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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수입물품에 대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Ⅰ. 서론 대법원은 2003. 사업자등록명의를 대여해 준 형식상 수입신고 명의인이 관세납부의무자인 ‘물품을 수입한 화주’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면서 관세법에도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한 이래(대판 2003. 4. 11. 2002두8442), 실질과세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은 관세법에도 동 원칙이 적용됨을 거듭 밝혀왔다(대판 2010. 4. 15. 2009두21260, 2016. 9. 30. 2015두58591 등). 실질과세 원칙이 헌법상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대판 2012. 1. 19. 2008두8499) 조세법률관계의 일종인 관세법률관계에도 적용됨은 당연하다. 최근 대법원은 관세의 과세표준인 수입물품의 가격에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과세가격을 재구성한 판결(대판 2022. 11. 17. 2018두47714. 이하 ‘대상판결’)을 선고하였는바, 이를 살펴본다. 이하 필자의 사견임을 밝힌다. 대상판결은 실질과세 원칙을 관세법상 과세표준인 수입물품의 가격 결정에 적용한 많지 않은 판결 중 하나로서 그 의의가 있으나, 본건 물품의 무상계약으로서의 실질을 고려하지 않고 특약의 이행에 따른 사후적 결과만을 중시함으로써, 대법원이 그간 거듭 밝혀 온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한다는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기준에 벗어난 판시를 한 아쉬움이 있다. Ⅱ.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1. 사실관계 의약품 원료 등을 수입하여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원고는 2004년 일본법인 A사와 효소계 원료의약품에 관한 독점구매계약(이하 ‘본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간 기준물량 이상을 구매하면 구입물량의 일정비율을 ‘무료샘플(Free Sample)’로 무상제공 받는 특약(이하 ‘본건 특약’. 원고는 그 후 4차에 걸쳐 무료샘플 제공 수량을 변경하는 내용으로 본건 특약을 갱신하였다.)을 하고, 2014년 무상제공 받은 원료의약품(이하 ‘본건 물품’)에 관하여 임의의 가격인 5000엔/BU(Billion Unit)을 수입신고가격으로 하여 수입신고를 하였다. 피고는 2015년 원고에 대한 관세조사 후 본건 물품이 무상 수입물품으로서 관세법 제30조 제1항의 ‘우리나라로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위 수입신고가격을 부인하고, 동법 제31조에 따라 유상구매한 원료의약품의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하여 원고에 대하여 관세 등 합계 1억8291만4840원을 경정, 고지하였다(이하 ‘본건 과세처분’). 원고는, 본건 계약이 1년 단위로 잠정적인 기본가격을 설정하고 일정 수량 이상을 구입한 경우 사후적으로 할인물량을 추가 공급함으로써 최종 가격이 결정되는 연간 구매계약이고, 본건 특약은 ‘가격조정약관’으로서 ‘수량할인’을 규정한 것으로서, 본건 물품의 실제지급가격은 유상구매물량의 대가인 ‘총 지급액’을 유상구매물량과 무상제공물량(본건 물품)을 합한 ‘총 구매물량’으로 나눈 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본건 과세처분에 불복하였다. 2. 원심판결(서울고판 2018. 5. 11. 2017누82446)의 요지 세계관세기구 관세평가기술위원회 예해 4.1이 규정하는 가격조정약관은, 수입물품의 가격결정 요소인 생산소요비용 등이 사후 변경되어 ‘수입물품의 대가’가 변경되는 경우로서 과세가격의 임의적인 변경을 방지하기 위해 수입 전에 계약상 그 취지가 명시되어 있어야 하는데, 본건 계약상 유상물품의 ‘기본가격(Base Price)’은 한화로 정하고‘실제가격(actual price)’은 기본가격에 발주 당시 환율을 적용한 일본 엔화로 계산하기로 약정하였을 뿐 기본가격이 구입물량에 따라 조정 가능함을 약정하지 않은 점, 그에 따라 유상 수입물품의 실제가격이 수입신고 되었을 뿐 가격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원고는 본건 물품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임의의 가격인 5000엔을 거래가격으로 수입신고한 점, 본건 물품의 무상제공으로 총 지급액이 낮아지더라도 이는 본건 특약에 따른 결과일 뿐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본건 특약은 가격조정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세계관세기구 관세평가기술위원회 권고의견 15.1에 의하면 수량할인은 판매자가 기준연도 동안의 구매수량에 따라 물품가격에서 공제하기로 허용한 금액으로 고정가격표에 따라 물품가격을 책정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에만 인정되는데, 본건 특약상 무료샘플 수량을 제외한 연간 구매수량을 기준으로 무료샘플 제공 수량을 정한 점, 본건 계약상 실제가격이 발주 당시 환율로 계산한 일본 엔화로 확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본건 특약이 수량할인을 규정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에 더하여 본건 특약이 본건 물품을 ‘무료샘플’로 표현하여 당사자 간 무상제공에 관하여 합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본건 계약 무렵 본건 특약에 따라 무료샘플 공급과 선택적·병행적으로 판매사원들에게 무상 일본관광이 제공된 점 등을 보면, 본건 물품을 무상 수입물품으로 보고 관세법 제31조에 따라 동종·동질물품인 유상 구매물품의 수입신고가격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 본건 과세처분은 적법하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본건 특약은 연간 구매수량이 1688 BU 미만인 경우 연간 구매수량의 10% 또는 11%, 그 이상인 경우 구간별로 더 큰 비율로 추가 공급함을 규정하여 반드시 일정 비율의 물품이 추가 공급됨을 예정하고 있어 본건 계약은 원고 주장과 같은 실제지급가격 산정 방식을 내용을 하는 연간 구매계약에 해당하고, 추가공급 물품이 연간 구매수량의 10% 이상으로 적지 않아 본건 물품이 대가 없이 공급된 무상 수입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판결에는 무상성, 실질과세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Ⅲ. 평석 1. 관세법상 무상 수입물품에 대한 과세가격 결정방법 관세의 과세표준은 수입물품의 가격 또는 수량으로 하고(관세법 제15조),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구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등을 더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동법 제30조). 무상 수입물품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포함되지 않는바(동법 시행령 제17조 제1호), ‘판매(sell)’는 대가를 지급하는 유상계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상 수입물품은 과세가격 결정의 원칙을 규정한 관세법 제30조가 아닌 동법 제31조부터 제35조까지에서 규정한 과세가격 결정방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하여 과세가격을 결정한다. 2. 본건 계약의 실질 내용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은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고 규정하는바, 관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인 동법 제30조 이하의 규정, 특히 무상 수입물품인지 여부가 쟁점인 본건과 관련하여 동법 제30조, 동법 시행령 제17조 제1호의 규정은 본건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본건 계약의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기준과 관련하여, 납세의무자가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과세관청으로서는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함을 거듭 밝혀 왔는바[대판 1991. 5. 14. 90누 3207, 2009. 4. 9. 2007두26629, 2012. 1. 19. 2008두8499(전합) 등],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대상판결처럼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에 따라 납세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될 수 있는 본건에서도 달리 볼 이유는 없으므로 위 판결 취지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본건 특약상 본건 물품은 ‘무료샘플’로서 원고가 이에 대하여 별도의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는바, 본건 특약이 형식상 무상 수입물품에 관하여 규정한 것임은 다툼의 여지가 있기 어렵다. 원심판결이 인정한 앞서 본 사실관계에 더하여 원고가 본건 계약 당시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무상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 부과 쟁점을 제외하고는, 원심판결처럼 본건 물품을 무상으로 보 든 대상판결처럼 유상으로 보든 원고의 총 지급액은 차이가 없어 원고가 달성하고자 하는 경제적 목적이 동일한 점을 고려할 때, 본건 계약 내지 특약의 실질 내용 역시 본건 물품을 무상제공하는 법률관계임이 명백하다 할 것이다. 아울러 의료법과 약사법은 2010. 경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한 의약품공급자와 더불어 이를 받은 의료인 등까지 처벌하도록 한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면서도 ‘견본품 제공’ 등에 대하여는 예외를 인정하였고(의료법 제23조의5, 제88조, 약사법 제47조, 제94조), 본건 무렵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제약기업에 의한 천문학적 액수의 무료샘플 제공이 이루어졌는바, “무료샘플藥, 결국은 약가부담 가중 ‘부메랑’”, 약업신문 2014. 4. 24.자 참조. 무료샘플의 제공이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임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지 아니하는 한편, 원고가 선택하였음이 명백한 본건 물품을 무상제공하는 법률관계를 부인하면서 본건 특약의 이행에 따른 사후적 결과만을 중시하는 판단을 하였는바, 이는 대법원이 그간 거듭 천명해 온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실질과세 원칙의 법리에 반하는 판단으로 보여진다. 3. 본건 물품의 과세가격 결정 위와 같이 본건 계약은 형식으로나 실질 내용으로나 본건 물품을 무상제공하는 법률관계임이 명백하므로,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가격조정약관 또는 수량할인의 법리를 적용하여 본건 물품을 유상물품이라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관세법 제31조에 따라 동종·동질물품인, 본건 계약에 따라 공급된 유상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정하여 한 본건 과세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Ⅳ. 결론 헌법상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은 관세법률관계에서도 구현되어야 하므로 관세법에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실질과세 원칙을 관세법상 과세표준인 수입물품의 가격 결정에 적용한 많지 않은 판결 중 하나로서 그 의의가 있으나, 본건 계약의 문언 및 이행 과정 등에서 드러난 본건 물품의 무상제공 계약으로서의 실질을 고려하지 않고 본건 특약의 이행에 따른 사후적 결과만을 중시함으로써, 대법원이 그간 거듭 밝혀 온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한다는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기준에 벗어난 판시를 한 아쉬움이 있다. 이상욱 법무담당관(관세청·변호사)
