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보석취소결정에 대한 항고에 대해서는 1심이든 2심이든 집행정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첫 결정이 나왔다. '즉시항고'가 집행정지 효력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항소심 보석취소결정에 불복하는 등의 사례를 차단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415조와 410조는 '항고법원 또는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면서 '즉시항고의 제기기간 내와 그 제기가 있는 때에는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낸 항소심 보석취소결정 재항고를 기각했다(2020모633). 대법원 같은 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날 이주영 부영그룹 회장의 재항고도 같은 취지로 기각했다(2020모1845).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으면서 보석이 취소됐고 1년 만에 재구속됐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 대법원에 재항고했고 재구속 엿새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돼 풀려났다.
항고는 법원 판결이 아닌 결정·명령에 불복하는 것으로, 일정한 기간 내에서만 제기할 수 있는 '즉시항고'와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제기할 수 있는 '보통항고'로 나뉜다. 1심 법원의 보석취소결정에 대해서는 보통항고만 가능해 원칙적으로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다. 그런데 고법 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즉시항고’에 해당돼 재판의 집행이 정지된다.
결국 재판에서는 1심에서 보석취소에 대해 불복할 경우 집행정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지만, 2심에서 보석취소에 대해 불복할 경우 집행정지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
이에 2심은 "항소심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가 있는 때 집행정지 효력이 있는지 견해가 대립되므로,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 결정 때까지 구속집행을 정지한다"며 이 전 대통령을 석방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재항고 사건을 접수하고 7개월여간의 검토끝에 이 전 대통령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등법원이 한 보석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집행정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고등법원이 보석취소결정을 고지하면서 재항고 관련 사항을 고지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항소심의 보석취소결정에 재항고와 관련한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최초로 판시한 것이다.
이어 "1심의 보석취소결정에 대해 불복이 있으면 보통항고를 할 수 있고, 보통항고에는 재판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는데, 이는 결정과 동시에 집행력을 인정함으로써 석방되었던 피고인의 신병을 신속히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보석결정이 1심에서 이뤄지는지 2심에서 이뤄지는지 여부에 따라 취지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보통항고의 경우에도 법원의 결정으로 집행정지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집행정지의 효력이 즉시항고의 본질적인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만약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한 재항고에 일률적으로 집행정지의 효력을 인정하면 보석허가, 구속집행정지 등 1심 법원이 결정했다면 신속한 집행이 이뤄질 사안에서 고등법원이 결정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신속히 석방하지 못하게 되는 등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측이 신청한 재항고도 이날 같은 취지로 기각됐다.
앞서 이 회장은 항소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이 취소되자, 검찰의 구금처분이 위법하다며 준항고를 제기했다. 이 회장 측은 이 전 대통령의 석방 결정을 확인하고 구속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준항고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석결정에 대한 재항고에 집행정지 효력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반발한 이 회장 측은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보석취소결정 뿐만 아니라 고등법원이 한 최초 결정이 1심 법원이 하였더라면 보통항고가 인정되는 결정인 경우에는 이에 대한 재항고와 관련한 집행정지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최초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