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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과 인과관계 없는 취약점도 과징금 부과 대상인가
2016년 2,500만 건의 고객정보를 유출 당한 인터파크에게 방통위는 44억 8,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액으로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참고로 민사에서 최대 배상금액을 기록한 소송은 단연 신용카드 3사 개인정보유출 사건이다). 인터파크는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서울행정법원 및 항소심 서울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소송에서는 인터파크의 법위반행위와 해킹 간 인과관계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다. 법원은 방통위 처분을 지지하면서 “유출사고가 난 이상 이것과 법위반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본고에서는 이 쟁점에 대해 살펴본다. 인터파크가 당한 해킹의 유형은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공격이다. 이는 해커가 특정 목표 대상을 정한 후 그 허점을 집요하게 노려 침입하는 기법이다. 해커는 인터파크 직원 A의 가족사진을 가지고 화면보호기(SCR 파일)를 만들고 여기에 악성코드를 심어 A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면서, 마치 A의 친동생이 보내는 것처럼 발신 이메일 주소를 위장하고 동생의 어투까지 흉내냈다. A는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화면보호기의 확장자가 EXE가 아니라 SCR이라서 A는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첨부파일을 열었을 것이나, SCR 파일도 악성코드 유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정 공격을 위해 특별 제작된 악성코드는 백신에도 탐지되지 않는다. 해커는 악성코드를 감염시킨 A의 PC를 거점으로 삼아 DB 관리자 직원 B의 PC에 원격 데스크탑 접속했다. 당시 B가 퇴근한 시간이었는데, 그때까지 DB 서버와의 접속이 유지된 터미널이 B의 PC에 그대로 떠 있었다고 한다. 자동 로그아웃(이하 ‘idle timeout’) 설정이 제대로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커는 DB 서버에 손쉽게 침입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 인터파크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바로 이번 사고이다. 정보통신망법의 위임을 받아 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의 내용을 정한 방통위 고시는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idle timeout 설정을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법상 의무를 위반하면 그 자체로 과태료, 개인정보 유출까지 되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부수적으로, A의 PC를 손에 넣은 해커가 인터파크 사내 네트워크를 스캔했더니 업무용 파일서버가 발견되었다. 거기에는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이 있었다. 직원들이 수많은 인터파크 서버들의 접속계정을 외우기 어려워 이를 메모해둔 것이었다. 다만, 개인정보가 유출된 DB 서버의 접속 패스워드는 여기에 없었다고 한다. 즉, 패스워드 장부 노출이라는 법위반행위와 개인정보 유출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방통위는 idle timeout 미설정은 물론 및 패스워드 장부 노출까지 모두 처분원인사실로 삼아 과징금을 부과했다. 인터파크는 행정소송에서 idle timeout 미설정은 APT 해킹의 핵심 원인이 아니다, 나아가 패스워드 장부 노출과 개인정보 유출은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파크를 패소시킨 1심 및 항소심 법원은 인과관계 자체가 과징금 부과 요건이 아니라고 근거법률을 해석했다. 개정 전 법조문은 “법상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구조로서 '미조치'가 '유출'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명확했다. 이와 달리 2014년 개정된 법조문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 한 경우로서 법상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유출'이라는 결과와 '미조치' 행위가 인정되기만 하면 둘 사이의 인과관계는 요구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해킹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즉 ‘인과관계’ 없는 사업자의 위반행위까지 과징금 처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법해석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사료된다. 민사와 형사의 영역에서는 자신의 행위와 인과관계 없는 결과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형법 제17조(인과관계) 및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모두 ‘인과관계’를 법적 책임의 성립요건으로 요구한다. 이것이 법의 대원칙이다. 행정상의 제재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마찬가지이다. 행정상 금전제재는 크게 과징금과 과태료로 나뉜다. 일반론적으로, 단지 절차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질서벌의 일종인 과태료(가벼운 제재)가 부과되는데 그치는 반면, 행정목적을 침해하는 결과까지 야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벌의 일종인 과징금(무거운 제재)이 부과된다. 정보통신망법 또한 이 체계에 따라 과태료와 과징금의 각 구성요건이 차등되어 있다. 사업자가 단지 idle timeout과 같은 법상 조치를 불이행한데 그쳤다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지만(제76조 제1항 제3호), 더 나아가 개인정보 유출(해킹)이라는 결과까지 야기했다면 관련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제64조의3 제1항 제6호). 해킹을 당했다는 결과에 대해 사업자에게 과징금이라는 법적 책임을 지우려면, 마땅히 사업자의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으로 사료된다(만약 해킹과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꾼다면 굳이 행정질서벌을 운영할 필요가 없으니 과태료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균형에 맞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정 전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3 제1항 제6호는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누출’이라는 형식으로 규정함으로써 미조치가 해킹의 원인을 제공했어야 한다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3. 11. 21.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에서 “현재 대규모 개인정보 누출 등 침해사고 발생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위반과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움” 이라는 이유를 들어 과징금 부과요건 중 ‘인과관계’ 요건을 삭제할 것이 제안되었다. 참고로 이때까지는 개인정보 유출(해킹) 사고에 대해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전력이 없었다(2014. 6. 26. 비로소 첫 과징금 사건인 KT 마이올레 사건의 방통위 처분이 내려졌다). 위 방통위가 제안한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3 제1항 제6호 개정안은 독자적인 법안으로 국회에 발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대신 2014. 5. 2.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안법안의 일부로서 반영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 대안법안의 의안원문 및 이에 관한 국회 검토보고서, 소관위 회의록 등 가운데 ‘인과관계’ 입증 없이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재는 어디에도 없다. 즉, ‘인과관계’ 요건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라도 되었는지 의문이다. 참고로 그 당시는 신용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사실이 2014. 1. 8.