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오스 정부가 탈북 청소년들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해 탈북자 지원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법원이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돕다 중국 공안의 체포를 피해 국내로 피신한 조선족 여성이 낸 난민신청을 불허해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은 이 조선족 여성이 대가를 받고 탈북자들을 도와 정치적 소신을 갖고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난민 전문가들은 "대가 여부가 아니라 중국에서 처벌 여부가 난민 인정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길림성에서 남편과 농사를 짓던 리모(39)씨. 리씨가 사는 마을은 압록강에서 2~3분 거리로 탈북자들이 빠져나오는 길목이다. 리씨는 2010년 가을 탈북을 돕는 사람으로부터 탈북자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협조하는 대가로 삼륜 오토바이 1대를 받은 리씨는 탈북자들이 압록강을 건너도록 돕고 2~3일 동안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면서 북한 주민 20여명의 탈북을 도왔다.
다음 해 3월 리씨가 접촉한 브로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리씨가 집을 떠나 옌볜에서 머물던 중 공안이 리씨 집에 들이닥쳤다. 리씨는 "위험하니 얼른 도망가라"는 남편의 연락을 받고 탈북자들과 함께 한국행을 결심했다. 중국에 남아있던 리씨의 남편은 공안에 체포됐지만, 2011년 3월 리씨는 딸과 함께 중국 다롄항에서 어선에 올라 한국으로 오다 서해안에서 우리 해경에 적발됐다. 그는 서울출입국관리소에 난민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중국 형법은 다른 사람이 국경을 넘도록 도운 경우 2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고, 탈북자들에게 음식, 피신처 등을 제공한 사람도 이 법조항에 의해 처벌받는다. 리씨가 낸 난민 불인정처분 취소소송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은 "리씨가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송환 정책에 저항하지는 않았지만, 원조행위 자체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돼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2012누26885).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와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 두 가지가 모두 인정돼야 하는데, 리씨는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리씨가 탈북 브로커를 도운 대가로 오토바이를 받은 점을 볼 때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도왔다고 보기 어렵고 중국 형법에 따라 적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지고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1심 판결 후 중국에 갔다가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점을 볼 때 박해를 받을 공포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난민사건 전문 변호사들은 리씨가 자발적으로 중국에 입국한 것은 난민으로 인정하는데 불리한 사정이 될 수 있지만, 대가를 받았다고 해서 정치적 소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장서연(35·사법연수원 35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대가를 받았는지가 난민 인정의 기준이 돼서는 안되고, 인도적 차원이든 대가를 받고 했든 그 행위로 해당 국가에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