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 판결
【사건】 2020누59460 진폐요양급여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의 소
【원고, 항소인】 정○○, 익산시 (이하 생략),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혜강 담당변호사 김성래, 권인성, 정수정
【피고, 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울산 중구 ○○로 ***(○동), 송달장소 인천 ○○구 ○○로 **, *층(○○동, ○○○타워), 대표자 이사장 강○○, 소송수행자 최○○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20. 10. 8. 선고 2019구단68544 판결
【변론종결】 2021. 9. 16.
【판결선고】 2021. 10. 7.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9. 6. 19. 원고에 대하여 한 진폐보험급여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분진사업장에서 근무하였다가 2019. 1. 25. 진폐증을 진단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진폐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나. 피고는 2019. 3. 25.부터 2019. 3. 27.까지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원고에 대하여 진폐정밀진단을 하였고, 진폐심사회의의 심사를 거쳐 원고의 진폐병형이 ‘정상(0/0)’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9. 6. 19. 원고에 대하여 진폐보험급여를 부지급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가톨릭대학교 서울○○병원에서 진폐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진폐증 제1형 판정을 받았고,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을 판독하여 진폐병형을 판정하는 경우 명확한 구분이 어려우며 판독자나 판독시점에 따라 판정결과가 달라지는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 영상까지 종합하여 원고의 진폐병형을 판정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국가의 법체계는 그 자체로 통일체를 이루고 있으므로 상·하규범 사이의 충돌은 최대한 배제되어야 하며 또한 규범이 무효라고 선언될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법적 혼란과 불안정 및 새로운 규범이 제정될 때까지의 법적 공백 등으로 인한 폐해를 회피할 필요성이 있음에 비추어 보면, 하위법령은 그 규정이 상위법령의 규정에 명백히 저촉되어 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련 법령의 내용과 입법 취지 및 연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그 의미를 상위법령에 합치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6두33186 판결,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두4450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제1조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중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7조 제1항에서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들고 있고, 같은 조 제5항에서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은 “업무상 질병(진폐증은 제외한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별표 3과 같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진폐증이 다른 종류의 업무상 질병과 차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여, 진폐에 따른 보험급여의 특례규정(제3장의2)을 두어 제91조의 2에서 “근로자가 진폐에 걸릴 우려가 있는 작업으로서 암석, 금속이나 유리섬유 등을 취급하는 작업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분진작업에 종사하여 진폐에 걸리면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면서, 제91조의8 제1항에서 “공단은 제91조의6에 따라 진단결과를 받으면 진폐심사회의의 심사를 거쳐 해당 근로자의 진폐병형, 합병증의 유무 및 종류, 심폐기능의 정도 등을 판정하여야 한다. 진폐 판정에 필요한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단은 제1항의 진폐 판정 결과에 따라 요양급여의 지급 여부, 진폐장해등급과 그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의 지급 여부 등을 결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진폐장해등급 기준 및 합병증 등에 따른 요양대상인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2 제1항은 “법 제91조의8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진폐근로자에 대한 진폐 판정 및 보험급여의 지급 여부 결정에 필요한 진폐병형 기준, 심폐기능의 정도 판정기준, 진폐장해등급 기준 및 합병증 등에 따른 요양대상인정기준은 별표 11의2와 같다.”고 규정하면서, [별표 11의2]에서 ‘진폐병형 판정 기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별표 11의2] 제1호 가목 (1), (2)항(이하 ‘이 사건 쟁점 규정’이라 한다)에 따르면, 진폐에 걸렸는지와 진폐의 진행 정도는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을 판독하여 결정하고,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에 따른 진폐의 병형 분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진폐 방사선영상 국제분류법(2000년)에서 규정하는 완전분류(complete classification)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법령의 내용, 체계 및 취지를 바탕으로 이 사건 쟁점 규정의 의미를 유기적·체계적으로 해석하면, 해당 근로자가 진폐에 걸렸는지 여부와 그 진폐의 진행 정도는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을 판독하여 