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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 기간제계약을 수 차례 갱신한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 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 1.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서는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2년으로 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게 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2년의 범위 내에서 기간제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판례는 기간제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기간을 정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의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해고로 보아 왔다. 그리고 기간제근로계약은 2년 기간 내에 1-2회 정도 갱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다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이하 '대상판결')은 23개월 동안 단기간(2주~6개월)의 기간제근로계약을 총 14회나 갱신(총 15회 계약체결)을 한 사안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을 일반화할 수 있는지, 대상판결의 쟁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현대자동차)는 휴직, 파견, 정직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해당 직원이 복귀하기 전까지 촉탁계약직을 임시로 채용하여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였다. 참가인은 2013. 2. 25.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을 1개월로 하는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2주일에서 최대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자동차의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 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은 원고가 15번째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종료하고 계약갱신을 거절하자,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1)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 등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발생을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본 사안의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 ② 참가인과 같은 촉탁계약직은 당초 업무공백 사유(전출, 사직, 휴직 등)가 해소되는 경우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는 점, ③ 촉탁계약직의 업무(자동차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지만, 당해 업무는 정규직원의 일시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점, ④ 모집공고문에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이는 채용을 위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근로계약의 내용이 아니고 근로계약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재계약의무를 부담지운 것은 아니라는 점, ⑤ 촉탁계약직의 경우 근태관리만 하였을 뿐 인사평가가 실시되거나 그러한 결과가 계약갱신에 반영된 적도 없다는 점, ⑥ 촉탁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한 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참가인 역시 촉탁계약직의 최대 갱신기간이 2년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검토 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관련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다수의 판례들 역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부 판결은 "다른 나라의 입법례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재체결에 정당한 객관적 사유의 존재를 요구하거나 기간제근로계약의 반복적 체결이 가능한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결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간제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기간제법 시행을 이유로 갱신기대권이 부정된다면 기간제법 입법목적에 반한다는 점, 갱신기대권 이론은 기간제법과는 달리 기간제근로자의 신분은 유지하면서 사용자에게 갱신의무만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견해가 많다. 나.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판례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와 관련하여 "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②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판결에서도 2-3회 정도 계약을 갱신했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가 있었으나, 대상판결과 같이 단기간의 계약을 총 14회나 갱신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상판결은 비록 갱신의 횟수는 많았으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계약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취업규칙에서 계약기간 만료시 당연퇴직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 업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업무의 객관적 내용 뿐 아니라 당해 업무에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이 한시적인지 여부도 함께 고려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참가인이 피고 관리자로부터 열심히 일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점, 사원 모집공고에서도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둔 점, 명시적으로 촉탁계약직과의 총 사용기간이 2년 이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은 점, 촉탁계약직의 업무 자체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라는 점 등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는 요소도 상당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항소심에서의 판결이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촉탁계약직에 대해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갱신기대권 부정의 이유로 보았으나,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갱신기대권 인정과는 관련성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만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이러한 평가도 없이 단순 계약기간 종료만으로 계약을 거절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대상판결만을 신뢰하여 2년 범위 내에서 단기간의 기간제 계약을 반복 갱신하는 것은 법적 리스크가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방법을 설시한 바와 같이,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총 사용기간의 상한)을 명시함으로써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노무
2016-11-14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기간제 근로계약과 갱신기대권
1. 사실관계 지방공기업인 피고는 2013. 3. 4. 토지판매촉진 관련 업무를 담당할 마케팅 전문가 채용공고를 내면서, 계약기간 1년이고 실적이 우수한 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근로조건을 기재하였다. 원고들은 다른 회사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위 채용공고를 보고 마케팅 전문가로 입사지원을 했고, 2013. 3. 25. 피고와 계약기간이 2013. 3. 25.부터 2014. 3. 24.까지인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들은 기존 직장을 퇴사한 후 피고 마케팅실에서 일하며 피고의 부채를 크게 감소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피고의 여러 임직원들은 이들의 실적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마케팅실에서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달라는 내부문건을 작성한 적도 수차례 있었다. 원·피고는 2014. 3. 24. 위 계약을 2015. 3. 24.까지 1회 연장 갱신하였다. 그런데, 위 갱신기간의 만료를 앞둔 2015. 3. 19. 피고는 원고들을 포함한 계약직 마케팅 전문가 7명에게 채용공고와 달리'사무지원원 직종전환신청'을 안내하였다. 안내를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직종전환신청을 하여 무기계약직인 사무지원원이 되었다. 그러나, 원고들은 "피고가 채용공고를 따르지 않고 자신들을 다른 직종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려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하였다. 피고가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2015. 3. 24. 