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세월호 침몰 당시 아무런 구조활동을 하지 않고 승객들을 놔둔 채 배를 탈출한 선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선장과 선원들에게 승객들에 대한 살해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11일 침몰하는 세월호에 승객들을 둔 채 먼저 빠져나와 승객들을 사망하게 한 혐의(살인·유기치사 등)로 기소된 이준석(69) 선장에게 유기치사죄 등을 인정해 징역 36년을 선고했다(2014고합180).
1등 항해사 강모씨는 20년, 2등 항해사 김모씨는 15년, 3등 항해사 박모씨와 조타수 조모씨는 10년, 1등 항해사 신모씨는 7년형을 선고했다. 조타수 2명과 기관부 승무원 6명 등 8명에게는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다만, 배가 침몰할 당시 부상 당한 조리부 승무원 2명을 버려둔 채 탈출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기관장 박모씨에게는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돼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승객들의 퇴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해경이 구조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유기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의 구조행위가 있었다면 모든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를 용인해야 한다"며 "이준석 선장이 승객들에게 퇴선지시를 한 사실, 해경의 구조활동이 시작된 사실 등을 볼 때 피고인들이 승객들의 사망의 결과를 용인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살인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바로 옆자리에 굴러 떨어져 부상을 당한 동료 승무원 2명을 그대로 둔 채 퇴선하고 해경에게도 알리지 않은 박씨는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선장에 대해 사형, 1등 항해사 강모씨와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장 박모씨에게는 무기징역, 3등 항해사 박모씨와 조타수 조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30년을, 견습 1등 항해사 신모 씨에게는 징역 20년이, 나머지 조타수 2명과 기관부 승무원 6명 등 8명에게는 징역 15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