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3일 뇌물공여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박연차(66)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상고심(☞2011도8478)에서 징역 2년6월과 벌금 19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 중 홍콩법인 APC와 관련한 조세포탈죄 가운데 무죄 부분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고심에서 상고이유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돼 배척된 부분은 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력이 발생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더 이상 다툴 수 없고, 또한 환송받은 법원으로서도 이와 배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며 "피고인으로서는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주장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으며, 비록 환송 후 원심이 이 부분 범죄사실에 대해 일부 증거조사를 한 바 있다 하더라도 의미 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환송 후 원심은 상고이유의 주장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배척된 경우에는 환송 후 원심이 사실인정 및 법령적용상의 직권심판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APC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조세)죄 중 일부에 관해서는 무죄로,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파기한 부분만 바로잡아야 하는데도 이미 확정된 부분까지 재심리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APC 관련 죄 가운데 무죄 부분은 파기돼야 할 것인데, 원심은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APC 관련 유죄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을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봐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배임증죄 무죄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세종증권·휴켐스 주식 차명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44억원과 홍콩법인 APC 배당이익의 종합소득세 242억원 등 도합 286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기소됐다. 또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태광실업이 유리한 조건에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 20억원과 미화 250만달러를 건네고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택순 전 경찰청장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2007년 월간지 대표로 있던 이상철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태광실업 기사를 잘 써달라며 2만달러를 건넨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6월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탈루 세금을 다 납부한 점을 참작해 징역형을 2년6월로 낮췄다.
지난 1월 대법원은 탈루 세액이 다소 높게 산정됐고 이 전 부시장에게 금품을 건넨 부분은 무죄 취지로 다시 심리하라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에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이 전 부시장 부분(배임증재)을 무죄로 판단하고 조세포탈 일부도 추가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포탈세액을 100억원 넘게 감경한 174억원으로 정해 징역 2년6월과 벌금 19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