원고들에게 근로계약 만료를 통지하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의 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계속 있음을 주장하는 논거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원·피고는 실적이 우수한 마케팅 전문가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둘째, 원고들에게는 '실적이 우수할 경우 피고가 원고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 첫 번째 논거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채용공고에 기재된 문언은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고, 근로계약서에도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규정이 없으며, 피고 마케팅실에서 인사팀으로 보낸 무기계약직 전환요청 공문은 내부적 업무처리과정에서 작성된 것에 불과하고, 실제 합의가 있었다면 왜 무기계약직 전환 대신 계약기간만 1년 연장했겠느냐며, 원·피고 사이에 무기계약직 전환의 합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논거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이 사건의 원고들에게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① 근로계약서에는 피고에게 무기계약전환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없고, ②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채용공고 문언만으로 원·피고 간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도 없으며, ③ 일정 요건이 갖추어지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관행도 없었고, ④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다른 직종으로의 무기계약직 전환신청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그런데,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위 두 번째 논거에 있어 원심이 밝힌 법리를 인용하면서도 전혀 반대의 견론을 내렸다. 원고들에게는 '실적이 우수하다면, 피고가 나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 피고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절함으로써 위 기대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상판결은 ① 채용공고 당시 피고에게는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가 존재했고, 피고 스스로 근로계약 체결 이후 채용공고의 문구에 법적 구속력이 있음을 인식하였다는 여러 정황이 보이는 점 ② 애초 성과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의사가 있어 채용공고를 냈던 것이니, 피고는 당연히 성과우수자 평가기준을 만들 의무가 있고 피고의 의무불이행을 원고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 ③ 피고 측 임직원들은 지속적으로 '실적우수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신뢰를 보였고, 피고가 단기계약직 직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전례가 있었던 점 ④ 다른 회사의 정규직 사원이었던 원고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열심히 일해 성과를 얻은 이유는 피고가 성과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리라 신뢰했기 때문인바, 이러한 신뢰는 피고가 적극적·지속적으로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특별히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이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다만 피고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4. 판례해설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은 기본적으로 같은 법리를 따른다. 원심판결은 2011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가 밝힌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의 법리 즉,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만료로 당연퇴직 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계약 등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근거규정이 있거나 근로관계 갱신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기대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침해되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법리를 무기계약직 전환의 경우에도 유추적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위 법리의 유추적용에 동의하되, 신뢰관계의 형성에 대하여는"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근로자의 기대 또는 신뢰가 사용자의 지속적이면서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유도되었고, 근로자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용자에 의하여 유도된 방향으로 상당 기간 일정한 행위를 하였다면, 위와 같은 근로자의 기대 또는 신뢰는 특별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부수적인 법리를 새롭게 밝혔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권리(權利)라는 것은 일정한 이익을 향유하기 위하여 법에서 인정한 힘인데, 노동관계법규 어디에도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부여한다는 명문규정은 없다. 다만, 판례는 일정한 요건 하에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조가 현실에서 관철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것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노동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2016-11-03
금융·보험
행정사건
판례해설 - 서울고등법원 “복수개설금지 규정 위반 의료기관도 요양급여비용 받을 여지 있어”
- 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4누69442 판결 - 이 사건은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에 위반되어 설립된 네트워크병원 모지점(이 사건 병원)의 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자신이 개설자로 되어 있던 기간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사건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원심인 서울행정법원(2014구합11526)은 이 사건 병원은 의료법상 중복개설금지 규정에 위반하여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며, 한편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가능한 '요양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병원은 위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위 요양기관에 해당할 수 없으므로, 결국 위 병원에서 시행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위 환수처분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과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원심과 달리 서울고등법원(2014누69442)은 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가능한 '요양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유효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에 의료기관이 받은 개설허가에 일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연 무효가 아닌 한(처분의 공정력) 해당 의료기관은 건보법상의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 요양기관의 개설과 관련하여 반사회성이 크지 않은 위법이 있었으나 유효한 진료행위가 실제 있었던 경우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까지 건보법상 환수사유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해당 요양기관에서 시행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동 법원은 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부당이득반환의 특칙에 해당하는바 법률상 원인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요구되며, 국민건강보험제도하의 요양급여 제공은 진료계약이라는 사법관계와 요양기관이 보험자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하는 공법관계가 양립하고 있는바, 만일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징수당하더라도 피보험자인 환자와의 진료계약은 유효하므로 진료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보험자가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관계의 3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분쟁을 양산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 사무장 병원 등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요양급여를 행한 경우 또는 의료법을 위반한 건강보험요양급여를 행위가 있는 경우에 공단부담금(및 환자본인부담금)이 환수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공단이 환자에게 환자본인부담금을 돌려주는 방법은 어떠한지, 의료기관이 환자본인부담금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는지 등이 문제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현재까지 대체로 이 사건 원심과 같은 취지에서 의료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요양급여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된다는 전제에서 처분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의료법위반의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위반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보호가치가 없는 행위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보험체계를 교란시키는 정도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와 같이 판시함으로써 위와 같은 일률적인 환수처분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생각건대 국민건강보험법이 채택하고 있는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법의 목정, 제재방식의 차이, 반사회성이 크지 않은 의료법 위법이 있었으나 유효한 진료행위가 실제 있었던 경우에 까지 공단이 환자본인부담금 부분을 환수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관계의 3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복잡하고 분쟁을 양산하게 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의료법 위반의 요양급여 행위 중 환수처분의 대상을 구분하여 판단하는 태도가 법적안정성의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다만 그 위반행위의 반사회성의 정도 판단을 위한 기준은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2016. 10. 20. 상고를 제기한바,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기다려 보아야 하겠다.
