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염기창 부장판사)는 23일 '왕재산'이라는 간첩단을 조직해 북한 간첩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김모(49)씨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9년을 선고했다(2011고합1131 등).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모씨 등 3명에게는 징역 5~7년 및 자격정지를 선고하고, 유모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간첩단이라고 주장한 '왕재산'에 대해서는 반국가단체 구성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 등이 국내 정치권과 한총련, 전국연합, 범민련 등 운동단체의 움직임을 탐지ㆍ수집한 혐의는 김씨로부터 발견된 북한 지령문과 보고서, 북한공작원과의 통신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암호화 프로그램, 김씨 등이 북한공작원 접선 장면을 채증한 사진 등 제반 증거에 의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 등이 2010~2011년 북한 공작원과 일본, 중국에서 회합했고, 북한으로부터 차량 번호판 영상인식 시스템의 핵심기술을 전달받았으며 북한 공작원에게 LED 부품을 제공한 혐의는 이들의 접선을 목격한 수사관 증언과 사진 등을 종합해 보면 유죄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990년대 중반 이들과 관계를 단절한 증인의 법정증언만으로는 이들이 2005년 반국가단체를 조직해 수괴와 지도적 임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씨 등이 반국가단체의 구성 및 수괴나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사유과 관련해 "제출된 여러 증거는 조작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사정이 없음에도, 김씨 등은 근거 없이 증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며 "이는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법원을 오도하고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는 행태로 봄이 상당해 형을 가중하는 요소로 참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이 수집한 국가기밀이나 배포한 이적표현물이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만큼 중대하거나 대한민국의 정체성 유지에 큰 위협을 끼칠만한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은 김씨를 총책으로 하는 간첩단 '왕재산'을 조직, 북한 노동당 225국과 연계된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임씨 등 4명에게 징역 12~15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