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34민사부 판결
【사건】 2020나2038141 손해배상(기)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A조합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김B
【제1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0. 9. 18. 선고 2018가합59526 판결
【변론종결】 2021. 5. 12.
【판결선고】 2021. 6. 2.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784,788,44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1. 2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원고 :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710,032,207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1. 2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2019. 6. 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 : 주문 제1항과 같다1).
[각주1] 피고는 2021. 4. 6. 제출한 항소취지 보정서에서 “1.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라고 항소취지를 기재하였으나. 제1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에 대하여는 항소의 이익이 없고, 피고의 의사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원고 승소 부분)에 대한 판결의 취소와 청구의 기각을 구하는 것으로 이해되므로, 위와 같이 선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에 따라 구리시 일대 33,739㎡를 시행구역으로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정비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다.
(2) 피고는 이 사건 정비사업 시행구역 내에 있는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임차하여 거주하며 점유하고 있던 사람이다.
나. 이 사건 정비사업 추진경위
(1) 원고는 2007. 8. 10. 구리시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구리시장으로부터 2008. 2. 11. 사업시행인가, 2010. 5. 31. 사업시행변경인가, 2014. 5. 12. 사업시행변경인가, 2015. 11. 3.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각 받았고, 구리시장은 2015. 11. 3.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구리시 고시 제2015-128호로 고시하였다(이하 ‘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인가’라 한다).
다.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 소송 및 강재집행정지
(1) 원고는 2016. 1. 21. 의정부지방법원 2016가합50280호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정비사업 시행구역 내의 이 사건 부동산 인도를 구하는 소(이하 ‘관련 인도 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여 2017. 6. 28. 승소판결을 받았다.
(2) 이에 피고는 항소를 제기하면서 원고의 위 승소판결에 기한 가집행에 대하여 집행정지를 신청하여, 2017. 7. 12. 의정부지방법원 2017카정161호 결정으로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 위 승소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정지되었다(이하 ‘이 사건 강제집행정지’라 한다).
(3) 위 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2017. 9. 12.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7나2036701호), 피고는 상고하였으나 2017. 12. 27. 상고가 기각되어(대법원 2017다268487)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와 원고의 주거이전비 등 공탁
(1) 관련 인도 소송의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2017. 11. 27.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였다.
(2) 원고는 2017. 11. 30.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78조 제5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 제55조 제2항에 의거 주거이전비 8,598,038원과 동산이전비 1,012,630 도합 9,610,668원을 현실 제공하였으나 수령을 거부하고, 공탁자의 부동산명도단행가처분 결정에 대하여 피공탁자는 가처분이의신청을 하였으므로 민법 제487조에 의거 공탁함”을 공탁원인사실로 하여, 9,610,688원을 공탁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17년 금 제7016호).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11, 12호증, 을 제4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구 도시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같은 법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제49조 제6항 본문).
원고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으므로, 피고는 더 이상 이 사건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없어 사업시행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 인도의무를 지체하다가 2017. 11. 27.에야 비로소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강제집행정지 결정이 있었던 2017. 7. 12.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일인 2017. 11. 27.까지 인도 의무의 지체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는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권리자의 경우에는 종전의 건축물 등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에게 이전하기 이전에 이주대책을 수립하지도 않았고, 주거이전비 등 손실보상을 하지도 않았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를 구할 수 없다2).
[각주2] 원고가 이 사건 소에서 피고에게 구하는 것은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 자체(이에 관하여는 이미 관련 인도 소송이 학정되었다)가 아니라 인도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므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을 피고가 인도를 지체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선해한다
(2) 피고는 원고로부터 영업손실보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은 것이고,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은 구 도시정비법 제48조 제1항 및 제5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으며 위 하자의 정도는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이 있어 당연 무효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할 정당한 권원이 있고, 따라서 원고에게 인도 의무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피고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와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이 사건 강제집행정지 등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한 것이고, 고의·과실로 원고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 바 없다.
3. 판단(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가. 쟁점의 소재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도, 목적물의 점유자가 동시이행항변권을 갖는다면, 인도청구를 하는 자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자신의 급부를 이행하거나 적법하게 이행제공하는 등의 사유로 점유자의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시키지 아니한 이상, 점유자가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더라도 그 점유를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고, 점유자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지지 아니한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러한 효과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가 반드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7438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3258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2017. 11. 27.) 이후인 2017. 11. 30.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토지보상법에 따른 주거이전비 등을 공탁하였다.