요양급여
건강보험급여
네트워크병원
2016-10-24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휴직공무원과 대체근로자의 급여차별 시정
1. 사실관계 육군사관학교는, 도서관 사서인 8급 군무원 A가 육아로 휴직하게 되자, 2013. 11. 25. '군무원 육아휴직 대체인력 모집공고'를 냈다. B는 위 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한 사람이며, 육군사관학교와 2014. 2. 12.부터 2015. 5. 12.까지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며 8급 군무원 1호봉 상당의 급여 및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B는 위 기간 동안 A가 사서로 근무했더라면 받았을 명절휴가비, 성과상여금, 사서수당,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를 받지 못했다. B는 2015. 6. 3.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자신이 A와 비교해 위 제(諸) 수당을 받지 못한 것은 차별적 처우라고 주장하면서 그 시정을 신청하였는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현장조사 등을 통해 직급보조비를 제외한 다른 수당에 대하여는 A의 주장이 옳다고 판정하고 미지급 수당에 상당하는 약 632만원의 금전보상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원고 대한민국은 2015. 8. 31.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 당했고, 결국 2016. 1. 18.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2조 제3호는 "차별적 처우"란"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차별적 처우의 위법을 범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① 비교대상 근로자의 선정, ② 당해 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와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는지 여부, ③ 차별대우에 정당성 즉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가 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는 헌법상 평등권 위반여부의 판단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가 위 규정을 위반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았고, 중앙노동위원회 또한 원 판정에 동의하였다. 반면, 원고가 위 재심판정이 위법함을 주장하는 논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A는 B의 근무기간 중 육아휴직으로 실제 같이 근무하지 않았으므로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없다. 둘째, 군무원인 A와 군무원이 아닌 B의 주된 업무 내용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셋째, 군무원인 A는 국가가 정한 법령에 따라 제(諸) 수당을 받은 것이므로 군무원이 아닌 일용직인 B에게 법령이 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차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논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제8조 제1항 중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의미는 원칙적으로 기간제근로자의 근무기간 동안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실제로 같이 근무한 근로자를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일시적으로 전임자(A)가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유지한 채 휴직하는 등 사유로 기간제근로자(B)가 대체인력으로 휴직기간 동안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전임자(A)를 기간제근로자의 비교대상 근로자로 보아 차별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두 번째 논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사실인정을 통해 A와 B의 주된 업무는 도서관 사서 업무로서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인정하면서, "군무원인 A만 국가공무원법·군무원인사법·군인복무규율·군형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사정은 업무의 동종·유사성 판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중대한 요소가 아니"라고 배척했다. 세 번째 논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육군 제수당 지급지시 등이 이 사건 각 수당의 지급대상을 국가공무원(군인, 군무원)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일 뿐이고, 이 사건 각 수당과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사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위 법령이 이 사건 각 수당의 지급대상을 국가공무원으로 정하였다는 사정은 B를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은 원고 대한민국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당해 판결은 확정됐다. 3. 판례해설 대상판결에서 다룬 논거는 앞서 살펴본 세 가지이나, 그 중 업무가 동일·유사하냐는 두 번째 논거는 사실인정의 문제에 다름 아니므로, 결국 대상판결의 쟁점은 ① 실제 같이 근무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할 수 있는가, ② 사법(私法)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대체근로자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등 그 적용대상을 공무원으로 한정하는 법령상의 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위 두 쟁점은 이미 다른 선행의 판결에서 다뤄진 바 있다. 예컨대,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판결에서 첫 번째 쟁점 즉, 실제 같이 근무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부수적으로 다룬 바 있다. 해당 사건은 군 교육사령부 부설식당에서 민간조리원으로 근무한 C가 조리직렬 군무원만 받을 수 있는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한 것을 이유로 발생하였고, 기간제법 제8조 제1항 위반으로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결에 관하여 대한민국이 취소소송을 제기해 시작되었다. 인정사실에 따르면, 민간조리원 C가 근무한 대부분의 기간 중 위 부설식당에는 별도의 조리직렬 군무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C의 비교대상 근로자로 조리직렬 군무원을 선정해 업무의 동종·유사 여부를 판단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1. 1. 27. 선고 2010누21794 판결 [차별시정판정등취소] 참조), 원고 대한민국이 제기한 상고심 또한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 한편, 대법원은 2014년 판결에서 차별에서"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라 함은 기간제 근로자를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 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 및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을 기준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형태, 업무의 내용과 범위·권한·책임,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일반론을 밝힌 뒤, 두 번째 쟁점 즉, 관계 법령에 비(非)공무원에게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는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성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원고가 민간조리원에게 이들 수당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면서 이를 배척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두5391 판결[차별시정판정등취소]). 