 인적 용역이며 결국 소송을 맡기는 사업자 이외의 개인당사자들의 부담이 될 것이므로 부가가치세 면세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나 1998. 12. 31.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 법률구조용역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변호사 제공 용역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고 있다. 4. 상여처분과 법인세 법인세법상의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은 기업회계의 당기순이익을 기초로 산정하는데 이러한 기업회계는 공평한 조세부담과 납세자간의 소득계산의 통일을 기하는 데 목적이 있는 세무회계와 그 목적의 상이로 인한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법인세를 신고·납부하기 위해서는 기업회계의 당기순이익을 기초로 세법의 규정에 따라 익금과 손금을 조정하는 세무조정절차를 거쳐야 하며, 차이가 발생한 금액은 그 귀속자에 따라 상여, 배당, 기타소득처분 등 소득처분을 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A 법무법인은 수임료 상당액을 B에게 그대로 지급하였으므로 이를 자신의 수입으로 신고하지 않았고, 과세관청은 A 법무법인이 매출을 누락하고 대표변호사 B에게 상여를 지급한 것으로 보아 상여처분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과세관청은 A 법무법인이 수임료 상당액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하는 한편 B에게 상여를 지급하면서 원천징수를 했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천징수분 법인세 징수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이중과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었는데 법원은 이 사건 수임료 등에 관하여 A법인의 소득 단계에서 법인세가 부과되고 다시 이 돈이 B에게 상여금으로 지급되는 단계에서 근로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일 뿐이므로 이를 이중과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5. 결 론 법령의 내용을 떠나 A 법무법인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 있어 보인다. 자신의 이름으로 수령한 수임료를 그대로 B에게 지급하였으므로 A 법무법인의 순자산이 증가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법무법인이 B에게 지급한 수임료를 손금으로 산입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손금인정이 되지 않은 채 매출누락분에 대하여만 법인세가 과세되는 결과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위 수임료가 A 법무법인 자신의 수입금액이 아니라 생각하였기 때문에 매출이나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손금산입(비용처리) 여부에 관하여는 또 다른 논점이 있으나 위 사건은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는 상태이므로 견해를 피력하기가 조심스럽다. 여하튼 법무법인 운영자는 반드시 조세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수입금액과 비용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수임료
법인세
조세
2016-11-18
조세·부담금
판례해설 - 명의신탁 등 타인의 명의를
명의신탁 등 타인의 명의를 빌려 법률행위를 하는 경제활동은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우리나라에서 오랜 관행으로 인정되어 왔다. 대법원도 종중 재산문제로 인정된 일제 강점기의 명의신탁이론을 해방이후에도 그대로 인정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명의를 빌려 법률행위를 하는 게 왜 문제가 될까? 조세포탈이나 조세회피 및 각종 공법적 규제의 회피수단, 강제집행면탈 등 탈법적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규제책으로 금융실명제를 도입하여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보고 있고,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부동산명의신탁의 효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어느 경우든 명의자를 소유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명의신탁의 경우도 동일한 논리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명의신탁 효력이 무효라는 2011. 9. 22. 선고된 대전고등법원 판결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과연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 기대되었다. 최근 2015. 3. 10.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2011두26046 판결).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명의신탁의 효력이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단지 실질과세원칙만을 강조하여 명의를 빌린 자가 주주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주 여부는 그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여 법인의 운영을 지배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뿐이었다. 대법원의 고민이 느껴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교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차명부동산과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대법원 입장에선 상당히 신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갑이 회사를 설립하면서 주식 100% 중 95%는 자신이 보유하고 나머지 5%는 친구에게 양도하면서 친구와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고, 요청이 있으면 즉시 주식을 반환한다는 '주식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해 놨다. 갑은 그 후 5년 내에 친구로부터 다시 양도 받아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갑의 주식 소유비율이 이전보다 5% 증가되었으므로 그에게 간주취득세를 부과하였다. 그러자 갑은 회사 설립시부터 자신의 소유였던 주식을 반환 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새롭게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근거는 현행법상 명의신탁을 유효로 볼 근거법령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거나 민법 제108조의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거나, 민법 제186조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를 취하는 현행 물권법체계에서도 허용될 수 없으므로 주식명의신탁은 무효라는 점을 전제로 한 후 상법상 주식인수의 요식성 및 외관주의 이념, 민법상 의사표시에 관한 표시주의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을 근거로 하여 명의자를 주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오히려 명의자를 주주로 보는 것이 주식명의신탁을 악용한 탈세·탈법행위를 방지하고 주식인수거래의 정상화, 투명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오히려 대법원이 명의신탁을 유효로 보기 때문에 악용을 방지하고자 여러 대책들이 강구되고 그게 또 문제가 되는 현실을 볼 때 원심판결이 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그 예이다. 명의신탁을 통해 조세회피를 하면 수탁자에게 과징금이 아니라 증여세라는 세금을 과세하여 이를 막겠다는 발상으로 입법이 되었다. 그러나 세정현실에선 오히려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가혹한 세금폭탄으로 변질이 되어 그 위헌성이 계속 주장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갑은 첫 직장으로 들어간 회사의 사장 을에게 증권계좌를 만들어 주었는데, 을은 갑의 증권계좌로 주식을 취득하고 양도하는 주가조작을 하였다. 이 경우 소득의 실질은 누가 봐도 을에게 있고 갑에게 이익이 없음에도, 세법은 이익이 을에게서 갑으로 증여된 것으로 보아 경제적 약자인 갑에게 수억 원의 증여세를 과세하는 게 다반사다. 경제적 약자에게 수억 원의 세금을 부과해 봐도 그들은 세금부담능력이 애당초 없는 사람들이다 보니 징수실익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이용당하는 사람들의 고통만 가중되기도 한다. 실질이 없는데도 과세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해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서는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소유의 실질은 변함없이 신탁자에게 있다는 게 판례다. 한마디로 실질과세원칙은 법리의 일관성 보다는 형식과 실질이 분리하여 조세회피하는 경우를 원천적으로 막아 세수확보를 하겠다는 게 입법취지다. 그렇다면 더더욱 명의신탁을 무효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효라면 명의자가 자기 소유라는 주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명의신탁을 악용할 수 없을 것이다. 세정현실에선 실질과세원칙이 '일반조항으로 도피'처럼 구체적인 개별세법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이 원칙만을 내세워 만병통치약처럼 남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세관청은 거의 대부분 돈의 흐름만을 추적하여 실질을 판정하고 있지만 과연 실질의 개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다. 갑이 자기 돈으로 취득한 재산을 임대하고 양도한 경우 그 대금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의 돈이 갑을 거쳐 을에게 흘러가고 그 중 일부가 배우자 병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된 경우 실무에선 을에게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의 대부분이 을에게 귀속되었다고 보면 된다. 갑이 취득하고 임대하고 양도한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을이 갑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 된다. 그래서 실질과세원칙상 을이 납세의무자가 된다고 하는 식이다. 과세가 참 쉽다. 조세법률주의가 정착되기 이전에는 과세하기 위해선 경제적 실질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과연 21세기가 지나는 지금도 그와 같은 전근대적 상황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조세법률주의가 확립된 이제는 대법원도 명의신탁의 효력이 유효인지 무효인지 여부와 실질과세원칙의 실질의 개념이 과연 법적 실질인지 경제적 실질인지 여부를 구분하여 확실히 판단해주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실질과세원칙은 도깨비 방망이다.
명의신탁
조세회피
실질과세원칙
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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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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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공인중개사가 ‘권리금계약’하고 돈 받으면 위법”
판결기사
2024-05-09 12:2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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