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대여받은 사람이 자신 소유의 오피스텔을 임대하는 것은 '부동산 알선·중개 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임차인이 이중 임대차계약으로 손해를 봤더라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는 배상책임이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이중 임대차계약으로 보증금을 손해 본 박모(41)씨가 "임대보증금 3,000원을 배상하라"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0다101486)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1심 공동피고 김모씨는 공동피고 권모씨로부터 공인중개사 자격증과 중개사무소 등록증을 대여받아 중개사무소를 운영했고 자신 소유의 오피스텔을 제3자에게 이미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줬음에도 다시 원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에 권씨를 중개인으로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는 자신이 직접 거래당사자로서 오피스텔을 원고에게 임대한 것이므로 비록 임대차계약서의 중개사란에 중개사무소의 명칭이 기재되고 공인중개사 명의로 작성된 확인·설명서가 교부됐다고 하더라도 김씨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봐 사회통념상 거래당사자 사이의 임대차를 알선·중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원심이 김씨의 행위가 중개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는 김씨의 중개행위로 거래당사자인 원고가 입게된 손해에 대해 공제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08년4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D오피스텔 105호를 임대하기로 하고 자신이 오피스텔 소유자라고 말하는 김씨와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만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오피스텔로 이주한 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스텔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부동산명도소송을 당했다. 거주하고 있는 오피스텔은 이미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었고 이 사실을 몰랐던 박씨는 소송에서 패소해 오피스텔을 나왔다.
이후 박씨는 자신과 계약을 체결했던 김씨와 김씨에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대여한 권씨, 권씨가 가입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만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