다시 말해 비교대상 근로자가 공무원이든 아니든 당해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같은 수당을 지급하도록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기간제법상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일한 쟁점을 다룬 선행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다른 하급기관에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대상판결의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선행판결 및 대상판결이 행정기관의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선례로 자리 잡아, 안 그래도 불안한 지위에 놓여있는 기간제 근로자들이 적절한 보수를 받기를, 그리고 향후 동종·유사한 사건의 소송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휴직공무원
대체근로자
차별적처우
2016-08-16
행정사건
판례해설 - 조례의 효력과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
-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 1. 기초사실 원고는 먹는 샘물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단체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는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과 제주특별자치도 공사 설치 조례에 따라 제주도가 100% 출자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원고는 2007. 12. 15. 개발공사와 제주삼다수 판매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했다. 개발공사는 제품의 제조행위 일체를 담당하고, 원고는 판매행위를 전담하기로 하는 협약이다. 협약기간은 체결일로부터 3년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협약에 따른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자동으로 연장되도록 했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구매계획물량을 미리 정해 놓았고, 그 이후 구매물량은 매년 10월말까지 상호 협의하여 정하기로 했다. 한편, 피고는 2011. 11. 28. 도의회 의결을 거쳐, 2011. 12. 7. 제주특별자치도조례 제809호 개정 조례(이하 '개정 조례')를 공포했다. 개정 조례는, 개발공사는 먹는 샘물 사업운영을 통해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ㆍ유통에 대하여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경우 민간위탁 사업자 '선정'은 '일반입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했다(제20조 제3항). 그러면서 "이 조례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경과규정을 두었다(부칙 제2조). 개발공사는, 경과규정 적용이 만료되는 2012. 3. 15.자로 원고에게 이 사건 협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다. 이에 원고는,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개정 조례가 무효임을 확인했다. 개정 조례 시행 이전에 이미 체결된 협약에 따른 기간 '연장'은 협약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일 뿐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입찰을 거치지 않고 원고와 협약을 연장하더라도 개정 조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에 대하여는,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의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부칙을 제정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런 연유에서, 실현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만일 개정 조례를 이 사건 협약에도 적용할 경우 협약상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면 매년 협약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원고의 재산상 이익을 제한하게 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에 해당하는 조례를 제정할 때에는 조례의 성질을 묻지 않고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법리(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를 들면서, 개정 조례의 근거법인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 등에서 달리 위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발견할 수도 없어서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위법이 중대하고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협약이 자동연장되기 위한 조건으로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원고와 개발공사가 2012년 구매계획물량이 협의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에까지 이 사건 협약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대한상사중재원이, 2012. 12. 17.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이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중재판정을 내린 점을 거론했다. 이런 사유로 원고가 이 사건 협약에 의한 먹는 샘물 판매업자 지위를 상실하였다면, 그 원인이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원고가 개정 조례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먹는 샘물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3.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원고가 소의 대상으로 삼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이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행위의 주체, 내용, 형식, 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제1심과 원심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을 인정해 본안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개정 조례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지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2011. 12. 7. 시행되는 개정 조례 이전의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 부칙에 대해서는, 집행행위의 개입 없이 원고의 종전 사업자 지위를 박탈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원고의 판매사업자 지위가 소멸하게 된 원인은 개정 조례가 아니라 개발공사의 협약 해지라는 뜻이다. 부칙의 구체적인 문언을 보면, 2012. 3. 14.까지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그 이후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2. 3. 14.