결정하여야 함이 원칙이나, 그 진단결과, 해당 근로자가 진폐의증으로 판정되는 등 진폐의 발병 여부 및 진폐병형의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그 근로자가 추가 검사에 동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흉부 단순방사선영상 외에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과 같은 보완적인 검사를 한 다음, 이러한 검사결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가 진폐에 걸린 경우 그 질병이 ‘업무상 사유에 의한’ 질병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제91조의2에서 특례 규정을 두고 있고, 위 조항은 근로자가 ‘진폐에 걸릴 우려가 있는 작업으로서 금속이나 유리섬유 등을 취급하는 작업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분진작업에 종사하여’ 진폐에 걸린 경우에 업무상 질병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8에 의하면 진폐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업무상 사유에 의할 것’이라는 요건 이외에도 진폐의 의학적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위 조항은 진폐 판정에 필요한 기준을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2 제1항 [별표 11의2]는 진폐 판정을 위한 진폐병형, 합병증의 유무 및 종류, 심폐기능의 정도 등과 이에 따른 진폐장해등급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2 제1항 [별표 11의2]는 진폐가 ‘업무상 사유에 의한’ 질병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마련된 것이 아니라, 진폐 판정 및 보험급여의 지급 여부 결정에 필요한 진폐병형과 심폐기능의 정도 등을 판정하기 위한 기준을 규정한 것으로서, 대법원이 업무상 질병을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판시1)한 바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규정과는 규정 취지, 대상과 성격을 달리한다. 따라서 이 사건 쟁점 규정을 단순한 예시적 규정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주1]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그러나 아래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쟁점 규정이 해당 근로자가 진폐의증으로 판정되는 등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그 근로자가 추가 검사에 동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이러한 사정에 대응하는 보완적인 검사 방법까지 완전히 배제하는 취지로 이 사건 쟁점 규정을 해석하기는 어렵다. 만일 이 사건 쟁점 규정을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에 대응하는 보완적 검사 방법을 완전히 배제한 채 오로지 흉부 단순방사선영상만에 의하여 진폐병형을 판정할 것을 요구하는 한정적 규정으로 해석하는 경우, 상위 법규의 내용과 취지상 진폐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받을 필요성이 인정되는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쟁점 규정에 적시된 흉부 단순방사선영상만에 의하여 판독할 경우 진폐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는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가 생겨나, 국가의 법체계를 통일체로 파악하면서 하위 법령을 최대한 상위 법령에 합치되도록 해석할 것을 요청하는 법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하게 된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2는 진폐에 걸릴 우려가 있는 작업으로서 암석, 금속이나 유리섬유 등을 취급하는 작업 등 분진작업에 종사하여 진폐에 걸린 경우를 진폐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제91조의6부터 제91조의8에서 진폐의 진단, 심사 및 판정 절차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진폐 판정에 필요한 기준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위임의 취지는,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하여 피고로 하여금 해당 근로자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진단을 거쳐 진폐 판정에 필요한 자료를 얻도록 하고, 진폐에 관한 전문적 식견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진폐심사회의를 구성하여 해당 근로자의 진폐 여부 및 그 진폐병형을 심사하도록 함으로써 진폐의 진단, 심사 및 판정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합리성을 기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나) 따라서 하위 법규로서 진폐병형의 판정기준에 관한 수단적 규정에 불과한 이 사건 쟁점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 상위 법규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 대상(분진작업으로 진폐에 걸린 근로자)의 범위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축소시킴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것은 국가의 법체계의 통일성 등에 비추어 볼 때 허용될 수 없고, 상위 법규의 취지 및 내용에 부합하도록, 의학적인 견지에서 해당 근로자의 진폐 발병 여부와 그 진폐병형을 적절하게 판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내용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2) 이 사건 쟁점 규정에서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에 따라 진폐 발병 여부 및 그 진행 정도를 판독하도록 한 것은 국제노동기구의 진폐 방사선영상 국제분류법(2000년)에서 규정하는 완전분류(complete classification)를 전제한 것이다.2)
[각주2]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5]도 이러한 분류에 기초하여 진폐병형을 판정하고 있다.