수입
관세
무료샘플
실질과세
이상욱 법무담당관(관세청·변호사)
2023-05-21
공정거래
행정사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약탈적 가격인하와 이윤압착 문제
[사건경위] 1. 사실관계 2000년대 초 인포뱅크가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처음 출시하였고, 이후 수요가 폭증하자, 다른 중소기업들 뿐 아니라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원고 엘지유플러스(LGU+), 원고 케이티(KT) 등 대기업들도 기업메시징서비스 생산공급자 또는 재판매업자로서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입하였다. 다음카카오는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2014년부터 출시하였다. 기업메시징서비스 대량 수요처는 입찰 방식 등을 통하여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였고, 원고 엘지유플러스와 원고 케이티는 각자 대형 고객 유치를 위해 개별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부가통신사업자들보다 낮게 설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가격설정'), 이로 인해 원고들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영업 부진을 겪었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2015년 2월 공정위는 이 사건 관련상품시장을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로만 정하고, 원고들 각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는 전제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건 가격설정은 이동통신 3사의 전송서비스 가중평균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의한 부당한 경쟁자 배제(즉, 부가통신사업자 배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과징금납부명령과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3. 원심판결 2018년 1월 서울고등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효율적인 경쟁자가 당해 거래 당시의 경제 및 경영상황과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현실적인 가격'이라고 하고, 공정위가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주장한 가격이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예비적으로 보더라도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4. 대상판결 2021년 6월 대법원은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 대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평석]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는 시장지배력 존부 및 경쟁제한성 존부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시장 획정 단계에서부터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설령 관련시장에서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엘지유플러스에게는 케이티가 유력 경쟁자이고, 케이티에게는 엘지유플러스가 유력 경쟁자이고, 원고들 모두에게 카카오가 유력 경쟁자이고 에스케이텔레콤이 잠재적 경쟁자인 상황에서, 원고들이 각자 단독으로 어떻게 시장지배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하나의 관련시장에서 복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각자 단독으로 시장지배력을 형성하여 각자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 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비교법적 사례는 물론이고 경제학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독창적인 내용이다. 한편 경쟁법상 약탈적 가격인하(predatory pricing) 문제와 가격·이윤압착(price/margin squeeze) 문제는 서로 구별된다.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가격압착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문제되었고, 유럽에서는 2000년대부터 이윤압착이라는 용어로 문제되었다. 약탈적 가격인하는 미국에서 1911년 Standard Oil 판결, 이윤압착은 1945년 Aloca 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된 이래 오늘날까지 양자의 경쟁법상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판례와 학설 모두 양자를 구별해왔다. 원래 의미의 이윤압착은 상방시장의 높은 가격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고, 하방시장의 낮은 가격만 문제되는 경우는 이윤압착이 아니라 약탈적 가격인하가 문제된다. 이 사건 가격설정은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설정이 아니므로(엘지유플러스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상시킨 적이 없고, 케이티는 오히려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하시켰다), 이윤압착으로 볼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을 이윤압착으로 잘못 전제하였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경쟁법 기본 원리에 비추어볼 때 극히 이해하기 어렵다. 2.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해석론 시장지배력 남용의 하위 유형인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은 약탈적 가격인하로서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는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 없으므로 이윤압착으로 해석될 수 없다. 첫째, 가격(이윤)압착이란 '상방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수직통합사업자가 (i) 상방시장에서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거나 또는 (ⅱ) 상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고 하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함으로써 경쟁자가 하방시장에서 존속하는데 필요한 이윤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격(이윤)압착 문제에서 '너무 높은 가격 또는 너무 낮은 가격'이란 관념은 미국과 유럽에서 소송 목적에서 주장된 것일 뿐, 높은 또는 낮은 가격의 기준에 관한 엄밀한 경제이론이나 객관적 판단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압착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처럼 상방시장에서 거래의무 존부와 하방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인하 문제로 나누어 접근해야 가격경쟁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오판되는 위험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연방법무부도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link Line 사건 정부 의견서에서 종전 Aloca 판결이 이윤압착의 근거로 제시했던 공정가격과 생존이윤 개념은 너무 모호하고 측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장경쟁과 소비자후생과 관련성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EU법원은 미국과 달리 이윤압착을 독자적인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경쟁제한 오판 위험성을 지적하는 유럽 학자들도 있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가격으로 계속 판매하고 있다면, 외견상 가격인하 경쟁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경쟁자를 퇴출시키고 신규진입을 봉쇄하여 관련시장을 독점한 뒤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추후에 가격을 대폭 인상시켜 독점이익을 얻기 위한 약탈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약탈적 가격인하 시나리오라고 하는데, '손실을 초래하는 가격'을 일반적으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하므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독점규제법에는 배타조건부거래처럼 동일한 행위 유형이 제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와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모두 규정된 경우도 있으므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 불공정거래행위의 하위 유형인 부당염매 조항(독점규제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관련 [별표 1의2] 제3호 (가) 목에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 부당성(경쟁제한성) 판단기준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인한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경쟁제한성 증명 책임을 부담하는 공정위는 애당초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증명한 바 없다. 이 사건 처분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단기적으로는 피심인의 저가 판매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가격인상,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거나 "피심인은 이 사건 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배제된 이후에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 사건 행위 과정에서 직면했던 손실을 보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제한성을 막연히 주장했을 뿐이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중장기적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먼저 원고들이 약탈적 가격인하 담합으로 부가통신사업자를 모두를 퇴출시키고, 카카오는 물론이고 에스케이텔레콤 등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진입을 완전히 봉쇄한 다음에, 가격인상 담합까지 성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성공 가능성은 공동행위에서도 극히 희박하고 단독행위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4. 결론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여하튼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6-20
공정거래
행정사건
이윤압착(Margin Squeeze)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규율