자 이후 원고의 법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형식적인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건 개정 조례의 처분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반입찰로 판매사업자를 선정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부칙에서 유예의 대상으로 삼은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는 바로 원고다. 원고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항이다. 부칙의 반대해석상 2012. 3. 15. 이후에는 원고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판매사업자를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에 저촉되는 듯한 외관이 형성되었다. 실제 개발공사는 개정 조례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정한 2012. 3. 14.의 다음 날인 2012. 3. 15.자로 이 사건 협약 해지통지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 조례 부칙은 원고를 대상으로 하여 2012. 3. 14.까지만 종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사업자 지위를 상실시켜 원고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처분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조례의 무효여부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가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인지 특히 문제된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더 구체화하여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와 같은 조례에 대한 위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포괄위임으로 족하다고 한다. 조례의 제정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로 구성된 지역의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 대표기관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 볼 때 조례제정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으며 포괄적인 것으로 족하다고 본다(헌법재판소 1995. 4. 20. 선고 92헌마264결정 등). 조례에 대한 위임은 포괄위임으로 충분하다고 하여 법률의 위임이 불요하다는 의미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며(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 참조). 조례가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는 조례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포괄위임으로 족한 경우에는 법률의 명시적 위임이 없어도 관련 관련 법령을 종합해 위임의 근거가 발견된다고 하여 근거가 비교적 쉽게 인정된다. 반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에 대해서는 보다 까다롭게 법률의 위임여부가 판단된다. 권리제한 혹은 의무부과로 판명되는 조례라면,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될 여지가 많다. 결국 조례의 실질적인 내용에 따라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가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한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방의회가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고 개정 조례 부칙을 제정한 이유를 추측해보면,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원고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부여하는 시혜적인 내용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개정 조례가 시행됨으로써 수의계약으로 얻은 종래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지만 예외적으로 그 지위를 더 연장하는 유예조치를 취하였다는 인식일 수 있다. 이처럼 경과조치를 수익처분으로 생각하는 배경에는 수범자의 신뢰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의회 인식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특정 규율에 의해 발생한 법률관계는 어디까지나 그 규율에 따라 파악되고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 즉 과거의 사실관계가 그 뒤에 생긴 새로운 법령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다는 신뢰보호원칙은 법치국가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상 원칙임에도 쉽게 간과된다. 물론 모든 수범자의 기대 내지 신뢰가 권리로서 보호되지는 않지만, 규율의 변경은 종전 신뢰에 터잡은 이익과 권리를 제한한다는 속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례와 같은 자치입법을 제정 변경할 때 원고와 같은 기득권자가 이미 누리고 있는 신뢰이익이 쉽게 무시되곤 한다. 이 사건에서도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 효력을 부인당하지 않으려면, 원고와 같은 종전 판매사업자가 종래 누리고 있는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와 같이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종전 법적 지위를 곧바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종전 지위를 유지하거나 잃게 되는 요건을 심사하여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과도기적 단계를 마련하는 방법이 더 적절할 것이다. 마지막 쟁점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 인정 여부다.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결정적인 원인은 원심 선고 이후에 있었던 중재판정이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이 사건 협약상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2012. 12. 17. 이 사건 협약의 효력에 대한 중재판정을 받았다.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은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판정이 났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해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2012. 10. 31. 원심 변론이 종결되고 같은 해 12. 12. 판결이 선고된 이후, 2012. 12. 17. 내려진 중재판정으로 새로운 사실관계가 창출된 것은 아니다. 2012년 10월 말까지 구매물량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협약은 이미 더 이상 연장되기 어렵게 되었다. 중재판정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규율하는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상실한 이상, 위 부칙의 효력을 다툴 이익이 사라진 것이다.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행정처분이 위법하여 무효확인 또는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5001 판결 등). 이 사건에서 기존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잃은 원고에게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를 확인받음으로써 되찾을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지 않았다. 원고가 소를 제기해 다투면서부터 구매계획물량에 대한 합의가 쉽게 되지 않으리라는 점은 예견되었을 것이다. 원고로서는 개정 조례의 효력을 다투는 것과 동시에 협약이 자동 연장될 수 있는 조치를 함께 취할 필요가 있었다.