완전분류는 양쪽 폐에 산재한 원형 또는 음영의 밀집도나 크기를 기준으로 진폐병형을 판정하는데,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이 밀집도를 분류하기 위하여 표준영상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며, 판독자는 환자의 흉부 단순방사선영상과 표준영상을 비교하여 진폐병형을 결정하게 된다. 제1형은 원형 또는 불규칙한 소음영이 조금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소음영이란 장축의 길이가 10mm를 넘지 않는 음영을 일컫는다. 의증과 제1형과의 차이는 소음영이 존재하는 폐영역 내에서 소음영의 밀집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와 같이 완전분류에 따른 진폐병형 판독은, 판독자가 환자의 흉부 단순방사선영상과 표준영상을 육안으로 비교·관찰한 후, 환자의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의 음영의 크기 및 밀집도와 가장 가까운 표준영상의 진폐병형을 선택·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완전분류는 국제노동기구가 비교적 저렴한 의학적 진단도구인 단순방사선영상의 활용을 전제로 진폐증의 영상의학적 분류를 쉽게 객관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한 후, 지난 수십년 간 여러 보건의료전문가들의 참여하에 수차례 개정한 방식으로서 국제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진폐병형 판정 기준이므로 원칙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된다. 다만,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볼 때, 해당 근로자에 대한 진폐 발병 여부 및 그 진폐병형의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추가 검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고 그 근로자가 추가 검사에 동의를 표시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까지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에 의하여서만 진폐병형을 판정할 것을 요구할 합리적 근거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 완전분류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더라도, 진폐병형의 판독은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의 기술적 퀄리티, 판독자의 경험, 방사선영상상 관찰되는 특이점의 분포, 판독의 목적이나 판독 시간 등에 영향을 받으며, 판독자들 사이에서, 심지어 같은 판독자가 행한 판독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은 판독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하여 다수의 판독자들이 참여하여 각자 독립적으로 판독할 것을 권하고 있다.3)
[각주3] 을 제2호증의 1 중 “Using the ILO Classification” 항목 참조.
(나) 대상을 여러 종, 횡단면에서 고해상도로 단층촬영하는 컴퓨터단층촬영영상 방식이 대상을 단순 투영하여 촬영하는 단순방사선영상 방식보다 공간 해상도 및 대조도의 측면에서 우수하여 대상을 보다 정밀하고 입체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 따라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은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에 비하여, 미세한 흉부 병변의 발병 여부와 그 병변의 분포 정도 및 양상 등을 판정하고 분류함에 있어 좀더 우수한 의학적 검사방식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컴퓨터단층촬영 방식으로 판독할 경우 소음영 판독 시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게 관찰되고, 정확성이 높아 초기 진폐증 확인에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 관련 연구들이 존재하는 반면,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에 의한 진폐증 판독에 대한 정확성 및 신뢰성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는 연구결과가 있다(갑 제6호증 중 제6, 8면).
(다) 한편,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과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이 전혀 다르거나 상반된 방식의 검사라는 등의 이유로 두 방식의 검사가 상호 양립할 수 없다고 볼 수는 없고, 단지 두 검사의 차이는 방사선을 검사자의 신체에 투영 및 재현하는 기법에서의 기술적 차이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해상도가 다소 떨어지는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을 판독함에 있어 해상도가 높은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을 함께 참고하거나 그 영상을 판정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 진폐병형의 판독에 관하여 정확성 및 객관성을 보완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흉부 단순방사선영상과 함께,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까지 참작하여 진폐 병형을 판독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채택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의 완전분류에 의한 기준을 토대로 하여 진폐병형을 판독할 수 있다. 이는 완전분류에 의한 진폐병형 판독 기준을 대체하는 차원에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을 보완하거나 이를 보조하여 위 판독 기준에 따른 판독의 정확성 및 객관성 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을 병행하여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취지이다.