Ⅰ.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1. 원고는 자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고 기업메세징서비스의 필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업메세징 사업자 간 기업메세지 전송서비스(이하 '전송서비스')를 다른 기업메세징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동시에, 자신도 고객에게 직접 기업메세징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적으로 통합된 이동통신사업자이다. 원고는 기업메세징서비스의 가격을 전송서비스 건당 평균 최저 이용요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하였다(이하 '이 사건 행위'). 기업메세징서비스란 은행 등이 이동통신사업자의 무선통신망을 이용하여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입출금 내역 등을 문자메세지로 전송해주는 것이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경쟁사업자 배제)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으로서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등을 부과하였다. 3. 원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상거래가격 산정방식이 정당하지 않으므로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와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의 요지 1.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는 약탈적 가격설정뿐만 아니라 이윤압착도 규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상품 또는 용역을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 즉 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2. 대상판결은 우선 이윤압착의 규제 필요성과 개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급망의 연쇄에 따라 두 개의 다른 생산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수직 통합된 사업자로서 상류시장에서 하류시장 사업자의 생산 활동에 필수적인 원재료 등을 공급함과 동시에 하류시장에서 원재료 등을 기초로 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이윤압착이 문제될 수 있다. 이윤압착이란 위와 같이 수직 통합된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류시장 원재료 등의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의 완제품 소매가격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가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3. 그리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과 관련된 배제남용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 개념이라고 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일반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가격,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4. 나아가 대상판결은 부당성에 관하여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소위 '포스코 판결')을 따르면서도 개별 남용행위의 유형과 특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① 원고의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않은 경쟁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 점, ② 원고는 전송서비스 시장과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 모두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점, ③ 이 사건 행위 자체에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점, ④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 원고의 경쟁사업들이 직면하게 되는 비용상의 열위는 무선통신망을 보유한 원고와 같이 수직 통합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관련시장의 구조와 특징에 기인한 것일 뿐이며,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메세징 사업자가 '비효율적 경쟁자'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경쟁자에 대한 가격보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점, ⑤ 중·장기적으로 경쟁사업자가 배제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가격인상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 다양성이 감소되어 혁신이 저해될 우려와 이로 인하여 거래상대방의 선택의 기회가 제한될 우려를 비교하면, 이 사건 행위로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이 사건 행위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상쇄할 정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1.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과 적용 법조 가. 종래 이윤압착의 개념과 위법성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미국과 EU 등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왔고, 우리의 경우에는 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계기로 하여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각 호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유형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명시적으로 이윤압착을 염두에 둔 남용행위의 유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현행 공정거래법 해석상 다른 남용행위 유형과의 관계와 적용 법조가 무엇인지가 주로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을 인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EU와 미국은 이윤압착 인정 여부에 관하여 대체로 입장이 다르다. 유럽 법원은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사건에서 일반전화가입자에게 부과하는 소매요금보다 신규로 진입한 경쟁사업자의 가입자회선에 대한 접속요금(도매요금)을 높게 부과한 행위가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 사건에서 유럽 법원은 하류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보유와 손실회복 가능성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링크라인(LinkLine) 사건에서 상류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 거래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류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책정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였다. 다. 이윤압착은 다른 남용행위 유형들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어서 그 차이점이 문제된다. 우선 거래거절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뿐만 아니라 상류시장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행해질 수 있는 데 반하여 이윤압착은 반드시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의 경우에만 문제로 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약탈적 가격책정은 낮은 가격책정으로 인한 이윤의 희생단계와 경쟁자를 배제한 이후 이윤의 회수 단계가 존재하지만, 이윤압착은 반드시 하류시장에서 비용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류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손실을 보더라도 그와 동시에 상류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이를 회수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2. '통상거래가격'의 의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의 구체적인 의미가 문제된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효율적인 경쟁자가 거래 당시의 경제·경영상황,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는 법률 조항의 의미와 내용, 그리고 입법목적에 합치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부당지원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정상가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으로 파악한 반면, 대상판결은 사실적 관점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외국에서 논의되어온 이윤압착을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에 따라 규율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를 합목적적으로 유연하게 해석하여 규범적 관점에서 유효경쟁이 있는 시장의 가격으로 파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지며 실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행위가 전형적인 이윤압착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윤압착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는 상류시장에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원고가 하류시장인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원고가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가격 수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원고가 상류시장에서 책정한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소매가격 간 격차에 비추어 볼 때 하류시장의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사업자가 생존하는 데 충분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1-08-09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소프트웨어 도입대가의 구별기준
