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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인에 대한 서훈취소와 관련한 법적 문제
Ⅰ. 사안의 개요 대통령이 1962년 김○○(이하 ‘망인’)에게 ‘건국공로훈장 복장(지금의 대통령장)’을 수여하였는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망인의 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망인의 증손자인 원고 1과 망인을 기념하기 위하여 설립된 재단법인인 원고 2가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7년 원고들 일부 승소판결이 확정되었고, 피고는 2018년 망인에 대한 서훈이 구 상훈법(2019. 12. 10. 법률 제167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망인에 대한 서훈을 취소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다(관련 기사: 법률신문 2024.4.12.자 참조). Ⅱ.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 2는 망인에 대한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의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갖고 있지 않아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에 관해 행정소송법 제12조의 ‘법률상 이익’이 없다. 망인의 친일행적은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사실로서 새로 밝혀졌고, 만일 이 사실이 서훈 심사 당시 당초 조사된 공적사실과 새로 밝혀진 사실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였을 때 망인의 행적을 그 서훈에 관한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뚜렷하다고 판단된다. 구 상훈법(2019. 12. 10. 법률 제167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훈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함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은 적법하다. Ⅲ. 문제의 제기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는 비단 역사적 평가의 문제만은 아니고, 행정법 도그마틱상으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필자는 과거에 이 문제를 다루었는데(독립유공자 망인에 대한 법적 평가의 변경에 따른 그 유족에 대한 법효과 문제, 법률신문 제4620호 2018.7.12.),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물음에서 대상판결이 지닌 치명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Ⅳ. 서훈취소가 재량인가? 구 상훈법(2019. 12. 10. 법률 제167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훈장 또는 포장을 받은 사람이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등의 어느 하나에 해당될 때에는 그 서훈을 취소하고, 훈장 또는 포장과 이와 관련하여 수여한 물건 및 금전을 환수하며, 외국 훈장 또는 포장의 패용(佩用)을 금지한다. 서훈취소처분의 법적 성격이 ‘재량행위’임을 전제로 한 원고는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 2020.2.13. 선고 2018구합64306판결은, 서훈취소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서훈취소는 그 사유가 인정되면 서훈을 취소해야 하고 그 취소 여부에 관한 재량은 없는 기속행위로 정당하게 판시하였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21.7.14. 선고 2020누35433판결은 바람직하지 않게도 재량하자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바람직하지 않게도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재량적 접근은 이익형량의 관점이 지배하므로, 자칫 서훈 공적의 거짓만을 요구하는 명문에 반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최근 “징수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의 부당이득의 징수규정(제57조)과 관련해서 대법원 2020.6.4. 선고 2015두39996판결 이래 판례는 특별한 근거 없이 바람직하지 않게 재량행위로 접근한다. 재량의 이익형량적 논증에는 판사의 일신적 판단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인식이 요구된다(상론: 김중권, 국민건강보험법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법적 성질, 행정판례연구 제26집 제1호, 2021.6.30., 3면 이하). Ⅳ. 유족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를 다툴 수 있는지? 유족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를 다툴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여기서 관건은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가 그 유족에 대해 법적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이다. 1. 기왕의 판례의 입장 일찍이 대법원 2014.9.26. 선고 2013두2518판결은, “서훈은 어디까지나 서훈대상자 본인의 공적과 영예를 기리기 위한 것이므로 비록 유족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는 서훈수여 처분의 상대방이 될 수 없고, 구 상훈법 제33조, 제34조 등에 따라 망인을 대신하여 단지 사실행위로서 훈장 등을 교부받거나 보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서훈의 일신전속적 성격은 서훈취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망인에게 수여된 서훈의 취소에서도 유족은 그 처분의 상대방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판시하였다. 이런 판시는 당연히 서훈취소가 유족에 대해서는 사실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취지를 나타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14.9.26. 