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24년 6월 17일(월)
지면보기
구독
My Lawtimes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헌법사건
사적
검색한 결과
2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정보통신
헌법사건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제공요청 규정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들은 검사 또는 군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요청에 따라 자신들이 가입한 전기통신사업자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등의 통신자료를 제공하였음을 알게 되자 1) 위 수사기관 등의 각 통신자료 취득행위(이하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라 한다)와 2) 그 근거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중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을 위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1)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관한 심판청구는 각하하였고, 2)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는 2023. 12. 31.을 시한으로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3. 평석 가. 결정의 배경 헌법재판소는 2012년 유사한 사건에서 통신자료 취득행위와 구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관하여 모두 각하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39). 그러나 그 이후에도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도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수사기관 등(여기에는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 등이 포함된다)의 통신자료 취득에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계속하여 제기되었다. 대상결정은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2016년 및 2022년 청구된 합계 4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병합하여 판단에 이른 것이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통신자료 제공 이후에도 정보주체에게 이를 통지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타당하나 대상결정에 따른 후속입법에 있어서는 쟁점이 되었던 다른 위헌사유들도 진지하게 검토하여 헌법적으로 최적화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 적법요건 대상결정은 적법요건에 관한 중요 쟁점을 몇 가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먼저 이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는 우선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 부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고 이 점은 2012년 결정과 같은 취지이다.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의 고권적 작용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통신자료를 제공요청하고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이를 자발적으로 제공받은 것은 임의수사에 불과하여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만 권리보호이익 흠결을 이유로 각하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도 제시되었다). 2012년 결정과 달라진 부분은 통신자료 제공과 취득의 근거규정인 심판대상조항의 직접성에 관한 판단으로서 이로 인하여 대상결정의 본안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헌법소원의 적법요건 중 기본권침해의 직접성만큼 논란이 많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 외에 경우에 따라서는 판례의 태도에서 일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보인다. 법률조항은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을 일으키는 경우 그 직접성이 인정될 수 있다. 사안에서는 공권력주체인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제공요청과 사적 행위자인 전기통신사업자의 제공행위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 집행행위의 실행이 있어야 비로소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므로 원칙적으로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없게 된다. 2012년 선행결정은 특히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행위가 재량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사인(私人)의 행위’는 공권력작용이 아니므로 집행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례들(가령 헌재 1996. 4. 25. 95헌마331)에 비추어 보더라도 직접성 판단에 있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 대상결정은 적어도 영장주의나 사후통지 등 절차와 관련하여서는 법률에서 그 제도를 두지 않아 기본권 침해가 직접 문제 된다고 할 수 있고, 집행행위로 인하여 비로소 기본권 제한이 발생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불복수단이 존재하는지가 불분명”하고, “이용자는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어서 다른 절차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직접성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아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다. 공권력작용과 사인의 행위가 결합된 형태의 집행행위에 이러한 법리가 향후 일관되게 적용될 것인지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일부 청구인들은 통신자료 취득시점으로부터 1년이 도과한 이후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사후통지를 받지 못한 이상 기간도과에 청구인들이 책임질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 점도 눈에 띈다. 다. 기본권 침해 여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심판대상조항의 통신자료는 정보주체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기입일·해지일’을 뜻하므로 사안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이 발생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청구인들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외에 통신의 비밀 제한도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이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가 “구체적인 통신관계의 발생으로 야기된 모든 사실관계, 특히 통신관여자의 인적 동일성·통신장소·통신횟수·통신시간 등 통신의 외형을 구성하는 통신이용의 전반적 상황(헌재 2018. 6. 28. 2012헌마538)”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일 수 있으나 더 명시적인 논거와 판단기준이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심판대상조항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는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을 기준으로 검토되었다. 