I. 서론 대상판결에서는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프트웨어 대가의 법적성격'이 무엇인지 문제되었다. 이는 최근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 다툼이 첨예하게 발생하는 쟁점이다. 대법원은 2000. 1. 21. 선고 97누11065 판결 등을 통해 그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그 판단기준을 적용한 최근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미국 PTC 그룹의 자회사로서 PTC와 소프트웨어 배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PTC에 PTC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이하 '쟁점 소프트웨어'라 한다)의 국내 판매 및 유지보수 용역 수입에 대하여 소프트웨어 도입대가 및 라이선스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였다(이하 '쟁점 지급금'이라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쟁점 지급금이 범용화된 것으로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판매되는 '상품'의 수입대가라고 주장하였다. 이 경우 PTC의 사업소득이 되어 PTC의 고정사업장이 없는 국내에서는 과세권이 없게 된다. 반면 피고는 소프트웨어에 포함된 '노하우'에 대한 도입대가로 보고 원고에게 원천징수세액 및 그 가산세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하였다. 이 경우 PTC의 국내원천 사용료소득이 되므로 국내에서 15%의 세율로 원천징수 되기 때문이다. 제1심 판결은 쟁점 소프트웨어 도입이 노하우를 도입한 것이므로 피고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제1심판결의 결론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였다. Ⅲ. 평석 1. 소프트웨어 도입대가의 소득 구분 기준 가. 관련 법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나목에서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산업상·상업상·과학상의 지식·경험에 관한 정보 또는 노하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통상 '노하우'라 일컫는 발명, 기술, 제조방법, 경영방법 등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를 사용하는 대가를 말하므로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으로부터 도입한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도입 가격, 특약 내용 기타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단순히 상품을 수입한 것이 아니라 노하우 또는 그 기술을 도입한 것이라면 그 도입대가는 그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사용료소득에 해당하여 법인세법 제98조에 정한 원천징수의무자인 내국법인에 대하여 법인세를 징수할 수 있다(대법원 97누11065 판결 등). 나. 구체적인 판단기준 1) 핵심적 판단기준 가장 핵심적인 판단기준으로서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도입자가 노하우를 '전수'받아 사용하여야 한다(조인호, 대법원판례해설 제34호, 594쪽 참조). 사용료소득은 '노하우 전수에 대한 대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해당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노하우란 '공개되지 아니한 고도의 기술적 정보'를 의미하므로 다른 업체가 통상적으로 보유하는 전문적 지식, 특별한 기능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사용료소득이 아니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누212 판결 등).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국내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한지 여부가 '일응'의 기준이 되지만 그러한 이유만으로 노하우 전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고도의 기술로써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라 하더라도 수입하는 자가 '상품'으로 사용하는 데 그친다면 노하우의 전수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소프트웨어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것이나 제작자의 노하우가 반영되어 있게 마련이므로 단순히 제품을 정하여진 용법에 따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앞의 판례해설 594, 595쪽 참조). 따라서 완성된 소프트웨어를 공개된 기능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상품의 수입'으로 보아야 하고 소프트웨어 제작기법 또는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은 산업상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노하우의 전수'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도입자가 공급자와 판매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공개된 기능 그대로의 소프트웨어를 수입하여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에게 판매한 정도에 그친 경우에는 노하우의 전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누2986 판결 참조). 판매대리점은 수입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므로 그 과정에서 비공개 기술정보 등 노하우가 전수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비공개원시코드 자체의 이전이 이루어져 해당 소프트웨어의 제작기법이 전수되는 경우에는 노하우 전수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특정 고객의 특수한 요구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개작하여 수입하는 경우 노하우 전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노하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전수되었을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수입대가가 사용료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하려면 과세관청으로서는 먼저 해당 소프트웨어에 '어떤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그 노하우가 수입자에게 '전수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2) 부수적 고려사항 소프트웨어 대가가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노하우 도입의 근거로 볼 것은 아니다(앞의 판례해설, 595쪽). 소프트웨어가 단순 상품으로 거래되는 경우에도 고가인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준수의무 존재만으로는 노하우 전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97누2986 판결 참조). 소프트웨어 제품 거래계약에 비밀준수의무 등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노하우 도입과 무관하게 불법복제 또는 역전환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공급자 입장에서 구매자의 권리를 제한하는데 그 취지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앞의 판례해설, 595, 596쪽). 교육, 유지보수, 컨설팅 용역이 제공되었다는 사정 역시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서 수입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노하우 도입의 독자적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교육 용역은 사용방법이 복잡한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제공될 수 있다. 유지보수 용역 또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업데이트, 패치, 오류시정 등을 위한 목적에서 제공되는 것이므로 상품으로 수입되는 경우에도 제공될 수 있다. 컨설팅 용역은 고객의 컴퓨터 환경을 점검하여 필요한 환경설정 등을 해주는 것으로서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기능을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는 상품 수입 시에도 가능하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① 노하우 전수에 관한 입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어렵다는 이유로 '어떤 노하우 도입이 있었는지'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도하고 ② 상품 수입 시에도 나타날 수 있는 부수적·지엽적 사정들만을 이유로 노하우 도입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의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쟁점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단순한 상품의 수입과는 구별되는 노하우 또는 그 기술의 도입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장·증명하면 충분하고 해당 노하우 또는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그와 같이 노하우 또는 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반적으로 영업비밀로 분류되어 과세관청이 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각 소프트웨어별로 어떠한 노하우가 '포함'되어 '전수'되었는지 여부를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이다. 만약 이러한 입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상품 수입시에도 나타나는 사정들만 존재한다면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한 과세관청을 패소시켜야 하고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 입증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대법원 판례법리에서 과세관청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노하우의 포함 및 전수'는 결코 납세자의 영업비밀까지 침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으로서는 지사와 본사 사이에서 '어떠한 노하우가 전수'되었는지 입증하면 충분하고 이는 영업비밀과 무관하다. 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이 노하우 도입으로 본 논거를 살펴보면 모두 상품 수입 시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거나 판단 근거가 불분명해 보인다. 대상판결이 주된 근거로 든 국내에서의 개발·공급이 힘들다는 사정, 교육·유지보수·컨설팅 용역이 제공된 사정, 비밀유지약정이 존재하는 사정 등은 노하우 도입 시에만 나타나는 사정이 아니고 상품 수입 시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 오히려 쟁점 소프트웨어는 사전 제한 없이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공개된 기능 그대로 판매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용료소득의 개념에 해당하는 산업상 노하우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가 전수되었다고 볼 수 없다. Ⅳ. 결론 최근 해당 쟁점과 관련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동일한 쟁점임에도 사실관계 또는 어떤 판단기준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그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들이 병존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시법리가 워낙 간략한 탓에 기인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판단기준들을 중심으로 한 대법원의 새로운 법리(세부법리) 판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임한솔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법인세
노하우
사용료소득
임한솔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2021-04-12