선고 2013두2518판결은 제3자로서의 유족의 원고적격성 물음을 논증하지 않은 채 국가보훈처장이 한 서훈취소 통보는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행정처분으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12.12.27. 선고 2012누5369판결)을 파기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서훈취소가 서훈대상자 또는 그 유족들의 법률상 지위에 변동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서훈취소가 대통령이 행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하여야 할 법원의 책무를 포기하면서까지 사법심사를 자제하여야 할 고도의 정치성을 띤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2013두2518판결의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2015.8.21. 선고 2014누7567판결은 대법원 2013두2518판결처럼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이 이 사건 서훈취소의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제3자로서의 유족의 원고적격성 물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지 않으면서 서훈취소의 적법성을 논증하였다. 한편 대법원 2015.4.23. 선고 2012두26920판결은 서훈취소에 관한 사법통제가능성을 그것의 법효과에 착안하여 인정하여 서훈취소가 고도의 정치성을 띤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그것의 적법성을 논증하였다. 이런 논증은 대법원 2013두2518판결과 결코 조화될 수 없고, 실질적으로 판례변경을 한 셈이다. 대법원 2013두2518판결의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2014누7567판결은 조화되지 않는 대법원 2013두2518판결과 대법원 2012두26920판결을 모자이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망인의 증손자가 서훈취소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에 대해서 소송요건상의 특별한 논의를 전개하지 않고 본안판단을 하였다. 대상판결 및 하급심이 대법원 2013두2518판결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당연히 본안판단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망인의 유족이 서훈취소의 상대방이 아니어서 절차요청을 배제시킨 대법원 2013두2518판결을 수긍하지 않으면 당연히 절차요청이 통용되는데, 다투어지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Ⅴ. 망인에 대한 서훈 및 서훈취소의 본질 문제 설령 대법원 2013두2518판결처럼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가 상대방이 없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분명히 망인의 유족에 대해 법적 효과를 미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일찍이 필자는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의 법적 성격을 통상적인 제3자효 행정행위와는 다른 의미의 제3자효 행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김중권, 2014년도 主要 行政法(行政)判決의 分析과 批判에 관한 小考, 안암법학 제47호(2015.5.31.), 17면). 그런데 망인에 대한 서훈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그 유족에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굳이 망인을 상대방으로 볼 필요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망인은 사실 자신의 서훈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망인에 대한 서훈으로 그 유족이 독립유공자법에 따른 법효과를 직접 향수한다는 점에서 망인에 대한 서훈(및 서훈취소)의 직접적 상대방을 그 유족으로 하더라도 결코 무리한 논증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접근하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에서 그 유족을 상대로 절차요청도 정당하게 관철할 수 있게 된다. Ⅵ. 상호모순적인 판결의 병존상황이 초래할 후과 문제 명백히 실질적 판례변경에 해당하면서도 정식으로 그 절차를 밟지 않고서 종전과 다른 해결책을 강구하여 결과적으로 상호모순적인 판결이 병존하곤 한다. 이런 상황이 건별 다른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탄력성의 측면에서 좋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선례구속의 원칙이 강하게 지배하는 가운데 임기응변의 상황이 조성되고 결과적으로 법적 아노미가 초래된다. 자칫 과도한 실질위주적 접근이 어우러져 ‘법관의 법구속’의 원칙이 ‘법의 법관구속’의 원칙으로 전락할 수 있어서, ‘법의 지배’가 ‘법조인에 의한 지배’(juristocracy)로 허용되지 않게 변용될 수 있다. 비워야 할 것을 바로바로 비워야 새로운 것이 채워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독립유공자
친일
동아일보
서훈취소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4-06-01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위탁자와 수탁자가 합의한 목적신탁 해지의 위법성
