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 시절 저항시인으로 활동하며 6년4개월간 옥고를 치른 김지하(73)시인과 그의 가족에게 국가가 15억여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배호근 부장판사)는 김씨와 그의 아내 김영주 토지문화관 관장, 장남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가합532410)에서 "국가는 김씨 등에게 15억115만여원을 지급하라"며 24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김씨를 수사·기소 절차, 재판과정, 형 확정 후 집행하는 과정에서 도리어 가해자가 돼 위헌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법치를 부정하는 행위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해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30대 중 6년 보름 남짓한 기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일반적인 수용자와 달리 24시간 불을 켜져있고 감시카메라가 작동하는 독방에서 2년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출소 이후에도 일상생활에 감시를 받느라 정신병적 증세를 겪어야 했다"며 "김씨 부인도 결혼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기간 남편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갓 태어난 아들을 혼자 양육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가 1970년 풍자시 '오적'을 잡지 '사상계'에 실어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오적(五賊) 필화사건'은 재심에서 무죄를 받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구금을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위자료 산정에 유리한 근거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위자료를 15억5000만원으로 정하고 김씨가 앞서 형사보상금으로 받았던 4억2800여만원을 제외한 11억2115만원에 대해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또 부인 김 관장에 대해서는 2억8000만원, 김씨 아들에 대해서는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 1970년 봄, 사상계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시 '오적'을 게재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100일간 수감생활을 했다. 또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로 구속돼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형 집행정지를 받고 10개월만에 풀려났다. 이후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글을 발표했다가 또 5년여간 옥살이를 했다.
김씨는 지난해 열린 재심에서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오적필화'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사유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징역 1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지난 5월 김씨는 "재심 판결 이후 형사보상금으로 4억2800여만원을 받았지만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도 필요하다"며 "나 자신에 대한 위자료로 30억원, 아내에게 3억원, 장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