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오성우 부장판사)는 22일 지난해 12월 사상 최장기간의 철도파업을 주도해 철도공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죄)로 기소된 김명환(49) 전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4고합51).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태만(56) 전 수석부위원장과 최은철(41) 전 사무처장, 엄길용(48)전 서울지방본부 본부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철도파업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전격성'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여부는 경영주체인 철도공사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므로 이 사건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면서 "그러나 파업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철도공사가 노조의 파업 동향을 파악해 파업시기에 따라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왔고, 노조도 담화문과 홈페이지를 통해 수서발 KTX설립 및 출자결의를 한다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여러 차례 밝히고 파업시기를 명확히 해왔다"며 "이른바 '경영간섭 파업'의 경우 순수한 정치적 목적의 파업과 달리 근로조건의 변경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로서는 쟁의행위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철도노조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철도 민영화' 정책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12월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684개 사업장 조합원 8600여명과 함께 파업에 돌입했다. 검찰은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해 철도공사에 약 1조원의 영업 손실을 입혔다"며 김 전 위원장 등 간부 4명을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