[ 요 약 ] 원고는 B 법인을 2020년에 흡수합병한 법인으로서, B의 주주였던 C는 2017년 3월 B 명의의 계좌로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100억 원을 기부했다. 이 자금은 B에 의해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21개 중소기업에 총 38억 원이 지급되었고, 나머지 62억 원은 2019년 12월 C에게 반환됐다. 과세관청은 이 100억 원을 B의 익금으로 간주하여 2017년도에 26억 원의 법인세를 부과하였고, 반환된 62억 원을 B가 C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여 2020년에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원고는 불복하여, 기부된 자금이 B의 실질적인 자산으로 귀속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기부금 100억 원이 B의 자산으로 회계 처리되지 않고, 외부에 공시된 바도 없으며, B가 자체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 기부금이 B의 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기부금은 목적에 따라 집행되었으며, 남은 정산금도 C와 B의 합의해지에 따라 반환되었으므로, 신탁재산의 귀속을 재단하는 기준에 따라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에 대한 2017년도 법인세 26억 원의 부과처분과 2020년도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기부금이 특정 목적을 위해 신탁된 것으로 보아, 신탁법과 신탁법리를 적용하여 법률관계를 판단한 중요한 사례다. Ⅰ. 사건의 개요 1. 원고는 2020년 5월 B를 흡수합병한 법인이다. C는 B의 주주이었던 자이다. 피고는 과세관청이다. C와 B는 중소업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C는 2017년 3월 B 명의의 H라는 계좌로 100억 원을 기부하였다. B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6회에 걸쳐 21개의 중소업체에 38억 원을 지급하였다. C와 B는 2019년 12월 양해각서를 합의해지하고, B는 같은 날 C에게 100억 원 중 중소업체에 지급된 38억 원을 공제한 나머지 정산금인 62억 원을 반환하였다. 2. 피고는 위 100억 원은 B의 익금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에게 2017년도 법인세 26억 원을 경정·고지하였고, 정산금으로 반환한 62억 원도 B의 익금에 산입할 금액으로서 B가 C에게 배당한 것으로 보아 원고에게 2020년도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위 100억 원은 B에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어 익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26억 원의 부과처분은 위법하고, 반환금 62억 원이 익금에 산입할 금액임을 전제로 한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도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 제1심은 피고에게 법인세 26억 원의 부과처분과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였다. 제2심도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Ⅱ. 법원의 판단 1. 양해각서의 성격 양해각서에 ‘신탁’, ‘수탁’, ‘수익자’라는 형식적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양해각서에 따른 법률관계가 신탁의 성질을 가졌음을 부인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양해각서는 수익자가 없는 이른바 ‘목적신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유형의 신탁은 신탁법 제3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허용되고 있으므로, 양해각서와 같이 수익자가 구체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신탁의 본질에 반하지는 않는다. 결국 양해각서의 형식과 실질이 모두 신탁 또는 그와 유사한 법률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기부금 100억 원이 익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기부금 100억 원은 B가 대내외적으로 이를 소유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B의 자산수증이익이나 그 밖의 수익 등 익금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B는 양해각서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100억 원을 관리·집행할 수 있었을 뿐이고, 자기를 위한 용도로는 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100억 원은 B의 고유재산과 분리되어 별도로 집행·관리되었고, B의 자산으로 회계 처리되지도 않았으며, 그와 같은 사실이 외부로 공시되어 표시되었다. ② 구법인세법 제5조(2020. 12. 22. 법률 제176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는 신탁재산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그 신탁의 이익을 받을 수익자(수익자가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신탁의 위탁자 또는 그 상속인)가 그 신탁재산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③ 100억 원은 양해각서에 따라 중소PP를 위하여 지출되었고, 남은 정산금도 B와 C의 합의해지에 따라 C에게 반환되었다. 당사자의 합의로 양해각서를 해지하는 행위가 신탁의 성질에 반한다거나, 단지 일방의 임의해지를 제한하는 취지의 양해각서 제4조(발효)의 문언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Ⅲ.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묵시적인 법률관계를 신탁 법률관계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 대상 판결은 ‘신탁’, ‘수탁’, ‘수익자’ 등과 같은 신탁을 나타내는 형식적 표현이 양해각서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양해각서의 내용이 신탁 법률관계가 가지는 성격인 ‘소유권의 이전’, ‘수탁자의 배타적 관리·처분권’, ‘신탁재산의 분별관리의무’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아, 양해각서에 따른 법률관계를 신탁법 제3조 제1항 단서의 ‘수익자가 없는 특정의 목적을 위한 신탁’ 이른바 ‘목적신탁’으로 보았다. 즉 C가 B에게 기부한 100억 원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C가 B에게 신탁한 것으로 보았고, 기부금 100억 원에 관한 법률관계에 신탁법과 신탁법리를 적용 또는 유추적용하여 판단하고 있다. 2. 신탁법상 목적신탁의 설정 신탁법은 신탁의 설정방식으로 계약, 유언, 신탁선언 3가지 유형을 정하고 있다(제3조 제1항). 이 3가지 방식 모두 위탁자의 신탁설정 의사표시를 필수요건으로 하고 이러한 신탁설정행위(당사자 간에 신탁이라는 법률관계를 성립시키는 행위)를 신탁행위라고 한다. 