따라서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고시된 정비사업 구역 내에서, 사업시행자인 원고가 임차인인 피고에게 토지보상법에 따론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할 의무가 사업시행자인 원고에게 임차인인 피고가 점유하는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와 동시이행 또는 선이행의 관계에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만약 원고의 주거이전비 등 지급의무가 피고의 점유 부동산 인도의무와 동시이행 또는 선이행 관계에 있다면, 피고가 관련 인도 소송에서 동시이행항변권 등을 실제로 행사하지 아니하여 패소한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인도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
나. 쟁점 및 유사 쟁점에 관한 기존 판례
대법원은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사업시행자의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 지급의무와 수용보상금을 지급받은 주거용 건물의 점유·사용자가 부담하는 부동산 인도의무는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동시이행항변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다40643 판결, 이하 ‘기존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
위 사건의 원심 법원인 부산지방법원은 “주거이전비 등은 당해 공익사업 시행지구 안에 거주하는 거주자의 조기이주를 장려하여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적인 목적과 주거이전으로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적인 차원에서 지급되는 금원의 성격을 가지므로, 적법하게 시행된 공익사업으로 이주하게 된 주거용 건축물 거주자의 주거이전비 보상청구권은 공법상의 권리인바(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다8129 판결 참조), 사업시행자가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 대하여 주거 이전에 필요한 비용과 가재도구 등 동산의 운반에 필요한 비용을 산정하여 보상하여야 할 의무는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적인 목적과 사회보장적 목적을 위하여 토지보상법에 따라 인정되는 공법상의 의무인 반면, 적법한 수용절차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한 사업시행자에게 수용보상금을 지급받은 점유·사용자가 부담하는 부동산 인도의무는 사법상의 의무로 별개의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어서, 양 의무 간에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양 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3. 4. 12. 선고 2011나20840).
한편, 대법원은 “사업시행자인 원고가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수용보상금과 피시방 영업 손실보상금을 각 수용 개시일까지 모두 공탁함에 따라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에서 발하는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다고 판단하고, 피고가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수용재결 감정절차에서 일부 누락된 지장물이 있음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통해 보상금증액을 구하고 있는 이상 아직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인도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40097 판결, 이하 ‘유사쟁점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
다. 관계법령
(1)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은 아래와 같이 개정되었다.
[각주3] 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다.
한편, 구 도시정비법 등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2) 토지보상법 등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라. 판단
(1) 먼서 기존 대법원 판결은 ‘사업시행자가 2008. 2. 29.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2008. 3. 5.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고시된 사안’에 관한 것이다(위 사건의 제1심인 부산지방법원 2011. 10. 14. 선고 2009가단14483 판결 참조).
위 사안에 적용되던 개정 전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가 있은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다만,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사법상의 권리인 사업시행자의 인도청구권과 공법상의 권리인 점유자의 손실보상청구권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은 2009. 5. 27. 법률 제9729호로 개정되면서, “제40조 및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권리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규정을 추가하였고, 결국 사업시행자가 점유자 등에 대하여 건축물 등을 인도청구하기 위해서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될 것’이 필요함(동시이행 또는 선이행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이 정당하다고 선언한 해당 원심 판결의 ‘공법상의 의무인 주거이전비 지급의무와 사법상의 의무인 부동산 인도의무 간에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는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오히려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이 2009. 5. 27. 개정된 이후에는,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주거이전비 등 청구권’이 위 단서규정에서 정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뿐이다.