명확성원칙과 관련하여서는 심판대상조항 중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부분만이 문제 되었으나 일반인도 그 취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 명확성원칙 위반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과잉금지원칙과 관련하여서는 통신자료로서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 제공요청의 사유, 통신자료의 사전·사후 관리 등이 집중적으로 고려되었는데, 법정의견은 이 모든 사항과 관련하여 필요 이상의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반면, 별개의견(재판관 이종석)은 통신자료로서 ‘만능키’와 같은 주민등록번호도 수집할 수 있고, 개인정보에 관한 보관기간이나 폐기절차 등 사후관리방법도 부재하는 이상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필자는 선행정보가 후속정보의 대규모 수집,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늘날의 정보통신환경을 고려할 때 별개의견이 제시한 논거들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결정은 절차적 통제원칙들인 적법절차원칙과 영장주의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적법절차원칙의 ‘절차적’ 요청으로 적절한 고지와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 부여를 들고 있고 제도와 사안에 따라 그 구체적 요구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사전고지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통신자료 제공 이후 사후통지절차조차 두고 있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으며 이는 타당하다고 평가된다. 재판관들도 이 점에 있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장주의에 관하여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헌재 2018. 6. 28. 2012헌마191)과 달리 임의수사에 불과하여 영장주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간략히 판시하는 데 그쳤으나, 기실 이는 상당한 논쟁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특히 대상결정이 나오기 이전에 통신자료 취득에 관하여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수 발표되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오동석, 황성기, 차진아, 임규철. 반대견해로는 이기수, 유주성). 영장주의 적용론은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할 지위에 있는 전기통신사업자가 당해 개인정보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과 제3자인 전기통신사업자조차 정보제공 여부의 타당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참조)을 주된 논거로 한다. 위와 같은 논쟁의 배경에 행정상의 인신구속 등에 관하여도 영장주의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헌재 2020. 9. 24. 2017헌바157 등 보충의견 참조)을 더하여 보면, 대상결정 중 영장주의에 관한 판시와 논증은 충분치 못하였다고 보인다. 통신자료의 취득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등 보다 강력한 기본권제한조치들과 빈번하게 결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라. 향후의 과제 대상결정은 사후통지절차의 흠결에 초점을 두고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는바, 적용시한인 2023. 12. 31. 이전에 개정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관한 개정안은 이미 수차례 제안된 바 있고 전기통신사업법 자체의 전면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입법자는 개정과정에 있어 헌법재판소가 직접적인 헌법불합치사유로 거론한 ‘최소한의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통신자료의 범위, 적절한 사전적 통제수단의 필요성, 보관기간이나 절차의 마련 등 대상결정에서 검토되었던 다른 위헌사유들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헌법적으로 최적화된 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조동은 교수(서울대 로스쿨)
통신자료
개인정보
수사
조동은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2-01
헌법사건
개성공단 투자기업,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심판청구
1. 들어가며 헌법재판소는 2022년 1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결정과 통일부장관의 개성공단 철수계획 마련, 관련 기업인들에 대한 통보,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 발표 및 집행 등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조치에 대한 개성공단 투자기업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결정(2016헌마364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위헌확인)을 하였다. 2. 사건개요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같은 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대통령은 2016년 2월 8일 피청구인 통일부장관에게 개성공단 철수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2016년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개성공단의 운영을 즉시 전면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를 위한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2016년 2월 10일 14:00 개최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소속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결정과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그 세부조치로서 ① 2016년 2월 11일부터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 영업소 운영 전면중단, ② 2016년 2월 11일부터 사흘간 개성공단 출입 최소화 및 현지 체류 남한 주민 전원 복귀를 각각 지시하였고, ③ 이후 개성공단 방문승인을 불허할 방침임을 통보하였다. 그리고 2016년 2월 10일 17:00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6월 2월 11일 17:00경 개성공단 내 남한 주민 전원 추방 및 자산 전면동결조치를 발표하였으며, 당시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인, 근로자 등 인원 280여 명은 같은 날 23:00경까지 전원 남한으로 복귀하였고, 이후 개성공단에서의 공장가동 등 협력사업은 모두 중단되었다. 3. 결정의 요지 이 사건 중단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로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조정명령) 제1항 제2호, 제9조 제1항(남북한 방문),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관한 헌법 제10조, 대통령의 권한에 관한 헌법 제66조, 정부조직법 제11조, 개성공업지구지원법 제15조의3(신변안전정보의 통지)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배척하였다. 4. 평석 (1) 이 사건 중단조치는 긴급재정경제처분으로 보아야 함 헌법 제76조 제1항은 긴급재정경제처분권을 두고 있는바, 긴급재정경제처분은 상위의 근거법률이 없어서 일반적인 행정처분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국회의 의결을 거쳐 집행해야 할 재정적인 조치를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긴급하게 조치하여야 할 경우에 발하는 긴급행정처분이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을 발하려면 실질적 요건으로 중대성, 필요성, 긴급성, 보충성이 있어야 한다. 