행정사건
하천수 사용허가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인가
1. 대법원의 판시 내용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권은 하천법 제33조에 의한 하천점용허가권과 마찬가지로 특허에 의한 공물사용권의 일종으로서,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자유로이 양도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민사집행법상의 집행 역시 가능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는 구체적인 권리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권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76조 제1항이 손실보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물의 사용에 관한 권리’에 해당한다. 2. 평석 1) 하천수 사용허가의 법적 성격과 재산적 권리성 하천법 제50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하천수 사용허가는 허가를 받은 자에게 일정 기간 하천수라는 일종의 자연공물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설정해 주는 형성적인 특허처분이다. 하천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서 생활·공업·농업·환경개선·발전·주운(舟運) 등의 용도로 하천수를 사용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하천법 제33조에 따르는 하천점용허가에 비하여 제55조의 하천수 사용허가에 대한 판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하천점용허가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례를 근거로 하여 하천수 사용허가를 형성적 특허처분으로 정의한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다만, 필자는 기존에 판례와 학설상 특허처분으로 인하여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가 형성된다는 일종의 교조적(敎條的)인 법리가 가지는 타당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가 댐건설사업 과정에서 원고의 용수시설을 포함한 발전설비 일체를 토지보상법에 따라서 수용하였는데, 원고의 이 사건 댐을 구성하는 지장물 및 영업권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루어졌으나 하천수 사용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상금이 산정·지급되지 않았다. 원고는 그에 관한 재결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하천수 사용허가처분이 공물에 대한 특별사용권을 설정하는 특허처분으로서 강제집행의 대상으로서 독립된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권리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미시적으로는 양도가 자유로운 권리와 민사집행법과 같은 민사법 영역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 또는 공공부문이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인의 권리를 수용하고 그에 따라 제기되는 보상이 원인이 된 헌법과 토지보상법 등의 공법적 문제임을 간과할 수 없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대법원은 하천수 사용허가가 권리이며 민사집행의 대상이 되는 가의 문제와 동시에 하천수 사용허가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해당하는지를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우선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댐건설을 위한 헌법상 공공필요와 토지보상법의 수용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하천수 사용허가에 따르는 ‘물의 사용에 관한 권리’라는 재산적 권리가 침해되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상 재산권의 개념은 '사적 유용성과 임의적인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헌법상 재산권의 개념은 보다 세부적으로 ‘사적 유용성’, ‘임의적 처분권’, ‘구체적인 권리’라는 세 부분의 구성요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하여 발생한 법적 지위는 특정한 하천수의 물량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적 유용성을 핵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권리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임의적인 처분과 관련하여서는 하천수 사용허가를 대상으로 하여 이를 매매하거나 담보제공 등의 목적으로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는 시장이나 장외거래의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법적 지위는 이를 임의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헌법상 재산권으로서의 개념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천수 사용허가가 이루어지는 경우 허가신청자가 상당한 액수의 부담금 등을 하천관리청에 납부하는 경우에는 이는 일종의 자기기여금(自己寄與金)으로서 하천수 사용허가가 재산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하천관리청이 하천수 사용허가를 하는 경우 신청인은 행정업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수수료조차 지급하지 않는 것이 실무상의 관행이다. 향후 입법적인 조치에 따라서 호주나 미국의 텍사스주 등과 같이 하천수 사용허가권을 자유롭게 사고 파는 시장이 법제화 되어 일정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모르되, 단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허가량을 사용하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에 머무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 하천수 사용허가는 하천관리청이 공익의 실현자로서 하천수를 중심으로 하는 수자원의 지속가능성과 미래의 수요를 적절하게 조절하는데 그 제도적인 설계의 중심이 두어질 뿐 이를 거래의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인에게 재산권과 같은 고착화된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는 취지를 달리한다. 하천수 사용허가는 기득화된 권리의 보장보다는 미래의 수자원 예측에 따르는 행정의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의 원리가 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천법 제53조에 따라서 환경부장관은 가뭄의 장기화 등으로 하천수 사용 허가수량을 조정하지 아니하면 공공의 이익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등 하천수의 적정관리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하천수 사용자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하천수 허가수량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향후 기후변화와 건천화(乾川化)에 따르는 수자원의 부족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고 산업활동에 필요한 수자원의 전반적인 이용배분을 재조정하려고 하여도 하천수 사용허가를 재산적 권리로 인정하는 경우 손실보상에 필요한 국고부담은 물론 기득하천사용권자의 저항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2) 하천관리청의 허가 없이 자유로운 양도가 가능한가? 대법원은 하천법 제5조와 제33조 제1항을 거론하면서 하천수 사용허가를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하천법 제5조는 ‘권리·의무의 승계’라는 표제 하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른 허가 또는 승인으로 발생한 권리·의무를 가진 자가 사망하거나 그 권리·의무를 양도한 때 또는 그 권리·의무를 가진 법인의 합병이 있는 때에는 그 상속인, 권리·의무를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에 의하여 설립되는 법인이 그 지위를 승계한다(제1항). 제1항에 따라 권리·의무를 승계한 자는 국토교통부령 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천관리청 또는 환경부장관에 신고하여야 한다(제2항). 물론 이 규정에는 ‘양도, 양수’라는 용어가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양도와 양수는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권리와 의무가 상속이나 법인의 합병 등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것이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법적 지위를 매매하거나 임대차의 대상으로 하는 등 적극적인 양도나 양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허가수리권이 거래되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와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허가수리권을 매매하거나 임대차, 담보제공 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상황이 아니다. 하천법 제5조의 제목 자체도 ‘권리·의무의 양도’가 아니라 단순 ‘승계’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가 실무상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A라는 회사가 하천관리청으로부터 공업용수의 사용을 위하여 하루 10톤의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A회사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공정에서 물사용을 효율화한 결과 상당 부분의 물을 절약할 수 있었고 남는 물 전부 또는 일부를 최근 설립한 자회사인 B회사와의 계약을 통하여 유상으로 양도하였다. B회사는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고 하천관리청에 신고만하면, 양자 간의 계약은 유효한가?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긍정적인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긍정한다면 사인간의 약정으로 하천수 관리라는 국가의 자원관리행위를 우회하고 잠탈하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며, 하천관리행정은 무력화되고 강행규범인 하천법 제50조는 형해화된다. 3. 맺는 말 기본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만 할 생각은 없다. 법원은 국회나 정부와는 달리 직접적으로 일정한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기관은 아니고 일차적으로는 당해 소송사건에 집중하여 심리하고 법률적인 판단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헌법상 권한과 의무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번 판결이 하천수 사용허가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국가가 관리하는 모든 에너지원과 자연자원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허가나 특허처분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과도한 법적 지위를 설정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는 전향적인 입장선회를 기대한다. 굳이 공공신탁이론(公共信託理論)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헌법 제120조 제2항에 따라서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므로 그 누구도 이를 독점하거나 과용(過用)할 수 없으며, 미래세대와 자손만대를 위하여 세대 간의 정의와 형평성을 우리 기성세대가 지켜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하천수
