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로 판단하고 일당에게 징역 6년 등 중형을 선고했다. 폭력조직이 아닌 전화금융사기조직을 범죄단체로 규정해 처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법 형사3단독 염경호 판사는 28일 중국과 한국에 콜센터를 두고 기업형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한 혐의(범죄단체 등의 조직 등)로 기소된 국내 관리자 이모(28)씨에게 징역 6년을, 책임자 역할을 한 원모(29)씨와 문모(40)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4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염 판사는 "이씨 등은 중국 총책의 지시를 받아 중국과 국내에 수직적인 통솔체계를 갖춘 인적·물적 조직을 갖추고 범행했다"며 "이는 형법 제114조에서 정하고 있는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형법 제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범죄에는 주로 사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왔는데, 형법 제114조를 적용하면 형량이 훨씬 무거워진다.
염 판사는 전화상담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해 함께 기소된 30여명에 대해서도 "범죄단체 가입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내용의 업무 매뉴얼이 있는 것을 볼 때 업무 시작 전에 자신들의 업무가 보이스피싱 목적의 범행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3년~4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씨 등은 2012년 9월부터 1년 7개월간 피해자들에게 "신용도를 높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줄테니 계좌를 개설하고 체크카드 뒷면에 비밀번호를 적어 보내달라"고 요구한 뒤 이를 받아 채권설정비 등 명목으로 피해자들이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하는 수법으로 300여명에게서 1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체크카드 편취팀과 대출사기팀, 현금인출팀을 나눠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구지검은 지난 6월 이 조직이 여권을 압수해 조직원들을 감시하고, 이탈자를 처벌하는 등 내부질서 유지체계를 가지고 있다며 형법 제114조를 적용해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