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결원이 생겨 업무대리를 했으나 업무가 과중해 제대로 감독할 수 없는 처지였다면 부하직원이 횡령을 저질렀더라도 감독 책임을 물어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경찰관 하모씨(경위)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소송(2012누19108)에서 원고패소한 1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하씨에 대한 견책 처분은 하씨가 인사업무를 담당하면서 경무계장 직무대리의 업무를 겸하고 있던 점과 그에 따른 업무량 과중, 기능직 직원의 비위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의 정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무거운 징계처분"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 징계 중에서 견책 처분은 가장 낮은 징계지만 '공무원 보수 규정'에 의하면 견책은 6개월간 승급이 제한되고,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에 의하면 6개월간 승진임용이 제한돼 견책으로 인한 불이익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하씨의 상관이 제출한 탄원서를 보면 하씨는 경무계장의 직무대리 업무를 겸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인사업무를 수행하고, 직무대리 업무는 대내외 행사진행, 회의참석, 업무보고 등 형식적인 업무만 수행했으며 직무대리의 업무를 온전하게 수행하기에는 업무량이 과중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0년 7월부터 서울 시내 한 경찰서에서 경위로 인사업무를 하던 하씨는 경무계장 직무대리를 하던 중 건강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경무계 기능직 직원 이모씨가 건강보험료 1500여만원을 횡령하는 사건으로 해임되자 상급자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견책처분을 받았다. 하씨는 2011년 12월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하씨가 인사담당 업무와 함께 경무계장 직무대리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경리 직원의 비위행위를 사실상 감독하기 어려웠다는 사정만으로 관리·감독책임이 부인되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