(2) 한편, 유사쟁점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재결이 있은 경우, 수용재결에서 정한 보상금을 공탁한 때에는, 그 보상금의 증액에 관한 쟁송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 도시정비법이 정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된 때에 해당한다”는 것으로서, 이는 수용재결이 있은 경우 수용재결에 따른 보상금이 공탁되었음에도 보상금의 증감에 관한 쟁송절차가 여전히 남아있는 때 손실보상의 ‘완료’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에 관한 판결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세입자의 주거이전비 보상청구소송의 형태에 관하여 보건대, 토지보상법 제78조 제5항, 제7항,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 본문, 제3항의 각 조문을 종합하여 보면 위 주거이전비 보상청구권은 그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당연히 발생되는 것이므로, 주거이전비 보상청구소송은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에 규정된 당사자소송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세입자의 주거이전비 보상에 관하여 재결이 이루어진 다음 세입자가 보상금의 증감 부분을 다투는 경우에는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에 규정된 행정소송에 따라, 보상금의 증감 이외의 부분을 다투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1항에 규정된 행정소송에 따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다8129 판결), 주거이전비 보상에 관하여 수용재결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결에 관한 쟁송의 형식으로, 재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행정소송법상의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형식으로 직접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음을 판시하였다.
따라서 주거이전비 등에 관하여 수용재결이 있었던 경우라면, 유사쟁점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그 보상금의 증액에 관한 쟁송절차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라 하더라도 수용재결에서 정한 보상금이 공탁된 때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다고 볼 것이지만, 이 사건과 같이 주거이전비 등에 관한 수용재결이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면 수용재결에서 정한 보상금의 공탁 여부와 별개로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3) 토지보상법은 다른 법률에 따라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을 ‘공익사업’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제2조 제2호, 제4조 제8호), 구 도시정비법 제38조는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물건 또는 그 밖의 권리를 취득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주택재개발사업은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한다.
또한 구 도시정비법 제40조 제1항도 본문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하여 도시정비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토지보상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단서에서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의 기준 및 절차’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는데, 그 위임에 따른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4조의2 제2항은 ‘주거이전비 보상대상자’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국토교통부령으로 위임하였고, 구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9조의2 제2항은 구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에 따른 주거이전비의 보상대상자를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른 공람공고일 현재 해당 정비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구 도시정비법 제40조 제1항은 토지보상법 제78조 제5항 및 구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에 의해 주거세입자에게 인정되는 주거이전비 보상을 그 단서의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의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으므로, 주거이전비 보상은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에서 사용·수익 정지 이전에 완료될 것을 요구하는 ‘구 도시정비법 제40조 및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그리고 토지보상법 제78조 제5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55조 제2항에서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사업지구 밖으로 이사하는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 대해 동산의 운반에 필요한 비용, 즉 이사비의 보상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사비의 보상도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의 ‘구 도시정비법 제40조 및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2014. 7. 24. 선고 2012헌마662 결정 참조).
(4) 도시정비법에 따라 지급되는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는 사업시행지구 안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의 조기이주와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적인 목적과 주거이전으로 인하여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세입자들에 대한 사회보장적인 고려 아래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한편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가 사업시행자로부터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지급받기 위한 전제로서 정비구역 밖으로 먼저 또는 그 지급과 동시에 이주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하은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주하게 되는’ 세입자를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그 문언 자체에서 주거이전비 지급을 위하여 먼저 세입자가 이주하였을 것을 전제하고 있지는 아니하며, 관련 법령의 취지에 따라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공익사업 등으로 희생될 수 있는 세입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두41913 판결 등 참조).
(5) 결국, 위와 같은 관계법령의 취지 및 개정경위에 비추어 기존 대법원 판결의 논리가 그대로 유지되기 어려운 점, 구 도시정비법 및 토지보상법에 따라 주거세입자에게 인정되는 주거이전비 및 이사비 보상을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의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으로 해석함이 마땅한 점,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는 정비사업 시행지구 안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의 조기이주와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적인 목적과 주거이전으로 인하여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세입자들에 대한 사회보장적인 고려 아래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관련 법령의 취지에 따라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공익사업 등으로 희생될 수 있는 세입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구 도시정비법 및 토지보상법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원고가 임차인인 피고에게 주거이전비 및 이사비를 지급할 의무는 임차인인 피고가 시업시행자인 원고에게 점유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와 동시이행 또는 선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부동산 인도 이전에 원고가 피고에게 주거이전비 및 이사비(동산이전비) 지급의무를 이행하거나 적법하게 이행제공하는 등의 사유로 피고의 선이행 또는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시켰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의 부동산 인도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및 피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전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전부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구자헌(재판상), 박성준, 천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