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소유주가 아닌 임차인도 일조권을 침해당했을 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건물의 소유주만 재산상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고, 소유주가 아닌 거주자(임차인)는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만 받을 수 있다는 종전의 법원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법원은 손해배상액의 10%가 임차인 몫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임채웅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6명이 자신들 소유 주택 앞에 아파트를 지은 KT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합96794, 2008가합89571)에서 일조권 침해가 인정된 김씨 등 5명에게 "684만~1,434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건물주 김씨 등이 받아갈 배상액을 손해액의 90%로 제한했다. 나머지 10%는 건물에 실제 거주하는 임차인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임차인들이 따로 배상을 청구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소송을 내면 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조권은 소유권뿐 아니라 정당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에도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일조권 침해로 산정된 손해액은 건물 소유자와 실제 거주자 사이에 분배돼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임차조건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배상액의 90%가 소유자에게, 나머지 10%가 거주자 몫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 주택의 경우 가구별로 일조조건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임차인 등이 여러 명일 경우 이들 몫 10%를 가구수로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구마다 일조권을 침해당하는 상황이 다를 경우 배분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씨 등은 서울 성동구에 1970∼2001년 지어진 2∼4층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KT가 올해 근처에 지상 18∼29층 아파트 골조공사를 하면서 햇빛을 가려 일조권을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