자 검찰 발표에 의해 알려진 이래 국회에서 앞 다투어 개인정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발의된 시점이어서, 위 대안법안에는 무려 18건의 발의안이 통합되어 있었다(예컨대 300만 원 이하 법정손해배상 규정도 이 때 신설된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의 의도에 ‘인과관계’ 요건 삭제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불명확한 측면이 있으며, 만약 진정한 입법의도가 그러했다면 위헌 소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징금 부과요건에서 ‘인과관계’를 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요건과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 정작 본인의 정보를 유출 당한 이용자는 사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사업자의 과실과 해킹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행정청은 피해자인 일반 국민들보다 현저히 강력한 조사권한을 가졌음에도 ‘인과관계’ 요건 입증을 생략하고 과징금이라는 공법적 제재를 손쉽게 부과할 수 있어야 하는지, 응보와 억지가 피해배상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가치인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향후 만약 행정청이 ‘인과관계’ 요건 입증을 생략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이번 판결이 해석한 입법의도와는 오히려 반대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별도로 인과관계 요건을 입증하는데 곤란을 겪어 이용자 구제에 흠결을 낳을 수도 있다. 한편, 만약 본고의 주장에 따라 ‘인과관계’를 여전히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요건으로 해석할 경우, 인터파크 사건에서 두 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의 인과관계는 존재하는가. 제1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곧 “Idle timeout 조치를 취했을 때 인터파크가 당한 유형의 APT 해킹을 통상 막을 수 있는가”의 문제로 점철된다. 이는 세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 여지가 있는 문제이다. 인터파크 사건의 경우, 해커가 DB 관리자 B의 PC(관리용 단말기)에 원격 데스크탑으로 접속해보니 마침 B가 퇴근하여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망분리 프로그램 및 DB 서버 접속 터미널이 로그아웃 되지 않고 그대로 떠 있었다. 이와 달리, 위 망분리 프로그램 및 DB 서버 접속 터미널에 최대접속시간이 설정되어 있었고 해커가 B의 PC에 접속했을 때 위 터미널이 로그아웃 된 상태였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해커가 DB 서버에 침입할 수 있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예컨대 해커가 B의 PC에 키로거 등을 용이하게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커로서는 수고스럽더라도 위 PC에 키로거를 심어 내부망 ID·PW 및 DB 서버 ID·PW를 도청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 경우 idle timeout 조치를 했었더라도 해킹은 막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싸이월드 판결은 DB 서버 계정 ID·PW가 해커에게 이미 도청당한 상태에서 idle timeout 설정은 무용지물이라는 이유로 그 미설정과 해킹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바 있었다. 달리 가정하여, 만약 해커가 B의 PC 제어권한을 완전히 탈취하지 못했거나, 또는 해커의 관점에서 우연히 접속해 본 B의 PC가 DB 관리자의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DB 서버 접속 터미널이 idle timeout 되지 않고 그대로 떠 있었던 것이 해킹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셈이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적어도 두 번째 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DB 서버의 관리자 비밀번호는 문제된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에 쓰여 있지 않았고, 해커는 다른 경로로 DB 서버에 침입했으므로, 위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이 노출된 것은 DB 서버 해킹의 원인과 무관하다. 해킹과 인과관계 없는 위반행위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인터파크의 입장에서는 다른 경로로 해킹을 당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해킹의 원인이 아닌 행위에 대해서까지 경한 과태료 대신 중한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 셈이다. 요컨대, 정부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이것을 과징금 부과요건에서 뺀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정부의 역할은 침해사고 원인조사의 실효성을 높임으로써 해킹과 ‘인과관계’ 있는 취약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현장에서 밝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고시는, idle timeout과 같은 지엽적인 의무를 나열할 것이 아니라, 로그(Log) 보존 등 사고조사에 꼭 필요한 조치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향후 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승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개인정보유출
과징금
인터파크
전승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2019-12-23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와 조세회피목적 부존재 증명의 정도
-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6두51689 판결 - 판결요지: 연대보증인 교체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이 이루어졌고, A 회사가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으며,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고, 명의신탁자들과 명의수탁자들이 친족관계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 당시 원고 등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평석요지: 조세회피목적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으로 기능한다. 종래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조세회피목적 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1. 사실관계 원고와 그 배우자 甲은 2008년 5월 甲이 대표이사로 있던 A 회사의 발행 주식을 乙(원고와 甲의 자녀), 丙(甲의 누나), 丁(甲의 사촌동생의 배우자)에게 명의신탁하고 명의개서를 마쳤다. 피고는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2012년 7월 명의수탁자들인 乙, 丙, 丁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원고와 甲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A 회사가 실제로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처분 이익잉여금의 향후 배당가능성을 고려하면, 원고와 甲은 명의신탁으로 누진세인 종합소득세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였다. ②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은 조세를 체납하고 있었고, 주식을 양도한 외관에 의하여 과점주주 및 제2차 납세의무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③ 설령 원고 주장의 강제집행 회피, 관급공사의 수주를 위한 경영상 필요 등 여러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대상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원고와 甲이 명의신탁을 하게 된 것은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연대보증인을 甲에서 乙로 교체하는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② 명의수탁자들은 원고 및 甲과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A 회사는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고,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으며, 甲에게 이미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하였거나 원고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가 이미 부도처리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수탁자들과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어 그 세액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을 회피할 목적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3. 