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협상이 결렬된 경우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결정이 있으면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법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이 제청됐다.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독소조항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이 있었지만 96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정족수에서 1인이 모자라 합헌결정을 내린 이후 가라앉았던 '직권중재제도' 논란이 다시 헌재의 판단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조병현·趙炳顯 부장판사)는 16일 직권중재 제도를 규정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62조 제3호, 제75조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단지 필수공익사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단순히 제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박탈까지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는 이상 사전적인 직권중재제도는 현행헌법과 조화되기 어렵다"며 "특히 부분적·일시적 직장점거, 피켓팅, 준법투쟁 마져도 중재기간 및 중재재정 이후에는 전면 금지되는 바 이는 단체행동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노사협상이 결렬되고 조정도 이뤄지지 않아 마지막 수단인 노동쟁의의 실효성과 적절성이 가장 강력한 때에 직권중재를 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중재재정이 회부돼 결정되기까지 15일에 불과한데다 행정소송을 하기 전에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까지 거쳐야 해 사실상 법원이 집행정지 등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 △중재재정에 대해 '위법'이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재심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어느 일방에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이라는 이유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 점, △쟁의행위의 적법여부는 노동관계법규 위반여부가 아니라 절차, 방법 등 구체적·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또 국내 노사관계 현실상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직권중재 때문에 사용자가 노사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 원만한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의문이 든다"며 "직권중재후 쟁의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돼 손쉽게 엄단할 수 있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볼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96년 결정 당시 위헌 의견이 합헌보다 1명 많았지만 위헌 정족수에 1명이 부족한 5명이었다(90헌바19). 하지만 당시 재판관 전원이 교체돼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현행법은 `철도(지하철 포함), 시내버스, 수도·전기·가스·정유, 병원, 은행, 통신'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직권중재시 15일간 쟁의를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