절차적 요건으로는 국무회의 심의,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 지체없이 국회 보고하여 승인을 얻을 것, 지체없는 공포 등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사전(국무회의 심의)과 사후(국회, 헌법재판소, 법원) 통제가 가능하다. 이 사건 중단조치는 남북교류협력법이나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이 예정하지 않은 전면중단조치이므로, 긴급재정경제처분의 형식으로 행해지는 것이 법리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이 아니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는 "통일부장관은…협력사업을 하는 자에게 협력사업의 내용·조건 또는 승인의 유효기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할 수 있다."고 하고, 시행령 제30조는 "조정을 명할 때에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당시의 상황이 조정명령 발령사유인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이 사건 중단조치가 조정명령이라고 본 판단과 조정명령이라 할 경우에 그 명령을 발령할 때 취해야 할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동의할 수 없다. 통상의 행정처분은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일 경우에 청문절차를 거치게 되며, 행정처분이 행해진 경우에도 상대방이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하거나 집행정지신청을 할 기회가 부여된다. 그런데 이 사건 중단조치는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처분 후 불복절차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통상의 행정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문서로 된 처분서도 없었다. 또한 법률 문언을 보더라도 이 사건 중단조치를 조정명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조정명령은 승인을 받은 개별 협력사업에 대해, 그 내용, 조건, 유효기간 등 세부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치는 공장가동을 즉시 전면중단하는 것으로서 동법이 예정한 '조정명령'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결국 이 사건 조치는 조정명령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다른 법률에도 근거가 없는 바, 이건 처분은 긴급재정경제처분이라 할 것이다. (2) 정상화 합의서는 신뢰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있음 2013년 8월 14일 채택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에는 "남과 북은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한다. 신뢰보호원칙은 행정처분이 적법한 경우에도 그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주장이다. 이때 공적인 견해표명은 법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신뢰보호원칙은 청구인의 마지막 주장이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정상화합의서가 국회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근거로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의 공적인 견해표명은 반드시 국회동의를 거친 법적 구속력 있는 의견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남북관계에서 남북한 당국의 합의가 가장 강력한 공적인 견해표명인데 이를 존중하지 않은 채 사적 위험부담의 영역이라고 내쳐버린다면 국가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인지, 개성공단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성공업지구지원법까지 제정한 남한 정부의 의도는 또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위 정상화합의서에 이른 경위를 보면, 어떤 도발이 있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단운영의 일시적 부분적 제한을 넘어 이 사건과 같이 전면적 중단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기 위하여 남북한이 각자 법률을 제정하였고, 남한은 기반시설 조성을 위하여 재정을 투입하였던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런 제반사정을 살펴보면 현지기업의 개성공단진출은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신뢰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것이다. 또한 남북한 정부 당국이 합의한 합의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면 도대체 남북경협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견해표명은 무엇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이 판단은 장래 남북경협 재개시 투자유치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남북경협재개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당면하였다. 5. 나가며 헌법재판소는 북한과 관련된 정부 조치는 목적의 정당성이 있으면 절차적인 부분은 행정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의견은 기왕에 헌법재판소가 선례로 구축한 적법절차 준수 원칙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일치로 결론이 났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헌법재판관의 구성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장래에도 유사한 판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향후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 재추진 과정에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조치로 사업중단 및 보상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기상황 발생에 대해 단계별로 통지하고 대응조치 수준을 달리하는 등의 세분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남북경협의 역사를 살펴볼 때 기본법인 남북교류협력법은 개별적인 협력사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특정지역이나 경제특구 단위를 전체적으로 중단하는 포괄적인 조치에 대한 제도나 법률 규정은 미비하다. 개성공단 중단, 금강산 관광 중단, 5·24조치 등 개별기업이나 특정 사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조치가 다수 행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조치를 할 요건과 효과를 명확히 법률로 규정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현행법에는 특정 공단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의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단조치시의 투자자 보호조치도 미흡하다. 나아가 중단된 사업의 재개조치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사건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법률로 중단조치의 요건과 절차, 보상규정, 재개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자.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개성공단
박근혜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2-04-04
1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헌재, "文 정부서 납부 대상 확대된 종부세 '합헌'"
판결기사
2024-05-30 17:4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부동산
현행 연명의료중단제도의 개선 방향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