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정부 보고서 일부가 대법원 판결로 공개되게 됐다.
대법원 행정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산업통상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취소소송(2014두10073)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경제력 현황을 단순 분석한 자료는 비공개대상정보, 즉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한국협상학회가 작성한 8종의 보고서 가운데 협상전략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들이 열람 가능하게 됐다.
앞서 민변은 정부가 2012년 5월 중국과 FT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하자 '한·중 FTA가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중소기업, 중소상인 등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분석·검토한 보고서 또는 연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한·중 FTA 홈페이지를 참고하라거나 보유·관리하는 자료가 없다"며 거부했고, 민변의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민변은 "한·중 FTA 영향 검토보고서나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에 불과하고 협상전략에 관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정보공개를 거부하려면 비공개로 보호되는 이익이 국민으로서의 알권리를 넘어 국민의 구체적인 이익까지 희생시켜야 할 정도로 커야 한다"며 "비공개 부분인 '경제적 효과 및 산업별 영향' 부분을 제외한 자료에 대해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정보공개청구 목록 중 '비공개 부분' 및 '추가 비공개 부분'은 해당 국내 산업의 전망, 해당 산업의 한중 경쟁력 비교, 시나리오별로 주어진 조건에 따라 한-중 FTA가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 분석, 우리나라의 협상전략 등에 관한 것"이라며 "이같은 정보가 협상 상대방인 중국에 노출되면 우리나라의 협상력에 약화를 가져올 우려가 높아 한·중 무역에 있어 돌이키기 어려운 막대한 불이익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공개 정보의 범위를 확장했다. 2심 재판부가 추가 비공개로 판단한 부분은 '한중 농산물 무역구조의 특징 중 농축산물 경쟁력 비교', '한중 철강산업의 수급구조와 경쟁력 중 한중 철강 산업 경쟁력', '한국 가전산업의 현황과 전망 중 향후 발전 전망', '한중 FTA 추진과 농업분야의 예상쟁점' 중 한중 농산물 교역구조와 전망' 등이다.
민변은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고 정부에 즉각적인 정보공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