제주삼다수
조례
지방공기업
2016-08-0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판례해설 - 구 지방세법상 부동산 취득세 표준세율을 적용함에 있어 ‘신탁재산인 부동산을 수탁자로부터 수익자에게 이전하는 경우’의 해석
- 서울행정법원 2016. 2. 5. 선고 2015구합70683 판결 1.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구 지방세법(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에서 정한 부동산 취득세 표준세율의 적용범위가 문제된 사건이다. 특히 구 지방세법 제11조 제1항 제4호 본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의 '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인 부동산을 수탁자로부터 수익자에게 이전하는 경우' 표준세율 3%를 적용하도록 한 조항의 해석이 쟁점이 되었다. 만일 이 사건 부동산 취득이 이 사건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밖의 원인으로 인한 농지 외의 부동산 취득에 해당되어 구 지방세법 제11조 제1항 제7호의 나.가 적용됨으로써 4%의 표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2. 사안 및 대상판결의 판단 가. 사안의 경과 ① 원고(보험회사)는 A회사와 부동산매입대리사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② A회사는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인 B회사 및 신탁회사와 사이에 부동산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부동산에 신탁등기를 경료하였는데, B회사가 신탁자, 신탁회사가 수탁자, A회사가 수익자이다. ③ 이 사건 신탁계약의 당사자들은 이 사건 부동산의 수익자를 A회사에서 원고로 변경하였다. ④ 원고는 신탁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으면서 세율 3%를 적용하여 계산한 취득세를 신고, 납부하였다. ⑤ 서울특별시(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은 사실상 B회사가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으로서 위탁자와 수익자 사이의 특별한 신임관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율 4%를 적용하여 취득세를 경정, 고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① 신탁이란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 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또는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신탁법 제2조)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신임관계는 양자 간의 계약에 의해 설정할 수 있으며(신탁법 제3조 제1항), 신탁법상 위탁자와 수익자 사이의 특별한 신임관계가 요구되는 것이 아닌 점, ②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인 점, ③ 이 사건 신탁계약의 결과가 부동산 매매와 유사하더라도 그로 인해 '위탁자·수탁자·수익자 사이의 신탁계약'을 '위탁자와 수익자 사이의 매매계약'으로 볼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는 수탁자인 신탁회사로부터 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았으므로, 이 사건 조항에 따라 3%의 세율을 적용받아야 함이 타당하고, 이에 반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70638 판결). 3. 검토 가. 조세법률주의의 내용으로서의 엄격해석의 원칙 조세법률주의란 법률의 근거 없이 국가는 조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고, 국민은 조세의 납부를 요구받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의미하는데, 우리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대법원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과세요건이거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2두6781 판결, 1994. 2. 22. 선고 92누18603 판결 등 참조), 조세법률주의의 내용으로서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설시하고 있다.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합목적적 해석도 허용된다고 보지만,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거나, 행정편의적인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구 지방세법상 '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인 부동산을 수탁자로부터 수익자에게 이전하는 경우'라는 과세요건을 해석할 때 이 사건 신탁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위 신탁계약의 결과가 부동산 매매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더라도 이 사건 조항이 정하는 바대로 3%의 세율을 적용받아야 함이 타당하고, 이 사건 조항이나 신탁법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이 아닌 '위탁자와 수익자 사이의 특별한 신임관계'에 의한 신탁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의 적용을 적용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조세법 해석의 원칙인 엄격해석의 원칙을 확인하고, 자의과세의 배제, 경제생활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의 확보라고 하는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을 충실하게 구현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구 지방세법이 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면서 신탁재산이 수탁자로부터 수익자로 이전되는 것은 사실상 일반적인 유상취득과 차이가 없다는 점에 기인하여 이 사건 조항이 삭제되어 신탁재산의 이전과 관련한 취득세 표준세율에 관한 논란은 입법으로 정리되었다.