사용허가
수자원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19-02-11
행정사건
행정소송에서 법해석에 관한 행정존중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1. 대상판결의 판시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 경우 행정청의 당초 예측이나 평가와 일부 다른 내용의 감정의견이 제시되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행정청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2. 대상판결의 평석 가. 행정존중의 필요성 법치주의 하에서 행정에 대한 사법통제가 이루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행정청도 법률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법해석을 하게 되고, 법률을 해석, 적용한다는 점에서는 행정이나 사법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행정청의 법해석, 적용에 대하여 법원이 사법심사를 하는 것은 행정의 적법성을 담보한다는 취지에서 행정청에 의한 법적용 과정을 신중한 절차를 통하여 한 번 더 검토, 심사하는 데 있는 것이지 오로지 법원만이 법해석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행정소송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박영사, 2010, 103, 104면 참조). 뿐만 아니라 오늘날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행정의 활동 범위는 종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고 그 영향력도 증대됨에 따라 행정이 행정수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공익을 실현하는 것을 존중하면서 사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이에 법원으로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행정청의 법적용 작용을 존중함으로써 행정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도 적법성에 대한 심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법원은 사법심사의 적절한 수준을 결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사법심사에서 심사강도가 논의되고 있다. 나. 행정존중의 2가지 입장 법원에 의한 행정존중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다음과 같이 2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먼저 행정청의 법해석이 전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내려진 것이어서,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적절히 고려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법원이 행정청의 법해석을 심사할 때 일정한 조건하에서 행정청의 판단이 최종적인 것으로 취급한다는 입장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법해석 권한이 당해 사건에서 법원에 우선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행정부와 사법부의 법해석 권한의 분배의 문제에까지 이르게 된다(김은주, 미국 행정법에 있어서 Chevron 판결의 현대적 의의, 공법연구 37집 3호,2009, 315,316,325면 참조). 미국법에서는 법원이 행정청의 법해석을 심사할 때 두 단계의 분석 즉, 법률의 의미가 명확한지 여부를 심사하여 명확한 경우에는 규정의 명확한 의미를 적용하여야 하고, 그 의미가 모호한 경우에는 법원이 행정청의 해석이 불합리한 경우, 임의적 또는 자의적이거나 법규정에 명백히 배치되는 경우에 한하여 법원의 견해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이른바 ‘Chevron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Paul Daly,A Theory of Deference in Administrative Law,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p.18 참조). 다. 행정존중의 근거 행정존중의 근거로는 법률에서 행정기관에 법해석의 권한을 위임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Chevron 판결에서 “의회가 창설한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행정청의 권한은 필수적으로 정책과 공백으로 남겨진 것을 채우는 규칙제정을 암묵적으로 또는 명백하게 의회가 부여하는 것이다. 만일 의회가 명백하게 행정청이 채워야 할 공백을 남겨두었다면 그것은 행정청에게 규정을 통해서 구체적인 법률조항을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분명하게 위임한 것이다. 때때로 구체적인 사안에 관한 행정청에 대한 입법부의 위임은 명백하기보다는 암묵적이다” 라고 판시하여 의회의 명시적, 묵시적 권한위임을 들고 있다(황의관, 미국사법부의 행정청 법률해석에 대한 사법적 존중에 관한 연구, 미국헌법연구 24권 1호, 2013, 409면 참조). 라. 행정존중의 구체적 적용 행정존중은 법률에 따라 재판을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법원이 구체적인 사안에 관련된 법해석에 부여하는 것이므로, 행정존중의 근거는 당해 사안에 적용되는 법률 규정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법률에 의하여 행정청에 최종 법해석 권한이 부여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1) 불확정개념 법률에 의한 (법해석) 권한위임의 대표적인 경우로서 법률에서 행정처분의 요건에 관하여 불확정개념으로 규정하고 하위 법규정에서 행정기관에 그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대상판결의 사안도 이 경우에 속한다. (2) 행정청의 전문성 명시적으로 처분요건 보충에 관한 권한위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행정존중의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행정청에 법해석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서 행정청의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를 들 수 있고,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두21120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274 판결, 대법원 2000. 10. 27. 선고 99두264 판결 등에서 행정존중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3) 결과예측의 불확실성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7두46783 판결은 ‘자연환경ㆍ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도 동일한 판시를 하고 있다. (4) 기타 그밖에 영미법에서는 처분과정에 복잡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제출을 거친 경우 등이 제시되고 있다. 마. 행정존중에 의한 사법 심사기준 (1)불합리성 행정존중이 인정되는 경우에 사법 심사기준으로 ‘불합리성(unreasonableness)’이 사용되고, 불합리성을 구성하는 내용으로 비논리성, 불비례성, 법위반, 차별취급, 설명할 수 없는 정책변경 등을 들고 있다(Paul Daly,전게서 p.143 참조). (2) 현저한 불합리성 대상판결에서는 ‘현저한 불합리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저한 불합리성’이라는 개념은 불합리성이 중대하다는 의미인지 명백하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중대·명백하다는 의미인지 불분명한 점이 있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현저하다고 볼 것인지도 알 수 없어 ‘현저한 불합리성’은 객관적 심사기준으로서 곤란한 점이 있다( Paul Daly,전게서 p.175,176 참조). (3) 비례의 원칙 비례의 원칙이란 어떤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달성에 유효ㆍ적절하고 또한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으로서(대법원 1997. 9. 26 선고 96누10096 판결 참조), 전자를 필요성의 원칙, 후자를 균형성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는 불합리성 심사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불합리성 심사에서는 필요성을 요하지 아니한다. 즉 행정청은 합리적인 해결책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재량이 허용되는 것이지 최소한의 선택이 요구되지 않는다. 또 균형성에 관한 평가는 법원과 행정청 사이에서 다르게 이루어질 수 있어 법원의 판단으로 행정청의 판단을 갈음하게 될 여지도 있다. 이와 같이 비례의 원칙은 불합리성 심사보다는 훨씬 강화된 심사기준이므로 행정존중이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적용함에는 적절한 고려가 필요하다. 바. 행정존중에 의한 심리방식 대상판결의 원심은 환경오염 발생 우려 여부에 관하여 감정까지 거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반하여 대법원은 신청지의 위치, 환기구, 마을, 저수지의 존재 등 경험칙의 수준에서 피고의 판단이 합리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다른 감정의견만으로 행정청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불합리성을 심사기준으로 사용함에 따른 적절한 심리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3. 결론 법원이 수권법률에 의하여 행정청에 의사결정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경우에까지 법해석에서 행정청의 의사를 대체하는 것은 재판규범인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심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감정에까지 이른 것은 법원이 유일한 법해석 기관으로서 법해석에 관한 한 얼마든지 행정청의 의사를 번복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상판결은 행정존중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시하고, 나아가 사법 심사기준과 그에 따른 심리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손태호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환경오염
행정존중
감정
손태호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8-05-29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 임원의 과다 보수에 대한 세법상 취급