평석 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에 있어 조세회피목적의 의의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에 대해서는 그 본질이 행정벌인데 세금 형식으로 부과된다는 점, 명의신탁을 통하여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비난가능성도 적은 명의수탁자에게 1차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그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만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결정). 결국‘조세회피목적’은 위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 증명에 대한 판례의 동향 당초 대법원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 결과 대부분의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이 배척되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누1532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두4300 판결 등 다수).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은 그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 판결은“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단지 장래 조세경감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손을 들어 주었고, 같은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다(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두13936 판결,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6두2909 판결 등).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은 기존의 엄격한 입장으로 회귀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은 “명의자로서는 명의신탁에 있어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인정될 정도로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명의신탁 당시에나 장래에 있어 회피될 조세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에 의하여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판결 이후 대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하였으나(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두24302 판결, 2011. 3. 24. 선고 2010두24104 판결), 대체로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19331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두6988 판결 등 다수). 이러한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다. 대상판결의 입장 원심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 위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의 판시를 인용한 다음,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비하여 대상판결은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 등의 판시를 인용한 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이러한 차이 외에도 대상판결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들을 살펴보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흐름이 다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있어서 향후 배당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익배당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주의 구성이 명의신탁 전후로 유사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회피목적도 없다고 보았다. 이는 장래 배당의 가능성을 근거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해 왔던 기존 판결의 흐름과 분명히 구별된다. 라. 조세회피목적에 조세의 징수를 면할 목적도 포함되는지 여부 대상판결에서 하나 더 주목할 것은, 명의신탁자에게 체납세액이 있었다는 사정을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는 근거로 본 원심판결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을 부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조세체납 등의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한 상태에서 주식을 제3자에게 명의신탁함으로써 당초 집행가능하였던 재산이 은닉되는 결과가 발생하였지만, 대상판결은 이를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조세회피란 개념적으로 과세요건의 충족을 벗어나는 행위, 즉 조세의 확정을 회피하는 행위로 이해된다(이준봉, ‘조세법총론’, 삼일인포마인, 2016년, 106면 등). 따라서 조세 확정 이후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조세 징수의 곤란은 원칙적으로 조세회피라는 개념에 포섭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조세를 체납 중인 명의신탁자가 주식을 명의신탁하였다고 하여 이를 조세회피목적과 결부시키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징수의 면에서도 체납자의 명의신탁은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조세의 징수에는 아무런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다. 체납자인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명의신탁재산의 보유 및 제3자에 대한 처분과정에서 발생하는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가 어려울 수 있지만, 체납상태가 아닌 명의수탁자로부터 이를 징수하는 데에는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결도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있어 회피 여부가 문제되는 조세는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또는 이를 보유 및 제3자에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세’임을 전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무자력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하고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한 뒤 그 대금은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경우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폭탄업체를 이용한 금지금 거래)에서 조세포탈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원용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양자를 같이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4. 결어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대상판결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두38621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대상판결이 단순한 1회성의 판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종래 대법원이 납세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함에 따라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하는 ‘조세회피목적’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대상판결을 비롯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흐름은 위 규정의 위헌성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증여세
조세회피
명의신탁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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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교차로 진입前 노란불에 멈추지 않아 사고냈다면… 대법 “신호위반으로 봐야”
판결기사
2024-05-1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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