신탁재산
취득세
부동산
2016-03-29
주택·상가임대차
행정사건
판례해설 - 불법증축책임, 누가 부담할까
서울고등법원 2016. 1. 29. 선고 2014누5066 판결 원고는 건물 소유자입니다. 강남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6층으로 된 건물을 지어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각 층마다 별도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건물 임차인들은 구청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개방공간에 바닥을 설치하고, 옥외부분을 증축하였습니다. 강남구청은 건축법에 따라 건물 소유자인 원고에게 무단증축부분의 자진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였습니다(제80조 1항). 이에 원고가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강남구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주된 쟁점은 '무단증축 행위자가 아닌 임대인에게 시정명령을 명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원고는 무단증축을 한 행위자가 임차인들이고,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이 모든 위반사항을 책임지기로 약정을 했으며, 원고가 임차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청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서 시정명령을 이행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행강제금제도의 취지와 행정법규 위반 및 제재조치의 법리에 입각하여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은 건축법을 위반한 건축물의 방치를 막기 위하여 행정청이 시정조치를 명하였음에도 건축주, 시공자, 소유자, 관리자 등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과합니다. '장래의 의무이행'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의무위반 행위를 제제하는 과태료와 구별됩니다. 또한 시정명령은 위반 건축물의 소유자가 위반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소유자 등에게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두27919 판결). 건축물의 안전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기능을 제고하기 위하여, 위법한 현상 자체를 즉각적으로 제거할 책임을 소유자 등에게 부과한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행정법상 제재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두1297 판결). 정리하면, 무단으로 증축된 건물의 소유자는 자신의 과실 유무에 관계 없이 해당 건축물의 위법상태를 시정할 공법상 책임을 부담하고, 이행강제금의 제재까지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유자는 무단증축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판례는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5177 판결).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지만 그와 동시에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면책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당한 사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당한 사유'와 '과실 없음'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과실은 없으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는 언제인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만 판례 중에는 지방자치단체 급수조례를 위반하여 급수를 도용한 행위자에 대하여, 부정 급수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건물을 매수하여 사용하고, 평소보다 수도요금이 2, 3배 많은 액수로 부과되어 행정청에 항의를 함에 따라 행정청이 비로소 계량기의 이상 유무를 조사하다가 부정급수를 적발하게 된 사정을 고려하여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 경우가 있습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두5972 판결). 결국 행정법규 위반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의 무단증축이 문제된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전후로 한 구체적 사정을 십분 고려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1층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모하여 무단증축을 한 건축법위반혐의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 다른 층 역시 임차인이 독자적으로 증축했다고 보기 의심스러운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판결을 받은 다음,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도 인정되었습니다. 일부 층의 임차인을 변경하면서 계약서 특약사항에 "전 임차인의 불법증축에 따른 이행강제금, 민형사상 책임 등 모든 지위를 승계한다"는 내용만 기재하고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자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결국 건물 소유자가 건축법위반을 방조하였거나 적어도 인식하였음에도 묵인한 사실에 기초하여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무단증축상태를 시정할 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차계약에서 무단증축의 책임을 임차인에게 부과하더라도, 이는 추후 임차인에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공법상 규제를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무단증축
건축물
임대차
2016-03-15
행정사건
판례해설 -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정보공개청구
- 서울고등법원 2015. 12. 8. 선고 2015누54256 판결 1.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 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라도 공공기관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정보의 성질이 훼손될 우려가 없는 이상 정보공개청구권자가 요구하는 대로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청구인에게 공공기관을 방문하여 직접 해당 정보를 열람, 수령하라는 통보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 12. 8. 선고 2015누54256 판결). 2. 사안을 살펴보면, 청구인은 남양주시 소속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 남양주시장에게 전자문서화되어 있지 않은 정보인 무기계약근로자 피복비 구매내역 증빙서류를 '전자파일' 형태로 공개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남양주시장은 청구인에게 사무실에 직접 방문하여 해당 정보를 열람, 수령하라고 통보하였다. 청구인은 위 통보를 정보공개거부처분으로 보고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은, 공공기관은 항상 청구인이 요구하는 방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위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제1심을 취소하였다. 3. 대법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자가 공공기관에 대해 정보의 사본 또는 출력물의 교부의 방법으로 공개방법을 선택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한 경우에 공개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으로서는 원칙적으로 청구인이 선택한 공개방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여야 하고, 공개방법을 선택할 재량권이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두8050 판결, 2004. 8. 20. 선고 2003두8302 판결 등). 4. 한편,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 관하여는 정보공개법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바,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정보의 성질이 훼손될 우려가 없으면 그 정보를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공개할 수 있다. 위 규정에 비추어 보면,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 공공기관이 청구인이 요구하는 방법에 따라 해당 정보를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공개해 줄 것인지 여부는 공공기관의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판결은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를 전자문서로 변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청구권자가 요구하는 대로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정보공개 방법의 선택에 관한 공공기관의 재량권 행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5.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청구에 따라 새로 정보를 생산하거나 가공하여 제공할 의무를 공공기관에 부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이미 관리하고 있는 문서 등에 기록된 사항을 공개할 의무만 부과하고 있는 것이지만,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를 단지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지우는 것은 새로운 정보의 생산 또는 가공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6. 결론적으로 이 사건 판결은 정보의 전자적 공개에 관한 정보공개법 제15조 제2항의 취지를 명백히 밝혀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라도 국민이 전자적 형태로 손쉽게 취득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공개법의 입법취지를 잘 구현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2016-01-27