-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두60884 판결 - Ⅰ. 법인 임원의 과다 보수에 관한 세법상 문제점 최근 법인이 임원에게 거액의 보수 또는 상여금을 지급한 경우 손금에 산입할 수 있는지, 산입한다면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세법상 쟁점이 되어 왔다. 외국의 예를 보면, 미국 내국세법은 합리적인 범위의 급여(a reasonable allowance for salaries)만을 비용으로 인정하므로[IRC § 162(a)(1)],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재무부 시행규칙 §1.162-8). 그리고 일본 법인세법 제34조 제2항은 임원에 대한 보수 중 상당하지 않게 고액인 부분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법 제26조 제1호는 인건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과다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에 의하면, 법인이 임원 등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고(제1항), 법인이 지배주주 등인 임원 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지배주주 등 외의 임원 등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초과하여 보수를 지급한 경우 그 초과금액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다(제3항). 위 시행령 규정에 의하면, 임원의 보수를 규율하는 것은 제43조 제3항인데, 비교대상인 지배주주가 아닌 임원이 없는 경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임원 보수의 전체금액이 과다하다고 보이더라도, 거기에는 정상적인 직무집행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보수의 형태로 지급되는 상여금에 관하여는 실질적으로 이익처분에 의한 상여금에 해당하는 경우 손금불산입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3두4842 판결, 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4두6562 판결), 지배주주 등인 임원의 통상적인 보수에 관하여는 본 사건에서 그 처리방향을 제시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대부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소외 1은 원고의 1인 주주 겸 대표이사이다. 나. 원고는 소외 1에게 월 3000만원 이하의 보수를 지급하다가 2005년 1월부터 월 3억원으로 인상하여 2005 사업연도(2005. 4. 1.~2006. 3. 31.)에는 합계 30억7000만원, 2006 사업연도부터 2009 사업연도까지는 매년 36억원을 지급하였다. 다. 피고 과세관청은 원고가 2005~2009 사업연도에 소외 1에게 지급한 보수(이하 ‘이 사건 보수’라 한다)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동종 대부업체 12개 중 대표이사의 급여가 높은 3개 업체의 급여 평균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손금에 불산입하여 2005~2009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이익잉여금 처분을 통하여 지급된 것이 아니어서 ‘이익처분에 의한 상여금’이 아니며, 이 사건 보수 중 실질적으로 이익처분에 의하여 지급된 상여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얼마인지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보수는 전부 손금에 산입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과세처분을 모두 취소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이익처분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보수의 손금불산입 법인이 지배주주인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가 법인의 영업이익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규모, 해당 법인 내 다른 임원들 또는 동종업계 임원들의 보수와의 현격한 격차 여부, 법인의 소득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려는 주관적 의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 보수가 임원의 직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는 주로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분여하기 위하여 대외적으로 보수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이익처분으로 손금불산입 대상이 되는 상여금과 그 실질이 동일하므로,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에 따라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 증명의 어려움이나 공평의 관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정이 상당한 정도로 증명된 경우에는 보수금 전체를 손금불산입의 대상으로 보아야 하고, 위 보수금에 직무집행의 대가가 일부 포함되어 있어 그 부분이 손금산입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보수금 산정 경위나 그 구성내역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기 용이한 납세의무자가 이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① 2005~2009 사업연도 중 소외 1의 보수를 차감하기 전의 원고의 영업이익에서 소외 1의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8~95%에 달하여 동종업체의 평균수치인 5~9%에 비하여 비정상적으로 높은 점, ② 소외 1의 보수는 원고의 또 다른 대표이사인 소외 2 등의 약 50배에 달하고, 원고와 사업규모가 유사한 동종업체 중 상위 3개 업체의 대표이사들의 평균 연봉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점, ③ 원고 직원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세금절약을 위하여 사장의 급료를 높인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소외 1의 보수를 전액 손금으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줄이려는 주관적 의도가 뚜렷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외 1의 보수는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는 주로 원고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분여하기 위하여 대외적으로 보수의 형식을 취한 것으로서 실질적인 이익처분에 해당하여 손금불산입의 대상이 된다. Ⅲ. 평석 1. 증명필요 부담의 전제조건 : 납세의무자의 증명용이성 대상판결은 납세자가 보수금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기 용이함을 이유로, 보수금에 직무집행대가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의 필요를 납세자에게 지우고 있다. 임원의 보수금에는 임원이 전혀 직무집행을 하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부라도 직무집행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통상적일 것이기 때문에, 증명이 문제되는 것은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 직무집행 대가의 구체적 범위이다. 그런데 납세의무자인 법인이 반드시 이에 관한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서 증명이 용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인에 동일직위의 지배주주 아닌 임원이 없는 경우 그 법인 내에서는 비교대상을 찾기 어렵고, 임원의 직무집행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다른 법인의 임원 보수 등을 참고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자료를 납세의무자가 입수하기가 곤란할 수 있고, 오히려 과세관청이 세무조사 등을 통하여 개개의 납세의무자보다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납세의무자에게 입증주제에 관한 증명의 용이성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증명의 필요를 납세의무자에게 귀착시킬 것인지를 결정할 때는 이러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납세의무자가 직무집행대가의 구체적 범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입수하기도 어려운 반면, 과세관청이 그 자료를 가지고 있거나 확보할 수 있음에도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상판결을 적용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2. 직무집행대가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한 증명의 정도 임원의 용역은 법인의 내부에서 사용되는 생산요소로서 소비자에게 대량으로 판매되는 제품과 달리, 그에 대한 대가는 법인의 업종 및 규모 등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보수 중 정상적 직무집행대가 부분을 특정하여 증명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임원의 보수금이 정상적 직무집행대가를 초과하는 것이라는 점의 증명책임은 본래 과세관청에게 있는데, 대상판례에 의하여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정상적 직무집행대가의 범위에 대한 증명의 필요가 납세의무자에게 전환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납세의무자가 부담하는 증명의 필요는 원칙적으로 법관으로 하여금 과세요건의 충족 여부에 상당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정도면 족하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향후 대상판결의 적용과정에서 납세의무자에게 정상적 직무집행대가의 범위에 대한 증명을 너무 엄격한 정도로 요구하는 것은 증명책임의 완화를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증명책임의 전환을 의미하게 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개개의 사건에서 대상판결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간의 이해관계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세심하고 유연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실무상 문제되는 임원의 과다 보수의 세법적 처리방향에 관하여 중요한 지침을 주고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을 구체적 사건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영상 자율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송동진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법인세법
법인세
대표이사
상여금
보수
송동진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17-11-07
행정사건
대형마트 영업제한