법률행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신탁행위에 있어서도 의사표시는 명시적으로도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또한 의사표시가 명시적인지 묵시적인지에 따라 신탁행위의 종류를 구분하지는 않으며, 그 효과에서도 차이가 없다. 당사자들의 언어를 통해서 신탁설정의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체 정황을 통해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고, 이때 신탁설정의사는 특정 용어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행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목적신탁은 공익신탁이 아닌 한 신탁선언에 의해서는 설정할 수 없다(제3조 제1항 단서). 신탁선언에 의해 목적신탁을 설정할 수 있게 한다면, 채무자인 위탁자가 종래 자신의 채권자의 책임재산에 속하던 재산을 이제부터는 독립한 재산으로서 직접 관리하게 된다. 그래서 채무자가 집행면탈 등의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탁선언의 방식으로는 목적신탁을 설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3. 목적신탁에서 법인세 납세의무자 구법인세법 제5조 제3항에 의하면, 신탁재산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수익자가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신탁의 위탁자가 법인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즉 수익자가 없는 목적신탁의 경우 법인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이다. 따라서 위 100억 원의 거래가 B의 익금이 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신탁법상 목적신탁의 종료 신탁이 종료되기 위해서는 우선 종료의 원인이 있어야 한다. 신탁법은 여러 유형의 종료사유를 정하고 있는데, 위탁자가 신탁이익의 전부를 누리는 경우 위탁자는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제99조 제2항). 신탁의 설정자이면서 신탁재산의 이익을 모두 향수하는 위탁자 겸 수익자가 신탁의 종료를 의욕하는 이상 이를 금지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밖의 경우에 위탁자가 별도로 해지권을 유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위탁자에게 신탁의 해지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신탁계약을 통해 독립된 신탁재산이 구성되고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되므로, 신탁을 설정한 위탁자라고 하더라도 이를 자의적으로 종료시킬 수는 없다. 또한 신탁행위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위탁자와 수익자는 합의에 의하여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제99조 제1항, 제4항). 그러나 이들 규정은 수익자신탁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수익자가 없는 목적신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목적신탁의 경우 위탁자의 임의해지와 위탁자와 수익자의 합의에 의한 종료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신탁관리인이 선임된 목적신탁의 경우 위탁자와 신탁관리인의 합의에 의한 종료는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당사자의 의사에 기한 신탁의 종료에서 어느 경우에 의하건 수탁자는 종료의 합의권자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신탁은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제도이므로 수탁자는 합의에 의한 신탁종료시 관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신탁 법률관계를 해석함에 있어 위탁자가 별도로 해지권을 유보하거나 신탁법상 종료사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자와 수탁자가 임의로 합의하여 목적신탁을 해지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은 C와 B의 합의로 양해각서를 해지하는 행위가 신탁의 성질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으나, 사안에서 해지 당사자는 위탁자와 수익자가 아닌 위탁자 C와 수탁자 B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양해각서는 C와 B 사이의 합의해지로 종료될 수 없으므로, B가 C에게 지급한 62억 원은 신탁재산의 반환이나 잔여재산의 귀속이 아니라 B의 자산을 C에게 지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0년도 귀속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은 정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Ⅳ. 대상 판결의 의미 대상 판결은 법인이 아닌 재단을 갈음할 수 있는 목적신탁의 실제 활용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행 우리법체계에서는 사익 또는 영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사익을 위하여 재단법인에 버금가는 독립재산체를 신탁의 이름으로 창설할 수 있다.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본질로 하는 신탁은 재단법인과 기능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상 판결을 계기로 목적신탁의 스킴이 제공하는 장점과 매력을 활용하여 그 이용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성포 교수(전남대 로스쿨)
익금
목적신탁
법인세
기부금
신탁
양해각서
안성포 교수(전남대 로스쿨)
20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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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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