공정거래
행정사건
판례해설 - 온라인 자동결제 시에도 계약조건(가격등) 변경하려면 소비자 동의 필요
서울고등법원 2015. 9. 24. 선고 2014누66856 판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제8조 제2항 사업자와 전자결제업자등은 전자적 대금지급이 이루어지는 경우 소비자의 청약서가 진정한 의사표시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명확히 고지하고, 고지한 사항에 대한 소비자의 확인절차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마련하여야 한다. 1. 재화등의 내용 및 종류 2. 재화등의 가격 3. 용역의 제공기간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사업자와 전자결제업자등은 법 제8조 제2항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소비자가 확인하고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자결제업자등이 마련한 전자적 대금 결제창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자와 전자결제업자등은 소비자가 직접 동의 여부를 선택하기 전에 미리 동의한다는 표시를 하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확인절차를 진행해서는 아니 된다. 원고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디지털 음원상품 중 월정액 상품을 자동결제방식(매월 이용대금이 자동적으로 원고에게 매월 정해진 날짜에 선납되는 방식)으로 판매하였는데, 원고는 원고가 제공하는 멤버쉽 서비스와 관련한 권리, 의무 등을 규율하기 위하여 '통합유료약관'을 작성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위 자동결제상품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위 '통합유료약관'에 대한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다. 원고가 부담하는 음원사용료가 인상됨에 따라 자동결제상품의 가격을 종전보다 최소 30%에서 최대 83%까지 인상하기로 하고, 2013. 1. 1. 이전부터 자동결제상품을 이용하고 있던 소비자(이하 '기존 이용자')에 대하여는 2014. 1. 1.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기존 이용자들에게 이메일 등을 통하여 가격 인상 사실과 내용 및 시기 등의 변동사항을 고지하였으나, 기존 이용자에게 인상된 가격으로 대금지급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직접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자결제업자등이 마련한 전자적 대금 결제창을 제공하지는 아니하였다(이하 "이 사건 행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행위가 전자상거래법령의 청약의사 확인절차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전자상거래법 제8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은 소비자의 청약의사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신규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정이고, 이 사건 행위와 같이 이미 체결된 계약의 조건을 일부 변경하는 경우에는 청약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조항 제8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소비자가 이용권을 최초 구입하는 경우와 이용기간 만료 후 다시 구입하는 경우를 비교할 때 그 법률적 성격이나 형식에서 차이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자동결제방식은 소비자의 대금지급절차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일 뿐, 자동결제조항에 의한 묵시적 갱신은 대금 등 계약조건이 기존 그대로 계속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소비자나 사업자 중 일방이 기존의 계약조건에 변경을 가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양 당사자 사이에 변경된 계약조건에 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고 그러한 합의가 없는 한 계약이 묵시적으로 자동 갱신 또는 연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 원고는 '설령 위와 같이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공고나 기존 이용자들에게 이메일로 통보한 행위는 사업자의 청약이고 그에 따라 소비자는 승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원고가 위와 같이 가격 인상을 고지한 행위는 이 사건 통합유료약관에 의한 서비스 내용 변경의 사전고지절차의 일환(또는 가격변동사항을 안내하는 호의행위)에 불과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상품에 대하여 원고가 일방적으로 인상한 이용대금을 지급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가지지 않은 채 자동적으로 지급하여 구매하는 것보다는 원고 및 타사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 중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새로운 계약체결을 위한 청약의사를 표시하도록 함이 바람직한 점 등을 종합하면 청약의 유인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계속적 계약관계의 경우까지 소비자의 개별적 확인절차를 강제하는 것이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전자상거래 자체를 위축시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음악컨텐츠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불완전정보를 가지고 있던 소비자 중 실제로 가격인상사실을 알았더라면 구매를 중단하는 의사결정을 하였을 소비자들은 원고의 일방적 가격인상행위로 인하여 원하지 않는 구매를 하게 되었으므로 이로 인하여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어 소비자후생이 줄어들게 되었고, 거래비용의 증가로 자동결제상품의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구매자가 줄어들게 되어 발생하는 손실은 원고가 부담해야 할 경영상 손실에 불과하다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온라인사업자들이 약관을 통해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해 오던 관행에 대하여 소비자구제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과 같은 음원 판매 사이트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각종 온라인 서비스업체들의 자동결제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으로 이 판결과 관련하여서는 '사업자가 기존의 계약조건에 일방적으로 변경을 가하였고 소비자는 그에 대한 명시적인 동의나 반대 없이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우 그 소비자의 의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추후 이 판결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변경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소비자들이 이미 지급한 이용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을 수 있는지, 특히 이미 사용한 자동결제상품이 있다면 그 사정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 등 새로운 법률쟁점에 관한 검토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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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의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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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혼했더라도 '혼인 무효'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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