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감호 집행 중 가출소하는 피보호감호자에게 약물치료명령 결정서를 송달하지 않고 구두로만 이를 고지한 뒤 약물치료를 집행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특수강간 혐의로 보호감호 집행상태에 있던 이모씨가 "위법한 약물치료명령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치료감호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약물치료명령 부과처분 취소소송(2014구합11045)에서 "이씨에 대한 약물치료명령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항소심 판결 선고가 날 때까지 이씨에 대한 약물치료명령 집행을 직권으로 정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약물치료명령 부과처분을 하면서 결정서를 이씨에게 송달하지 않아 이씨는 결정서를 송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두차례에 걸쳐 약물 투여를 받았으므로 해당 처분은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성충동약물치료법 시행령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가출소하는 피보호감호자에게 약물치료명령을 부과한 경우 결정서를 피보호감호자에게 송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의위는 "결정서를 천안교도소장에게 전달해 소속 공무원이 이씨에게 처분 내용을 고지해 이씨도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두차례의 약물치료 집행 이후 결정서를 이씨에게 송달해 하자를 치유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 송달의 하자가 치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01년 특수강간죄로 징역 7년 및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은 이씨는 2007년 8월 징역형을 마치고 보호감호에 들어갔다.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 이씨가 성도착증환자로서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3년간의 성충동약물치료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씨는 같은해 5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약물치료를 받은 뒤 같은해 6월 가출소했다. 이후 이씨는 "약물치료명령 부과처분을 하면서 나에게 결정서를 송달하지 않았으므로 이 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