제1심법원의 감정의 역시 ‘흉부 CT 영상을 참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단순방사선영상만으로 판단하였을 때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흉부 CT에서는 흉부단순방사선영상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소결절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으며, 모양과 분포로 보아 진폐결절로 오인할 수 있는 폐결핵 등의 육아종 결절 등을 감별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정확한 판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이 사건 쟁점 규정에 근거하여 분진작업으로 진폐에 걸린 근로자에 관한 진폐 판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피고 역시 2021. 5. 3. 「진폐병형 판정 과정에서의 CT 활용방안」(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마련하여 ‘진폐 심사회의 심사결과 진폐의증으로 판정되어 진폐심사회의에서 추가 검사를 결정하고, 추가 검사에 동의한 근로자’에 대하여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피고는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지침은 진폐병형 판정 시 컴퓨터단층촬영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서,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따른 판정 기준에 별다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이 사건 지침은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에 따라 진폐병형을 판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유지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보완 방법으로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을 병행하여 활용하여 진폐병형을 판정한다는 것이므로, 피고 스스로 이 사건 쟁점 규정을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상위 법규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 취지와 내용에 부합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한편, 피고는, 다수의 직업종사자들에 대한 진폐병형의 판정에 있어 일관성 및 형평성 있는 판정을 도모하기 위하여는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에 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이러한 주장은 피고 스스로 시행하고 있는 이 사건 지침과 쉽게 조화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쟁점 규정의 취지를 위와 같이 해석하여, 흉부 컴퓨터단층촬영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하여 진폐병형을 판독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에게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므로, 이러한 특별한 사정을 감안하여 법을 운용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없고, 오히려 개별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함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 목적인 공정한 보상과 실질적 형평에 부합하는 업무 처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이 사건 쟁점 규정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에 비추어, 갑 제4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대한영상의학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진폐병형을 판정하기 위해서는 흉부 단순방사선영상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을 종합하여 판독하여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의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을 보완적으로 활용하여 판독하는 경우, 원고의 진폐병형이 제1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진폐병형이 정상임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진폐정밀진단을 수행한 담당의는 원고의 진폐병형에 대하여 ‘소음영 없음, 밀도 0/0, 대음영 없음’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제1심법원의 감정의는 근로복지공단 ○○병원 및 가톨릭대학교 서울○○병원의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을 판독한 결과 ‘양측 폐의 상부에 3mm 미만의 소결절이 소량 의심되나 비특이적인 소견으로 보이고, 정도 또한 제1형의 하한보다 적어 보여 원고의 진폐병형은 진폐의증(0/1)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2) 또한 제1심법원의 감정의는 근로복지공단 ○○병원 및 가톨릭대학교 서울○○병원의 흉부 단순방사선영상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을 종합적으로 판독한 결과, ‘흉부 CT 영상에서는 양측 폐 상부와 중부에 진폐결절로 판단할 수 있는 소결절이 다수 보이므로 원고의 진폐병형은 제1형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제시하면서, ‘흉부 단순방사성영상에서 비특이적으로 보였던 소음영이 흉부 CT 영상에서는 보다 뚜렷이 관찰되었고 이들 결절은 모양과 분포로 보아 진폐결절로 판단할 수 있어 흉부 CT 영상을 참고한 진폐병형은 제1형으로 상향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병원 소속 원고 담당 주치의 역시 흉부 단순방사선검사와 흉부 컴퓨터단층촬영검사를 수행한 뒤 진폐증(1/0) 소견을 제시한 바 있다.
(3) 이와 같은 진단결과, 폐영역의 소음영이 비특이적으로 관찰되어 진폐의증(0/1)으로 판정4)된 원고에 대하여 진폐의 발병 여부 및 진폐병형의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원고가 추가 검사에 동의하여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에 임하여 그 검사가 시행되었으므로, 흉부 단순방사선영상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을 종합하여 원고의 진폐병형을 판단하여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
[각주4] 흉부 단순방사선영상 판독결과, 피고 소속 담당의는 원고의 진폐병형을 정상으로 판정하였으나, 제1심법원 감정의는 진폐의증으로 판정하였다.
(4) 진폐병형 판정 결과가 다투어지는 소송에서 판정방법에 있어 위법사유가 없으나 병형의 분포 형태나 밀도에 관해서만 평가를 다소 달리한 관계로 감정 결과에 차이가 생기게 된 경우 그 중 어느 감정 결과의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각 감정 결과 중 어느 것을 취신하여 진폐병형으로 인정하는가는 그것이 논리칙과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 이상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두4679 판결 등 취지 참조).
그런데 흉부 단순방사선영상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영상을 종합하여 판정하여 그 신뢰도 및 정확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위 나)항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원고의 진폐병형이 제1형(1/0)인 사실이 인정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각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피고가 변론 종결 후에 제출한 2021. 9. 29.자 참고서면을 살펴보더라도 위와 같은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소의 제기 후에 원고가 피고에게 재차 진폐요양신청을 하였으나 ‘정상(0/0)’으로 판정되었다고 주장하나, 그 신뢰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위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의 진폐병형이 제1형(1/0)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이상,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판사 김시철(재판장), 이경훈, 송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