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자가 별다른 자산이나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과도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낭비’로 보고 면책을 불허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대법원이 파산자의 면책신청을 불허한 하급심 결정을 파기한 첫 사례로, 면책불허 사유인 ‘낭비’를 보다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면책범위를 확대해 파산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제3부(주심 尹載植 대법관)는 면책신청을 냈다 불허결정을 받은 김모씨(47)가 낸 재항고를 받아들여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1일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2004마86)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면책불허가 사유의 하나인 ‘낭비’라 함은 당해 채무자의 사회적 지위, 직업, 영업상태, 생활수준, 수지상황, 자산상태 등에 비춰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과다한 소비적 지출행위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채무자의 어떠한 지출행위가 ‘낭비’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것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해 보다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가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해 모두 1억5천8백여만원 상당의 채무를 지고 이 중 일부 대출금의 과목이 ‘가계일반자금대출’ 등인 점은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채무의 원인이 김씨의 낭비 때문이라고 하기 보다는 김씨가 S정보통신 대표이사이자 주주로 회사운영에 관여하게 되면서 자금 지출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많은 만큼 원심이 별다른 심리없이 채무부담행위를 낭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 96년 S정보통신에 입사해 이듬해 1-11월 무보수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과정에서 1억5천8백여만원의 빚을 지고 법원에 파산신청과 함께 면책신청을 냈으나, 1,2심에서 면책신청을 불허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