대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두295 Ⅰ. 대상 판결 1. 사실관계 피고 동대문구청장은 2012. 11. 14. 원고 롯데쇼핑, 이마트 등에 대하여 그들이 운영하는 동대문구 내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 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로 정하고,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 처분은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 2 유통산업발전법(2013. 1. 23. 법률 제11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2조의 2 ①시장· 군수·구청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영업시간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 ②영업시간 제한은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범위에서 할 수 있으며, ③의무휴업일 지정은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범위에서 할 수 있고, ④위와 같은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에 필요한 사항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에 기한 것이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위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하여 원고들이 항소하였고, 2심 서울고등법원은 위 영업제한이 위법한 처분이라며 1심을 취소하여 피고 측이 다시 상고한 사건이다. 2.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12.12. 선고 2013누29294 사건 판결 요지 원심은, 원고들 운영 대규모점포는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점원이 제품의 양을 덜거나 계량하여 포장해주고 있고, 제품을 즉석에서 가공?손질하여 제공하고 있는 등의 영업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 대규모점포 내에 임대매장이 입점 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병원, 미용실, 식당 등 서비스 용역을 제공하는 매장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토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이 되는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에 해당하려면 대규모점포가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되어 있음은 물론, 점포의 실질이 법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하여야 함을 전제로, 원고 대규모점포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으로 보기 어렵고, 나아가 용역제공 장소 부분은 그 성격상 용역의 제공 장소일 뿐 상품을 소매하는 대규모점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대규모점포 내에 입점 된 임대매장들에 대해 피고가 처분사전통지, 청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행정처분 절차상 하자가 있다. 마지막으로, 피고가 처분을 함에 있어서, 공?사익의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함으로써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거나 해태하였고, 원고들의 영업의 자유 침해 등 불이익이 처분에 의해 달성되는 공익보다 중대하여 비례원칙을 위반하였으며,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S) 및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시장접근 제한금지 조항을 위반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3. 대법원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요지 대규모 점포가 그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는 이상, 대규모점포에 속한 임대매장 등 개별 점포의 실질을 따로 살필 것 없이 대규모점포는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인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원고들이 직영하는 준대규모점포도 그 처분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또한, 대규모점포 중 임대매장이 존재하더라도 대규모점포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의 상대방은 오로지 대규모점포 개설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절차도 원고들을 상대로 거치면 충분하고, 임차인을 상대로 별도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나아가, 비례원칙 위반 등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이 사건 조항은,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의 규제가 일반적?통상적 시장상황 아래에서는 위와 같은 공익 목적 달성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규제입법에 해당하고, 행정청에게는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규제 수단의 선택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청은 대체로 유사한 내용의 규제에 이를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들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해태한 위법, 이익 형량에 관한 비례원칙 위반 등의 위법,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및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등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 (2) 소수의견 요지 대형마트 개설 등록의 범위와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의 범위를 반드시 일치시킬 필요는 없고,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는 대규모점포 개설자 등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침익적 처분이므로 그 근거 규정을 엄격히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대형마트 내 용역제공 장소는 대형마트 개설자가 아닌 중소상인들에 의해 임대매장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형마트 개설자와는 달리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은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의 매장 중 상품판매 장소라고 봄이 타당하고, 용역제공 장소에 대하여는 그 실질이 상품판매 장소에 해당하는 경우 등과 같이 이를 상품판매 장소와 마찬가지로 규제하여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그 규제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행정청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상품판매 장소와 함께 용역제공 장소까지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으로 모두 삼았다면,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처분은 규제의 대상 내지 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Ⅱ.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쟁점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법률적 쟁점은 처분대상의 오인 여부, 절차상 하자, 재량권의 일탈, 남용 여부 등 3가지이다. 그 중 처분대상의 오인여부와 절차상 하자 문제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와 관련하여 내부에 입점한 임대점포도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영업규제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즉, 대형마트의 개설자가 아닌 임대점포는 영업규제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중소유통업자로서 그 규제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임대점포 측과 그 배후의 대형마트의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서는 임대점포 역시 대형마트에 입점하여 있는 이상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소상공 사이에서 고민하던 지자체가 결국 이들을 포함하여 규제하기에 이르렀고, 원심은 이를 위법하다고 보았다가 대법원에서 파기당한 것이다. 2. 검토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논거에서 영업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먼저, 임대점포 제외 여부와 관련하여, 법상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재량의 범위는 영업시간 범위와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것일 뿐, 대형마트는 그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그 제한대상을 임의로 구분할 할 수 없다고 보아 법규에 '대형마트의 전부나 그 일부에 대하여'라고 규정하지 아니한 이상,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영업제한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리 해석의 범위를 벗어난다. 만약 임대점포를 제외하면 대기업으로서는 임대점포 형식을 취하여 실질적으로 영업규제를 회피할 수 있으며, 임대점포주가 중소유통업자라고 하더라도 대형마트에 입점하여 있는 이상 그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여부와 관련하여, 대형마트에 대해 밤 12시 이후에는 영업하지 말고, 한 달에 이틀을 쉬라는 정도의 제한만으로는 비례원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특이한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서, 자영업자 비율이 미국은 6.8%, 독일과 일본도 각 1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8%나 되고, 생활밀착형 업종의 인구 천 명 당 업체수도 미국의 10배 이상으로 이미 과도한 경쟁 중인 상황에서 몇몇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SSM은 이들 자영업자에게 생존의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대형마트가 창출하는 고용이나 창업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통시장과 주변 상권 파괴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감안하면 고용 측면에서 대형마트 진출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곧 빈곤층의 증가를 의미하여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의 근원이 되는 세금은 줄고, 의료·실업 등 복지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결국, 다수의견이 설시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서 이익형량이란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다. Ⅲ. 결론 이상의 엇갈린 판결은 대형마트의 임대점포를 둘러싼 법해석에 관한 것으로서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등 중소유통업의 보호라는 정책을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 방식으로 실현함으로써, 보호받는 업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업자가 나뉘게 되고, 이는 곧 영업규제의 범위로 이어져 그에 관해 원심과 대법원 상호간에 서로 다른 법해석을 한 것에 기인한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법해석을 한 이유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체계적이지 못한 업태 분류와 그 기초가 되는 매장의 정의 등 기본적으로 고민하여야 할 부분이 여전히 정리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은바, 다시 한 번 체계적인 매장의 정의를 비롯하여 소매업태의 분류 등의 정비작업이 조속히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동지; 김천수, '대형마트의 임대점포가 영업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유통법연구, 2014. 8, 70면 이하 참조)
대규모점포
대형마트
의무휴업
영업시간제한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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